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6
└많다니요. 이렇게 살과 뼈의 비율이 적절하고 선이 깨끗한 등은 흔치 않습니다.
└새로운/떡밥이다/새로운/떡밥이다/새로운/떡밥이다
└윗분 진정하시죠. 이성적으로 냉정하게…하앍!!
소진은 그 게시물을 해당 게시판의 공지로 만든 후, 로코코 광고를 버전별로 긁어와서 새로운 게시물을 작성했다.
게시물 75874 [단언컨대, 정답입니다.]
—————————————-
맞네요.
단련된 눈썰미로 단언컨데, 유명이 맞습니다. 03년이면 데뷔 전인데 모델 아르바이트라도 했었나 보군요.
이걸 찾아내신 회원님, 공로를 인정하여 골드회원으로 등업합니다.
여러분들의 팬심이 자랑스럽습니다.
—————————————-
└크흑…감동적입니다. 저도…저도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와…이 때 이미 태가 아마추어가 아니었네요. 그 때도 누군지 화제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로코코 원래 좋아하는데, 사재기 갑니다.
└유명인걸 아니까 갑자기 옷이 좋아보이네요. 저도 주문 갑니다!
└헉! 골드회원이라니!! 영광입니다ㅠㅠ 역시 제 눈이 틀리지 않았군요. 기쁩니다.
다음날부터, 로코코는 영문모를 대호황에 접어들었다.
나중에야 그 원인을 알게 된 디자이너 안즈는, 자신의 행운을 실감했다.
몸값 수 억의 자동차모델, 심지어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모델의 ‘뒷판’을 10만원에 고용한 셈이었다. 심지어 바이럴 마케팅은 덤으로.
그녀가 탄 진짜 ‘계’였다.
*
박진희는 새빨간 크루드를 타고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댔다.
삑-
그녀가 차를 대자, 주차장에서 마주친 1팀장이 말을 붙인다.
“오오, 크루드. 물량 딸려서 몇 개월 대기라는 걸 구했어?”
“포상으로 받았는데요.”
“뭐? 그걸 포상으로 받았다고?!”
“네, 사장님 지시래요.”
1팀장의 눈에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의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시기, 질투, 탐욕.
그것에 그녀는 작은 쾌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승진하기 전까지 상사였고, 몇 번 그녀의 성과를 가로챘다. 그녀의 실력을 눈여겨본 민상무가 신차 런칭 팀장으로 그녀를 발탁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회사를 박차고 나갔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 유명이도 만나지 못했겠지. 그걸 생각하니 그에 대한 짜증이 조금 누그러든다.
“언제 나온 거야? 잘 빠졌네.”
“어제 저녁에요.”
“실적이 화려하던데? 뭘 어떻게 한거야 도대체?”
현성은 합리적인 가격대에 합리적인 성능의 차를 제조하는 업체이다. 이 때까지 이렇다 할 enjoyable car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크루드가 기획되었을 때 사내에선 비판의 여론이 많았다.
모나미가 갑자기 만년필을 판다고 먹히겠냐고.
하지만 그녀는 현성이라는 umbrella brand(*개별 브랜드의 집합을 감싸안는 전체 브랜드)보다, 크루드 자체의 이미지를 충격적으로 박아넣을 만한 광고를 기획했고, 그 광고는 적임자를 만나 기대 이상으로 뽑혀나왔다.
크루드의 스펙이 받쳐줬기 때문에 이만큼 뜰 수 있었지만,
박진희의 기획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만큼 뜰 수 없었을 것이다.
“마법을 좀 부렸죠.”
굳이 그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다. 박진희는 그렇게 얼버무리며 ‘직장인답게’ 자르는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도 마법같았다. 평범한 직장인이 뇌쇄적인 매력남으로 단숨에 변화하는 광경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마법이라 느꼈으리라.
“광고 잘 나왔더만. 그거 진짜 박팀장 아이디어야? 대행사 애들이 좀 도와준 거 아니고?”
“제가 팀장님인 줄 아시나. 그 팀에서 몇 년 굴렀어도 다행히 그건 안 배웠어요.”
박진희가 코웃음을 쳤다.
받아쳐 주니 속이 시원하다. 어차피 민상무는 당분간 그녀의 편이다.
‘음?’
그런데…버럭 화를 낼 줄 알았던 1팀장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면서도 의외로 화를 참았다. 그러더니, 다시 억지웃음을 지으며 물어본다.
“신유명 씨네 회사랑 관계 좋아? 관계 잘 좀 다져봐. 앞으로 현성 다른 차종에도 모델로 쓰면 좋잖아. 안 그래도 지금 기획하는 광고가-”
“팀장님.”
“으…응?”
“거기 기획사가 ‘엄청’ 눈이 높아요.”
“그…래?”
“네. 아마 제 기획 이상으로 뽑아가셔야 겨우 읽어나 봐줄 거에요. 물론 팀장님 실력이야 알아주시니까 문제 없겠지만요. 인트라넷으로 매니저 연락처 드릴게요.”
“어. 으…응, 알았어.”
진희는 정중하고 사무적으로 그의 요청에 대응하고, 또각또각 걸어갔다.
크루드로 출근한 첫 날, 시작이 좋다.
앞길이 뻥- 하고 뚫릴 듯한 기분이었다.
*
-형, 당분간은 밖에 혼자 다니시면 안 돼요!
신유명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는 기록적인 흥행 스코어를 올리며 대세가 되었고,
윌리를 찾아라에 유명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무려 연예뉴스 상단에 올라올 정도로 화제이며,
크루드 광고 3분 버전은 다양한 패러디를 실시간으로 양산하고 있었다.
“아…안녕하세요.”
연습실로 들어가는 중, 한 명의 배우가 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요즘 줄라이 배우들의 확연히 달라진 시선을 체감했다.
노골적으로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배우들도 있다.
신유명, 서류신.
2006년 초 최고의 화제를 구가하는 배우들이다.
는 주연 천성연보다, 류신이 더욱 화제가 되었다.
그만큼 폭군의 삶을 살다 간 컴플렉스 덩어리의 사내의 순정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의미였다.
아쉽게도 윤한성과 신유명, 두 메인배우 모두가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는 려말선초보다는 화제성이 떨어졌지만, 원생의 2배 이상의 관객동원을 하고 있었으니 충분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들의 연극에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자연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씁쓸한 광경이지만, 유명은 그 마음을 너무나 이해했다.
그 또한 원생에서, 배역 하나, 캐스팅 한 번. 그것이 얼마나 절실했던가.
“안녕하세요···?”
특히 자주 들이대는 배우가 추세미다.
경합 때도 느꼈지만 욕심이 많은 배우다. 그 정도의 실력도 있었다. 의 톡톡튀는 맛은 대부분 추세미가 살려냈다.
“저…영화 잘 봤어요.”
“아, 보셨어요. 감사합니다.”
“연기 너무…인상깊게 봤어요. 그 때 무례하게 군 거 미안해요. 그 정도 배우인지 알았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아니에요. 저희도 재미있었는데요.”
유명이 웃어주자 용기가 났는지 세미가 담아두었던 말을 꺼낸다.
“혹시 준비하는 극에 추가배역은 없나요?”
“아…아직 대본 만들고 있는 단계라···”
“티오 있으면 저도 꼭 좀 불러줘요.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어서. 아, 물론 저를 콕 집어서 불러달라는 건 아니고, 오디션이든 뭐든 자신있으니까.”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줄라이는 주요 배역을 맡을 사람들끼리 팀을 짜서 경합을 벌인 후, 뽑힌 팀이 여타의 배우들 중에서 나머지 배역을 캐스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도 현재는 메인 배역들끼리 연습중이지만, 디테일이 추가되다 보면 다른 배역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줄라이의 배우들이 맡게 될 것이다.
그녀라면, 상당히 유력한 후보가 되겠지.
그리고, 복도가 꺾어진 길목에서, 그 이야기를 들어버린 한 사람이 있었다.
‘부럽다…저 자신감.’
수연은 사라지는 추세미의 뒷모습을 보았다. 강렬한 성격파 배우, 카리스마 있고 멋진 여배우다. 수연은 ‘도시남녀’에서 세미의 연기를 상당히 인상깊게 보았다.
그리고 불안해졌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들의 옆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내게 있을까.
자신에게서 무엇을 보았기에, 자신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것일까.
그러나 무조건적인 기회는 아니다.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수연은 얼마 전에 유명이 한 얘기를 떠올렸다.
-수연아. 나는 네게 커다란 재능과 그걸 막고 있는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그건 언젠가는 해결될 거고, 너의 재능이 개화할 거라고 믿어.
위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느껴지는, 과분한 평가.
하지만, 가능성과 자격을 냉정히 가르는 이성적인 목소리.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배우를 가능성만으로 무대에 올릴 수는 없어. 공연연습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에, 네가 어떤 계기를 맞기를 바라. 그걸 위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지만, 그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연은 선배와 나, 둘이서 준비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는, 안타까운 어조로 덧붙였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되지 않아. 나를 믿고, 조금 더 마음을 열어줄 수 없을까.
마치 가져본 적 없는 제대로 된 부모처럼, 엄격하고 따뜻했다.
*
류신은 오늘 영화관련 일정으로 연습에 불참했고, 유명과 수연은 부지런히 체력 연습과 연기 연습을 마쳤다.
그리고 마주앉아, 본공연의 연습으로 넘어갔다.
오늘 그들이 시작한 연습의 이름은 이러했다.
정신병원에 갇힌 동화 속 주인공들. 그들의 사연에는 조금 제정신이 아닌 몰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은 이라는 연습법을 만들었다.
본인이 그 배역이 된 상태에서 하는 진실게임.
그 배역의 성격과 사연을 구축한다.
캐릭터의 성격대로라면 입 밖으로 내지 않을 이야기도 ‘진실게임’이기에 솔직하게 쏟아낸다. 거기서 얻어진 감정과 대사들을 다시 배치하고, 대본으로 엮어낼 것이다.
이에 필요한 것은, 배역에 대한 치밀한 구성과 몰입.
“진짜 웬디로 할 거야?”
“네, 그 쪽이 좋을 것 같아요.”
“웬디는…이 중에서는 제일 정상적인 인물 아니야? 어떤 부분을 본 건데?”
원래 유명은 수연에게 ‘팅커벨’을 추천했다.
팅커벨의 피터팬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해 웬디에게 퍼붓는 이유없는 증오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였으니까.
그에 비해 웬디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아이다. 동생들을 잘 돌보고, 피터팬의 무리에 속한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되어준다.
그런 웬디에게 수연은 어떤 문제를 발견한 것일까.
“시선의 차이이긴 한데, 정신과 증상이라는 게 꼭 액티브하게만 나타나는 건 아니니까요.”
수연의 대답에 유명이 갸웃했다. 묘하게 전문용어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
“저는, 웬디를 의존성 인격장애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피터팬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하죠. 웬디가 정원에 핀 예쁜 꽃을 따서 엄마에게 선물하고 그걸 받은 엄마가 말해요, 우리 웬디- 언제까지나 이렇게 귀여운 아이로 있었으면 좋겠다-”
유명이 책을 넘겨서 그 부분을 찾아본다.
“굉장히 프로토타입의 딸이죠.”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네버랜드로 건너갔을 때는 피터팬과 다른 아이들이 요구해요. 웬디- 우리들의 엄마가 되어 줘. 우리들에겐 엄마처럼 상냥한 사람이 필요해.”
“그렇지.”
“상대가 ‘이런 아이’가 되기를 기대하면, 웬디는 ‘그런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해요. 본인이 이런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상대의 자신에 대한 기대를 따르죠.”
그녀의 말이 기묘한 열기를 띤다.
그녀 내면의 무언가가 프리즘같이 웬디를 굴절시켜 투영시킨다.
유명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기울였다. 평소의 그녀와 다르다.
그런 유명의 시선에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쉰 그녀가, 입을 연다.
“…그런 ‘웬디’라면 몰입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요.”
“…?”
“이건, 웬디라는 틀을 빌린, 제 이야기거든요…”
그녀에게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