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
그의 연기에 대한 반응은, 처참했다.
*
김철수 뿐이 아니었다.
곽기자 역도, 남사장 역도 유명은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리고 한상은 두번 다 유명의 직전 순번이었다.
보는 사람들이 수근거렸다.
“와 쟤 진짜 잘한다. 2년간 군대가 아니라 어디 연기 학교라도 다녀온 거 아냐?”
“그런데 한상이는 연기 실력이 팍 떨어진 거 같네. 작년엔 나쁘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러게. 너무 처지는데?”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한상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내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니야! 니들이 저 새끼 앞뒤에 연기해보라고!!!’
3시간만에 모든 오디션이 끝났다.
연출부는 자리를 옮겨 회의에 들어갔고, 수고한 단원들에게는 선배가 쐈다는 피자가 돌려졌다.
밥을 먹으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건 유명의 주변이었다.
“이야~ 너 진짜 연기 처음해?”
“아 네···”
“아무래도 천재 같은데?”
“천재는 무슨요. 집에서 대본 열심히 읽었습니다.”
“연습한다고 다 되냐. 연기 경력이 몇 번이 있어도 안 되는 애들도 있는데.”
한상을 흘깃 보며 얘기하는 선배였다.
한편, 건너편 강의실은 심각한 분위기였다.
“난 신유명이 제일 잘 한 것 같은데?”
“원영이랑 비슷했어. 그리고 창천에서 첫 연기에 주연을 주는 경우는 없다.”
“야, 최철주. 우리 2학년 때 그놈의 창천의 전통 개같다고 우리가 선배되면 깨버리자 그러지 않았냐. 잘하는 애가 있는데 나이 어리다고 순번 밀리는 게 말이 돼?”
“1장만 봤잖아. 연기에 센스가 있는 건 인정해. 하지만 3막 전체를 끌고 갈 힘이 있을 거 같아?”
준한은 고지식한 철주의 주장이 반복되자 이마를 짚었다.
“그래 주연은 그렇다치자. 곽기자는?”
“마찬가지야. 말은 조연이지만 전체 사건을 끌고가는 핵심적인 인물이야. 사실 준주연에 가깝지. 2학년 1학기에는 일러.”
“하아··· 이러니까 창천이 오디우스에게 밀리는 거야.”
화난 준한이 터부를 건드리자 철주가 버럭했다.
“뭐 이 새끼야?!”
“말이야 바른말이지. 서류신이 첫 주연한 게 언제냐? 입학하자마자야! 그러고 지금까지 오디우스 간판 스타고!
우리는 3학년이 되야 보통 첫 주연을 해볼까말까지. 그러니 주연의 카리스마나, 팬덤이나, 오디우스한테 밀리는 거 아냐.”
최철주는 준한의 팩트 폭력에 이를 갈았지만, 맞서 화내진 않았다.
늘 여유있고 능글능글한 준한이 이렇게 화내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다, 결국 자신의 뜻에 따라줄 걸 알고있기 때문이다.
“서류신은 아역배우 출신이잖아. 케이스가 달라. 그리고 연출은 나다?”
“네에 연출전하. 조연출은 오늘부로 사표쓸깝쇼?”
“신유명한텐 남사장 배역주자. 그 역도 꽤 비중있잖아. 원래는 초짜한테 그 정도도 줄 생각없었어.”
“…”
“니가 잘 훈련시켜봐. 그래서 주연감 됐다 싶으면 가을 공연 연출한텐 고려해보라고 부탁할게.”
2학년 2학기에 주연을 맡는 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아우, 최철주 진짜!”
“가자! 내 와이프!”
“아 꺼져!!”
연극판에서 연출은 아빠, 조연출은 엄마라고도 한다.
그들은 합격한 자식 명단을 발표하러 다시 대강의실로 향했다.
2003 창천 봄공연
김철수역 구원영/ 곽기자역 강석호/ 남사장역 신유명/ 이영숙역 배수현/ 김진아역 신나현
…남사장 부하1역 박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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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연습 첫과제
“배우는 연기하는 매순간마다 극중 인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메소드 연기론의 창시자라 불리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말입니다.”
오늘 수업은 재필의 간단한 강의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는 중간고사 전에는 긴 설명을 하지 않는다.
팀이 세팅되고 대본과 캐스팅을 결정하고 극을 만들어가는데 일절 참견하지 않는 그가 유일하게 하는 일은, 매 시간 초반 10분 정도의 짧은 멘트였다.
그건, ‘화두’라고 할 만도 했다.
“메소드 연기란 무엇일까요?”
재필이 강의실을 주욱 둘러보았다. 역시 이번 학기 학생들은 눈빛이 좋다.
“배우가 자신을 지우고 그 배역 자체가 되는 연기 방식-이라고 일반인들은 막연하게 생각하겠지만,
여러분들은 연극영화과니 알고 있겠죠. 메소드는 method라는 걸.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 즉 메소드는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유명은 재필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다 알고있는 내용이지만 저 교수는 일반적인 내용에서 깨달음을 뽑아내는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과거의 경험에서 이입의 단초를 찾는 방법, 자신의 외부적 조건을 변형시켜 배역에 동화시키는 방법-이건 드니로 어프로치라고 하죠,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신체적인 훈련을 강조했던 스즈키 메소드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재필이 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썼다.
M.e.t.h.o.d.o.f.M.i.n.e.
“중요한 건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메소드를 찾는 겁니다.”
그리고 마커 펜을 교단에 탁- 놓았다.
“중간고사 이후 여러 분들의 연기를 보고 어떤 메소드를 사용했는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아직 학생일 때에, 자신에게 맞는 1차적인 메소드를 발견한다면 앞으로 연기인생에 자산이 되겠지요.”
난도질을 예고하는 멘트에 강의실이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
“지난 주 휴강은 중간고사 이후에 보충하겠습니다. 대본 캐스팅 아직 제출 안한 조는 오늘까지 제출하세요.”
“네, 교수님-”
*
자유연습시간.
학생들은 5개의 무리로 나누어서 교실 한구석 씩을 차지했다.
그 중 앞쪽 창가를 차지한 조의 분위기는 어느 조보다도 뜨거웠다.
“알고있었어. 가능하다면 끝까지 모른 척 하고 싶었는데···”
슬픔에 가득 젖은 이 가련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남자다.
캐스팅 후 첫 번째 연습.
작은 몸짓, 어미 하나까지도 완연히 매력적인 여성을 구현해 온 류신의 연기에 유명은 흠칫 놀랐다.
‘과연 미래 의 간판···’
유명이 연기해 냈던 카리스마 넘치는 드래그 퀸과는 종류가 달랐다.
선이 섬세한 아름다운 얼굴의 남자는, 그 연기와 맞물려 정말로 여자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여성스러웠다.
“사랑해 프레디.”
자신을 올려다보는 턱의 각도.
힘을 채 주지 못하고 옷자락을 불안하게 붙잡은 손.
유명은 그 모든 동작이 계산 된 것임을 깨달았다.
거울을 보며 하나하나 찾아냈을, 가장 여성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동작.
‘연습벌레 라더니 정말이었구나···’
어느 평론가가 서류신을 일컬어 말했다.
존재감으론 공작, 재주로는 원숭이, 근성으로는 독사같은 배우라고.
유명은 마음깊이 류신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스스로를 사랑해봐요.”
혜선의 연기도 어색함이 없었다.
조금 까칠하지만 단단히 중심이 잡힌 어른스러운 남자가 혜선이 잡아온 캐릭터.
그것은 영화의 짐 허튼과는 조금 달랐지만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역시 오디우스의 여주 출신인가..’
며칠 사이에도 부쩍부쩍 느는 그들을 보며, 유명은 강렬한 자극을 받는다.
당장은 자신이 앞서 보일지 몰라도, 어린 친구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할 것이다.
‘나 또한···!’
지난 15년간, 보상없이도 노력해왔던 그의 열정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줄 때였다.
유명은 슬슬 시동을 걸었다.
암시하고, 몰입하고, 프레디가 되었다.
*
“조장은 진짜 사기네요.”
수업이 끝나고 유명이 교실을 나오는데, 류신이 툭 건드렸다.
“잠깐 시간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