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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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강태훈 089화
맹인안내견 학교는 에버랜드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맹인안내견 학교 앞에 오자 경비원 한 명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경비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맹인안내견 학교의 경우 초등학교나 혹은 따로 인성화재에서 주최 하에 안내 식으로 사람을 들여보내는 경우가 숱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그런 일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들어가 봐도 될까요?”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어색하게 웃는 경비원은 난감한 기색이었다.
도혜는 하는 수 없이 품속의 검사증을 보여주었다.
“아니, 저희 학교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그런 것보다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경비원은 곧장 경비실로 뛰어들어가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곧 사람이 나왔다.
밖으로 나온 남성은 부드러운 인상이 절로 편안해지는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였다.
그는 지혜를 알아보았다.
“눈에 익으신데요. 저희 학교에서 분양받으셨군요.”
“네.”
지혜가 빙긋 웃으며 살짝 묵례를 취했다.
곧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서성진 과장이라는 남성은 설명을 듣자 얼굴이 붉어지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저희 학교에서 교육받은 아이가 사람을 그렇게 공격한다니요. 말이 안 됩니다. 그 녀석들은 사람과 친화되어 있어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녀석들이라고요!”
그는 자존심이 상한 듯 씩씩거렸다.
곧 그는 그들을 이끌었다.
그는 훈련 과정 시스템 등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는 끔찍이도 안내견을 사랑하는 남성인 것 같았고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안내견 훈련소로 걸음을 이동했다.
도혜와 태훈은 그것을 눈에서 떼지 않고 담았다.
“맹인안내견들은 일반 개들과는 달라요. 한 번 이걸 줘보시죠.”
그는 맹인안내견들 간식을 주었다.
태훈과 도혜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리쿠야. 이리 온!”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다가왔다.
도혜가 지혜에게 간식을 건넸다.
지혜가 더 잘 알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지혜는 몸을 낮춰 리트리버의 몸을 쓰다듬고 간식을 주었다.
그렇지만 리쿠라는 안내견은 간식을 먹지 않았다.
“이처럼 사람에게 친화적이지만 안내견들은 딱 한 사람. 그 개의 주인에게만 복종하고, 그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녀석들입니다. 그 외에도 훈련 과정을 통해서…….”
그는 말을 이으며 얼마나 이 녀석들이 믿을 만한 녀석들인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검사님이 말씀하시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니,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라지만 다짜고짜 물었다고 주장하다니요.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랬겠지요. 잘 보십쇼. 짖어!”
월! 월월!
그의 말과 함께 리쿠라는 리트리버는 거세게 짖었다.
“짖지 마!”
그 말과 함께 입이 꾹 다물어지며 혀를 내밀며 배시시 웃었다.
서성진 과장이 측은하게 웃으며 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
“이처럼 훈련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 증인 제가 서도록 하겠습니다. 저 이런 건 그냥 못 넘어가겠습니다.”
그는 맹인안내견을 그렇게 폭행했다는 것과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덮어씌운다는 것에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지혜는 몸을 낮춰서 리쿠라는 안내견의 머리를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 * *
1차 공판이 지나가고 2차 공판이 시작되었다.
안도혜는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녀는 상습폭행 및 특수폭행과 재물손괴죄 등을 적용하여서 징역 2년 2개월을 구형하고 있었다.
김성훈은 조사결과 전과가 깨끗했다.
초범의 경우는 봐주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2년 2개월 형을 주장한 것이다.
“피해자와 피의자는 한때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적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그렇죠?”
“네.”
“또한, 피의자는 이제까지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였으며 그에 관련하여 욕을 스스럼없이 내뱉기도 하였습니다. 갑 1호 증을 보시면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 김지혜 양이 유리컵에 머리를 맞고 그로 인해 진단받은 상해 진단서가 나옵니다.”
안도혜는 증거를 제출한 후 침착하게 물었다.
“또한, 피의자는 피해자의 애완견, 즉 맹인안내견을 야구 방망이로 무참하게 폭행하여 중상에 빠뜨리게 한 혐의가 있지요?”
김성훈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반대로 대답은 강철민 변호사가 했다.
“현재 검사 측은 유도적인 신문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부분에 관련하여서는 사실 요지 판단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판사의 시선이 변호인에게 향했다.
그는 그 시선에 곧바로 준비했던 이야기와 자료를 꺼냈다.
“현재 검사 측은 재물손괴죄를 토대로 가중처벌하여 징역 2년 2개월을 구형하고 있습니다. 현재 피해자는 자신이 피의자에게 폭행을 당함으로써 중상에 빠진 개가 공격하였고, ‘그만해’라는 말과 함께 무는 것을 놓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저희 피의자 측은 반대 입장입니다. 피해자는 애초에 그런 말을 한 적조차도 없으며 피의자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었습니다.”
“생명의 위험이요?”
재판장이 의아한 듯 강철민 변호사를 보았다.
“네. 골든 리트리버의 경우 ‘대형견’으로 분리가 되고 있습니다. 체중이 적게는 27㎏에서 많게는 40㎏까지 나갑니다. 그 이빨에 의해 팔을 물렸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갑 3호 증을 제시합니다. 피의자의 상해진단서입니다. 날카로운 이빨이 팔을 파고들었고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피의자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른 행위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였습니다.”
재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27㎏에서 40㎏이라면 만만치 않은 크기였다. 더군다나 요즘 국내에서 미친개에 물려 사망하는 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었다.
안도혜는 재판장이 수긍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다시 신문을 진행했다.
신문이 끝이 난 후였다.
“현재 피의자 측 변호인은 계속 피의자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요?”
“네.”
강철민은 여유롭게 싱긋 웃었다. 2년 2개월에서 만약 강철민 변호사가 깎고 깎는다면 집행유예에 벌금형이 처해질 수도 있었다.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판장은 강철민을 잘 알았다.
다름 아닌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인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을 검사 안도혜와 강태훈은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갑 4호 증을 확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해자 김지혜 양의 침실이었습니다.”
4호 증의 증거자료가 떠올랐다. 컵의 깨진 잔해가 난잡한 흔적, 김성훈이 엎어놓은 화장품들이 바닥에 굴러다녔고 까무잡잡한 피 역시도 굳어 있는 사진이었다.
“피의자는 지금 현재 개가 왼쪽 팔을 물어서 방어하기 위해 옆에 놓여 있던 야구 방망이를 들어서 내려쳤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죠?”
“네.”
김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여자의 침실에 야구 방망이가 있나요.”
“네?”
김성훈은 도혜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시각장애인, 즉 김지혜 씨의 방에 야구 방망이가 있다는 게 이해가 되나요? 혹시 이해가 되는 방청객 여러분 계신가요?”
그녀의 물음에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렇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여자의 방에 야구 방망이가 있다? 상당히 의아한 일이었다.
“그…… 지혜의 경우 눈이 보이지 않다 보니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침실에 야구 방망이를 가져다 놓고 자곤 했습니다.”
“그게 지금 일관성이 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걸렸다.’
태훈은 눈을 빛냈다.
안도혜의 함정에 걸려들었다.
“변호인 측은 현재 생명의 위협을 할 수 있는 개에게 물렸습니다. 그리고 그 개는 바로 피해자 김지혜 소유의 개입니다. 그런 개가 옆에 있는데, 굳이 방 안에다가 여성이 야구 방망이를 놓고 생활한다고요? 혹시 야구 방망이로 김지혜 씨를 위협하거나 폭행하려 한 것입니까?”
“아니요,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야구 방망이로…….”
야구 방망이로 만약 여성인 김지혜를 폭행했다는 가정이 세워진다면 큰일이었다.
머그컵의 경우 화가 나 던졌다. 라는 말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도 여성을 위협하기 위해 방 안에 야구 방망이를 놓았다는 가정이 생겨버리면 살인미수와 마찬가지의 급을 받을 수 있게도 할 수 있다.
“그럼 야구 방망이가 방 안에 있다는 주장은 무엇입니까? 분명 피의자 측은 개가 팔을 물었고 그로 인해 옆에 있던 야구 방망이를 통해 자신의 신체를 지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피해자 측의 진술이 맞는 것 같군요. 피해자는 분명 피의자가 현관문 앞에 있는 야구 방망이를 가지러 가는 소리를 들었었고 야구 방망이를 가져와 개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주장대로 개는 피의자의 팔을 ‘놔준 것’이군요.”
“…….”
김성훈은 입을 다물었다.
재판장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오늘 제가 신청한 증인 중 인성 안내견 학교에서 안내견을 육성하는 서성진 씨가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재판장은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장님 가능하다면 현장재현을 한번 해 보이고 싶습니다.”
“요지가 무엇이죠?”
“현재 피의자 측이 주장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함입니다.”
“알겠습니다.”
재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장은 강철민의 눈빛에 슬쩍 시선을 회피했다.
안 된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었고 동기라고 해도 자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곧 재판장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서성진의 한 손에는 골든 리트리버의 목줄이 한 손에는 검은색의 도베르만의 목줄을 잡은 손이 들려 있었다.
재판장은 다소 놀란 표정이었고 방청객들도 마찬가지였다.
“크흠, 법정에 개를…….”
재판장이 다소 당혹하여 헛기침을 했다.
도혜는 고개를 갸웃했다.
진실공방이 중요하지 그런 게 중요하냐는 것이다.
곧 태훈도 앞으로 나섰다.
태훈은 상황 재연에서 도혜를 도와줘야 했다.
그의 팔에는 보호대가 착용되어 있었다.
도혜는 곧 야구 방망이를 법정 경위가 있는, 상황 재연을 할 곳과 조금 떨어진 곳에 놓았다.
“한번 피의자 측이 주장하는 대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피의자가 주장하는 야구 방망이가 방에 있었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가정 하에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강철민의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토를 달진 않았다.
“리쿠! 물어!”
서성진 훈련사의 말에 골든 리트리버는 움직이지 않고 헥헥거리며 숨만 헐떡거렸다.
다르게.
“짖어!”
월월월!
‘짖어’라는 말에는 매섭게 허공에 짖어대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골든 리트리버, 즉 맹인안내견의 경우 사람을 물지 않도록 훈련되어 있습니다. 증인, 물 때는 어떠한 상황에 해당하죠?”
“만약 훈련된 맹인안내견이 짖거나 혹은 사람을 문다면 자신의 주인이 상당한 위험에 처했을 때입니다. 그때가 아니고서 맹인안내견이 사람을 문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인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훈련사인 제가 명령을 해도 골든 리트리버 자체의 성격이 순종이기 때문에 사람을 물지 않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렇군요.”
도혜는 상황 재연과 증인신문을 함께 진행하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이젠 태훈이 활약해줄 차례였다.
“그리고 이번 상황의 경우 피의자의 팔을 물고 있는 상태에서 야구 방망이를 저곳에 가서 가져올 수 있느냐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금 이 도베르만의 경우 피해자의 해리라는 맹인안내견과 거의 같은 체급임을 밝힙니다. 말했지만 이것은 야구 방망이가 방에 없었다는 가정 하의 추측입니다.”
도혜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려 빙긋 웃었다.
대놓고 강철민과 김성훈을 약 올리는 거다.
두 사람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해 있었다.
“물어!”
도베르만에게 말하자 그와 함께 도베르만은 이빨을 드러내며 맹렬하게 태훈이 보호대를 차고 있는 왼팔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상황 재연을 하기 전에도 태훈은 수차례 녀석의 이빨을 맞이해 보았었다. 녀석의 이빨은 강했고 몸으로 억누르는 힘 역시도 매서웠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태훈은 왼팔에 녀석이 달려들고 있었지만 억지로 걸음을 옮겨 야구 방망이를 가지러 가기 위해 발을 떼려 했다.
그러나 녀석은 그럴수록 더욱 세차게 고개를 저으면서 으르렁거렸다.
그 때문에 세 발자국도 떼기 힘들었다.
“이로써 피의자가 개에 물린 상태에서 야구 방망이를 가지러 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현재 상황 재연에 도움을 주신 남성분은 키 182㎝에 몸무게 74㎏의 건장한 남성입니다. 이러한 남성이 대형견에 의해 팔이 물렸을 때는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하물며, 만약 방 안에 야구 방망이가 있었다고 한들, 술에 취한 상태였던 피의자가 개가 팔을 물고 있는데 야구 방망이를 집어 들 수 있었을까요? 반대로 이렇게 한다면 가능한 이야기겠죠.”
“그만!”
서성진 훈련사의 말과 함께 도베르만은 순식간에 온순해지며 자리에 앉았다.
태훈은 야구 방망이로 쪽으로 걸어가 집고는 돌아왔다. 그리고는 도베르만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듯한 시늉을 해 보였다.
“즉, 현재 피의자가 주장하는 자기방어를 위해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는 것은 일관성이 맞지 않는 억측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