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
‘이 녀석, 의외로 예리한 구석이 있단 말이야···’
“그럼 꼭 도움될 만한 조언은 어땡.”
“오, 그건 고맙지!”
“근뎅 도와 주면 내 기운이 또 조금 너한테 간당.”
“그래? 당분간은 이 정도가 좋은데…얼마나 오는데?”
“숫자로 얘기하면 존재감 2 정도?”
스읍…유명이 입맛을 다셨다.
너무 높은 존재감이 오히려 방해가 될까봐 적당히 받았지만, 2 정도 늘어난다고 문제는 없다. 하지만,
‘왜 도와주는 반대급부로 존재감을 주지? 둘다 나한테 좋은 건데?’
이상하다.
거래의 기본이란 기브 앤 테이크 아닌가.
그런데 처음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존재감을 받는 게 마치…유명이 대가를 치르는 것처럼···
‘아니, 내가 또 무슨 억측을 하는거야.’
유명은 이상한 생각을 묻어버리고 미호를 얼굴 높이로 들어 눈을 마주했다.
“좋아. 거래 성립!”
[연귀와의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연귀의 존재감을 받으셨습니다.] [존재감 56(29+27)/100]갸릉-
만족스럽게 목을 울린 미호는 제 털 한줌을 손에 쥐었다.
은을 녹인 듯 찰랑거리는 액체가 엷은 막을 형성하는 것을 유명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소년 프레디. 마지막 표정 연기해봐랑.”
유명은 잠시 눈을 감고 순식간에 몰입한 후, 소년 프레디의 자신만만하지만 고집센 표정을 얼굴에 그려냈다. 그 모습은 그대로 은막에 거울같이 투영되었다.
“오케이. 청년 프레디. 첫 표정 연기해봐랑.”
유명이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그 순간 눈썹이 처지며 눈이 가늘어졌다. 입은 살짝 벌어졌다.
메리를 처음 만났을 때 반한 표정이자, 소년에서 청년이 된 자세와 몸짓.
미호가 만족스러운 듯 양쪽 귀를 움찔거렸다.
“됐엉.”
그리고 은막을 향해 중얼거렸다.
“익스트랙트 스틸. 어레인지 레프트 라이트 엔드.”
그 말이 떨어지자 소년 프레디의 한 컷이 스틸로 캡처되어 나와 왼쪽에 배치되고, 청년 프레디는 오른쪽에 배치되었다.
“디졸브 몽타주. 5컷.”
두 프레디가 겹쳐졌다 분리되며 수많은 프레임이 늘어졌고, 그 중 5컷이 분리되어 나왔다. 컷마다 1/5씩 눈썹이 쳐진다. 1/5씩 입이 벌어진다.
왼쪽으로 갈 수록 소년 프레디, 오른쪽으로 갈 수록 청년 프레디에 가까운 얼굴이 된다.
유명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일반적인 슬로모션과는 달리 처음 표정과 마지막 표정이 아예 달라서 표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거얌. 무표정에서 웃는 표정을 천천히 짓는 건 쉽지만, 웃는 표정에서 우는 표정으로 천천히 변하는 건 어렵징. 쓰는 근육이 다르니캉.”
조그만 털뭉치가 깐깐한 표정을 지으며 유명이 고민하던 부분을 정확히 집어낸다.
“표정이 변하는 중간과정들을 보고 스틸이 가능하도록 연습해봐랑.
스틸들을 몸에 기억시킨 후에, 5컷의 스틸이 프레임으로 돌아가게끔 연기하는 거당.”
앞뒤 2컷을 더해 총 7컷의 스틸이 은막위에서 돌아갔다.
프레임당 0.5초씩의 스틸된 표정들이 인상적으로 뇌리에 꽂힌다.
연속동작이 아닌, 정지동작의 연속.
설핏 소름이 돋았다.
“고…고마워.”
“고맙긴 뭘, 다 서로 좋자고 하는 건데.”
유명은 아무렇지도 않게 발을 핥고 있는 미호를 내려다보았다.
천년 넘게 연귀로 살아왔다고 했으니, 연기론에 대해서도 베테랑인 걸까···
까딱하면 방심하기 십상인 이 작은 귀물(鬼勿)은 한 번씩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유명은 제 눈 앞에 동동 떠다니는 은막을 달고 거울 앞에 섰다.
첫 번째 스틸의 표정을 짓는다.
조금 수축된 상태에서 정지한 근육들이 부들부들 떨렸다.
*
드르륵-
다들 합심해 책상과 의자를 뒤로 밀었다.
오늘 이 곳은 무대다.
구석에서 배우들은 마지막으로 대본을 들여다보고, 스텝들은 그 옆에 붙어서 분장과 의상을 손질해주고 있다. 연영과 학생들이라 그런지 그 손길이 사뭇 프로답다.
유명도 귀 밑까지 오는 더벅머리 가발을 어색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와 류신이 대박!”
가발을 쓰고 분장을 마친 메리. 걷고 행동하는 제스처들마저 여자같다.
오늘 연기의 녹화를 위해 카메라를 잡고 있는 조교는 부지런히 류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과에서도 어지간히 스타 대우를 받는 모양이다.
소란스럽던 강의실은 교수가 들어오자 잠잠해졌다.
그는 강의실 뒤쪽으로 밀린 책상 중 맨 앞줄의 가운데에 앉아, 책상 위에 스톱 워치를 탁 놓았다.
“팀당 공연 시간은 15분. 한 팀 끝나고 다음 팀 시작하기까지 준비시간은 2분입니다. 미리미리 세팅들 하시고 시간 잘 지키세요.”
“네-”
“역순으로 갑니다. 5조부터.”
재필은 안 하던 짓을 했다. 1조의 순서를 가장 뒤로 미룬 것.
교수로서 공정하고자 하지만 가장 기대되는 공연이 1조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제법 잘하건, 배역의 카오스로 코미디가 되건, 뒤쪽 공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재필은 공정하기 위해서 한 선택이라며 스스로와 타협했다.
“5조, 작품은 을 각색했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bgm이 흘렀다. 여학우들이 많은 이 조는 등장인물이 전원 여성인 대본을 택했는데 주인공은 남학우가 맡았다.
전원 메이드복을 준비한 의상부터 분장까지 많은 준비를 한 티는 났지만, 70년대 정극을 그대로 따온 대사들은 메소드 연기를 지향하기엔 지나치게 형식미가 넘쳤다.
재필은 팔짱을 끼고 뒤로 기대어 앉아 극을 감상했다.
그 뒤로도 여러 극들이 이어졌다.
-00년 화제작이었던 바이센테니얼맨을 각색하여 가사로봇을 연기한 4조.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세일즈맨 역할을 여학우가 맡은 3조.
-인형극을 사람이 대체하여 연기한 2조.
학생들의 열연을 재필은 흐뭇한 표정으로 감상했지만 머리속으로는 평론가의 시선으로 낱낱이 해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1조, 프레디 머큐리를 소재로 한 자작극입니다.”
기다리던 차례가 왔다.
배우는 공연 전 미리 무대중앙에 나와,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안고 머리를 파묻었다.
극이 시작되고 bgm의 전주가 깔린다.
무대에 웅크리고 있던 남자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첫 대사가 뱉어진 순간,
재필은 등받이에 기대있던 등을 떼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흐뭇한 웃음이 걷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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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잘하는 배우의 아우라
Ooo. you make me live
당신이 나를 살아가게 합니다.
Whenever this world is cruel to me
세상이 나에게 잔혹하게 굴 때마다
I got you to help me forgive
당신이 있어 세상을 용서합니다.
Ooo. you make me live now honey, Ooo. you make me live
당신이 나를 살아가게 한답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
bgm과 함께 치직거리며 녹음된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c major의 밝고 아름다운 선율. 하지만 번역된 가사는 자못 처연하다.
오직 한 명이 그를 살아가게 한다면, 그 사람이 사라질 때엔···?
무대 위에서 웅크리고 있던 배우가 고개를 들었다.
나즉히 독백을 뱉는다.
“하루하루,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내 몸은 썩어가고 있지만, 정신만은 평온하다.”
오싹-
재필은 첫 대사에 미소를 지웠다.
대사의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목소리. 탁성.
탁한 목소리가 오오라가 되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