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9
확실히 그들이 만들어낸 극은 노고가 여실히 보이는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저 조는 다른 팀원들도 훨씬 똑똑하고 연기를 잘 하는 것 같은걸? 우리 팀의 수준이하의 배우들과는 다르잖아!’
효준이라고 처음부터 다른 팀원들을 돕지 않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효준의 기준으로 너무 당연한 것들을 하지 못했고, 그는 몇 번 조언해본 후 이건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 되는 사람들을 억지로 끌고가기에는 너무 시간이 빠듯했기에, 혼자서도 끌고 갈 수 있는 극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저 정도 팀원들만 있었어도···’
‘아니, 애초에 우리는 연출이 아닌데, 왜 팀장에게 연출의 역할을 기대하는 거야? 그리고 서바이벌 상황에서 왜 협력을 해야하는 건데.’
마음에 들지 않는 그가 입술을 삐죽 내민다.
‘하지만 저 극은…객관적으로 우리 극보다 훨씬 볼만하긴 했어.’
기분은 나쁘지만, 보는 눈이 삔 것은 아니다.
그가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유명이 이끌어낸 팀의 결과물이 자신의 것보다 확실히 좋았다는 데 있었다.
*
40조까지 모든 팀의 시연이 끝났다.
[39조도 좋았다, 그치?] [그래도 오늘은 압도적으로 34조···] [후, 그건 당연하고.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났지?]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은 미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너는 이 프로 알고 있었잖앙. 그럼 떨어질 사람들과 붙을 사람들이 대충 구분되는 거 아니냥?}
‘글쎄. 방송을 챙겨본 게 아니라 기사 정도만 본 거고, 심지어 오래 전 일이라서 거의 잊었어. 그래도 당시 우승자 정도는 기억나지.’
{혹시 쟤냥?}
‘아니, 그런데 네가 짚은 배우는 이후 꽤 뜬 배우기는 해.’
참가자석에는 유명의 눈에 익은 배우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그 중엔 카일리 언쇼의 작품이라는 떡밥에 낚여 참가한 기성 배우들도 있지만, 무명 엑스트라에 불과하다가 이 프로그램 이후 지명도를 얻은 배우들도 있다.
미호가 짚은 사람은 캐스팅보트 이후에 대성한 케이스로, 유명도 좋아하던 배우 중 하나이다.
‘우승자는…저기 저 친구였어.’
유명이 알려주는 인물을 보고 미호가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흠…내 취향은 아닌뎅···}
다시 제리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잘 했든 못 했든 시험이 끝나 홀가분한 기분.
이제 심사위원들의 채점과 결과 발표만 기다리면 되겠다-라고 모두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아아, 여러분 최종 선발에 들어가기 전에, 기쁜 소식을 알려드립니다!]그가 저렇게 환하게 웃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
참가자들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최초엔 5만 명이 넘던 인원이 40명까지 줄어든다고 하니 불안하시죠? 갑자기 동료들을 잃을 생각을 하니 옆구리가 허전하시죠?] [……]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바로 또다른 동료 배우들!] [?!]제리의 뜬금없는 소리에 참가자들이 화들짝 놀랐을 때, 유명은 뭔가를 떠올렸다.
‘그들이구나. 슬슬 등장할 때가 되었겠다 했지···’
[모두 뒤를 보세요!]200개의 머리가 한 곳을 향한다.
참가자석 뒤편에 위치하던 거대한 거울.
스튜디오 밖으로 빠져나갈 때 한 번씩 비춰보며 머리를 정리하기도 했던 거대한 거울 속에 불이 번쩍 들어왔고,
밝아진 매직미러 너머로 여덟 명의 얼굴이 드러난다.
[으헉···!] [뭐야. 객석 뒤에 저런 게 있었어?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참가자들이 극도의 패닉에 빠져 웅성거리고, 그 모습을 카메라는 신나게 촬영하고 있다.
그리고 제리 하이도 신나게 외쳤다.
[해외 각지에서 섭외된 배우들이, 여러분의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합니다!]시드 배우들의 등장이었다.
*
시드.
우수한 선수끼리 처음부터 대전하게 되지 않도록, 강자를 특정한 대전 위치에 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배우들은,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시드 배우들입니다.]각양각색의 의상과 분장을 입고 등장한 8인.
그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참가자들의 표정은 잔뜩 구겨진 채였다.
특히, 연기를 진지하게 공부하던 참가자들일수록 더 심각했다. 그들 사이에서 해외 작품을 찾아보다가 보았던 낯익은 면면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배우들은 이미 일정 이상의 연기력과 지명도를 인정 받은 분들로, 예선을 건너뛰고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예선에서 본선으로 넘어갈 40명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고, 본선참가자가 총 48명으로 늘어나는 것 뿐이니까 그렇게 쫄 필요는 없다구요!]제리의 설명에 순간 안심했던 참가자들은, 잠시 후 깨달았다.
당장 본선의 합격자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단 하나의 우승 자리에 도전하는 경쟁자가 늘어난 것이므로 결국 불리해진 건 마찬가지라는 걸.
[액션 스쿨 클래스 배정을 하려면 시드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들도 예선 통과자들과 같은 4인극을 준비했습니다. 다만 시드 배우들은 이번 단계에서는 탈락하지 않습니다.]의상을 입고 있다 했더니, 역시 공연이 준비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공연 관람은 언제나 환영인 유명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그 때 미호가 묻는다.
{어? 저 녀석은 그 때 그 녀석 아니냥?}
‘…맞네, 앙투안 모니에.’
발롱 파루지에의 요청을 받고 를 시연했던 니스의 지역극단. 그 곳의 대표 얼굴이자 프랑스의 떠오르는 신예 배우.
미호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던 유명은 그의 바로 옆에 위치한 여성을 알아차리고 흠칫 놀랐다.
‘와…마르타 가르시아. 그러게, 그녀가 여기 나왔었지.’
원생에서 유럽 영화계에서 원탑 여배우로 불리던 마르타 가르시아.
독특한 분위기의 그녀는, 화면에서는 더욱 설명하기 어려운 흡입력을 자아낸다.
그녀가 신인 시절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것이 이제야 기억이 났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그녀는 이 오디션의 우승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후에 결국 카일리 언쇼의 작품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이 철학적인 이름의 공포 영화는, 유명이 공포물 중 최고의 수작으로 꼽는 영화였다.
수녀 역을 맡은 마르타 가르시아는 세상의 멸망을 계시받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저주를 심는다.
그 저주가 자라나면서 그녀의 몸이 변해가는 고통의 과정과, 저주에 파묻히지 않기 위해 신을 부르짖는 기도, 결국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하기까지의 연기는, 공포 영화의 카테고리를 넘어서는 예술적인 흡입력이 있었다.
07년 현재 시점에선,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
그러고보니 카일리 언쇼는 마르타 가르시아를 이 오디션에서 발굴한 것일까···?
시드 배우들이 공연을 시작했다.
4명씩 2개의 조 중,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역시 앙투안과 마르타가 속한 조.
공주와 왕자 역을 배정받은 그들은, 그대로 화보로 제작해도 될만큼 근사했다.
그리고 시드 배우들의 공연까지 본 유명이 살짝 고개를 기울인다.
‘이거 혹시···’
*
200명의 배우들.
50개의 조.
40석의 합격석.
추가로 놓인 8개의 의자에는 시드배우들이 미리 자리잡았다.
20%의 합격률, 이라고 한다면 크게 낮은 확률은 아닌 것 같은데, 한 조 당 합격자가 한 명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바늘구멍이 좁아 보인다.
[두구두구~~ 지금부터 드디어 본선에 진입할 40명의 합격자를 발표합니다!] [……] [먼저, 팀 성적을 공개합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팀은···!]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린다.
연기를 잘한 팀도, 연출이 기발했던 팀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만족했던 한 팀.
그리하여 데렉 맥커디를 심사평 도중 이례적으로 무대 위로 소환한,
그 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듯이.
[34조, 축하드립니다!]짝짝짝짝짝–
페이스와 제프리, 카이가 감격하여 유명을 덥석 끌어안았다.
-50개의 모든 조들 중에서 최고의 공연을 보여준다면요?
처음 4명이 모였을 때 유명이 했던 말.
치기어린 자신감, 혹은 자신들을 회유하기 위한 감언이설, 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말은 이렇게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팀원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한 덩어리가 된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팀’
그 성과를 제대로 음미하기도 전에,
더 큰 과실이 떨어진다.
[우승 팀 특전으로, 34조는 4인 모두 본선에 진출합니다! 축하해요!]숨겨졌던 특전이 드러나고,
어안이 벙벙해진 팀원들은, 그만 눈물을 터뜨렸다.
유명의 말대로 이 과제는 팀원간 경쟁이 아닌 팀플레이였으며, 그들은 나란히 본선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유명은 본선행 첫 티켓을 거머쥐고,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합격자석으로 향했다.
반면 그들의 기쁨을 바라보는 경쟁자들의 표정은 더욱 굳었다.
단숨에 4개의 자리가 쑤욱 사라졌고, 각 조 4인 당 0.8명의 합격률은 0.73명으로 훅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합격자 발표가 쭈욱 이어졌다.
두세 명의 합격자를 내는 조도 있지만, 단 한 명도 합격자를 내지 못한 조도 많았다.
도효준도 비판은 받았지만, 그 연기력을 인정받아 무난히 본선에 진출했다.
33조의 합격자는 그 혼자였다.
그렇게 40명.
시드 참가자들을 더해 48명의 배우가 본선에 남았다.
기쁜 표정의 본선 참가자들에게 제리가 말한다.
[자, 여러분들은 이제 촬영을 마치고, 함께 생활할 숙소로 이동하게 됩니다.]어느 용기있는 참가자가 큰 소리로 물었다.
[어제와는 다른 숙소인가요?] [그렇습니다. 어제는 200명의 참가자를 수용하기 위한 대형 숙소였지만, 오늘 방문할 곳은 앞으로 액션 스쿨 파트가 종료할 때까지 함께 거주하게 될 곳.]뒤쪽의 화면이 팟- 하고 켜진다.
[이 곳의 이름은, 액터스 하우스입니다.]화면 속에 커다란 건물이 비추어진다.
안락하고 멋지게 인테리어된 숙소와, 작고 큰 연습실들이 차례로 지나간다.
넓은 정원과 작은 수영장까지 딸려있다.
이만한 장소를 이 프로그램 하나를 위해 만들어내다니, 과연 미국의 쇼비즈니스는 한국과 규모가 다르다.
아니, 그만큼 TW가 이번 프로그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겠지.
[오늘 푹 휴식을 취하신 후, 내일 이곳에서는 액션 스쿨의 클래스 배정이 시작됩니다.]그 말에 다들 눈을 번쩍 뜬다.
[여기 계신 네 심사위원들이 48명의 본선참가자를 12명씩 맡아 클래스를 진행할 겁니다.단 한 분의 심사위원에게만 선택당한다면 바로 그 클래스에 배정되지만, 한 참가자에게 여러 심사위원의 관심이 쏠린다면?
참가자에게도 선택의 기회가 있으니 오늘 밤 어느 심사위원과 함께 하고 싶은지 잘 고민해 보세요.]
클래스 배정.
그것이 내일 진행될 촬영의 내용이었다.
163 막힐 땐 보형이!
액터스 하우스에는 4인 1실로 쓰는 방이 13개 있었다.
남녀가 4인 단위로 끊어지지 않을 것을 감안한 모양이었다.
같은 팀원은 같은 방으로 배정하기로 한 것인지 제프리와 카이가 한 방이 된 것까진 좋았는데, 마지막 한 자리에 효준이 들어오자 분위기가 조금 썰렁해졌다.
[안녕하세요.]카이의 인사에 고개만 까딱한 효준이 유명에게 한국어로 말한다.
“축하해요. 유석 형이 좋아하겠네요.”
“고마워요.”
유명은 부드럽지만 더 말을 붙이기 어려운 단답으로 말을 받더니, 카이에게 시트를 각 잡아 정리하는 법을 마저 알려준다.
[와아, 이거 뭐에요? 마법인가요? 도저히 사람이 정리한 시트같지 않은데···] [한국 남자는 군대에 가거든.]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효준은 트렁크를 본인 자리에 내버려두고 바깥으로 나갔다.
제프리가 그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더니 묻는다.
[뭐라고 한 건가요? 분위기 엄청 살벌하네.] [그냥 인사했어요. 같은 소속사라서.] [아…저 사람과 같은 소속사였어요? 거기 어딘지 대단하네. 그만한 배우를 둘이나 데리고 있다니··· 그런데 원래 사이 안 좋아요? 아님 같은 대본으로 우리 조한테 발려서 그런가?] [그냥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요. 동료 배우죠.]유명은 제프리에게 대답한 후, 자신의 시트도 바로잡았다.
저녁은 출장 뷔페였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48인의 합격자를 위해 야외 테이블에 푸짐한 음식들이 세팅됐다.
자신의 조에서 혼자 선발된 사람들은 어색하게 서로 모여 인사를 나누면서 밥을 먹고 있다.
화기애애하게 모여있는 34조원들에게 부러운 시선이 쏟아진다.
거기에 페이스가 가담했다.
[워후. 여자들 방에선 신유명씨 얘기로 난리났어요.] [무슨 얘기요?] [뭐 저런 배우가 있냐, 연습할 땐 어땠냐, 전형적인 미남은 아닌데 볼 수록 멋있어 보인다, 특히 연기할 땐 엄청 매력적이다, 여자친구 있다고 하더냐 그런 거?] [어…음···]페이스의 가감없는 전달 러쉬에 유명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갈 때, 누군가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유명씨, 오랜만이에요?]앙투안 모니에.
전체 참가자 중에서도 손꼽히게 수려한 미남자가 다가오자 페이스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얼른 옆으로 한 걸음을 비킨다. 의외로 수줍음이 많은 성격인 모양이다.
앙투안이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듯 고개를 까딱하고, 유명을 온전히 마주보았다.
[네, 안녕하세요. 위고 씨는 잘 계시죠?] [여전하시죠, 뭐.] [류신 형도 보고 싶네요. 따지고 보면 본 지 몇 달 안 됐는데.] [서류신 배우라면 여기 오기 전에 파리에 들러서 인사 나눴어요. 유명씨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정말요? 엇, 그런데…앙투안 씨는 제가 여기 참가할 걸 알고 계셨나요?]그 말에 앙투안 모니에는 씨익 웃었다.
[그럼요. 유명씨 때문에 여기 참가했는데요.] […?] [제 성격이 느긋한 편이라, 남프랑스가 딱 맞고 파리도 복잡해서 잘 안 가는데, 이런 번잡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 유명씨의 를 보고 나서 결심한 거니까요.]그가 젠틀한 눈빛에 미묘한 경쟁심을 흘리며 손을 내민다.
[같이 즐겁게 지내요.]유명이 그 손을 맞잡았다.
*
다음 날.
그들은 어제와 다른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200석 이상의 객석이 마련되었던 전날과 달리, 약 50인의 참가자에게 알맞은 작은 소극장 느낌의 스튜디오.
하지만 소담해 보이는 것은 카메라에 비치는 무대일 뿐,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 여러 대의 카메라와 장비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이 공간은 액션 스쿨 스테이지 내내 무대로 활용된다고 했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차례로 한 명씩 무대에 불려나간다.
먼저, 본선진입과제의 메이킹 영상이 비추어진다. 해당 인물의 주요한 활약이나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그것을 본 후, 4명의 심사위원들은 참가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는 ‘왜 팀장에게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죠?’같은 압박질문들도 포함된다. 특정한 연기를 요구해보기도 하고, 예전에 지적했던 부분에 발전이 있었는지를 테스트해보기도 한다.
각 심사위원에게 배부된 12장의 카드, 그 카드로 최대한 실력있는 참가자를 데려오기 위해 그들도 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팀에 훌륭한 참가자들이 많을수록 방송분량도 많아지고, 자신들의 명성도 증가한다.
그게 아니라 해도 다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자존심 높은 인물들,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이 초반에 나가 떨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선택은 극도로 신중해진다.
[저는 캐스팅을 포기하겠습니다.]지금 올라가 있는 참가자는 네 심사위원의 선택을 모두 받지 못했다.
그는 부끄러움과 아쉬움에 무대에서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어차피 클래스 배정에서 탈락은 없다. 결국에는 누군가에게 배정될 것이다. 그럼에도, 거장들의 콜을 받고 배정받는 것과 다 차고 남은 자리에 끼어 들어가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
드디어 유명의 차례가 되었다.
[와우, 드디어 수퍼루키가 등장했네요. 워워, 다들 카드 벌써 들지 마시고.]제리가 호들갑스럽게 심사위원들을 말리는 시늉을 한다.
[아무리 답이 빤하다고 해도, 메이킹 필름은 보고 가야죠. 혹시 알아요? 신유명씨가 엄청 악독하게 팀원들을 핍박해서 그 결과물을 뽑아낸 걸 수도 있잖아요?] [아, 그건 그러네요. 보통 갈궈서 나올 아웃풋은 아니지.] [오디션에서 실력은 있는데 인성으로 좌절하는 참가자, 흔한 클리셰죠.]나탈리와 에바가 제리의 음해를 거들며 목소리를 높인다. 입꼬리에는 못 떨궈낸 웃음이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