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1
1000:1의 경쟁률을 뚫은 배우들 12명을 한 큐에 장악할 것 같은 엄청난 아우라를 발산하며.
[다들 숙소에서 인사는 했죠? 형식적인 단계는 건너뛰고 핵심만 갑시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은, 액터스 하우스 1층에 자리한 대형 연습실 중 하나이다.
[액션 스쿨 단계, 12명 중 중 3명만이 졸업하고 결선에 올라갑니다.]정말 핵심을 꺼내놓는 그의 말에 참가자들이 숨을 헉 들이킨다.
200명 중 40명을 뽑던 진입과제보다, 12명 중 3명을 뽑는 액션스쿨 단계가 몇 배는 힘들어 보인다. 참가자들의 격 자체가 훌쩍 올라가 있는 상태이므로.
[클래스별로 테스트 방식은 다 다를 겁니다. 심사위원 재량에 맡긴다고 들었으니까요. 우리 클래스에서는, 2번의 단계를 거칩니다.]꿀꺽- 누군가의 목젖이 흔들린다.
[첫 번째는 1주일 후. 그 때는 따로 테스트가 없습니다.] […?] [1주일간 진행하는 세션들에서 각 참가자들의 역량을 판단해서, 자질이 떨어진다 싶은 절반을 내 판단으로 솎아낼 겁니다.]자신의 판단에 그만한 확신을 가진 자의 음성이 자못 단호하다.
이에 참가자들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테스트가 없다고 불안해할 것도, 좋아할 것도 없어요. 일주일간의 모든 연습이 곧 테스트라는 의미이니까. 판단은 이의 없도록 정확하게 내려드릴 겁니다.] [……] [두 번째는 마지막 날, 남은 6인 중 최종 3인을 뽑을 겁니다. 그 때는 테스트가 있습니다. 그건 그 때 공개하죠.]그렇게 공지를 마친 데렉은 바로 그 날의 클래스를 시작했다.
[오늘 함께 해 볼 것은 ‘캐릭터화’ 중 ‘특성화’입니다.]모두가, 특히 이런 본격적인 레슨이 처음인 카이가 귀를 쫑긋 세운다.
[모든 배우들에게는, ‘스크린 캐릭터’가 있습니다.]스크린(*screen)하다.
뭔가를 걸러내거나, 검진할 때처럼 훑어낸다는 의미.
어떤 배우를 처음 딱 봤을때 걸러져 떠오르는 공통적인 인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여기 앙투안을 보죠.]데렉이 앙투안을 불러내자, 그가 참가자들을 마주보고 선다.
[그에게 받는 인상을 각자 한 단어로 말해 볼까요?]여러가지 단어가 쏟아졌다. 젠틀, 섹시, 여유, 느긋···
[대충 여자 잘 꼬실 거 같은 남자라는 얘기군요. 이런 식으로 특정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스윽 봤을 때 처음으로 인식되는 공통적인 이미지, 그걸 스크린 캐릭터라고 하는 겁니다. 이게 강하면 강할수록, 그리고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 많아질 수록, 배우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 복제’라는 문제를 안게 돼요.]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얘기다.
그래서 배우들은 작품마다, 자신을 버리고 맡은 배역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피가 나는 노력을 한다.
그걸 잘 못하면 소위 ‘늘 연기가 똑같다.’ ‘배역이 아니라 그냥 본인이다.’라는 평가를 듣게 되는 것이고.
[똑같아지지 않기 위해 강제로 본인의 특성을 버리고, 배역의 특성을 심는 과정을 저는 ‘특성화’라고 표현합니다.]유명도 언제나 해 왔던 과정.
[여기에 선 하나가 있습니다.]데렉이 연습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도록 마킹되어 있는 하얀 선을 가리킨다.
[지금 제가 이 길을 따라 두 번 걸을 겁니다. 데렉 맥커디로서 한 번, 어떤 배역으로서 한 번.]그가 학생들을 둘러보며, 그 중 유명의 시선을 찾아 지그시 마주 본다.
[그 배역에 제가 어떤 특성들을 심어 놓았는지, 다들 파악해 보시죠.]데렉의 눈빛에 의미심장한 기대가 깃든다.
너는 알아보겠지? 라는 눈빛이었다.
165 두 번 걷기
뚜벅뚜벅.
50평 정도의 연습실 공간.
그것을 대각선으로 가로 지르는 약 20미터 길이의 선.
데렉은 느긋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휘어 모으며 한 번 걸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걸을 때 사람들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같은 사람…맞아?’
지금 등장한 남자는, 뭔가 분위기가 묘하게 불량하면서 건들거리는 남자.
걸음걸이, 시선 처리, 분위기까지 무엇 하나 평소의 데렉과는 닮은 구석이 없다.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라고만 생각했을 때와는 다르다.
데렉이라는 실제 인물과 그가 맡은 배역이 같은 동작을 취하는 것을 비교해서 바라보니, 그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껍질만 같을 뿐, 그에 담긴 특성들이 하나하나 달라지니, 마치 다른 인물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발견한 것들을 얘기해 봅시다. 카룬?] [어…걸음걸이의 각도가 좀 더 팔자로 변했고, 걷는 속도는 느려졌구요. 사용하는 안면 근육의 종류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잭슨?] [앞의 의견에 덧붙여 중간에 목을 슬쩍 꺾는 부분이 두 번 들어갔는데 그 인물의 습관인 것 같은데요.] [흠, 효준?] [눈에 힘이 살짝 풀렸고, 왼쪽 다리를 아주 살짝 저는 것 같아요.]데렉은 몇 명의 의견을 들은 후에야, 유명에게도 지나치듯 슬쩍 묻는다.
그 대답에 ‘역시’라는 표정을 지은 데렉이,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한다.
[음…몸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는지인데, 평소 데렉의 자세를 보면 교과서에 가까울 정도로 정중선에 무게 중심이 있어요. 나쁜 습관이 없는 자세죠. 그런데 후자의 인물은 그 축이 상당히 뒤로 빠져 있네요.]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얘기해 주겠어요?] [축이 뒤로 빠지면 좀 더 거만하거나, 느긋한 느낌을, 앞으로 빠지면 성급하거나, 비굴한 느낌을 주기가 쉽죠. 혹은 성급한 캐릭터인데 일부러 무게중심을 뒤로 이동시켜서 모순된 느낌을 줄 수도 있구요.]하하하-
데렉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또? 또 뭘 발견했어요?] [축이 살짝 틀어져 있는 것도 느껴졌어요. 그건 아마 다리 부상이 있는 인물인 걸 염두에 둔 것 같군요. 새끼발가락에 힘을 살짝 주고 걷는 것 같은데…샤샤죠? 갱단에서 도망치던 시점에 부상을 당했던 걸 염두에 두고 설정한 것 같은데요.]샤샤.
라는 영화에서 데렉이 연기했던 갱단 조직원.
쌈마이 캐릭터인데도 묘하게 납득가는 자부심이 그득했고, 미친 놈인데도 극단적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인간미가 있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데렉 맥커디를 대표하는 배역 중 하나.
어떤 동작을 취한 것도 아닌, 20미터를 걸은 것만으로 유명은 그것이 샤샤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어떤 대목의 샤샤인지와, 데렉이 그 때의 그를 어떻게 빌드업했었는지까지.
그 정교한 분석에 참가자들은 입을 떠억 벌리고, 데렉은 식은땀을 흘린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야, 샤샤일 때의 습관과 버릇들이 그대로 들어가 있으니까요.]사실 데렉만큼이나 유명도 감탄한 상태였다.
몸의 축을 이동하는 것은 일반적인 연기법이 아니다.
말이 쉽지, 평소 쓰던 몸의 중심축을 이동한 상태에서 모든 동작을 취한다는 것이 쉬운 일일 리가 없다.
서 있을 때는 잠시 그런 동작을 취할 수 있더라도, 이동하면서 금세 배우 자신의 습관이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데렉은 그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겉보기엔 그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오만한 배우로 보여도, 사실은 그 오만함이 가당할 만큼 피나는 노력을 쌓아온 배우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감탄한 유명의 눈빛에 데렉의 귀가 살짝 붉어지더니,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특성을 변주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에 대해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가며, 그는 그날의 클래스를 진행했다.
[흠흠, 그래서 내일까지 여러분들의 과제는, 최대한 자신과 다른 캐릭터가 되어 이 선을 걷는 겁니다.지금 제가 쓴 기법을 모두 쓰라는 건 아니에요.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변형들을 일으켜서 본인이 아닌 ‘해당 캐릭터’로서 걸어 봅시다.]
데렉 클래스의 첫 과제가 떨어졌다.
*
[형 그런데, 아까 차이점이 ‘많다고’ 했잖아요. 축 말고도 또 뭐가 있었던 거에요?]클래스 후 개인 연습을 하던 도중에 카이가 물었다.
[엄청 많은데?] [설명 좀 해주시면 안 돼요? 부탁이에요!]카이가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식으로 꾸벅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자, 유명이 풉-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데렉 맥커디는…쉽게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엄청나게 섬세하게 연기를 해. 아마 뭔가를 쥐어보라고 한다면, 데렉일 때와 샤샤일 때는 손 근육에 힘을 주는 정도도 다를걸?] [그…정도에요?]유명은 놀란 카이에게 말해준다.
흉곽을 움츠리거나 젖히는 정도, 눈꺼풀이 열리고 닫히는 속도, 가만히 넋을 놓고 있을 때 향하는 시선의 각도.
그 모든 것들이 다 캐릭터를 만드는 ‘특성’이 될 수 있음을.
[보통은 그렇게까지 하진 않아. 그 소소함이 모이면 커다란 효과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어렵고 번거롭잖아.] [하지만 데렉은 했고, 형도 하는 거죠?] […응.]카이가 눈을 반짝 빛냈다.
[그럼 ‘축의 이동’ 저도 해 볼래요.] [으음…카이에게 이 단계는 갑자기 너무 난이도가 너무 높은데.] [기초 연습은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오늘 배운 걸 다는 못하더라도, 그 중 중요한 것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익혀보고 싶어요.] [그래, 해 보고 안 되는 부분은 물어봐. 도와줄게.]그리고 유명은 자신의 연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작 20미터를 걷는 시간.
그렇다 해도 배우의 연기는 ‘공연’이어야 한다.
그렇게 하루는 금세 지나갔다.
다음 날.
배우들은 선 위를 두 번 걷는다.
자신으로서 한 번, 준비한 캐릭터로서 한 번.
그것을 보며 데렉은 가차없이 아픈 지적을 때려부었다.
[무리한 특성을 들이부어서 어색한 걸음이 되었잖아요.] [자기 자신과 전혀 차이를 주지 못하고 이상한 습관들만 덕지덕지 쏟아부었군요.]그나마 고개를 살짝 끄덕여 준 것은 앙투안에게 정도.
그리고, 카이의 차례가 왔다.
[카이 누넨. 시작하죠.]카이가 두 번 걸은 후, 데렉은 상당히 놀란 얼굴을 했다.
[아니…연습을 얼마나 한 거에요? 잠은 잤어요?] [……] [첫 걸음에 몸의 중심축을 이동시키길래, 아직 기초도 없는 배우가 뭐하는 거냐고 혼내려고 했더니…제대로 해왔네요. 다른 건 안 건드리고 그거 딱 한 가지만.] […네. 아직 여러 가지 할 실력이 안 돼서.] [잘 했어요. 하나라도 제대로, 그게 맞는 방식이에요. 물론 딱 20미터 용이고, 다른 동작을 해보라고 한다면 다시 무너지겠지만, 그래도 이건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본기를 쌓은 거니까.]과제를 보인 사람들 중 처음으로 제대로 된 칭찬을 받았다.
카이가 자리로 들어오면서 유명에게 어깨를 살짝 으쓱한다.
[다음 도효준.]효준은 자신있게 일어나 두 번을 걸었다.
그런데…데렉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
[뭐하는 거야, 지금.]그의 목소리에 선명한 노기가 서리자, 연습실 안이 숨죽인 듯 고요해진다.
효준은 영문을 모르고 당황했다.
[장기자랑해? 나 이거도 하고 이거도 할 수 있다?] [네? 그게 아니라…특성을 넣어보라고 하셔서···]유명이 살짝 한숨을 쉬었다.
크게 관심이 없는 ‘동료배우’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삽질을 하고 삽질을 들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도효준씨. 연기가 장기자랑이에요? 본인이 뭐 할 수 있는지 뽐내는?]효준의 연기는 할 수 있는 모든 특성을 끌어다 넣은 종합세트 같았다.
축은 앞쪽으로 이동해 있었고, 한쪽 다리도 절룩이고 있었으며, 발을 살짝 끄는 습관, 눈을 감았다 뜨는 매무새, 버릇인 듯 움직이는 손동작…
무려 수십 가지의 특색들이 꾹꾹 눌러 담겨 있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대단하다.
보통의 배우들이라면, 몸이 안 따라줘서든 머리가 안 따라줘서든 저런 짓을 하지는 못한다.
문제는, 그래서 그 많은 특성을 넣은 캐릭터가 무엇이냐는 거지.
[열심히 했는데···] [그거, 본인이 만족하기 위해 열심히 한 거 맞아요? 남한테 보이고 자랑하려는 목적 아니고?]역시 예리한 사람.
데렉이 그의 본질을 단숨에 간파해 낸다.
[지금 그 사람 직업이 뭐에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어···음…] [특성이란 그냥 특이하고 남달라보이기 위해서 넣는 게 아니에요. 그 캐릭터를 설득하기 위해서 넣는 거지.어제 내 샤샤 연기를 보고 신유명씨가 얘기한 거 기억 안나요? 무게중심을 뒤로 이동한 건 갱단이라는 극한 사회에 있으면서도 느긋한 성격인 샤샤를 감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거고, 샤샤가 다리를 살짝만 저는 이유는 갱단에서 탈출하며 부상을 당했지만, 그걸 겉으로 보이기 싫은 자존심 강한 인물이라 최대한 저는 걸 감추려는 거죠.
캐릭터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어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행동, 자세, 말투 등을 잡아가는 게 ‘캐릭터화’라는 거에요. 그런데 지금 도효준씨가 한 건 뭔가요?]
옆에서 듣는 사람도 오금이 저릴 만큼 싸늘한 지적.
그 지적에는 어떤 분노가 배어 있다.
[본선진입과제 때도 똑같았죠, 나는 본인 재능을 이 따위로 쓰는 사람을 보면, 참 화가 나.남들은 죽어라 노력해도 될까말까 한 걸, 척 보면 척 하고 해내면서, 남는 시간에 더 깊이 파고들면 얼마나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재능을 이 따위로 낭비하는지.]
가차없이 날아드는 비난.
결국 효준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진다.
[잘 생각해봐요. 본인이 이 자리에 있는 게 연기를 하고 싶어서인지, 그냥 뽐내고 칭찬받고 싶어서인지. 후자라면, 연기가 본인의 길이 맞는지도 잘 생각해보고.]데렉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유명은, 촬영 당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던 나탈리의 말을 드디어 이해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차례였다.
*
데렉은 한껏 심기가 불편해진 상태에서, 흰 선 끝에 선 유명을 바라보았다.
‘저 친구 건 집중해서 보고 싶었는데, 하필 앞에 저런 걸 봐 버려서.’
하지만 그의 마음은, 유명이 첫 번째로 걷는 걸 본 순간부터 사악 풀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느끼곤 있었지만, 참 걸음이 깨끗해.’
나쁜 습관이 없는 것은, 좋은 배우에게 커다란 자산이다.
때로 사람들은 특징적인 습관 하나로 그 인물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웃을 때 콧등을 찡그리며 웃는 배우가 있다고 치자.
평소에는 매력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표정이다.
하지만 그 배우가 다른 배역을 맡았을 때도 콧등을 찡그리고 웃는다면? 사람들은 배역을 보며 그 속의 배우를 쉽게 연상하게 될 것이다.
심하다면, 관객으로서의 몰입이 와장창 깨질 정도로.
하지만 저 배우에겐 그럴만한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일 정도로, 평소의 습관들이 깨끗하다.
‘배역은…뭘까.’
신유명이 두 번째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데렉은 몹시 감탄한다.
자신이 연기했던 만큼이나,
지금 눈 앞의 배우는 ‘신유명’이라는 껍데기를 접어 넣어두고, 완전히 다른 특성들을 새로 심었다.
‘…지극히 세련된 남자. 분위기가 예스러운 걸 보니…배경이 과거인가?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가 부드럽기에, 포용력 있는 느낌이 들지만…그 속엔 굉장히 강한 자아가 존재하는 인물이다.’
평소 심지가 곧고 차분한 느낌의 신유명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인물이다.
속에 불같은 뜨거움과 칼날같은 차가움이 공존하되, 겉모습만큼은 비싼 비단으로 휘감은 듯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남자.
하지만, 언뜻 드러난 눈빛엔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비친다…
흰 선의 끝에 다다른 남자가 다시 몸을 돌려 데렉을 마주했고,
그는 그새 신유명으로 돌아가 있었다.
[…으음…그건 어떤 배역인가요?]데렉은 그것이 실재하는 배역임을 확신하며 물었고,
[제가 출연했던 영화에 등장하는 배역입니다. 한국의 과거사에 존재했던 어떤 유능한 인물이에요.] [신유명씨가 맡았던 배역인가 보죠?] [아니요.]유명이 웃었다.
[제 상대역이 연기했던 배역입니다.] […]그 대답에 데렉은 순간 말을 잊었다.
166 진짜 끔찍한 배우네
6일 째의 점심시간.
초반 2주를 함께했던 시드 배우들은, 오늘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중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각자가 속한 클래스에 대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었다.
[마르타, 나탈리 클래스는 분위기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