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7
엄마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재미있다는 듯이 구경하고 있다.
그리고 유명은 씩- 웃었다.
어렸을 때부터 본인의 말이 무조건 맞고, 본인의 자식이 최고로 잘나야 하는 고모에게 돌려까기를 많이 당했다. 굳이 겸손 떨 생각은 없다.
“사장님이 주셨어요. 잘 하고 있어서 보너스 주시는 거라고.”
“무슨 페라리를 보너스로 줘. 그사람 사기꾼 아니니? 잘 체크해 봐라, 법인차량 빌려준 걸텐데 요즘 사고차나 대포차들도 쌔고 쌨다.”
옆에서 고모부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명의이전 해주셨어요. 2천키로 탄 차량이던데요.”
“헐…대박. 2천 키로면 새차 아냐. 형 나 한 번만 태워주면 안돼?”
“형 나도나도!”
고모가 입을 떠억 벌리고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에 사촌동생들이 득달같이 엉겨붙었다. 유명은 그들에게 웃어주며 다음의 시승식을 약속했다.
고모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마지막 한 수를 던졌지만,
“그래애- 잘 나간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연예인들은 작품 안 들어오면 끝이라더라. 요즘은 뭐하니? 작은 일이라도 가리지 말고 들어올 때 열심히 하렴.”
“어? 오빠 손치욱 감독님 영화 찍었는데요? 윤한성 주연에 오빠가 준주연이에요.”
“……”
“올 겨울에 개봉한대요. 고모도 꼭 영화관 가서 보셔야 돼요!”
지연의 카운터 펀치에 장렬히 KO를 당했다.
이번 추석 연휴, 큰고모는 유명이 기억하는 모든 명절 중에 가장 말수가 적었다.
*
[배우 님과 가 함께하는 팬싸인회]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장소는 코엑스의 한 전시장.
엄선된 백 명의 인원은 싸인을 받을 물품과 갖가지 선물을 꼭 품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드라마 종영 후 약 8개월,
몇 건의 인터뷰말고는 팬들이 지칠 정도로 활동이 없는 배우 ‘신유명’.
그럼에도 오늘 뽑힌 인원 중 한 명의 불참도 없었던 것은 그만큼 ‘보형’이란 캐릭터의 파급력이 컸고, 라는 작품에서 유명의 연기가 강렬했기 때문이다.
-실력파 배우를 지지하는 진성 팬클럽!
갓네임드 회원들은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이것은 갓네임드를 전설적인 팬클럽으로 만들겠다는 소진의 포부가 알게 모르게 전염된 이유도 있었다.
주 인원은 2-30대 여성.
아무래도 아직 작품이 얼마 안 되는 터라, 윤보형이란 캐릭터의 영향이 가장 컸기 때문이었다. 사이사이에 10대 소녀, 이모팬, 남성팬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그 중 두 명의 여성은 팬카페 내 채팅방에서 친해진 사이로, 바짝 옆에 붙어서 속닥거리고 있었다.
“사보랑형님, ‘그거’ 하실 거에요?”
“당연하죠! 저 공지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보형이를 코 앞에서 볼 수 있다니.”
“저는 하고 싶은데…바로 심장 폭발할까봐 못하겠어요.”
“오늘 이 자리에서 과다 출혈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하셔야 합니다, 취중보형님.”
시끌시끌하던 회랑은, 한 사람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가,
와아아아아아–
곧 커다란 함성으로 뒤덮였다.
오랜만에 코디의 손길로 거듭난 유명은 완벽한 스타일을 갖추고, 100명의 팬들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회장 정소진입니다. 모두 정숙하시고 자리에 앉아주세요! 배우님은 가운데 자리에 착석하시면 되겠습니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바짝 당겨 묶은 소진은, 유명과 따로 만났을 때와는 인상이 달랐다. 그녀의 카리스마 있는 지시에 싸인회장이 착착 정리된다.
“그럼 지금부터 배우 신유명님과 함께하는 의 첫 번째 공식행사, 팬싸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짝짝짝짝짝–
“잠깐 배우님의 인사와 몇 가지 공식질의 듣고 싸인회 시작하겠습니다!”
소진이 유명을 쳐다보자, 유명은 마이크를 들고 한 번 쑥쓰럽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신유명입니다.”
“안녕하세요-” “우와아아아.” “네- 안녕하세요!!”
한 마디의 인사가 수십 배의 답이 되어 돌아온다.
“아직 부족한 신인배우를 응원해주시고, 이렇게 시간내서 보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원래는 별로 주목받아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 이런 자리가 아직 좀 얼떨떨하네요, 하하.”
유명의 말에 팬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이 보기에 신유명이란 사람은 타고난 스타고, 누구에게든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태어날 때부터 주변의 중심이었을 것 같았는데, 지금 그의 말은 그냥 겸손이라기에는 진심이 느껴졌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첫 번째는 저라는 사람을 이렇게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고맙고 궁금해서였고, 두 번째는···”
“…?”
“단 한 명의 팬도, 아니 팬이 아닌 단 한 명의 관객조차도 아쉽고 고마웠던 때를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영문모를 말인데도, 그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울림이 풍성하여,
귀에 아주 쉽게 침입하여 마음을 점령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한 분 한 분의 개인적인 친구가 되어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저는 배우로서 좋은 연기로 이 응원에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유명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파바밧–
플래시가 마구 쏟아졌고, 그의 이름과 연기해온 캐릭터명들이 뒤섞여 연호되었다. 어떤 팬은 유명의 짧은 인사만으로도 벌써 눈물을 그렁이고 있다.
그 낯선 광경이 유명의 시야에 선명하게 박혔다.
너무 많은 관심.
너무 많은 사랑.
15년간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이 한꺼번에 몇 배가 되어 쏟아진다.
인기라는 것이 일종의 신기루라 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만들어 온 15년의 사막과 3년의 오아시스에서 벌어지는 신기루.
유명은 고마운 사람들에게 더없이 상냥한 미소를 지어주었고,
그 진솔한 미소에 팬들의 가슴이 덜컹했다.
소진은 감탄했다.
저 미소가 어떤 ‘끼부림’보다 효과적인 조련이라고 생각하면서.
*
첫 번째 팬은 30대의 커리어우먼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도도하고 깐깐한 인상의 그녀는 유명 앞에 서자 얼굴이 햇살처럼 누그러졌다.
“아…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박진희입니다! 카페닉은 ‘보형양제’예요. 유명님 정말정말 응원하고 있어요.”
진희는 자신의 말에 웃으며 싸인을 하는 유명의 모습을 홀린듯이 내려다보았다.
드라마가 방송될 때 그녀는 열심히 실드를 치고 다녔었다.
연예 뉴스 댓글에 피부가 분장빨이니, 얼굴은 평범한데 스타일링이 살린 거니 하는 말이 달릴 때면 그녀는 제 일같이 분노하며 반박댓글을 달곤 했다. 그런데 그 댓글러들을 멱살잡고 끌고 와 보여주고 싶다. 이 실물을 보고도 그 말이 나오냐고.
몇 개월 사이에 더욱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빛이 나는 그녀의 배우였다.
“저…이거 호주꿀인데요, 따뜻한 물에 타마시면 목에 좋다고 해서요. 그리고 이건 글루코사민이고, 이건 클로렐라고, 이건 스피루리나에요. 무리하지 말고 늘 건강하세요.”
그녀를 움직이게 해주는 원동력은 건강식품과 유명이었다.
야근이 일상인 그녀는 건강식품을 달고 살았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라도 먹고 ‘버티자’는 암시를 걸어야 하루를 날 수 있었다. 특히 요즘은 새 프로젝트가 코 앞에 있어 24시간이 부족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서 ‘이대로 죽으면 계속 쭉 잘 수 있겠지’라는 생각까지 하던 그녀였는데, 팬클럽에 가입하고 나서는 침대에서 버둥거리는 시간이 5분 정도 단축되었다. 우리 유명이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힘내야지! 라는 주문을 외며.
“와,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네 저 그리고···”
“…?”
“……보…보형찬스!”
그녀가 민망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네. 무슨 말 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누나 수고했다고 한 번만···자기 전에 보려구요.”
그녀가 소망을 얘기하며 디지털카메라를 꺼냈다.
유명은 그런 그녀에게 잠시 눈을 감았다 뜨라고 했고, 그녀는 카메라 위치를 잡은 후, 눈을 꼭 감았다가 천천히 셋을 세고 떴다.
‘하나, 둘, 셋-’
“누나!”
맙소사-
눈 앞에서 보형이가 반달로 눈을 접고 웃고 있다.
드라마 안에서 살던 보형을 완벽하게 분리해 내어 제 눈 앞에 떨구어 놓은 듯이 눈이 부셨다.
쿵쿵- 심장이 지진난 것처럼 뛰고, 그녀는 잠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힘들지- 오늘도 정말 고생했어!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한 누나가 자랑스러워.”
귀여운 미소로 다정하게 얘기하고, 살짝 머리를 기울이며 아래에서 위로 눈을 마주친다.
“잘 자요~”
진짜 보형이다.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그녀에게 너무나 위로가 되었던 사람.
그녀의 눈이 그렁해졌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듣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누구에게나 가슴벅찬 것이었다.
‘계탔다, 오늘.’
그녀가 거대한 계를 탄 것을 보고, 뒷 사람들은 자신은 무엇을 요청할 것인지 바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진이 엄격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공지드렸지만, 오늘 건진 자료는 공유가 원칙입니다. 회원들 중 뽑혀서 대표로 오신 거니까 떡밥공유원칙은 절대! 잊지마세요!!”
그날 저녁, 카페 .
[팬싸] 보형영상 ‘힘내 나는 네 편이야’ [팬싸] 보형이 웃는 표정 5종 세트 [팬싸] ‘계같은게’ 팬싸 스페셜떡밥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대 조회수를 찍은 게시물은 바로, 그것이었다.
게시물 11505 [팬싸] 보형버전 ‘누나잘자요’ / 보형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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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가방가!
오늘 팬싸에 뽑힌 영예의 전사들은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보형이가 건네준 ‘잘자요’ 밤인사.
저···집에 들어온지 몇 시간 째인데도 아무 것도 못 하고 있어요. 그 순간만 뇌 속으로 무한재생중입니다.
제가 영양제중독인 거 다들 아실텐데, 이 영상은 어떤 영양제보다 확실한 효과가 있습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
오늘 칼같이 질서정연한 우리 갓네임드 동료노예들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동료노예님들께 좋은 영양제 하나 세게 투척합니다.
다들…이거 보고 자알~ 주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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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 분이 보형양제님이셨군요. 스타트 끊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넙죽 받아갑니다. 복 받으세요!
└쏟아지는 떡밥들 봐…팬싸 떨어진 사람은 그저 웁니다. 시삽님이 팬싸 자료는 공유하는 걸로 룰 정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긴 한데…다음 번은 언제인가요T^T
└13번째 재생 중···
└오늘같은 날이 올 줄이야…메마른 갓네임드에 단비 내리사···
└오늘 가입한 따끈따끈한 새 노예입니다. 여기 주인님이 숨겨두신 땅문서가 있다고 들었는데···
└죽겠네요. 이름만 ‘잘자요’지 불면증 유발영상 아닌가요···
└19번째 재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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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카페 의 접속자 수는 최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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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팀장, 이거 조건이 너무 과하지 않아? 그래봐야 신인배우잖아.”
현성자동차 마케팅사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