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74
74
변호인 강태훈 074화
허공에서 부딪친 눈은 말하지 않아도 잠깐의 협력을 띄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질 순 없지.’
내키진 않지만 이기고 싶었다. 오백석의 오만방자한 얼굴을 뭉개버리고 싶었다. 태훈과 한성호. 두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오백석이 다시 빠르게 공을 몰고 가기 시작했다.
여유롭게 공을 몰고 가던 그의 공이 눈먼 수비수에 의해서 빼앗겼다.
너무 여유롭게 움직이다가 실수한 것이다.
“이크.”
그래봤자 라는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는 그였다. 공은 어느덧 자신들 골대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처음 공을 잡은 것은 강태훈이었다.
주 무기가 빠른 발인만큼 불도저같이 내달렸다.
우측 끝으로 달리는 태훈.
골대의 근처로 뛰어가고 있는 한성호.
‘또 재밌는 상황이 나타나겠구만.’
오백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태훈의 주위를 수비수들이 막아섰다.
태훈이 공을 찼다.
공은 정확하게 태훈이 원하던 방향에 떨어졌다.
그곳에는 한성호가 있었다.
“뭐야.”
오백석이 깜짝 놀라 말이 툭 튀어나왔다.
강태훈이 한성호에게 공을 넘겨줄 거라는 것은 예상외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인원이 놀랐다.
한성호가 기회를 노려 공을 찼다.
그렇지만 골키퍼의 손에 의해 튕겨 나왔다.
“크, 아깝다.”
태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렇지만 기회는 많았다.
그리고 다시 기회가 찾아왔을 때였다.
한성호가 공을 몰다 자신 쪽으로 수비수가 몰리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태훈에게 공을 패스했다.
수비수가 태훈에게 몰리는 틈을 타 골대 쪽으로 이동했다.
‘자, 술래잡기를 한 번 해볼까!’
태훈은 빠른 발을 이용해 좌측 끝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수비수들도 줄을 이어 쫓아왔다.
중앙이 비었다.
‘저런 멍청한……!’
변호사 축구대회도 조금 잘하는 변호사들이긴 했지만 ‘프로’라는 이름은 무색했다. 그것이 역력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골대 앞에는 수비수 한 사람밖에 없었다.
수비수들을 이끌고 왔던 태훈은 틈을 타 한성호에게 공을 넘겼다.
한성호의 강한 헤딩!
골인!
“저 두 친구. 협력하니까 팀워크 장난 아닌데?”
“그러게요.”
같은 팀원들도 놀란 플레이였다.
그들의 낮은 탄식이 지나갔다.
첫 골.
오백석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졌다.
그와 함께 강태훈과 한성호의 시선이 동시에 백석에게 꽂혔다.
두 사람 모두 조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이런 건방진…….’
적어도 변호사 축구대회에서의 그라운드 위의 가장 강한 맹수는 자신이었다. 여우라고 생각했던 존재 둘의 비웃음은 그의 자존심을 강하게 후벼 파 놨다.
그도 즉 긴장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오백석의 공을 몰던 발이 강하게 슈팅했다.
후웅
골대 위로 넘어서 홈런을 친 공.
긴장 탓인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욕설이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갔다.
골키퍼가 찬 공이 기태에게 넘어갔다.
기태는 빠른 발이 특기인 태훈에게 패스했다.
앞으로 내달리는 태훈. 한성호는 골대의 인근에 있었다. 발을 이용해 공을 띄워 한성호에게 넘겼다.
가슴으로 가볍게 받은 한성호는 골키퍼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오른발을 슈팅 하듯 뒤로 젖혔다.
골키퍼가 주춤했다.
타앗!
차는 듯하면서 좌측으로 공을 밀었다.
그사이 뛰쳐나온 태훈이 공을 찼다.
슈우우웅-
촤아아악!
“고오올!”
“와! 엄청 잘하는데?”
전북팀도 서울팀도 두 사람의 상상 이상의 선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태훈이나 한성호도 자신들이 이렇게 죽이 잘 맞을지는 몰랐기에 예상외였다.
후반전이 10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후우웅!
퉁!
“크윽! 정말 돌아버리겠네.”
오백석의 공이 골대에 맞고 튕겨 나와 서울팀이 가로채 갔다.
그는 머리를 헝클었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동점도 허용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직 ‘프로 축구’ 선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그다.
태훈과 한성호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였다.
경계는 더욱 삼엄해졌고 그 틈에서 빈틈을 찾아야지만 쉽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은 3분 남짓.
마지막 힘을 내서 태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꽤 먼 위치였지만 성호를 향해 길게 패스했다.
가까스로 사람들을 제치고 패스를 받은 한성호는 중앙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태훈도 함께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가랑이 사이로 한성호가 넘긴 공이 기어왔다.
태훈의 눈이 광채를 머금으며 번뜩였다.
골키퍼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 * *
우승으로 트로피를 받은 서울팀의 얼굴에는 만개 미소가 활짝 펴 있었다. 우승 상금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역끼리 펼쳐지는 경기에서 서울팀이 우승했다는 것은 곧은 자존심을 세우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두 사람 아주 팀워크가 기가 막혔어.”
“오백석 그 친구 표정 봤나? 난 십 년 묵은 체증이 싸악 내려가더라니까? 하하하!”
서울팀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변호사들이 모이는 축구대회는 이걸로 끝이었다.
남은 것이 있다면 회식이었다.
상금도 탔겠다. 서울팀 이들은 장어를 먹고 가겠다고 했다. 당연히 태훈도 참석이었다.
다른 변호사들과 분명 안면을 튼다는 건 좋은 일이었으니까.
“강태훈 변호사.”
“네.”
“협회장님이 보자시네.”
마흔 중반의 남성이 다가왔다. 태훈은 그를 따라 이동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기존에는 선수 대기실로 사용되는 곳에 협회장 우재석이 앉아 있었다.
“앉지.”
앞에는 김이 나는 커피가 놓여 있었다.
“요즘 관심이 많아.”
“감사합니다.”
그 짧은 말에 태훈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빙긋 웃은 우재석은 커피 한 모금으로 입을 축였다.
“그리고 우려도 많다네.”
그 말에 태훈은 쓰게 웃었다.
“너무 가시밭길을 걷고 있어.”
그는 노련하게 돌려서 그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의 속내를 정확하게 알고 싶은 우재석이었다.
“가시밭길이긴 하지만. 걸으면서도 만족합니다.”
그의 대답에 우재석은 진심을 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그의 대답이 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난 자네의 편일세.”
그의 말에 태훈은 싱긋 웃었다.
현재의 협회장 우재석은 좋은 사람이었다.
정직한 길을 걸었던 이다. 오히려 그가 협회장이 된 것이 신기할 정도로.
법조인들 사이의 비리는 생각보다 컸다. 판사도 그러했고 검사도 그랬으며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실상 비리가 판치는 법조계에서도 성실한 길을 걸어온 우재석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자네에겐 적들이 많을 거야. 그렇지 않나? 그래도 나 같은 거대한 편이 있다면 자네도 한결 낫지?”
“물론입니다.”
태훈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다. 자신에게는 의외로 적이 많을지도 몰랐다.
자신은 분명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였고 국민에 대한 평판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썩 평판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익보다는 진실을 추구하는 변호사가 그러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그는 많은 적을 법조인으로 두고 있는 것과 같았다.
가장 큰 예를 들자면 대한 법무법인과 인성기업 건의 마찰.
자신은 대한 법무법인과 마찰 관계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출세에는 큰 욕심이 없습니다.”
그의 말은 결정적이었다.
법조인이 출세에 관심이 없다면. 곧은길을 걷기에는 충분했다.
그렇지만 언젠간 위협이나 압력이 그를 억누를지도 모른다.
“그거 하나만 기억하게. 지금의 내가. 자네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말 한마디가 천군만마(千軍萬瑪) 얻은 것처럼 든든했다.
협회장이 자신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힘이 느껴지는 듯하다.
곧 두 사람의 손이 가운데에서 맞물렸다.
* * *
대리운전기사와 함께 차에 탄 채 태훈의 차량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창밖을 보고 있던 태훈의 시선이 익숙한 옆모습에 쫓듯 돌아갔다가 대리운전기사를 보았다.
“저 기사님 죄송한데, 잠시 세워주실 수 있나요?”
“세워달라고요?”
대리운전기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태훈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대게 대리운전기사들이 대하는 손님 중 무례한 손님이 많았고, 태훈은 정중하게 부탁하는 편이었기에 대리운전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이라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차에서 내린 태훈은 서둘러 익숙한 그를 쫓아 걸음을 빨리했다.
“한재희.”
그의 부름에 익숙한 그녀.
한재희는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눈앞에 태훈이 있자 그녀는 놀라 눈이 커졌다.
일부러 자신이 태훈의 연락을 피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때의 상황은 어쩌면 자신이 오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약 없이 앞에서 기다린 것도 자신이었고 그의 사생활도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단순히 여자와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무시한 채 몸을 돌렸던 것도 자신이다.
물론 아직도 안도혜와 태훈의 관계가 어떤지에 대해서 생각만 하면 가슴이 먹먹했지만, 자신이 투정을 부린 것일지도 몰랐다.
“하이.”
그녀는 하얀 이를 멋쩍게 드러내며 손을 들어 올려 어색하게 웃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산책이요.”
“산책? 시간도 늦었는데.”
사실 혹시라도 마주칠까 싶어 그의 집 주위를 근래에 자주 배회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저번에는 화내서 미안하다.”
“저한테 화내신 적 있어요?”
태훈 자신도 그 당시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거칠게 나온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말에 재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시치미를 뗐다.
“전 그때 집에 가스 밸브 안 잠근 게 생각나서…….”
엉뚱하게 둘러대는 그녀다. 그 모습이 태훈의 육안에도 확연히 보였다.
“안 갑니까?”
안에서 기다리던 대리운전기사가 시간이 꽤 걸리자 차에서 내리며 퉁명스레 물었다. 태훈은 어색하게 웃어주고는 말했다.
“저번에 재희 네가 케이크하고 샴페인 사줬으니까. 내가 맛있는 거 한 번 사줄게.”
“음…… 그럼 다음 주 토요일 어때요?”
“토요일? 그래. 그럼 그때 보자.”
태훈은 싱긋 웃고는 자신의 차량으로 향했다. 그는 재희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도 맞추어 흔들었다.
차량이 곧 출발했다.
다음 주 토요일.
그때는 한재희의 생일이었다.
태훈과 이렇게 풀게 되어서도 기뻤고, 생일을 태훈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기쁜 그녀였다.
그녀가 깡충깡충 흥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 * *
검사실의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범현은 앞에서 걸어오는 유원호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시대의 진정한 악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꽤나 빵빵한 지원이 있는 부모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비리검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꼬투리가 잡히지 않아 어떻게 하질 못했고, 실상 개꼴통이란 이름의 범현보다는 실적 쌓기 좋아하고 부장검사, 지청장에 하물며 검찰총장과도 안면이 있는 그가 더 인기 있고 사람들을 이끌어가기 마련이었다.
“이 검사. 왜 자네는 나한테 인사를 안 하나.”
지나치려다가 들리는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범현은 작은 묵례를 취했다.
선배에 대한 예우. 그것이 진절머리가 나고 역겨웠다. 그의 옷을 당장 벗기고 싶지만, 쉽사리 되지 않았다.
또한, 유원호도 이범현이 역겹긴 마찬가지였다.
세상은 권력에 의해 돌아가고 돈이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그런 세상에서 나 홀로 ‘정의가 최고다!’라고 외치는 이범현은 건방지고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대부분의 검사들이 이범현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이번에 유원호 검사가 ‘오피스텔 살해사건’ 맡았다고 합니다.”
수사관의 말에 범현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그의 입술이 질끈 깨물어졌다.
“개 같은 권력이 또다시 힘을 펼치겠군요.”
그는 한숨을 짙게 쉬었다.
또다시 사법부의 어두운 단면이 아른거렸다.
그렇지만 자신으로서는 어쩔 방도가 없었다.
* * *
심문실에 앉은 여성은 한없이 작고 초라했다. 157㎝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가녀린 체구. 두려움에 가득 질린 크고 맑은 눈. 작은 입술과 작게 솟아오른 코.
그녀의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유원호 검사였다.
“아이고. 얼굴이 반쪽이시네. 아직 젊은 아가씨가.”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유원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거만하게 마주 앉았다.
“쯔쯧, 한창 앞도 밝을 아가씨가 왜 사람을 죽였을까. 그것도 태일기업의 숨겨진 아들을.”
그녀가 살해한 사람은 태일기업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었다. 일반 국민들은 몰랐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았다.
태일기업의 족보가 꼬이지 않게 살해된 이주한은 철저히 숨겨졌던 아들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죽이려고 한 건 아닌데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죽이려고 한 게 아니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람이 화분으로 머리를 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