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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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의 8년차 배우, 윤정군은 팀원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니 단장님이 노망이 들었나, 무슨 저런 풋내기들한테 공연 슬롯을 준다고···!”
줄라이는 반기(*6개월)마다 3번의 공연을 한다.
그리고 백이신의 강력한 건의로, 재작년부터 공연을 결정할 때 팀 경합방식이 도입되었다.
메인 연출가가 기획하는 봄 정기공연은 픽스이지만, 그 외 2번의 공연 슬롯은 단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프로젝트 팀들끼리 경합해서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변한 것이다.
그 이후로 줄라이의 분위기는 상당히 살벌하게 변했다.
공연을 해야 페이를 받고, 나아가 영화나 드라마 등의 제안도 받을 기회가 생긴다. 그러니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젊은 배우들에게 이 2번의 기회는 아주 크다.
“어린노무시키들이 티비로 떴으면 거기서나 잘 먹고 살 것이지, 연기의 연자도 모르는 것들이 극단에 굴러들어와서 박힌 돌을 빼내고 지랄이야.”
그런데 2개의 공연슬롯이 1개로 줄었다.
저 ‘연예인’들에게 슬롯 1개를 무조건 배정하겠다는 극단의 지침 때문이다.
지난 가을 공연 경합에서 떨어진 후, 이를 갈며 봄 공연 경합을 준비하고 있던 윤정군이 그 소식에 화를 감추지 못하자, 같은 팀원인 6년차 배우, 추세미는 냉정하게 말했다.
“선배. 신유명 연기 본 적 있어요?”
“어?…아니 나 드라마는 안 보잖아, 오글거려서.”
“영화는요? 발레리나 하이.”
“그건 내 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세미가 팩트를 지적해오자, 정군이 씹어먹을 듯한 기세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그 친구 연기 잘해요. 후보정빨이 얼마나 되는지, 호흡짧은 연기가 연극에서 먹힐지는 차치하고라도, 화면에서 보여지는 연기만 딱 봤을 땐 객관적으로 잘 하는 배우에요. 서류신도 어릴 적부터 유명했고.”
“그…래? 아니 그래서 세미 너는 우리 슬롯을 걔네한테 뺏기는 게 옳다는 얘기야?”
“그건 아니죠.”
그녀가 뾰족하게 잘라 말했다.
봄 공연 경합을 준비하고 있는 4팀 중, 1팀은 거의 확정 상태다. 줄라이에서 제일 잘 나가는 중견 배우 한 명이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고 나서는 바람에, 끕 되는 배우들이 그 쪽으로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미는 꼭 여주인공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정군의 팀으로 들어왔다. 나머지 3팀 중에서는 이 팀이 작품으로든, 출연진으로든 가장 유력했다.
따라서, 새로 들어온 팀이 한 슬롯을 차지하게 되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이 바로 정군의 팀이다.
넋놓고 앉아서 뺏길 수는 없다.
“선배, 가요.”
“응…어딜?”
“따지러요.”
“뭐? 어쩌려고?”
“극단에서 결정을 바꾸진 않을테니, 어린 애들이 울컥해서 제 발로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어야죠.”
“…그…그래.”
정군과 세미, 그리고 서너 명의 B팀 사람들이 유명네 연습실을 향했다.
쾅-
“안녕?”
“…안녕하세요.”
낯익은 얼굴의 두 젊은 남자와, 눈이 휙 돌아갈듯이 예쁜 한 여자.
정군이 그 화사한 비주얼에 움찔했지만, 세미는 직설적으로 치고 나갔다.
“나는 줄라이 소속 6년차 배우 추세미에요.”
“나는 윤정군이라고 한다!”
뒤늦게 정군이 눈을 부릅떴고, 함께 온 B팀 단원들이 팔짱을 끼고 뒤에 우르르 섰다.
그 시비조를 눈치 못 챘을 리 없는데도, 유명은 평온하게 물었다.
“네.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볼 일이라도?”
“줄라이 공연은 원래 경합으로 올라가는 거 알고 있어요?”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객원팀이 떡하니 들어와서 자리가 하나 준 거는요?”
“그건 극단에서 정한 일이니, 그 쪽에 항의하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만.”
맞는 말이다.
상대가 너무 담담히 반응하자 세미는 속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말을 안 꺼냈으면 모를까, 이제는 우겨보기라도 해야 한다.
“이렇게 굴러 들어와서 거저먹는 거 좀 양심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력에 자신이 없나?”
“경합, 저희도 참가하죠. 그걸 원하시는 거겠죠?”
“그…그래요.”
의외로 그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자신이 원했던 답을 뱉어냈다.
하지만 추세미는 원하는 답을 듣고도 기분이 찜찜했다. 그 말을 하는 신유명의 표정에는 전혀 발끈한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앞으로 할 일은 극단 줄라이가, 그리고 연극판에서 이만큼 굴러먹은 배우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것 뿐이었다.
“경합 때, ‘무대 연기’ 기대하죠.”
“저희도 ‘기대’하겠습니다.”
그의 말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렇게 또 2주의 시간이 흘러가고, 12월 초.
줄라이의 봄공연 분배를 위한 내부경합일이 다가왔다.
끝
ⓒ 글술술
2주 전, 그들의 줄라이 입소일.
“어떠세요?”
“조용하고 깨끗하네요. 여태 쓰던 반지하 연습실보다 쾌적해서 좋네.”
“선배, 그런데 이 건물 혹시 익숙하지 않은가요?”
“줄라이 극단 건물요? 공연보러 몇 번 와 봐서 익숙하긴 한데요···”
처음 줄라이 쪽 연습실로 들어가던 날, 유명은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리셋됐으니 기억은 없겠지만 혹시나 하고.
이번 공연의 백업으로 지인들이 포진한 이 아닌,
를 굳이 선택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백이신과의 약속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서류신.
원생에 의 간판이었던 서류신의 인생은, 자신의 회귀로 인해 크게 틀어졌다.
그것이 서류신 개인에게는 의미있는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줄라이에는 커다란 손실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줄라이에는 젊은 배우들을 이끌고 갈만한 확고한 주역감이 없다는 평이었다. 아마 서류신을 얻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
‘공연 경합제라···’
그래서 공연경합제 얘기를 들었을 때, 유명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줄라이의 배우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자신들도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어차피 참가하려고 했는데 하필,
첫 날부터 발끈하며 쳐들어온 기존 배우팀이 있기에 도발을 간단히 받아주었을 뿐이다.
“경합, 저희도 참가하겠습니다. 그걸 원하시는 거죠?”
그는 담담히 응수했다.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을 감추고.
그들이 나간 후에, 수연은 안절부절 못하며 물었다.
“이래도 되나요? 이 쪽 극단 배우들이 다 저희를 배척할 텐데 괜찮을까요?”
류신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잘됐네요. 무슨 작품으로 할까요?”
그리고 유명이 답했다.
“걱정하지 마, 수연아. 다들 연기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니,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 인정할 거야. 그리고 작품은…아무래도 2인극으로 해야겠죠?”
“그렇겠죠, 아직은.”
류신이 수연에게 힐끗 시선을 주더니 동조했다. 그녀는 아직 공연에 투입될 레벨이 아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 실제로 올릴 작품으로 경합하는 거 아닌가요?”
“원래 그렇긴 할 테지만…저희는 준비 시간이 별로 없으니, 연기만 인정받을 수 있다면 꼭 실제로 올릴 작품이 아니어도 납득할 것 같아요.”
유명은 어떻게든 수연의 벽을 허물어줘서, 본 공연엔 함께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 줄라이 내부 경합에 그녀를 올렸다간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그렇다면 본 공연과 경합용 공연을 분리할 수 밖에 없다.
“뭐 생각나는 거 있어요?”
“유명한 라이벌 구도가 뭐가 있을까요?”
“유비와 조조? 배트맨과 조커?”
“사자왕 리처드와 살라딘은 어때요?”
여러가지 대립 구도가 튀어나오는 가운데, 수연이 슬쩍 끼어들었고,
“음…괴도 루팡과 셜록 홈즈는요?”
“어?”
“오, 그거 재밌겠는데요.”
유명과 류신이 동시에 반응했다.
그렇게, 줄라이 내부경합을 위한 그들의 준비작은 로 결정되었다.
*
줄라이 건물 1층, 줄라이 극장.
오늘 이 곳에는 정단원과 준단원, 행정직을 포함해 수십여 명이 모여 앉았다. 외부 스케줄이 있는 배우들 몇 명을 제외한 전원이었다.
단장과 함께 심사단의 한 명으로 앉아있는 백이신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그는 지금 꽤나 신유명과 서류신에게 면목이 없는 상태.
-미안해. 내가 컨트롤했어야 하는데···
-아니에요 선배님. 룰이 그러면 따라야죠. 저희는 괜찮아요.
-그래도···
-저희도 재밌을 것 같아서 받아들인 겁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그렇지만, 그 이후로 극단의 분위기가 평소보다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연극 배우들은 그들만의 곤조가 있다.
무대가 좋아서 극단에 남은 사람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로 진출하기 위해 ‘연기를 익히러’ 극단에 가입한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극배우가 배고픈 직업인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연극배우들이 연기로만 생계를 꾸릴 수 없어 알바를 뛴다.
그런 그들에게, 연극을 거치지 않고 대박이 난 ‘스크린 스타’나 ‘브라운관 스타’는 어쩔 수 없이 꼬운 존재다.
‘다만, 연기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
그들은 모르지만, 신유명과 서류신은 ‘무대 출신’.
자신은 그 둘이 올라갔던, 눈을 도저히 뗄 수 없었던 무대를 직접 보았다.
그리고 아마도, 근 3년만에 보는 그들의 연기는 더욱 대단해졌겠지.
자신과 한솥밥을 먹는 줄라이 단원들이 ‘그 연기’를 보고도 다른 말을 할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기를 바랐다.
‘그나저나…기대되네.’
오늘의 경합에 참가하는 것은 메인 공연팀을 제외하고 총 5팀.
신유명의 팀을 빼면 기존 팀은 4개.
그 중 주목해야 할 것은 중견배우 임시성이 이끌고 있는 A팀과, 이번에 사고를 친 윤정군 추세미의 B팀이다.
A팀의 작품은
B팀의 작품은
그리고 새롭게 등록된 객원 팀의 작품은
‘루팡과 홈즈라니···!’
추리소설 매니아인 이신이 눈을 반짝였다.
다른 단원들도, 기존에 보지 못했던 레퍼토리에 호기심이 드는 듯 웅성였다.
“이거 원래 있던 연극 아니죠?”
“그러게요, 창작극인가? 원래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나 보죠?”
“경합에 올릴 공연과 실공연작이 다르다는 것 같던데요?”
그런 웅성임을 한 귀로 흘리며, 유명의 팀은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