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3
‘아니, 이게 왜 여기에···’
{해외 상연권 꽤 여러 군데 팔렸다면성. 이 쪽에도 팔렸나 보넹.}
‘그런가 보네.’
극장 이름과 위치를 확인한 후, 유명은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화관에는 정말로 가 번듯이 상영되고 있다.
프랑스 영화 중에 조우한 자신의 첫 영화. 유명은 저도 모르게 표 한 장을 샀다.
낯선 프랑스어 자막이 화면의 한 쪽에 깔려있는 채로, 유명은 오랜만에 발레리나 하이를 감상했다.
그사이 연기가 늘었는지,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보일 때마다 기억해 둔다.
영화가 끝나고, 객석을 빠져 나가려던 무렵이었다.
[저…혹시 팬텀 역의 배우 아니신가요?] [아 네, 맞습니다만···] [맙소사. 영화 너무 감명 깊게 봤어요. 싸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요.]관객 중 한 명이 방금 전에 화면 안에서 본 배우를 알아보았다.
대화를 엿들은 주변 사람들도 깜짝 놀라 다가온다. 삽시간에 작은 싸인회가 열렸다.
유명은 외국인이 싸인을 받으러 몰리는 낯선 경험에, 당황과 기쁨이 섞인 채로 싸인을 해 주었다.
저녁에는 약속이 있었다.
프랑스에 오면 반드시 자신에게 들러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던 칸의 권력자가 자신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알로! 저 신유명입니다. 발롱 씨.] [유명 씨!! 도착했나요? 지금 데리러 가겠습니다.]발롱 파루지에와의 만남이었다.
*
[여행은 어땠습니까?] [무척 좋았어요. 런던, 빈, 짤즈부르크, 베로나, 로마…유서깊고 아름다운 도시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프랑스도 그 이상으로 아름답지요. 거기다, 술이 좋지 않습니까.]고급 와인을 세련된 손짓으로 따르며, 발롱은 은근슬쩍 제 나라 부심을 드러냈다.
[와인이 향이 무척 좋네요.] [특별히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유명씨는 여행 중에, 영어가 무척 많이 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발롱의 자택에 초대되어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유명은 궁금하던 이야기를 꺼냈다.
[류신 형은 잘 지내는가요? 벌써 파리로 간지 네 달이 넘었네요.] [위고가 일주일에 두 번은 전화와서 ‘그 멍청이! 빡대가리!’ 하고 짜증을 내다가, ‘지저스, 그 녀석은 최고야. 내 후계자감이다!’하고 극찬을 하다가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 물론 후계자 어쩌구하는 헛소리는 서류신씨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습니다만.] [하하, 위고 씨 답고, 류신 형 답네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단히 잘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위고가 지휘하는 브라이즈 극단은 파리에서도 손꼽는 극단인데도, 류신 씨를 주연으로 따로 작품을 올린다는 걸 보니 매우 인정받고 있는 거겠죠.] [잘됐군요! 그런데 프랑스어로 공연하는 것 아닌가요? 언어 문제는 어떻게···] [작품이 이반 투르게네프의 입니다.]아아-
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품이라면, 주인공은 게라심이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노.
농노의 자격으로는 사랑할 자격조차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가장 사랑하던 강아지를 스스로 목졸라 죽이는 비탄한 인물.
보고싶다. 류신의 게라심.
생각에 잠긴 유명을 보며 잠시 고민하던 발롱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유명 씨.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혹시 세련 씨, 파리에 와 있는 것 알고 있습니까?]유명이 흠칫했다.
세련이 파리에 와 있다고…왜···?
[사실 을 보러 한국에 갔을 때 세련씨도 만났습니다. 그 때까지도 열심히 재활 중이었지만 진척이 느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발레 쪽에서 유명한 재활전문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러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그 때는 말씀을 하지 않고···?] [세련씨가 부탁했습니다. 가기 전에 유명씨를 만나게 되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다고 하더군요.]발롱이 그들의 사이를 짐작하고 있는 듯, 깊어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되도록 재활에 성공하고 나서, 만약 재활에 실패하더라도 약속한 3년은 지난 후에 만날 거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의지에는 대단히 감탄했습니다만…무척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 한 번 쯤은···]그러자 유명이 조용히 대답했다.
[본인의 판단을 존중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발롱은, 고개를 깊이 숙인 청년을 바라보며, 세련도 유명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약속한 바를 지키겠다는, 그리고 그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는 신뢰는 저 나이대에 갖기 어려운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단단하고 깊기에 가능한 일.
그럼에도 그녀를 도와준 것이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이라는 듯이 고개를 깊이 숙인 청년을 위로하기 위해서, 발롱은 애써 명랑하게 목소리를 북돋았다.
[별 거 아닙니다! 그래도 정 고마우시다면,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면 어떻습니까?]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요.] [제가 오래 후원해 온 극단이 있습니다. 거기 단원들 앞에서 연기를 한 번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단원들이 개안할 수 있는 기회일 것 같은데.]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명은 잠시 망설였다.
여행 중의 연기는 계속 미호가 해 왔다.
하지만 발롱 씨와 극단의 배우들이 보는 가운데 미호가 연기하는 것은, 길 위의 낯선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과는 파장의 정도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미호가 제대로 된 극장에서 한 번이라도 연기해보게 해 주고 싶다.
그래서 발롱 씨에게 촬영되지 않도록 당부해볼까 생각하고 있을 때,
스윽-
갑자기 몸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하겠습니다. 서류신 배우가 준비하고 있다는, 를 저도 연기해보고 싶네요.]{미…미호?}
놀란 유명에게, 미호가 속삭였다.
{여태까지 배운 것, 테스트당. 네가 연기하는 거당.}
141 단막극
극단 vague.
프랑스의 휴양도시 니스의 지역극단 중 하나. 그 곳의 배우들은 오늘 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의견은 두 파로 갈린다.
[외부인을 데려와서 연기를 보여준다니, 굳이 왜?] [오래 후원해 준 것은 감사하지만, 발롱 씨의 뜻을 알 수가 없군. 대단한 배우라고 극찬하던데, 우리도 대단한 배우라면 늘 보고 있잖아. 앙투안보다 나을 리는 없을텐데.] [동양에서 왔다니, 뭔가 특이한 재주라도 있는 걸까?]발롱이 데려온다는 손님을 꺼림직해하는 파와,
[미네르바 극장에서 수입해 온 발레리나 하이라면 나도 봤지. 무척 독특하고 멋진 연기를 하더군.] [발롱씨에게 들은 바로는 피터팬이라는 연극이 무척 흥미롭던데, 혹시 여기서 그걸 보여주려나?] [재미있는 연기였으면 좋겠네.]뭔가가 벌어질 예감에 눈을 빛내는 파.
‘앙투안보다 나을 리는 없다’라고 누군가가 단정짓듯 얘기한 배우, 앙투안 모니에는 극단 바그의 신예배우들 중 대표 주자였다.
그는 극장의 뒤쪽 벽에 기대어 서서, 어느 쪽 그룹에도 동조하지 않으며 분위기를 관망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 검은 눈, 남부 프랑스 출신다운 여유로운 미소를 디폴트로 장착한 미남 배우는,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차며 빙그레 웃음을 띠고 있다.
‘위고 씨가 데려갔다는 배우보다 한 수 위라는 거지? 과연 어떤 배우일까.’
그는 위고 비아드가 연출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위고의 괴팍한 성미도, 까다로운 취향도 겪을만큼 겪어보았다. 파리의 브라이즈 극단으로 소속을 옮기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저 말려 죽일 일 있어요? 몇 개월간 영화로 볶이는 걸로 충분하다구요.
자유롭고 대범한 성미의 그는 위고에게 잘 맞춰주는 편이었지만, 그만큼 그의 성격에 진절머리를 냈다. 앙투안에겐 남프랑스의 공기가 잘 맞았다. 느긋하고 따스한, 자유로운 공기. 파리는 촬영 때 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 까다로운 위고가 꽂혔다는 동양인 배우와, 그보다 더 대단하다는 오늘의 손님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삐걱-
앙투안의 호기심이 점점 커져가고 있을 때, 드디어 극장의 입구가 열렸다.
[친애하는 우리 배우님들. 잘 지내셨나~] [발롱씨~] [오, 앙투안. 잘 있었나. 게리는?] [연출은 스폰서 호출로 급하게 나갔어요. 저희끼리 잘 관람하라고 했습니다.] [그거 아쉽네. 게리도 보면 무척 좋아했을 텐데. 아참, 이 쪽은 신유명씨라고 해. 한국에서 온 배우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발롱씨가 흠뻑 반한 배우시라면서요?]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부끄럽습니다, 하하.]입구 가까이 있었던 앙투안이 유명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서글서글한 눈빛에 예리함을 감추어 그를 스캔한다.
키는 보통. 깔끔한 인상에 예의바른 미소의 동양 남자. 첫인상만으로는 배우로서 끼가 넘쳐보이는 느낌은 아닌데.
[오늘 연기, 기대하겠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첫인상과 달리, 자신의 말을 자신감있게 받아치는 남자를 앙투안은 조금 놀라 쳐다보았다.
*
‘앙투안 모니에···’
유명은 놀란 기색을 감추며, 그가 내민 손을 마주잡았다.
아직은 신인이지만, 곧 프랑스에서 손꼽는 배우가 될 남자다.
인터넷이 더 발달한 이후, 한국에서도 이 남자의 팬이 상당수 생겨난다. 여자를 홀리는 분위기를 타고 났다는 평가답게, 지어 보이는 웃음이 남자도 반할만큼 멋지다.
앙투안을 필두로 다른 배우들과도 잠시 인사를 나눈 유명은 무대 위에 올랐다.
객석 여기저기를 차지한 이십 여 명의 배우들을 앞에 두고, 유명은 간략한 작품 소개를 했다.
[오늘 보여드릴 작품은 ‘아반 투르게네프’ 작 입니다. 연기는 전체가 아닌 일부발췌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원작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략히 배경을 설명드리겠습니다.]주인공은 게라심.
날 때부터 귀머거리에 벙어리였던 농노 게라심은, 그가 가진 괴력 때문에 여지주의 눈에 들어 도시로 와서 저택의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가 첫 정을 준 것은 타티야나라는 하녀였다. 하지만 여지주는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낸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최대한 사람에게 정을 주지 않고 살아가던 게라심이, 죽어가는 강아지를 구해낸 후, 두 번째 정을 주는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유명은 시작하기에 앞서 몇 가지 주문을 했다.
첫 번째는 조명. 극장의 불을 모두 끈 상태에서, 가운데에 조금 넓은 스팟 조명 하나만을 켜 줄 것을 부탁한다. 밝기는 조금 어둡게. 말을 할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게라심의 세계가 갑갑한 느낌으로 밝혀지도록.
스팟 조명이 켜지자, 조명과 어둠 사이의 경계선 즈음에 준비해 온 작은 강아지 인형 하나를 얹어둔다.
그리고 음향.
미리 준비해 온 테이프 하나를 내민다.
[음질이 썩 좋지는 않겠지만, 이걸 틀어주시면 좋겠군요.]그리고 유명은, 스팟 조명의 정중앙에 섰다.
[3일 전 발롱 씨에게 부탁받고 급하게 준비한 것아라서, 음향 소품같은 보조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다만, 연기로는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앙투안은 다시 한 번 그의 정중한 자신감에 조금 놀랐다.
[시작하겠습니다.]무대 위의 배우는 농노 게라심이 되었다.
조명 안이 저택인 것처럼,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못을 치고, 짐을 들어 옮기며, 빗자루를 들고 청소한다.
‘상당히 마임이 정교한 배우네.’
앙투안은 그 때까지는 가벼운 감상을 떠올리며 무대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무뚝뚝하다.
일을 하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단 한 조각의 웃음도 떠오르지 않는다. 처음부터 감정 없이 조형된 것처럼, 표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벽돌같은 얼굴.
탁탁- 한참 일을 하던 그가 손을 털더니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는다. 그리고 둥근 조명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양.
그 때,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끼잉- 낑-
강아지가 앓는 소리.
그는 작은 강아지를 발견하고 두 손에 받쳐 든다.
조명이 가장 밝은 가운데를 지나, 반대편 경계로 옮겨 놓는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남자의 얼굴은 무심했다.
남자는 소매로 강아지를 슥슥 닦아내고, 자신의 옷을 벗어 강아지에게 덮어준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가 양손으로 무언가를 받치고 돌아와서 강아지의 입에 갖다댄다. 먹을 것을 구해온 모양이다.
여기까지 별 생각없이 지켜보던 앙투안은 갑자기 뜨끔하며 놀랐다.
싱긋-
메마르기 짝이 없던 남자의 얼굴에 한 줄기 온기가 스민다.
뻣뻣한 인상이 무두질을 한 듯 부드러워진다.
무표정에서 웃음을 짓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인데, 왜 그 웃음이 그렇게 눈을 사로잡는지 모를 일이다. 아예 감정이 없을 듯이 딱딱하던 사람이 내보인 첫 감정이라서일까.
남자가 인형을 치켜들었다.
“무···무······”
글로 쓰자면 무무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짐승에 가까울 정도로 원초적인 소리.
벙어리가 낼 줄 아는 유일한 소리.
말이 터지지 않아 가슴으로 내뱉는 듯한 신음에 두 번째로 가슴이 뜨끔한다.
그 때,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음향이 흘러 나오며, 남자의 신음과 섞여든다.
“무···무우···”
[무무라고?] [하하하, 앙리. 게라심은 무무 소리밖에 할 줄 모른다고.]그렇게 강아지의 이름은 무무가 되었다.
무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남자의 얼굴에는 표정이 생겼다.
이제 그는 신나게 비질을 마무리해 놓고, 강아지에게 뛰어들어가 얼굴을 부빈다. 무거운 물건을 한참 나르고 얻은 빵조각을 가지고 들어와 강아지에게 먼저 먹인다. 무무- 무무- 비명같은 음성은 환희로 가득 찬다.
‘저런…표정.’
앙투안은 손을 꾸욱 쥐었다. 말 한마디 없이도, 표정만으로 드러난다.
사랑스러워 죽을 것 같은 표정. 자그마한 어떤 것이 삶의 이유 자체가 되어가는 표정. 애틋함에 절어가는 표정.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람은 배신해도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는 강아지를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어떤 것을 사랑하는 얼굴의 최상급이라고 할만큼, 표정이 달달함의 극에 달했을 때, 비극은 시작된다.
[저 강아지는 어디서 온 거니? 아주 사랑스러운 개야.]테이프에서 재생되는 카랑카랑한 노파의 목소리. 게라심의 주인인 여지주이다.
[저 개를 데려오도록 해.]컹- 커엉! 컹컹!
[정말 멍청한 개야! 주인한테 오지 않다니, 뭘 무서워하는 거야?] [아직 낯설어서 그래요.]음향으로 저택의 여러 사람들과, 강아지의 울음 소리가 재생된다. 하지만 게라심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땀흘리며 묵묵히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일하는 도중에도 무무를 떠올리는지 설핏설핏 웃음을 흘리면서.
[참 귀여운 개야.]컹컹! 으르르···.컹!!
어머나–
[아니 이 놈의 개가!! 어쩜 이렇게 사나워!]낯선 이의 손길에 무무가 이를 드러냈나보다.
여주인은 귀엽다던 칭찬을 싹 거두더니, 악다구니를 쓰며 개를 저주한다.
그 사이에도 콧노래를 부르며 일만 하는 게라심을 보며 관객들의 불안감은 점점 고조된다.
[오늘부터 당장 그 개가 안 보이도록 해!]남자가 뒷걸음질로 강아지 인형을 툭- 걷어내자 인형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무무는 팔려간 것이다.
*
“무ㅡ무ㅡㅡ”
울부짖는 것일까, 강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일까.
처절하게 터지는 울음소리가 쩌릿쩌릿할 정도로 가슴을 울린다.
남자가 뛴다. 고개를 숙여 저 아래쪽을 바라보고, 발돋움을 해서 저 멀리를 살펴보기도 한다. 필사적인 손짓과 몸짓으로 개의 행방을 묻는다. 그러면서도 답답한지 가슴을 퍽퍽 친다.
절박함.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가 단 하나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의 절박함이 저릿하게 전해져 온다.
발롱은 혀를 내둘렀다.
피터팬을 보았을 때도 그랬지만, 이 배우의 연기는 늘 상상 이상이다.
가볍게 꺼낸 얘기였다. 작은 즉흥극 정도를 기대하고.
하지만 그는 말미를 얻은 3일동안, 발롱의 지인들을 통해 몇 가지 목소리를 녹음해 줄 것을 부탁했고, 강아지 소리의 음원도 부탁해 데모 테입을 만들었다.
그 열정보다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배우들은…지금쯤 짐작했을까?’
어둠 속으로 사라졌던 그는 강아지 인형을 안고 나타난다.
팔려간 곳에서 도망쳐, 제 발로 돌아온 무무.
“무우···..!”
터지는 환호. 눈물이 줄줄 흐른다.
손을 덜덜 떨며 강아지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한없이 쓰다듬는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애틋하게.
그리고는 외투를 들더니 강아지를 그 밑에 감추고 꽁꽁 싸맨다. 절대 남들이 보지도, 데려가지도 못할만큼 아주 꽁꽁.
그리고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강아지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일을 나간다.
뻘뻘-
땀이 흐르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그는 열심히 일한다.
태연함을 가장한 채 평소의 두 배로 열심히 일하고 들어온 후, 한없이 밝은 얼굴로 외투를 들친다. 그리고 강아지를 품에 안고 춤을 추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끼잉- 끼이잉–
강아지의 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발롱은 섬찟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