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10
진짜 정자세를 배우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매우 어색하다. 내 몸은 내게 익숙한 왜곡된 정자세를 요구하며 끊임없이 돌아가려고 한다.
따라서 정자세를 취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얼굴 표정도 마찬가지예요. 자주 쓰는 표정근이 있죠. 여기 프리야도 늘 웃는 표정이다 보니, 얼굴에서 힘을 빼도 입꼬리에 웃음이 남아있잖아요.]아-
프리야가 연습실의 거울에 자신의 무표정을 비추어본다.
그리고 조금 충격받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얼굴에는 자신이 평소에 자주 쓰는 수십 가지 표정들의 잔흔이 남아 있다.
[감독님이 얘기하신 건, 본인의 습관을 싹 빼고 완전한 무표정을 연습하라는 의미, 맞으시죠?]위고가 목에 스프링 달린 강아지 인형처럼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류신이가 유명씨랑 연습해보면 놀랄 거라더니…환장하겠네… 그게 어떻게 벌써 완성되어 있냐고!] [음…연습했으니까요?] [그걸 왜 연습했는데요. 이런 걸 시키는 연출가가 설마 나 말고도 또 있다고…?]위고가 분한 표정으로 유명을 닦달해도, 유명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은 채 싱긋 미소지을 뿐이다.
‘그야, 최고의 선생님이 있으니까.’
이탈리아에서 미호가 보여준 신화 속 신들의 연기. 그것을 조금이라도 따라잡고자 연습을 거듭할 때, 미호가 말했다. 평소의 모든 습관을 버리고 완전한 무표정을 만드는 연습부터 하라고.
입술을 기울어짐 없는 일자로, 눈매와 이마가 완전히 균형 잡히도록 미세 근육들에 힘을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정말로 어려웠던 것은,
‘힘을 준 티가 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휴…그럼 유명씨가 다른 사람들 연습 좀 도와줘요. 나는 대본 작업 하고 올게요.]위고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연습실을 나서고, 유명이 그 처진 등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마르타와 프리야를 돌아보았다.
[연습 시작할까요?]그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나온 그 날 저녁,
전미의 매체들은 캐스팅보트와 관련된 ‘어떤 뉴스’를 보도했다.
그것은 원생에서도 터졌던, 유명이 익히 알고 있던 뉴스였다.
177 이건 예상 못했겠지
프리야와 마르타는 둘 다 실력있는 참가자들이었다.
하지만 마르타가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타입이라면, 프리야는 기초부터 연기를 공부해 온 안정감있고 탄탄한 부류.
그렇기에 위고가 던지고, 유명이 단숨에 보여준, ‘비정형적인 과제’를 더욱 어려워한 것은 프리야였다.
[입끝을 좀 더 내려야 해요.]부들부들- 그녀의 입꼬리가 떨린다.
[프리야는 입꼬리올림근과 작은광대근이 과하게 발달되어 있네요. 웃지 않을 때도 그 쪽 근육을 쓰는 게 습관이 된 것처럼.]유명의 말에 프리야가 움찔한다.
뭔가 찔리는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입술 끝을 내리는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겠어요. 입술올림근들이 과사용으로 수축해 있으니 짬날 때마다 마사지를 해서 풀어주면 도움이 될 거예요.] [으음…그런데 걱정이네요. 10일만에 완성할 수 있는 숙제는 아닌 것 같은데···] [너무 걱정은 마요. 프리야나 마르타보다는, 저를 겨냥하고 연습시키려던 걸 겁니다.]유명의 말에 프리야가 의아한 듯 묻는다.
[아직 대본이 안 나왔는데…짐작가는 게 있는 거예요?] [판도라 신화 베이스에 제 역할은 태초의 인간이라고 했으니까, 대충은 알 것 같네요. 정확한 건 봐야 알겠지만…]한 발짝 옆에서 혼자 연습하던 마르타가 함께 귀를 세운다.
[태초의 인간, 그리고 위고씨가 연습하라는 ‘완전한 무표정’을 생각해 보면…신이 빚어내서 세상에 내려보내기 이전의, 감정이라는 게 부재하는 텅 빈 존재를 먼저 보여줄 것 같아요.] […!] [그리고 천사가 선한 감정을, 악마가 악한 감정을 선물할 때마다, 흰 도화지에 떨어지는 원색 물감처럼 선명하게 피어 오르는 감정을 요구하지 않을까요?]그 말에 살짝 소름이 돋는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가 내내 증명해 왔듯이, 연기에 한해서 그는 같은 배우로서 존경스러울 정도로 직관력과 통찰력을 발휘한다.
아까 유명이 지어보였던, 밀랍인형같이 무감각한 표정.
그것은 정말로 감정이 부재하는 ‘태초의 인간’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래도 연습은 하는 게 좋겠어요. 특히 프리야의 웃는 표정은, 그 표정이 너무 디폴트로 굳어지면 다양한 역할을 못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네! 연습할게요.]착한 아가씨다- 라고 유명은 생각했다.
‘알려졌던 바’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그것은, 이번 생에서도 다시 뉴스로 터졌다.
그날 밤 액터스 하우스 앞에 몰려든 기자들.
프리야는 항상 입에 걸고 있는 웃음조차 짓지 못하고 희게 질렸다.
*
쪼오옥-
맥주병을 온 몸으로 안고 빨대로 한 모금을 쭈욱 빨아넘긴 미호가 캬- 하는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결국 이번 생에도 터졌컁···}
‘응. 혹시 했는데, 결국···’
하트로이트 그룹.
미국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대기업이다.
하지만 기자가, 언론이, 대중이 흥분한 포인트는 단순히 그녀가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하트로이트는 미국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대표격인 유서 깊은 기업이다.
어느 기업보다도 이른 시기에 공장 작업자들의 QOL(삶의 질) 문제를 제기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작업 환경을 개선해 나갔으며, 이후로도 꾸준히 사회복지 사업에 힘쓰고,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막대한 기부금을 내놓는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게다가, 태어난 아이들은 재벌의 일원임을 과시하지 않고 철저히 감추어져 자라다, 성인이 되어서야 베일을 벗었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인격자로 칭송받으며 사회 각 분야에서 하트로이트 정신을 전파했다.
프리야 록하트, 아니 프리실라 하트로이트는 미국이 사랑하는 하트로이트가의 막내였다.
{원생엔 뉴스 터진 후에 어떻게 됐엉?}
‘난리가 났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막내딸이 드러난 게 큰 뉴스였던데다, 미인에 성격도 상냥하잖아. 예전의 봉사 활동들이나, 학교 동급생들의 칭찬이 계속 뉴스를 타면서, 그녀를 응원하는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었어.’
{흠…그게 우승의 원동력이었냥.}
‘연기 자체도 못 하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가문의 이름을 숨기고 자립하려고 했다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퍼지면서, 시청자 투표가 몰린 게 결정적이었을 거야.’
{마르타는 떨어지공?}
‘응. 이런 프로그램에선 외부 변수가 상당히 작용하니까···’
모아둔 게 한꺼번에 터진 효과로 유명은 다행이도 인종 이슈를 넘어설만한 스타덤을 구가하고 있지만, 보통의 경우엔 외부 변수가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유명도 시드를 거절하고 1차부터 참여했던 것이고.
{하지만 오디션 우승 후 제작된 카일러 언쇼의 차기작은 죽을 쒔잖앙.}
‘그러게…이유를 잘 모르겠어. 오디션 중에 보면, 연기가 나쁘지는 않거든. 그런데 그 영화에선 진짜…엉망이었단 말이지.’
{나는 알 것 같당.}
‘…?!’
{카일러 언쇼는 마르타가 우승하길 빌었을 거당. 하지만 손에 들어온 건 프리야였고, 그녀는 중대한 결함이 있었겠징.}
‘결함? 무슨 결함??’
유명은 미호가 프리야를 두고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스스로 생각해 봐랑. 그것도 공부가 될 거당. 이번 작품 특성상 금세 알게 될 것 같지만.}
미호가 알 수 없는 말을 던지며, 병맥에 꽂힌 빨대를 쪽쪽 빨았다.
*
[나야.] [아, 안녕 데렉.]수화기에서 건너오는 맑고 차분한 목소리. 그 소리에 데렉은 쓴웃음을 들이켰다.
말투만은 언제나 친절하다. 원하는 것은 결코 들어주지 않으면서도.
[전화기 감이 안 좋은데…어디야?] [옐로스톤 국립공원.]미국 내륙에 위치한 3대 국립공원 중 하나. 교통도 무척 불편한 오지에 또 가 있나 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미국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는 시점에.
[캐스팅보트는 봐?] [시간이 맞으면 보고, 안 맞으면 못 보고.] [심사위원이라도 하면 네 얼굴을 좀 자주 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하하, 정말? 무려 데렉 맥커디가 나를 보려고 캐스팅보트 심사위원에 자원한 거라고? 그러지 않아도 집에 놀러오면 볼 수 있는데.] [네가 집에 잘 없잖아.]카일러 언쇼와 데렉 맥커디는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사이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호수같이 고요하고 차분한 성정이었고, 유명한 골목대장이었던 데렉은 그에게 꽤나 짓궂은 장난을 쳐댔다.
지금은 몹시 후회하고 있는 과거.
[내 작품은 언제 써 줄 거냐.] [음…글쎄. 영감이 떠오르면?] [네 그 빌어먹을 영감이 떠오르게 하려고 내가 이 짓을 하고 있는 거라고!]배우를 보고, 그 바닥에 있는 어떤 본질을 끌어내어 시나리오를 쓴다는 카일러 언쇼.
어릴 때부터 보아온 카일러는 묘하게 핵심을 꿰뚫는 구석이 있었고, 데렉은 그가 자신을 모티브로 쓸 시나리오가 미칠 듯이 궁금했다.
그것은 그와 영화를 찍으면 자신의 연기가 한 단계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었다.
-너에겐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데. 너무 오래 봐 와서 그런가, 하하.
하지만 다른 감독들은 군침을 흘리는 데렉 맥커디라는 배우를, 그는 매번 거절한다.
왜일까. 역시 어릴 때 너무 괴롭혔던 걸까.
그와 좀 더 자주 만나고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그놈의 영감이 떠오를까 해서, 데렉은 급에도 안 맞는 예능프로 심사위원의 자리에 자진해서 들어왔으며, 수준을 맞추기 위해 나탈리까지 함께 꽂아 넣었다.
하지만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던 카일러는, 지금 내륙의 오지에 가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게 억울해 하기엔, 지나치게 재밌어 보이던데?] [으…응?] [그 신유명이라는 배우, 재밌지? 캐스팅보트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맑은 목소리로 찔러오는 핵심.
[흠흠. 8화는 봤나 보네. 너는 어땠는데?] [아아…좋았어. 많은 것이 떠올라.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에는 만나지 않을 생각이야. 실물을 볼 때의 첫인상을 아껴두고 싶으니까.]그 말에 데렉의 기분이 이상해진다.
자신이 최고라고 느끼는 배우를 카일러도 높이 평가한다는 뿌듯함과, 자신에겐 떠오르지 않는다는 영감이 그에게는 떠오른다는 것에 대한 질투가 함께 머리를 든다.
[…다른 참가자 중에도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 [아, 마르타도 좋았어. 그런 거침없는 분위기에…신앙을 부여하면 무척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지 않아? 그리고 효준도 재미있는 참가자였지. 탈락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그가 성장해서 돌아온다면 함께 작업해 보고 싶어. 그리고 카이 누넨과 앙투안 모니에도···]갑자기 말이 많아지는 카일러의 속사포에 결국 데렉이 뿔이 난다.
[됐어. 끊는다.]툭- 하고 전화가 끊기는 소리에 카일러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릴 때 데렉은 뱀과 개구리에 소스라치는 자신을 많이도 놀렸다.
아직 좀 더 놀려줄 생각이었다.
그리고…그 신유명이라는 배우는…
‘……’
카일러는 사막의 대지 위로 쏟아질 듯한 별을 올려다 보았다.
*
[프리야가 악마, 마르타가 천사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죠?]위고가 앞쪽 절반의 대본을 완성하여 가져왔다.
그리고 그 대본 속에서는…프리야가 천사의 역을, 마르타가 악마의 역을 하고 있었다.
모두의 혼란스러운 표정에 쾌감을 느끼는 듯, 위고가 으스대며 말했다.
[나중에 뒤쪽 대본을 보면 알 겁니다. 그건 내가 밤에 작업할테니 일단 전반부 연습을 시작합시다.] [네-] [네-]기사화가 부담이 되었는지, 프리야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보였다.
자신의 힘이 아닌, 하트로이트가의 명성으로 우승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유명은 이미 알고 있었고, 마르타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했으며,
[프리야, 여기 서 봐요!]위고는 그런 상황 자체를 모르는 듯 했다.
[유명은 가운데 서고, 좋아요. 유명은 ‘무표정’을 지어 봅시다.]유명이 어제 지었던 그 ‘무표정’을 짓는다.
‘다시 봐도…’
모든 감정이 제거된 공백의 표정이 여전히 놀라운지, 위고는 후읍 하고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머리를 한 번 떨어내고 그는 다시 턱을 들며 자신이 생각한 연출을 전달하기 시작한다.
[판도라는 현재 막 빚어진 ‘무’의 상태입니다. 이 표정 그대로, 아주 좋아요~]그리고 프리야에게 손짓한다.
[프롤로그는 일단 스킵하고, 1장부터 시작합시다. 자, 천사가 다가와서 첫 대사를 칩니다. 읽어봐요.] [판도라. 신을 가장 닮은 피조물이여. 나는 너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어. 산들바람이 귓가에 스칠 때의 기쁨, 첫 사랑의 달콤함, 다른 사람이 너를 갈구하게 하는 매력, 잘 익은 수확물의 첫 입을 깨물 때의 감동. 이 모든 행복은 네 것이 될 거란다.]천사가 머리를 다정하게 기울이며 판도라에게 말을 걸지만,
그는 유리알같이 공허한 눈을 들어 그녀를 홍채에 통과시키고 있을 뿐이다.
위고는 그렇게 말을 하며, 배우들을 빤히 보았다.
그가 좋아하는 순간.
멋진 연출을 공개하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어려운 연기를 요구할 때,
배우들의 얼굴에 경악과 두려움이 퍼지다가, 해내고 싶은 욕심이 그것을 이기는 표정.
그런데,
‘응···? 다들 왜 이렇게 담담하지?’
전혀 놀란 것 같지 않았다.
당연했다.
위고가 진행시킬 방향에 대해, 유명이 이미 스포일러한 이후였으므로.
게다가 스포일러로 그치지 않고, 유명은 무표정과 순수한 감정을 이미 시범삼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고 두 여배우는 이미 놀람과, 그것이 의욕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이미 겪은 후였다.
‘역시…그의 예상대로네.’
‘어렵긴 하겠지만…이미 그가 하는 것을 봤으니까.’
기죽지 않은 배우들의 분위기에 당황하던 위고는, 유명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연출을 이미 예상했음을 감지했다.
그는 살짝 실망했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예상 못했겠지.’
다시 비뚜름하게 웃었다.
[여기서 유명의 역할이 중요해요. 천사가 기쁨을 주면 기쁨이 차오르고, 다음으로 사랑을 주면 표정에 기쁨과 사랑이 섞이는 겁니다.그 다음엔 기쁨과 사랑과 매력! 표정을 한 가지씩 더해가는 거에요.] […?] [천사와 악마는 순수한 감정만 표현하지만, 인간은 감정을 한 가지씩 부여받을 때마다 그것을 섞으며 점점 복잡한 표정이 되어가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캬컁…저 인간 역시 재밌당!}
미호가 유명에게만 들리는 소리를 내질렀고,
프리야와 마르타는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라는 표정으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유명은, 자극받은 것이 역력한 미소를 지었다.
178 해 봤던 것들이니까
위고가 유명에게 기상천외한 과제를 던진 후, 유명은 잠시 개인 연습을 하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소형 연습실로 이동했다.
뒤에서 미호가 휘익 따라들어왔다.
{어떻게 할 거냥.}
‘감정을 섞는 것 자체는 뭐…괜찮아.’
감정을 하나에서 둘, 셋, 넷으로 늘리다가 모든 밝은 감정이 복합된 표정을 짓는 것. 분명 다른 배우들이라면 기함할만한 과제였지만, 유명은 그 부분은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해 봤던 것들이니까.’
그저 기쁜 표정에서,
사랑의 기쁨이 넘치는 표정으로,
기쁨과 사랑에 매력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품은 환희로.
현성 자동차 광고에서, 박주원 대리의 냉소적인 미소가 진짜 미소로 바뀔 때.
연예학개론에서 보형이의 하나에 대한 사랑이 점점 깊어질 때.
미묘한 표정 변화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연기를 유명은 줄곧 소화해 왔다.
‘하지만 어려운 건 두 가지 부분이야. 그 감정들이 뿌리가 없는 순수한 감정이라는 점과…’
감정이라는 것은 보통 인과관계가 있다. 특히 ‘극적으로 구성된 이야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몰입할 겨를도 없이 감정들이 휙휙 지나가며, 그 감정을 관객들이 진짜로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한다.
‘감정이 그냥 변화하는 게 아니라 쌓여야 한다는 것…’
이미 지은 표정을 풀고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표정에 쌓아가는 표정.
그것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해낼 것인가.
{그것도 해 봤던 거잖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