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12
자신이 붙잡아 놓고도, 프리야는 한참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고, 유명은 그녀를 조금 도와주기로 했다.
[프리야.] [네···] [위고씨가 요구하던 표정, 프리야가 이미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에요.] […?!] [어제 밤, 잘린 신문을 버리던 프리야의 얼굴에서, 나는 그 표정을 보았어요.]그녀의 표정이 하얗게 질린다.
[배우로서, 감탄이 나오도록 훌륭한 표정이었습니다.]유명의 진심어린 칭찬에, 프리야의 얼굴에 장착된 미소가 흔들렸다.
*
그라면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
프리야가 생각했다.
-아름다운 생각, 선한 의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박애정신.
어딘가의 교칙같이 보이는 이 문구는 프리야가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하트로이트 정신’이었다.
의지와 신념이 넘치는 아버지, 결코 화 내는 법이 없는 자상하고 아름다운 어머니, 한 점 그늘 없이 반듯한 언니 오빠들.
물질적으로 풍요로왔고, 막내로서 어여쁨도 한껏 받고 자랐다.
하지만 문제는…프리야 자신이었다.
-우리 집에는 이거보다 더 좋은 거 많거든!
친구가 새 장난감을 자랑했고, 그녀는 어린애다운 우쭐함으로 맞자랑을 했다. 그 날, 보모를 통해 엄마 아빠에게 그 말이 전해졌고, 그녀는 아주 오랜시간 타이름을 받았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남에게 자랑하는 것은 치졸한 짓이란다.
-하트로이트의 핏줄이라면,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좋은 품성을 길러야 해.
억울했다.
자랑을 먼저 한 것은 친구라고 항변해 봐도, 부모는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남의 행동은 중요하지 않아. 네 행동이 바르고 아름다운 게 중요한 거야.’ 그 표정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듯한 혐오감이 살짝 서려있어, 그녀를 움찔하게 했다.
살면서 나쁜 충동을 느낄 때가 있었다.
‘하트로이트답게’ 라는 말에 반복학습을 당했던 그녀는, 화가 나서 뭔가를 깨부수고 싶을 때, 작은 물건을 훔치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을 때, 그리고 ‘아름답게’를 부르짖는 가족들의 입을 틀어막고 꿰매 버리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들었을 때,
자신만 괴물같다는 죄악감에 시달렸다.
‘나는 좀 잘못 만들어진 것 같아. 절대 들켜서는 안 돼.’
들끓는 충동이 거셀수록, 그녀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가히 필사적인 연기력이었다.
그러자 모든 가족들은 그녀를 사랑했다. ‘역시 하트로이트’라며 그녀를 귀애했다.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그녀는 15세 때 연기에 강한 충동을 느끼고, 가족들에게 연기자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그것은 ‘하트로이트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프리야가 잘 되길 빌어주는 가족들의 따뜻한 눈을 보고, 그녀는 절망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야. 나는 그들을 사랑해. 다만…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을 뿐이야.’
어느 날, 몽유병이 발생했다.
가족들은 무척 걱정했고, 주치의를 불러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스트레스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들여다 봐주는 가족은 없었다.
이번에 재발한 원인은 아마, 그녀가 하트로이트인 것이 밝혀진 데 스트레스를 받아서겠지.
가문의 이름을 업지 않고 혼자 걸어보고싶었던 길이었는데, 그녀는 타의에 의해 강력한 우승후보가 되어 있었다.
제 얼굴이 실린 기사를 볼 때마다, 자신이 우승후보라는 게 부끄러워질 정도로 뛰어난 동료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는 더해져 갔다.
[…그렇게 됐어요···]타인에게 자신의 치부를 보이며, 프리야는 몸을 떨었다. 자신의 어둠을 입 밖으로 드러내어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매번 소름돋는 연기력을 보이면서도 들뜨거나 자만하지 않는, 신뢰감 가는 동료이자
먼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말해준 상대.
그리고, 처음으로 들킨 자신의 추악한 표정을, ‘훌륭하다’고 칭찬해 준 상대였기에…
유명은 그런 그녀의 말을 조용히 끝까지 듣더니, 대답했다.
[내일, 내가 연기하는 것 봐주겠어요?] […?] [그리고 다시 얘기해요.]프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날 유명은 밤을 샜다.
공연은 아직 7일이 남았으므로 자신이 지금 무리해서 연습할 필요는 없었지만, 프리야에게는 하루 하루가 촉박했다.
혹시 자신의 연기를 보고 뭔가를 깨닫는다 해도, 연습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니.
유명은 밤샘 개인 연습을 마치고 연습실에 들어섰다.
[피곤해 보이는데, 어디 아파요?] [아닙니다. 멀쩡합니다.]기초 연습들을 마친 후, 위고가 특정 장면을 주문하기 전에, 유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감독님.] [네?] [죄송하지만, 3장 연습을 먼저 보여드려도 될까요?] [3장? 3장은 아직 맞춰보기 전이잖아요.] [혼자 연습해 왔습니다. 마르타와 프리야는 대사만 쳐 주면 됩니다.]위고가 유명의 의도를 간파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떴다.
연습이 너무 잘 되어서 결과를 자랑하려고? 아니아니, 그는 자신같은 성격이 아니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는 다른 두 배우를 곁눈질로 슬쩍 훑었다. 늘 짓고 있던 미소가 달아난 프리야. 그녀와 관련된 것일까
[좋아요. 해 보죠.]3장으로 구성된 15분짜리 대본의 구성은 이렇다.
1장은 태초의 인간(판도라)에게 밝고 행복한 감정을 부여하는 천사와 어둡고 악한 감정을 부여하는 악마.
2장은 판도라에게 주어진 항아리. 그걸 열어선 안 된다고 말리는 천사와, 열어 보라고 부추기는 악마.
그리고 판도라는 그 항아리를 연다.
호기심을 못 견뎌서가 아니라, 항아리를 여는 것을 ‘선택’해서.
그리고 3장이 시작된다.
유명은 3장을 시작하기에 앞서, 프리야에게 눈짓했다. 잘 보고 있으라는 듯이.
그는 무대를 가로지른다.
한 번, 두 번, 세 번.
휙- 하고 몸을 돌릴 때마다 판도라는 나이를 먹어갔다.
‘말도 안 돼.’
지켜보고 있던 위고의 눈이 점점 더 번들거렸다.
몸을 돌릴 때, 잠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이를 기점으로 표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것은 분명,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
20대의 청년은 30대로, 40대로, 50대로 나이먹어 가며 점점 쭈그러든다. 그는 어떤 때는 비할 수 없는 환희를 가득 표현하고, 어떤 때는 온 얼굴에 비참함을 가득 담는다.
그리고 병에 걸린다.
프리야는 복합된 감정들이 모두 엉겨 인간의 삶을 녹여내는, 신기에 가까운 그의 연기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연기에 강렬한 끌림을 느꼈던 이유가 바로 저것이 아니었을까.
기쁨도, 슬픔도, 증오도, 비참함도 모두 표출하는 배우라는 일.
가슴이 두근, 두근 뛴다.
다음 장면은, 죽음을 앞둔 판도라를 찾아온 천사.
프리야가 떨리는 목소리로, 여전히 유명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천사의 대사를 친다.
그 말에, 빈사의 상태로도, 맑은 목소리로 판도라가 대답했다.
[아니.]자신의 인생을 선택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꼿꼿한 목소리에 천사, 아니 프리야는 등골이 저릿해졌다.
[인간은 고통과 병이 있었기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하게 되었어. 거짓을 말하는 능력은 수많은 위선을 불러 일으켰지만, 또한 그 위선은 약자를 보호하기도 했지.]그는 ‘악’이 주는 ‘선’을 말한다.
[질투와 증오는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임과 동시에, 나를 발전시키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인간에게 ‘악한 마음’은 ‘선한 마음’과 동등한 무게로 부여된 본질이며,
[죽음이 있기에 끊임없이 존재의 본질을 사색하게 되었다.]그것은 제어하고 활용하기에 따라, 인간을 발전시키는 자질이 된다는 것을.
[그리고 호기심.다른 어느 생명체도 갖고 있지 않은 이 특성은, 인간을 신에게 한없이 가깝게 만들어.]
그러므로, 자신이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기에,
인간은 신에게 한없이 가까운 존재.
태초의 인간, 판도라가 천사를 고요히 바라보며 눈으로 묻는다.
‘나는 행복한 짐승보다 불행한 신이 되기를 선택했다.’
‘너는 무엇이 되겠느냐.’
그것은 천사가 아닌, 프리야 록하트를 향한 질문이었다.
*
몸살이 걸린 것처럼 오한이 나서, 프리야는 그 날 연습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연습이 끝난 후 유명이 그녀를 불렀다. 가슴이 긴장과 기대로 쿵쿵 뛰었다.
[잘 보고 있었어요?] […네.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로 뚜렷이 보았어요.]유명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본다.
[프리야.] […네.] [당신의 가족들은, 당신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주입했어요.]가슴이 덜컹-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자신의 가족을 평가절하하는 말에 반박을 해야 하는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심장은 그 말이 정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쿵쿵-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증거가 있습니다.] [증거···?] [당신이 배우가 되고 싶어했을 때, 그리고 하트로이트라는 이름을 숨기고 이 오디션에 나가고 싶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뭐라고 했나요?] [하고싶은 일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고, 자립하고 싶다는 생각도 무척 하트로이트다운 긍지라며 응원해 줬어요.] [그렇군요. 그런데···]유명이 다음으로 던진 말에, 프리야는 흠칫했다.
[목표, 자립심, 긍지라는 것은 인간의 밝은 면에서 발생한 걸까요, 어두운 면에서 발생한 걸까요?]무척 판도라‘다운’ 화두였다.
180 Higher
[밝은 면이…아닌가요?]프리야는 유명이 왠지 반대의 답을 요구하는 것 같아 말끝을 흐렸다.
[어떤 사람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렸어요. 그런데 눈에 띄는 격차로 경쟁자에게 패배했죠. 그런데 전혀 분해하지 않고, ‘앗, 다음엔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웃는다면 그게 진짜 목표라고 할 수 있을까요?]프리야는 그 말에 어떤 장면을 떠올렸다.
처음 도전했던 배역에 떨어졌을 때,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자 가족들은 ‘괜찮아, 다음엔 더 열심히 하면 되지.’라며 얼른 평소의 그녀로 돌아오기를 종용했다.
그 배역을 딴 다른 친구보다 내가 더 잘했는데 억울하다는 호소는 꺼낼 수조차 없었다.
[목표라는 것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갖고 싶다는 ‘이기심’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거기엔 ‘경쟁’이라는 것이 전제되죠.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요.] [……] [자립심이라는 것도 그렇죠. 주체성이라는 것 자체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거절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선한 자아일까요, 악한 자아일까요.]가족들이 선하다고 칭찬해 준 특성들이 알고 보면 어두운 본성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에, 프리야의 표정이 혼란스러워진다.
[프리야, 저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부모님을 울리고 살았습니다.] [부모님을…울려요?] [네. 제 이기심을 이루기 위해서요. 저의 욕심이 주변 사람들을 오랫동안 힘들게 한 것이 마음 아프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연기를 포기했다면, 저는 진짜 제 삶을 살 수 없었을 테니까요.]유명의 얼굴에, 평소엔 보지 못했던 아픔이 깃든다.
스스로의 충동을 직시하고, 이기적이라 해도 원하는 것을 선택한 자의 회한.
그 말은 저리도록 잘 느껴졌지만…프리야는 남은 한 가지 의문을 꺼냈다.
[하지만 제 충동은 그런, 어두운 충동에서 비롯됐다 해도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충동이 아니에요. 아주 음험한-] [예를 들어 누군가의 목을 조르고 싶다거나?]그녀가 헙 하고 끝말을 삼킨다.
[쥐어 패고 싶다거나? 불태우고 싶다거나?] [……]그녀가 망설이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유명이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다.
[지극히 정상이에요. 보통 사람들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주 느끼는 충동들입니다.] […!] [충동 자체는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나는 왜 이런 충동이 들까, 이러지 말아야겠다. 하고 결심하고 노력한다고 바뀌는 부분이 아니란 겁니다.]그렇다.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나쁜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프리야는 나는 왜 이럴까- 절망하며 아침까지 숨죽여 울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선한 충동과 악한 충동을 가지고 살아가요. 욕망에서 눈을 돌리고 회피하거나, 혹은 욕망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보다, 그 정체를 직시하고 컨트롤하는 것이 강한 인간입니다.]자신이 약했던 것은, 마주보지 않고 도망쳐 왔기 때문에.
[어떤 충동이 들었을 때, 그 감정의 근원을 직시한 후, 충분히 분해하고 슬퍼할 시간을 가져요. 그럼 그 충동을 해소할지, 감추고 절제할지, 혹은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지를 선택할 수 있어요.] [좋은 방향으로 활용…] [위고 씨를 봐요. 남들을 놀래키고 싶다는 치기와 자신이 돋보이고 싶다는 욕망을 승화시켜 훌륭한 예술가가 되었잖아요, 하하.]프리야는 오늘 낮, 유명의 연기를 보며 머리를 든 질투심을 떠올렸다.
그 대단한 연기를 보고 시기, 질투, 좌절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연기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게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는 걸까.
[그렇게 자신의 어둠에 먹히지 않고 스스로를 발견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면, 하트로이트라는 가문에 대한 긍지가 아니라, 프리실라라는 ‘인간’에 대한 스스로의 긍지가 생길 겁니다.]긍지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그 말에 프리야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어이, 마술피리!] [그 별명은 또 뭡니까…]위고가 유명을 덥석 붙잡으며 이상한 호칭으로 그를 불렀다. 별의별 별명을 다 갖다 붙이는 게 별 일도 아닐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건 또 무슨 뜻일까.
[본선진입과제 때 팀원들, 특히 카이의 가능성을 막 끌어내더니, 이번엔 프리야도 훌륭하게 이끌어 냈잖아요. 피리로 쥐들을 유인해서 강에 풍덩~ 딱 마술피리네.] [아니, 쥐라뇨. 그리고 그건 피리부는 사나이 아닙니까?] [앗, 그러게…]위고가 딱- 하고 핑거스냅을 튕긴다.
그나저나 쥐몰이라니…정말 악취미의 비유다.
[그런데 진짜, 어떻게 한 거예요?] [뭘요?] [프리야, 어떻게 그렇게 멋진 표정을 짓게 됐지?]그 날 이후 프리야는 급격히 변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그녀가 원래 가지고 있던 표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걸 보여서는 안 된다’는 잠금 장치가 풀렸다.
오랫동안 간직해 온 터부를 드러내 보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지금 그들이 연습하고 있는 라는 극의 내용이 그녀의 현실과 맞물려 지속적인 자극을 해 주었기 때문에 그녀는 결국 스스로 잠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니 반쯤은 위고의 덕.
어쨌든, 프리야의 개인사를 위고와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덕도 있다고 추켜세워 안 그래도 우쭐한 사람을 더 우쭐하게 할 생각도.
유명이 입을 다물고 있자 위고가 또 묻는다.
[마르타는 피리에 안 끌려와요? 삐리리리~~] [충분히 잘 하고 있잖아요.] [그래도 뭔가 프리야처럼 획기적으로 변할 수도 있잖아.]프리야는 문제가 있던 부분을 뚫고 나오도록 약간 도왔을 뿐이다. 그리고 마르타는 문제가 없었다.
유명이 알던 원생의 마르타만큼 기량이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끌어낼 이유는 없다.
유명이 연출도 아니고, 이미 잘 하고 있는 사람에게 간섭할 이유는 없으니까.
[스스로 끌어내는 걸 선호하실 분 같은데, 왜 저한테 기대십니까.] [원래는 그런 편이지만, 유명씨한텐 안 그러려고. 워낙 신통방통하잖아.]그가 두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고 유명을 향해 방긋 웃는다. 유명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내가 요즘 얼마나 재밌는지 알아요? 아아- 이런 배우가 있다니 너무해. 왜 진작에 알지 못했을까. 혹시 외계인 아니에요?] [말로만 칭찬하지, 연습 중엔 불만 투성이던데요.] [그야 내가 상상하는 걸 다 표현해 주니까 자꾸 더 가는 거지. 연기 자판기같아. 이거 마치고 카일러와 영화 찍고 나서 프랑스로 안 올래요?] [사양합니다.]위고가 시무룩해하더니 부른 용건을 전한다.
[내일부터 본무대 가서 리허설한다니까, 프리야와 마르타에게 전해줘요.] [하루 당겨졌네요?] [잘 됐지. 네 팀 리허설이라 정신없을 텐데.]위고가 손을 흔들흔들 젓고 떠났다.
오늘은 공연 3일 전이었다.
*
유석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손에는 금색 티켓 두 장이 들려 있었다.
이럴 때면, 연예학개론 오디션장에서 유명을 섭외했던 과거의 자신의 엉덩이를 두드려주고 싶다.
피터팬의 초연 티켓, 캐스팅보트의 무대 티켓, 그리고 앞으로 생방티켓도 얻을 수 있겠지.
지금 아마존에서 이 티켓의 호가가 얼마인지와, 돈을 아무리 준다 해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임을 감안한다면,
이 티켓은 진짜 ‘골든’ 티켓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