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
설익은 밥과 태운 고기를 사이좋게 나눠먹고 나자, 유명도 과사람들과 많이 친해져 있었다.
저녁 식사 이후는 레크레이션 시간이다.
몇 개의 조로 나누어져 가벼운 몸풀기 게임이 벌어졌다.
“쿵쿵따리 쿵쿵따~”
“바니바니 바니바니 당근 당근”
한참 왁자지껄한 좌중을 조용히 시킨 것은 국자로 냄비를 깡깡 때리는 소리였다.
소음에 모두가 인상을 쓰고 앞을 바라보자, 이번 총엠티에서 사회를 맡은 상진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큰 소리로 인사를 맞받았다.
“아이고 이번 03들은 기운차서 좋네요. 패기~~!”
“공삼~~!!!”
“네. 자 조금 있으면 조별로 술판이 벌어질건데, 모두가 평범한 술과 안주를 먹으면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경품을 걸고 벌어지는 경영~ 장기자랑~~”
“와아아아!”
유명은 무척 흥미롭게, 제3자의 시각으로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38살인 그의 정신연령에 이런 문화가 새삼스러운 것은 당연했다.
“자, 그럼 무작위로 장기자랑 미션, 추첨합니다. 두구두구두구-”
아이들이 방바닥을 두들기는 소리가 방을 가득 메웠다.
“자, 1조는, 보아의 넘버원, 남학생들이 안무 따라추기!!”
“으어억~ 안돼요~ 눈 썩어요!!”
“2조는…어디보자, 인간 탑쌓기!”
“우왁! 우리 죽어요..!”
“3조는…최고학번이 여장하고 패션쇼하기!”
그러자 조원들이 모두, 유명에게 시선을 모았다.
멍하니 구경을 하던 유명이 그제서야 깨달았다.
“응?….나??”
*
당황한 유명의 표정을 보고 상진은 통쾌함을 금치 못했다.
사실 손에 쥔 쪽지엔 ‘전원 짱구춤 추기’라고 적혀있었다. 원래라면 4조가 여장패션쇼에 당첨됐을 것이다. 하지만 상진은 내용을 바꾸어 발표했고, 없었던 ‘최고학번’이라는 옵션까지 걸어버렸다. 명백히 유명을 노린 짓이었다.
‘저 새끼가 얼마나 찌질했는데. 지금도 옷빨이지 원판은 그냥 평범해. 이상한 옷 입고 화장하고 나면 다들 신유명한테 와르르 깰 거다, 큭큭.’
그런데,
당황한 줄만 알았던 유명이 자리에서 슥 일어나더니, 씨익 웃으며 우렁차게 말했다.
“고학번이 망가져야 분위기가 살죠~ 사랑하는 제 동기 상진이와 이 즐거움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우와아아아-
의외로 전혀 빼지 않고, 상진과 함께 망가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유명의 남자다운 발언에 분위기가 확 솟구쳤다.
“아니 근데 준비해온 여장세트는 한 벌···”
“나눠쓰죠 뭐. 모자란 건 여학우들이 협찬해 줄거에요, 그죠?”
“네에!!!”
결국 상진도 같이 하는 것으로 결정나버렸고, 곧 30분간의 장기자랑 준비타임이 시작되었다.
“야, 넌 왜 물귀신 작전을!!”
“에이, 너도 분위기 살리려고 여장 넣은 거잖아. 지금 분위기 완전 산 거 안보여? 후배들을 위해 희생한다 생각해~”
전혀 당황하지 않고, 화내는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고 가는 유명을 보며 상진은 말을 잃었다.
‘얘 성격이 원래 이랬었나···?’
“야 나는 키크고 등빨이 있어서 이런 거 못입어!”
준비된 의상은 반짝이가 들어간 미니스커트와 끈 나시.
큰 사이즈를 준비한 듯 했지만 확실히 상진이 입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유명은 그 옷들을 집어들었다.
“그럼 이건 내가 입을게. 넌 여자애들이 도와줄거야.”
“야! 나한테 맞는 옷 없-”
상진은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여자애들에게 질질 끌려, 여자방으로 들어갔다.
유명도 도와줄 애들 몇 명과 함께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와, 오빠 피부 왜 이렇게 좋아요?”
모공하나 보이지 않는 뽀얀 피부에 2학년 여학생이 감탄했다.
유명은 미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 피부좋은 것도 생기가 부족했어서 그런거당. 10대엔 넘치는 에너지와 열기가 폭발해서 여드름으로 분출되는 건뎅, 살아 숨쉬는 게 신기할 정도로 생기가 없었으닝, 쯔쯔.
‘생기 부족이 딱 하나 좋은 점도 있었구나···’
피부보정은 필요도 없겠다며 여학생이 파우더를 두드렸다. 옅은 눈썹을 활처럼 그리고, 눈매에 짙은 마스카라를 얹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헐…오빠 진짜 예뻐요···”
화장을 끝내고 가발을 씌운 후, 여학생이 유명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수채화처럼 담백한 느낌의 얼굴은 화장을 입고 다른 사람처럼 화려하게 변신해 있었다.
“옷 입게 나가 있을래?”
유명의 부탁에 얼굴이 발그레해진 여학생들이 방문 밖으로 나갔다.
대박- 나오면 기절할걸- 하고 문 밖의 사람들에게 설레발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북함은 없었다.
연기경력만 15년. 여장 경험이 없으랴.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유명은 천천히 옷을 벗고 얄궂은 옷가지들을 집어들었다.
*
“자~ 다음은 3조의 순서입니다.”
“우와아아-”
상진 대신 사회를 맡은 2학년은 신나는 bgm을 깔고 패션쇼의 시작을 알렸다.
쿵짝쿵짝 하는 비트에 맞춰 박수 소리가 어우러졌다.
“먼저, 경영대의 킹카! 누가 봐도 상남자지만 군대는 무섭다는 반전남! 그래서 여자로 성전환했다는 그 남자, 오~상~진~”
와하하하하!!
개그감이 뛰어난 사회의 소개에 아이들이 자지러졌다.
상진은 방문 뒤에서 그 소개를 듣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화를 내면 핵진지 꼰대선배가 된다.
주춤주춤-
우하하하하하-
어정쩡하게 걸어나오는 상진을 보고 다들 포복절도했다.
덩치있는 여학생이 협찬해준 후드티와 플레어스커트.
옷 자체는 평범한 편이었지만 상진의 굵은 허벅지와 알이 꽉 잡힌 종아리와 매치되니 그렇게 변태스러워 보일 수 없었다.
“형, 아 형~ 크크크큭.”
학교 앞 스티커사진 가게에서 협찬받은 노란색 단발 가발은 상진의 체형 때문에 헐크 호건을 연상케 했고,
얼굴은 빨간 블러셔와 입술, 파란 아이섀도로 범벅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배를 잡고 뒹굴었다. 앞쪽 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호응이었다.
상진은 이를 갈며 사람들 사이로 둥글게 마련된 런웨이를 겨우 한바퀴 돈 후, 신경질적으로 노란 가발을 벗어던졌다.
후우후우-
거친 숨이 새어나왔다. 상진은 유명의 순서를 기대하며 겨우 분노를 가라앉혔다.
‘난 원래 잘생겼으니까 괜찮아. 자, 이제 다들 신유명이 얼마나 찌질한지나 구경해라.’
그의 차례가 끝나자, 사회자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이런 반전은 없었다! 이번 반전은 여장이다?!
요즘 핫이슈인 그 남자, 신~유~명~”
다른 쪽 방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
────────────────────────────────────
진짜 연기 처음해?
“다음은 어느날 나타난 경영대 핵반전남! 이번반전은 여장이다?!
요즘 핫이슈인 그 남자, 신~유~명~”
다른 쪽 방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처음 보인 것은 검은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였다.
이어서 타이트한 미니스커트와 끈나시로 강조된 어깨가 드러났다.
그 어깨는 분명 여장이 어울린다기엔 넓고 각졌다. 간혹 여자분장이 잘 어울리는 남자에게서 보이는 여자뺨치게 예쁜 느낌은 아니었지만,
우와아아아!!-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가발은 포니테일로 묶여 찰랑이고,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스모키한 눈화장. 거무죽죽한 자주색 립스틱이 퇴폐미를 더한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완성한건···
“누나!! 섹시해요!! 으어억~”
걸어나오는 유명의 자태였다.
한 손을 허리에 얹고 다리를 교차하며 걸을 때 묘하게 흘러넘치는 색기.
교태가 배어나오는 몸짓.
도도하게 들어올린 턱과 내리뜬 나른한 눈매.
그건 마치…카리스마 넘치는 드래그 퀸.
“이쪽요! 여기도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