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0
일반 여론도 그랬을진데, 유명을 사수하는 최전방에 서 있는 팬클럽이야 말할나위가 없었다.
게시물 155172 [매거진Q 항의메일 보내실 전사들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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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큐 감상부터···
유명아…살려줘···
너라는 늪에 더 깊이 빠져서 지금 입 위쪽까지 잠겼다.
여기서 좀 더 깊이, 코까지 빠지면…나 숨막혀서 죽을 것 같아…헉헉.
그런데 다큐 보고나니까 더 열받네요. 저렇게 연기에 진지한 배우를 본인 이름값 높이려고 매도한 사람들에겐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가장 심했던 게 매거진Q의 신응수 영화평론가더군요.
매거진Q에 이메일 보내서 앞으로 신응수씨의 평론을 계속 싣는다면 매거진Q는 구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꼭 유명이 때문이 아니라 영화 팬으로서, 본인의 소설을 사실인 양 배설하는 평론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참여하실 갓드 회원분은 [email protected]으로 항의메일 부탁드립니다.
다만 저희 카페 기조와 같이, 감정섞인 화풀이성 메일보다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컴플레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유명아, 넌 내 게 아니지만 난 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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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합니다. 지금 바로 메일쓰러 갑니다.
└지지합니다. 그런데 아직 입만 빠지셨어요? 전 이미 늪 속에서 잠수중. 쾌적합니다.
└찬성. 저도 갑니다. 아참 늪에 완전히 빠지더라도 걱정마세요. 우린 아가미가 있잖아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컴플레인! 완전 지지합니다.
└메일 샘플 올렸습니다.
└시삽/공지 처리합니다.
다큐가 방영된 금요일 밤,
팬카페의 온도는 끓어넘칠 정도로 뜨거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날은 팬들이 ‘천재적인 배우 신유명’만이 아닌, ‘노력하는 인간 신유명’을 제대로 발견한 날이었으니까.
게시물 155236 [펑펑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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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왠지 모르겠지만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나 유명이를 보면 너무 대단하고 멋있어서 뿌듯하기만 했는데,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내 배우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그 바탕에 얼마만한 노력이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나니, 쉽게 ‘얘는 천재다’라고 떠들고 다닌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저는 오늘부터 배우 신유명의 팬이 아니라, 끊임없이 ‘행동하는’ 인간 신유명의 팬이 되려고 합니다. 끕이 안 맞는 작품을 한다 해도, 연애를 한다 해도, 연기를 쉬겠다고 해도, 유명이의 뜻이라면 무조건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치열하게 고민한 결론일 테니까요.
언제까지나 저렇게 즐겁게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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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보는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려서 제대로 못봤습니다. 슬픈 내용은 하나도 없었는데···
└공감합니다. 팬클럽 전체가 이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시삽/좋은 글이라 공지 처리합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하아…모두 맞는 말입니다. 정말 감동했습니다.
간증, 떡밥, 서류신에 대한 호감과 설수연의 미모에 대한 찬양, 내일 오픈되는 첫공연 표 자랑과 실패자들의 절박한 [구합니다] 글들.
온통 흥분에 휩싸인 분위기 속에,
5월 27일. 이 개연하는 날이 밝았다.
*
“우와아아아!!”
“22.8%!!”
“미쳤다아아아! 이거 다큐국 역사에 남을 기록 아니냐.”
“반pd 사고 제대로 쳤네, 쳤어!”
다큐국 한 켠에서 뻥- 하고 환호가 터졌다.
아침 8시. 아직 출근시간도 안 되었지만, 편집하다 밤을 새거나, 밤새 달린 후 어딘가에서 널부러져 있던 까치집 머리의 직원들이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그 인원은 세 명이 다섯 명이 되고, 곧 열 명이 넘었다.
그만큼 대단한 소식이었다.
22.8%. 연중 시청률 탑이라는 다큐도 10% 중반대를 넘기기가 힘들다. 잘나가는 예능이나 괜찮은 드라마 시청률이라고 해도 믿을 만하다.
최근 인기가 대단한 연예인을 다뤘다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다큐가 시청률 20%를 넘겼다는 것은 대형 이슈가 될 만한 일이었다.
그 날 남국장의 입이 찢어졌다.
“아이고, 우리 아우님 오셨습니까.”
“아, 남국장님. 왜 이러심? 제가 언제부터 아우였다고?”
“…까불래?”
“에헤이. 오늘은 제가 뭐라고 해도 우쭈쭈해 주셔야 할텐데···?”
블라인드를 내린 다큐국장실에서 반pd가 쇼파에 거의 반쯤 드러눕듯이 앉았다.
“아이고, 편집하느라 피곤해서 서 있지를 못하겠네에···”
“앉아. 편하게 앉아. 아니다, 그냥 누워. 거기서 한숨 잘래?”
“큭큭. 아침부터 국장님한테 불려갔다 왔다면서요? 뭐, 좋은 얘기 좀 들으셨나?”
“어후, 막 화면 고급지다고…국장님이 생각하신 그림이 딱 그런 그림이었다고 포장 이-쁘게 하느라 고생많았다고 아주 그냥…너네 팀 불러서 오늘 회식할까? 소고기 콜?”
“소고기 콜에 2차로 장어 레이스! 근데 포장 이쁘게 한 건 없어요. 오히려 톤을 좀 죽였지.”
의외의 말에 국장이 귀를 쫑긋 세웠다.
“톤을 죽여? 왜?”
“진짜 말이 안 되는 배우에요. 타고난 재능도 어마어마한데 그걸 200% 쓰는 타입이라고 할까? 연기에 목숨을 건 느낌? 제가 감탄하는 만큼 다큐의 톤을 하이 피치로 갔으면, 진짜 연예인 홍보 다큐 얘기 나왔을 걸요.”
“…그 정도야?”
“네. 그래서 처음 생각보다 전체적인 톤을 많이 누른 거에요. 인터뷰에서도 폭풍 칭찬들은 제외하고 담담해보이는 걸 고른 게 그 정도···”
“헐···”
남국장은 믿기지 않는듯이 고개를 갸웃갸웃 하더니, 이번에는 다른 칭찬을 했다.
“그런데, 반순호 아직 안죽었데? 화면 배치며 구성이며 멘트며 아주 있는 재주를 다 갈아 넣었더만?”
“제 재주의 딱 12%만 사용했는데요?”
“…나머지 88% 발휘해볼 생각 없냐?”
“뭐요, 또 뭐 시키게!”
“아깝잖냐. 국장님이 슬쩍 2부 얘기하시던데. 공연 과정을 추가 취재해서 넣어도 좋고, 그게 안 되더라도 남은 소스는 많을 거 아냐? 좋은 그림 많은데 60분밖에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잘라냈다면서. 내가 이번엔 120분 편성 받아올게.”
그 말에 반pd가 정색을 했다.
“안 돼요.”
“왜?”
“허락도 안 해주겠지만, 허락한다 해도 제가 안할 겁니다. 그렇게 얼굴 팔아먹어도 되는 친구가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이렇게 반응 좋은데 추가 노출되면 그 쪽도 좋은 거 아냐?”
“인기 얻고 돈 버는 게 목적인 사람이면 몰라도, 그 친구는 아니거든요. 대중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해 있을 때, 이 배우가 이렇게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다, 딱 한 번은 괜찮아요. 그런데 이걸 재탕 삼탕하면 그 때부턴 말 나오죠. 목적이 뭐냐, 신인배우를 다큐로 이 정도 띄우는 건 과한 거 아니냐, 기타 등등. 이건 우리 좋자고 신유명씨 앞길에 흠내는거죠.”
“흠…그 정도로 못할 짓은 아니잖아. 그 쪽도 조금 흠이 난다해도 얻는 게 더 클 것 같은데. 소스도 너무 아깝고···”
“국장님도 보시면 아실 거에요. 그 정도 흠집도 내기 싫을만큼 보물같은 배우에요. 그리고 저도 생각이 있어요.”
“무슨 생각?”
“3년정도만 지나면, 세계적인 배우가 될 겁니다. 그 때 2부 찍어야죠.”
“뭐?!”
남국장이 기가 차다는 듯이 그를 째려보았다.
“제가 이미 밑밥깔고 왔어요. 나중에 헐리우드 진출해서 대박나면 2부 찍게 해달라고. 아직 너무 먼 얘기같은지 웃으면서 알겠다고 하던데, 얼마 안 걸릴걸? 아, 그러면 나 헐리우드 출장 보내줘야 해요, 형? 맨날 드라마국 애들만 사이판 발리 가고, 다큐국은 남미 아프리카만 도는 시스템 이 반순호가 끊어 보겠습니다!”
남국장의 주먹이 슬그머니 올라왔다가,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 내려갔다.
오늘은, 오늘은 참자. 그는 속으로 참을 인을 백 번 새겼다.
하지만, 반pd의 밑밥이 신의 한 수였음이 밝혀지는 것은 그리 오랜 시일 후가 아니었다.
*
“네, 진감독님. 네에- 시나리오 받았죠. 아 지금 공연준비 중이라서 아직 보여주진 못했어요. 네 공연 끝나면 꼭 확인하라고 하겠습니다. 걱정마세요.”
“어어, 손 작가님. 드라마요? 아직은 공연 중이라…뭐 일단 저희는 배우가 하고싶은 작품 시킨다는 방침이라서…네- 네에-”
사방에서 굿엔터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을 확인하고 가려받아야 할 정도로.
회사의 팩스가 계속해서 돌아가며 대본을 토해냈다. 이미 산더미처럼 쌓인 대본더미 옆에 따로 그것들을 추가했다. 굿엔터로 들어오는 대본이 아니라 신유명을 지정해 컨택하는 비공개 대본들.
‘대단해, 정말.’
유석은 혀를 내둘렀다.
기획사를 10년 가까이 운영해왔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엄청난 스타덤에 오르는 배우는 처음이었다. 그것이 몹시 대견하면서도, 거기에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되나를 생각하면 우울해졌다.
유명을 처음 만난 것이 2004년 8월이었다.
데뷔는 2004년 12월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때 연예학개론과 팬텀이 동시에 릴리즈되었으니.
그리고 고작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의 입지는 한국의 20대 배우 중에선 독보적일 정도가 되었다.
려말선초가 천만을 찍은 것 때문에 생긴 거품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유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연예학개론 때도 그렇고, 다큐 때도 그렇고,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과 기회들이 짜고 치는 것처럼 적절하다. 이것은 본인이 타고난 운이다.
아니 운이라기보다는, 잡은 기회 하나하나를 이슈로 만드는 그의 실력일지도.
[다큐멘터리 배우, 기록적인 시청률로 화제] [신유명 서류신의 당일 개연에 관심 초집중]유석은 앞에 쌓인 신문과 잡지들을 보았다.
바로 오늘이다.
유석은 자켓 안주머니에서 의 초연 티켓을 꺼냈다.
그의 공연을 앞두고 자신은, 업무를 하는 자세가 아닌 작품을 관람하는 팬의 마음이 된다.
그것은 라는 취미를 구상하면서 유석이 궁극적으로 바래왔던 목표.
‘이래서야 나한테 배드한 조건이라 배드엔터라는 네이밍의 의미가 사라지는데···투굿엔터로 이름을 바꿔야 하나···’
그가 피식 웃으며 걸려오는 전화를 미수신 처리했다.
이제 공연장을 향해야 할 시간이었다.
*
공연 당일 줄라이극장 앞은 새벽부터 분주했다, 아니 전날 밤부터.
극장 매표소 앞에는 현장판매티켓을 사기 위한 줄이 주욱 늘어졌다. 찾아왔다가 늘어선 줄의 길이를 보고 가망이 없음을 예감하고 돌아간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어어, 저 밴 서류신 차 아냐?”
“서류신이다!!”
“류신 오빠!!! 으아아아악!!”
극장 앞에 멈춰선 밴이 류신을 뱉어냈고, 그는 매니저가 몸으로 막아주는 가운데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 고개를 숙이더니 극장 안으로 사라졌다.
“고생하셨네요, 형.”
“유명씨는 더했을 것 같은데, 괜찮았어요?”
“뒷문으로 들어왔죠.”
“뒷문이 있었어요? 아, 나도 가르쳐 주지.”
함께 몇개월간 합을 맞추면서, 둘의 사이는 예전보다 많이 편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류신은 끝까지 말을 놓지는 않았다. 유명 또한 류신에게 말을 놓으라고 재차 종용하지 않았다. 그가 그것에 부여한 의미가 있는 모양이고, 그것이 그의 연기에 더욱 날을 세우게 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었다.
“후회 남지 않을 공연을 해요.”
“신나게요.”
류신이 내민 손을 유명이 마주 잡았다.
그 때 수연이 정문에서 산발이 되어 뛰어들어왔다.
“으악- 저 죽을 뻔 했어요.”
“하하. 무슨 깡으로 저걸 뚫고왔어.”
“저는 유명인이 아니니까 괜찮을 줄 알았죠.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싸인해달라고 해서…으으.”
“앞으로는 너도 같이 픽업해 와야겠다. 이미 유명인 됐어. 기사난 거 못 봤어? [다큐 에 등장한 요정같은 여배우에게 쏟아지는 관심세례]”
“으악, 하지마요.그게 뭐야!”
얼굴이 새빨개지는 수연을 귀엽게 바라보며, 유명과 류신이 웃었다. 마음의 문을 연 후로는 의외로 개구지고 발랄한 모습이 많이 드러나는 수연이었다. 자신도 모르던 원래 성격인 모양이다.
“다들 빨리왔네.”
“누나, 어서와요.”
“앞에서 안 시달렸어요, 언니?”
“뒷문.”
“우우…역시 줄라이짬밥.”
추세미가 시크하게 걸어들어와, 가지고 있던 키로 극장 문을 열었다.
정면으로 무대가 보인다.
앞으로 3주간, 그들이 살아갈 무대.
“후아…기분 묘하네요.”
“그러게요. 줄라이 극장에 한두번 서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기대되기는 처음이네.”
“저..잘 할 수 있겠죠?”
“당연하지. 토할만큼 연습했잖아. 연습량을 믿어.”
그들은 서로 한 번씩 등을 두드린 후, 무대 위로 올라가 연습을 시작했다.
공연 당일이지만 빼먹지 않고, 기본 연습세트들을 모두 마쳤다.
오후 2시, 전체 리허설.
오후 5시, 분장과 의상 스탠바이.
오후 6시, 테크니컬 리허설.
그리고 오후 7시 10분, 관객 입장이 시작되었다.
125 피터팬 개연
소근소근.
불이 꺼지기 전의 객석에 앉아 사람들은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그럴 때 조금만 귀를 기울여 보면, 이름모를 사람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어떡해…저 심장이 멎을 것 같아요.”
“얼굴 딱 보는 순간 정신줄 놓고 대사도 못 들으면 어떡하죠?”
“저 이거 당첨됐을 때 혀 깨물었잖아요. 너무너무 간절히 바래서 꿈꾸는 게 아닌가 하고.”
팬클럽에서 온 사람들.
“무대와 객석이 엄청 가깝네. 이렇게 가까이서 하면 연기할 때 부담되는 거 아닐까?”
“아빠도 참, 괜한 걱정을. 그 때 친척들 앞에서도 낯빛 하나 안바꾸고 연기했잖아.”
“힘들지 않으려나 모르겠네. 도시락 싸온 건 전달했지, 지연아?”
“했어요. 호철이한테 전해줬어.”
“너는 오빠 매니저한테 호철이가 뭐니?”
“아니, 걔가 먼저 누나누나하면서 말 놓으라는데 어떡해.”
가족들.
“진짜 같은 동아리었다고?”
“네. 그 때도 어마어마했어요. 저녀석 보고 아…나는 취미수준이구나, 취미로만 남겨야겠구나 했죠.”
“그럼 사 주임도 연기를 했었다는 거네. 잘했어?”
“글쎄요…뭐 나름 주역을 여러 번 하긴 했었지만, 프로에 비교할 건 못되죠…”
“어쨌든 덕분에, 이걸 다 보네. 내가 이런 운이 있었을 줄이야.”
“그 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고, 제가 만들어 드린 겁니다?”
지인들.
“어제 다큐 봤어? 려말선초 너무 재밌게 봐서 좋은 배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정도로 대단한 앤 줄은 몰랐네.”
“어, 너무 멋있더라. 그런 연기를 눈 앞에서 본다고 생각하니까 종일 찌릿찌릿하더라고.”
“운이 좋았어 그치? 그 때 전화예매가 한 번에 연결돼서…”
일반 관객들.
방문한 사유도 목적도 다양한 사람들이지만,
그들 모두의 얼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흥분, 어린아이같은 신남
이 작고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질 낯선 세계에 대한 진한 설렘.
그리고 한 명은, 거기에 더해 또다른 설렘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후우…제발 공연 잘 빠졌어라…’
아직 앳된 얼굴의 사회 초년생 남자가 기도하는 심정으로 앉아있었다.
윤진성. 그의 직업은 기자.
의 프레스 티켓(*취재진에게 배당되는 입장권)은 둘째 날부터 아주 소량 풀렸다고 했다. 우정일보 문화부 신입기자인 그는 초연 예매를 위해 전날 밤을 새며 지정예매처에 대기했다.
선배들은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했지만, 신유명에 관심이 높았던 그는 기자가 아닌 팬으로써도 꼭 초연을 보고 싶었고, 겨우겨우 예매에 성공했다.
그런데 전날 다큐가 터진 것이다.
그제서야 선배들의 압박이 들어왔다. 본인에게 티켓을 넘기지 않겠냐는.
선배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진성은 포기할 수 없었다. 막 수습 딱지를 뗀 그에게 이번 공연은 실적을 보여줄 천금의 기회였다.
그리고, 연극팬으로서도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공연이기도 했다.
이왕 눈총을 샀으니, 기사를 잘 뽑아내야 한다.
데스크에서 리젝되지 않고, 최소 중단 이상에 실릴만한 좋은 기사.
기사’깜’이 되는 재밌는 장면들이 많기를 그는 기도했다.
“안녕하세요, 신유명이라고 합니다.”
포켓에서 걸어나온 배우를 보고 객석 어딘가에서 꺅- 하고 작은 비명이 터졌다. 그 팬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입을 막았다.
“귀한 시간을 내서 저희 공연을 보러와주신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보니 공연 중 핸드폰 진동소리가 울리면, 다른 관객분께 방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몰입 중인 배우의 흐름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핸드폰은 매너모드가 아닌 전원 오프로 꼭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몇 명이 주섬주섬 폰을 꺼내어 전원을 꾸욱 눌렀다.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들어가면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됩니다. 저는 여기서 신유명으로서 인사드리고, 다시 나올 때는 피터팬이 되어서 오겠습니다. 공연에 집중해서 즐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유명이 허리를 꾸벅 숙였다.
찾아온 관객 중에는 자신과 서류신의 팬들도 있기 마련.
‘공연’에 집중해서 즐겨달라는 말의 의미는, 신유명과 서류신이 아닌, 연극 에 집중해달라는 것.
굳이 그가 직접 나와서 관객 인사를 한 것은, 공연 중에 첫 등장을 하면 아까와 같은 팬심으로 인한 함성이 나올 것이 우려되어, 미리 얼굴을 보인 그의 배려였다.
유명이 다시 무대를 비우자,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며 이윽고 암흑이 찾아왔다.
그리고 밝고 경쾌한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ding ding–
경쾌한 음악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