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81
81
변호인 강태훈 081화
그땐 혼자라는 게 편했지-
노래가 시작되었다. 태훈이 부르는 ‘아직도 사랑하는지’는 상당한 고음이 들어가 있어 무척이나 난해한 노래였다.
노래방에서 남자들이 좋다고 부르기는 하지만 무척 어려운 노래였다.
저음 부분은 태훈이 무난하게 소화했다.
부드러운 중저음 목소리와 가사가 만나 여성들의 비명을 지르게 했다.
“멋있다!”
“곰 인형 멋있어!”
태훈은 곰 인형이라는 말에 헛웃음을 흘렸다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클라이막스. 높은음을 소화해야 할 때였다.
“변하지 않니!
날 웃게 해더억! 흠!“
태훈의 입에서 가느다란 삑이 퍼졌다.
그의 고음 부분은 완전히 괴성이었다.
순식간에 여자들이 고개를 휙 돌려 버리거나 비웃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를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내가 괜한 짓을 했나 봐…….”
소현이 푹 시무룩해져서 재희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재희는 양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리듬에 몸을 타며 좋아하고 있었다.
너와 함께한 날들 잊을 만크읍!
“어떻게 너무 멋있지 않니?”
재희가 친구들을 둘러보며 하는 말에 친구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머, 머 머, 멋있다…….’
목에 핏대까지 써가면서 악을 내지르는 태훈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다니 다시 한번 재희의 사랑을 친구들은 깨우쳤다.
노래가 끝나고 태훈이 돌아왔다.
주위에서 키득거렸지만,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생일 축하해.”
자신이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본인들은 알지 못하기 마련이고 태훈도 그 부류였다. 악만 쓰면 음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의 멋쩍은 물음에 재희는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짱! 짱! 고마워요!”
“자, 잘하시던데요?”
“머, 멋있었어요.”
두 친구는 술잔에 코를 박은 채 말했다. 태훈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이 노래까지 잘하니. 어깨에 힘이 안 들어갈 수가 없다.
술을 몇 잔 마시고 슬쩍 친구 둘이 눈치를 살피다가 소현이 먼저 화장실로 통화를 하는 척 가더니 돌아왔다.
“재희야. 나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우리 집 똘이가 아프대.”
“똘이!? 똘이가 아프면 어서 가봐야지. 난 괜찮으니까 어서 가봐!”
두 사람의 연기는 어색했다. 그래도 태훈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시대의 진정한 눈치 없는 남자인 것이다.
그다음으로 다른 친구가 몸을 일으켰다.
“재희야…… 나 미안한데, 가봐야 할 것 같아.”
“너는 왜?”
“집에 가스 밸브를…….”
“아, 그럼 어서 가봐야지!”
역시나 어색하게 몸을 일으켜서 어색하게 퇴장하는 그녀였다. 태훈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생일인데, 이렇게 친구들이 모두 가서 어쩌냐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재희의 표정은 정반대였다.
그녀들이 빠져줘서 무척 좋다는 모습이었다.
재희의 손이 태훈의 팔의 옷깃을 잡았다.
“변호사님. 저희 둘밖에 없으니까. 다른 술집으로 가요.”
“그래.”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희가 곰 인형을 등에 업었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서는데 뒤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조용한 술집으로 두 사람이 왔다.
막상 그와 함께하게 되니 재희의 속 안에서 음흉한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확 자빠트려 버려!
술을 취하게 해서 그의 숨겨진 본능을 끌어 올리자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도둑놈!’이라고 몰아가면서 평생 책임지라고 하는 거다.
“변호사님 한 잔.”
“어어.”
태훈은 그녀가 따라주는 소주를 받아서 들이켰다.
“안주.”
그리곤 그녀는 어묵탕을 한 수저 떠서 안주를 건넸다.
태훈이 두 잔을 마시면 재희는 한 잔을 마시는 것을 반복했다.
그런데. 재희는 취하고 태훈은 안 취하고 멀쩡했다.
‘이런…….’
눈앞이 핑핑 돌자 그녀는 당혹했다.
“괜찮아?”
“괜찮아요. 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그녀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러다가 소주잔을 보더니 울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끄이잉 끄흐흑! 넌 왜 소주잔으로 태어났니. 끄히히힝!”
“……헐?”
그렇다. 태훈이 모르던 한재희의 술주정은 우는 거였다.
“으흐흑, 응? 곰 인형…….”
그녀는 울음을 흘리다 곰 인형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또 운다.
“으흐흐흑! 변호사님이 곰 인형 사주셨다. 흑흑!”
그 모습을 보며 태훈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재희에게 이런 술주정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어 강태훈 변호사?”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본 태훈은 안효성 변호사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는 평소에 일할 때 입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태훈이 꾸벅 숙였다.
안효성은 자연스럽게 태훈의 옆에 앉았다.
“오늘 허탕이었어.”
그는 재희를 흘끗 보고는 태훈의 귀에 속삭였다. 왜 정장을 입고 있는지 알겠다. 여자 좀 꼬시겠다고 술집에 왔나 보다.
“하, 그런 놈을 내가 친구로 두다니. 여기서 한잔해도 되지?”
아마도 친구는 여자와 팔짱 끼고 나간 듯싶다. 재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효성은 정말 눈치가 없다.
그런데 재희가 갑자기 그를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하하하!”
안효성은 그녀가 자신을 보며 웃자 고개를 갸웃했다. 삿대질까지 하며 웃어 재끼자 그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순간 넋이 나갔다.
“웃기게 생겼다! 하하하. 근데…… 너무 웃기게 생겨서 불쌍해. 흑흑흑.”
그리고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안효성이 자신의 턱을 긁었다.
“내가 울만큼 웃기게 생겼나……?”
“아니요. 그 정도는…….”
태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이번엔 재희가 어묵탕을 먹기 위해 한 수저 뜨더니 어묵을 보곤 웃었다.
“쭈글쭈글. 이상해…… 흐흑, 이상해에!”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이마에 손을 짚었다. 아이고 골이야.
그러다 한재희가 효성을 보고는 찰나 정신이 차려졌다.
“어? 안녕하세요오.”
고개를 꾸벅 숙인 그녀는 이를 드러내며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이 효성의 눈앞으로 순간 슬로우모션처럼 그려졌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 하나.
‘별빛이 내린다. 샤랄라라라 라라라.’
재희는 남자들이 한눈에 반하기 충분한 외모였다.
안효성은 그녀의 날개뼈 죽지로 천사의 날개가 돋아나는 것을 착각할 정도였다.
“흐흠, 반갑습니다. 강태훈 변호사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안효성 변호사라고…….”
“끄흐흑! 웃기게 생겼어!”
그녀는 코를 씰룩이더니 다시 눈물을 왈칵 흘리면서 테이블에 고개를 박았다.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무래도 데려다줘야 할 것 같네요.”
“그게 낫겠다.”
* * *
태훈은 곰 인형을 껴안고 잠이 든 재희를 보면서 빙긋하고 웃었다. 옆에 있는 효성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굳이 여기까지 따라왔는지 알 수 없었다.
‘한재희 씨라고 했지…….’
효성은 한재희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걸 표출하진 못했지만, 슬쩍 낑겨서 따라가는 것이었다.
“안효성 변호사님. 왜 굳이. 차도 아까 거기에 있잖아요.”
안효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코를 긁었다.
차가 어느덧 재희의 집 인근에 다다랐다.
“강태훈 변호사.”
“네?”
“저 뒤에 차 이상하지 않아?”
안효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강력반 형사로서 생활했던 노련한 눈썰미로써는 자신들이 술집에서 나와 대리운전기사와 함께 차에 타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검은 색 그랜저 차량이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태훈도 그 말을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기사님. 여기 주위로 한 바퀴만 돌아주시겠어요?”
“네? 아, 예.”
대리운전 기사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큰 골목길로 들어갔다가 다시 한 바퀴 빙글 돌아 원점으로 왔다.
여전히 뒤에는 검은색 그랜저가 있었다.
“따라 오는 게 맞네요.”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태훈은 재희의 아버지 재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받았고 곧 그녀를 집 앞에 내려주겠다는 말을 했다.
곧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재희야 내려야지. 아버지 나와서 기다리신다.”
“시쪄! 안 내려! 안 내릴 거야! 흐에엥!”
그녀가 또 울기 시작했다.
상황이 안 좋은데 이러니 난처해졌다.
“재희야. 내리자 응?”
“뽀뽀해주면 내릴게!”
그녀의 말에 태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럼 내가…….”
안효성이 사태가 심각한데, 자신이 나서려고 했다. 태훈이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안효성이 하느니 자신이 하는 게 낫지.
그녀의 입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쪽!
하고 입이 닿는 순간 재희의 손이 머리를 눌렀다.
태훈이 겨우 떼어놓자 그녀는 ‘헤’하고 웃으며 말했다.
“달달허다!”
“흠. 재희야 이제 내리자.”
“그랭.”
이제는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재환은 태훈을 빙굿 웃으며 맞았다. 재환은 태훈을 좋아한다. 그리고 재희가 그를 좋아하는 걸 알았다.
“지금 안 좋은 일이 있어서요. 일단 재희하고 빨리 집으로 들어가세요.”
“알았네.”
“으흐흑! 우리 아빠다! 으흐흑!”
“이 녀석이 또 술을 많이 마셨구나.”
술을 마실 때마다 이런 일이 있는 듯 재환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다시 차에 올랐다.
멀리서 그랜저 차량은 시동을 끈 채 은폐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쫓는 이들의 목적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짐작이 가는 것이 있다면 태일기업뿐이었다.
“목표가 재희인지 일단 확인해 보죠.”
태훈은 대리운전 기사에게 자신의 집 쪽으로 가줄 것을 말했다.
그리고 차가 출발하자 곧 그랜저 차량도 움직였다.
다행히도 목표물은 재희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들을 따돌린다면 재희에게 해코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잡자. 강 변호사.”
“너무 위험합니다.”
역시 효성은 강력반 형사 출신답게 포부가 컸다.
그는 곧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 임 형사 난데. 내가 지금 상황이…….”
그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통화하는 이는 현직 강력계 형사였다. 그의 옛날 동료들이었다.
새삼 그가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위치를 말해준 안효성은 곧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2분마다 한 번씩 전화하고. 만약 우리가 받지 않으면 내 쪽으로 달려와.”
전화를 끊은 그는 품에 넣었다.
강력계 형사들이 달려온다면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곧 우려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앞에서 차량 한 대가 막았다.
그리고 뒤쪽으로 그랜저 차량이 바짝 붙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
대리운전 기사는 당혹한 표정이었다.
한 대가 아니라 두 대였다.
그리고 곧 앞뒤 차량에서 각목과 쇠파이프. 진압봉 등을 든 남성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랜저에서 두 명. 앞의 차량에서 세 명.
총 다섯 명이었다.
탱! 탱탱!
그들은 차량을 향해 들고 있는 것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상황이 너무 안 좋게 돌아갔다.
“기사님은 나오시지 말고 안에 계세요.”
태훈이 말했다.
안효성과 태훈의 시선이 마주쳤다.
결국, 그들을 뚫고 나가야 했다.
차에서 버틴다고 해도 곧 차창은 깨지고 말 것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좌우측 문 끝에 붙었다.
한 사람이 문 인근에 다다른 순간.
안효성이 거칠게 차 문을 열고 나갔다.
그와 함께 남성은 문에 부딪혔다.
곧이어 태훈도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