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21
이 날 마르타의 배역은 에서만큼 강렬하지 않았다.
원생의 에서, 저주에 씐 수녀 역할을 할 때처럼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수녀의 하루.
이제 막 소녀에서 처녀로 넘어가는 한참 예쁜 나이.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고,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당연한 욕망에 괴로워하고, 그런 자신을 회개하는 그녀의 모습은, 생각지 못해 본 삶에 대한 진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건 아마도 몇 년 전의 마르타의 삶, 그 자체였으리라.
그리고 유명의 차례가 다가왔다.
유명이 등장했을 때, 도미니코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저 특유의 노란 방호복과 형광색 스트라이프 무늬는…!’
마침 그는 1차 과제에서 ‘가장 대단한 직업’이 왜 ‘소방관’이 아니지? 하고 속으로 불만을 터뜨리던 중이었다.
Fire Fighter(*소방관)
미국에서 손꼽히는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이다.
가장 섹시한 직업 1위로 꼽히기도 하며, 유니폼을 입고 지나갈 때 시민들이 ‘Hero!’라고 연호하며 박수를 쳐 줄 만큼 사랑받는 직업이기도 하다.
이 직업은 도미와 그의 말 많은 친구들이 반론의 여지 없이 인정하는 직업이기도 했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기막힐 정도로 무력한 존재이다. 그 자연재해에 맞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같은 인간을 구하는 행위는, 결코 폄하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소방관…나도 어릴 때 꿈이었는데. 그러고 보면 아까 1차 과제에서 그가 배우를 선택한 것은 논리적인 오류가 없군. 어떤 직업이라도, 누구라도 되어 볼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은 참 멋져. 이렇게 소방관도 될 수 있으니…’
그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주시했다.
그리고 그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
무대 뒷편에 빔으로, 무언가가 가득 무너진 형상이 쏘아진다.
바닥에 설치된 거대한 바위 모양의 구조물 아래 어린아이로 보이는 형상(아마도 인형)이 깔려 있다. 그리고 먼지 범벅이 된 남자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아이를 들여다 본다.
모두들 숨을 죽인다.
[춥냐? 너 소방관이 꿈이라 그랬지. 형 유니폼 한 번 입어볼래?]껄렁한 말투인데도, 신뢰가 가는 낮은 목소리.
그가 입고 있던 방호복의 윗도리를 벗어 아이를 덮어준다.
그 아래 입고 있는 몸에 핏 되는 카키색의 반팔 티셔츠. 단정해 보이는 얼굴 느낌과는 달리 상당히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이다.
치익-치익-
무전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옆 쪽으로 살짝 이동하더니, 입을 가리고 무전을 받는다.
그의 말투가 순식간에 달라진다.
[9세 정도로 추정되는 남아입니다. 이름은 피코라고 합니다. 무릎 이하가 완전히 깔렸고,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진통제 투여했고 출혈은 허벅지를 압박해서 간신히 멈춰 둔 상태인데,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괴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음향으로 건너편의 남자가 악을 쓰는 목소리가 들린다.
-거기서 나와, 이 자식아. 내가 들어가지 말랬잖아! 너까지 깔리면 큰일이다. 일단 나와서 대처 방안을 생각하자고!
[안 됩니다. 겨우 의식을 붙잡고 있는 아이입니다. 옆에서 말을 걸어주지 않아 실신 상태로 넘어가면 목숨이 위험해집니다.]-현장에 나와 있는 전문가들이 10분 안에 2차 붕괴가 일어날 거라고 했어. 그 안에 그 바위를 들어낼 방법이 없잖아! 일단 나와라 제발, 응…?!
입술을 악문 남자는, 최후의 수단을 고지한다.
[마취약과 수혈팩, 전기톱을 내려주세요.]-전기톱…?
[다리를 자른 후 데리고 나가겠습니다.]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낮추어 꺼낸 그 말에 관객들이 모두 숨을 멈춘다.
결단력이 배어 있는 어조가 담담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차악을 선택하는 책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남자.
‘하지만 아이의 다리를 자른다고…? 직접…?’
천장에서 커다란 바스켓이 연결되어 내려온다.
남자는 능숙하게 응급 키트에서 도구를 꺼내 수혈팩을 아이에게 연결한다.
아이 앞에서는 다시 얼굴 표정이 싹 바뀐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짓는 껄렁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아이에게 말을 건다.
[피코. 너 여기서 죽으면 안 되는 이유 없냐? 형은 오늘 깜빡하고 야동 폴더에 잠금을 안 걸고 온 거 있지. 여기서 죽으면 엄마가 컴퓨터에 야한 동영상 폴더를 발견할지도 몰라서 절대 죽으면 안 돼.]농담같이 얘기하는 그의 말투에, 관객들은 외려 더욱 발가락이 곱아든다.
음향으로 끊어질 듯 희미한 아이의 목소리가 재생된다.
-엄…마…보고싶…
[피코, 너 아까 소방관이 꿈이라고 했지? 다친 강아지를 구조해 줘서 학교에서 용감한 어린이 표창도 받았다고?]-…네에…
[정말 훌륭한 어린이네. 커서 형같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겠어.]동네 양아치 같은 말투로 말하는…’형같이 훌륭한 사람’이란 말이 왜 이렇게 가슴을 찌를까.
[피코.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니?]-…뭐에요?
[닥친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 것. 싫더라도 옳은 일을 하는 것.]그것을 보던 미호의 꼬리가 빳빳이 선다.
유명이 자신에게 했던 약속, ‘그가 싫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
-제가…뭘 해야 해요…?
눈치가 빠른 아이인가 보다.
소방관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해준다.
[다리를 자르고, 여기서 나가야 해. 곧 2차 붕괴가 일어날 거야.]-다리…싫어…!
[피코, 여기서 네가 싫더라도 옳은 선택을 하면, 너는 형의 목숨을 구할 수 있어.]-형…혼자 나가면…
[아니, 나는 너와 함께 나가거나, 여기서 함께 죽을 거야. 우린 끝까지 함께다, 피코.]-……
[형 좀 살려 줘. 나 지금 진짜 쫄아 있거든. 내 인생의 끝이 야동 폴더로 기억되어선 안 된단 말이다…]관객의 얼굴에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맺힌다.
흔한 스토리다. 흔한 스토리지만…배우의 역량과, 캐릭터에 따라 전해지는 감동은 달라진다.
유명은 생방에서 좀비물을 설득해낸 실력으로, 생방에서 재난물도 훌륭히 설득시켰다.
-살려…줄게요…
[고맙다 피코! 내 생명의 은인이야. 아프진 않을 거야, 눈 감고 있어.]다정한 목소리가 들리고, 드르르르 하는 전기톱 소리와 함께 조명이 암전된다.
불이 다시 켜지고, 아이 인형을 업은 유명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짝-
생방에서 나온 관객 기립 박수를 카메라는 한참이나 훑었다.
그렇게 생방 2회차가 끝났고, 유명은 두 번째의 400점과 더불어 시청자투표의 80%를 획득했다.
파이널 스테이지를 향하는 마지막 2인은 유명과 마르타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2회차 생방의 시청률은 1회차를 넘어섰다.
192 파이널 스테이지
[잘 가요, 셀리나.]셀리나는 숙소를 떠나며, 정말 아들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유명을 꼭 한 번 끌어안았다.
[기획사에서 말하길, 1차 생방 이후에 영화 제작사에서 준주연 급의 역할이 들어왔대요. 캐스팅보트에게도 유명에게도 고마운 마음이에요.] [셀리나의 연기력이 지금이라도 빛을 봐서 다행이에요.] [다음에 유명과 다시 같이 연기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네요.]유명이 그녀를 향해 따뜻하게 웃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앙투안.
[앙투안은 바로 프랑스로 돌아가나요?] [온 김에 미국 여행 좀 하려구요. 그리고 나서…아마 브라이즈 극단으로 가게 될 것 같아요.] [위고 씨랑은 앞으로 같이 할 일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럴 줄 알았는데…하하.]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눈빛에 예전보다 훨씬 짙은 욕심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위고의 연출력, 서류신과 도효준같은 경쟁 상대가 될 만한 배우들.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브라이즈를 택한 거겠지.
‘그런데 류신 선배에 효준에 앙투안이라…브라이즈 극단이 넘사벽이 되겠는데…?’
[프랑스에도 놀러 와요.] [네. 거기에는…저와 가까운 인물들이 많으니까요.]류신, 효준, 위고, 그리고…유명은 또 한 명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렇게 그들이 떠났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3차 생방 과제를 알리기 위해 관련인들이 모두 모였다.
그 중 한 명을 보고…유명이 눈을 비빈다.
“설마…육작가님?!”
“유명씨이이~~!!”
“어…작가님이 어떻게 여길···?”
밤을 샜는지 퀭한 얼굴의 그녀는 유명의 손을 잡고 펄쩍펄쩍 뛰었다.
[앗, 아무도 말 안 해 줬어요? 에바, 유명씨한테 얘기 안 했어?] [놀래켜 주려고요, 언니.]방금…에바가 언니라고 한 건가? 설마 진짜 자매…는 아니겠지.
그나저나 똑같이 생긴 두 명이 유명의 앞에 동시에 서자, 그의 눈이 어지러워졌다.
정말…정말 닮았다.
[사정이 생겨서 ‘언니’가 작가팀에 충원됐어요. 이번에 너무 할 일이 많았거든요.] [할 일요? 무슨···?] [작가가 할 일이라면, 당연히 대본 쓰는 거죠. 사실-]에바가 더 스포하기 전에 제리가 그녀의 앞을 막아선다.
[그 다음부터는 이 제리 하이가 얘기하죠. 자자- 모두 자리 잡고 앉아봐요.]오늘 방문한 사람은 진행자 제리와 스탭들,
그리고 에바, 육미영, 데렉, 나탈리라는 네 명의 관계자들이다.
[유명과 마르타에겐 미안하지만, 마지막 생방은 과제가 두 개에요.] [1차, 2차 생방 때도 과제는 두 개씩이었는데요?] [그 땐 한 가지는 즉흥과제, 한 가지는 준비과제였는데…이번에는 준비과제가 두 개입니다.] [??] [두 분은 각각 데렉과 한 번, 나탈리와 한 번 연기하게 될 거에요.]마지막 미션이 공개되었다.
*
“한국에선 다들 난리가 났어요.”
“그래요? 하하···”
과제 공지가 끝난 후, 유명은 잠시 육미영과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응. 유명씨 꽃길 걷는 걸 모두들 환호하면서도, 이제 한국에서 연기하는 걸 볼 순 없겠지 하고 시무룩해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 말을 하며 살며시 유명의 눈치를 보는 육작가를 보고 유명이 속으로 빙긋 웃는다.
시무룩해 하는 사람들…의 가장 앞에 자신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겠지.
언제 돌아올 건지, 돌아오면 자신과 작품을 할 순 없는지, 묻고 싶은 말들이 굴뚝인가 보다.
유명은 그것을 짐짓 모른 척하며, 대답한다.
“아직은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일단 오디션 끝나봐야죠. 다들 잘 지내요?”
“응응. 내가 미국 가는 거 아는 사람들은 다 유명씨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했어. 아참, 이거 전해달라는 부탁도 받았어요. 향초는 차하린 씨가 직접 만들었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고, 편지는 윤한성 이선하 부부가 줬어요.”
“아…감사합니다.”
유명이 예쁘게 포장된 박스와, 깨끗한 미색 봉투를 받아들고 그리운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을 보고, 육작가의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아아…지금 표정 좋아. 그 표정이에요.”
“??”
“나탈리와 유명씨가 연기할 , 그거 한성씨가 전해달라고 부탁한 손편지 보고 영감 받아서 비행기 안에서 쓴 거거든요.”
“정말요?”
방금 전, 두 개의 대본을 받았다.
하나는 데렉과 연기할 by 에바 도브란스키,
하나는 나탈리와 연기할 by 육미영이었다.
유명은 육미영을 앞에 두고 를 펼쳤다.
“어때요?”
10분짜리 대본이다 보니 길이가 길진 않았다.
금세 마지막 장을 덮는 유명을 향해 미영이 두 손을 모으고 물었고, 유명이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딱 작가님 스타일이네요.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에요.”
유명이 연기할 배역의 이름은 밀턴.
어느날 갑자기 여주인공 소피아 앞에 나타난 조금 특이한 남자.
육미영 작품의 캐릭터들은 흔한 듯 대중적이면서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뒤집혀 있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구석이 있다.
밀턴도 그랬다.
“아까 편지를 받을 때의 표정, 그런 톤이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유명씨랑 한 작품 더 못한 게 꿈에서도 생각났는데, 이렇게라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아요.”
“…저도 좋아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육미영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때 자신은 빽도 없고, 경력도 없는 신인배우였다.
PD와 작가의 눈에 들기 위해, 사이즈가 맞지 않는 낡은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명품을 휘감은 채 오디션장에서 제 차례만 기다리던 배우는, 이제 그 작가의 러브콜을 잔뜩 받고 있다.
그 때든, 지금이든, 달라진 것은 없다.
작품을 고를 때, 다음에 무엇을 할 지 고민하는 선택지가 늘었을 뿐,
결국 무명 배우든 유명 배우든, 현재 자신의 앞에 놓인 한 가지의 배역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니, 지금은 두 가지인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명은 그 때와 같은 각도로 허리를 꾸벅 숙였다.
미영도 엉겁결에 함께 허리를 숙였다.
*
파이널 스테이지 전 주말.
보그지가 발간되었다.
화보는 마지막에 2P가 추가되었다. 고르고 고른 A컷들 중에서 도저히 뺄 것이 없어서 페이지가 추가된 것이었다.
그리고 보그 4월호는 발매 당일 매진되었다.
“으아, 이게 다예요.”
“몇 권이에요? 꽤 많아 보이는데.”
“27권요. 아침부터 나가서 주변 판매처를 돌면서 최대한 쓸어 온 건데도···”
소진은 유석에게 울상을 지어 보였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요?”
“안 충분합니다아··· 한 명이라도 더 보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근데 저도 아직 못 봤는데…한 번 뜯어볼까요?”
“왜 안 봤어요? 처음 샀을 때 뜯어봤을 줄 알았더니.”
“조용한 데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건하게 봐야죠. 길거리에서 보다가 소음공해로 체포되면 어쩌려구요.”
농담인가?
아니 진심인가 보다.
유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팬클럽이란…오래도록 봐 왔지만 이해가 가다가도 안 가는 종족들이다. 아니 뭐 좋겠지. 본인도 기대가 되기는 한다. 그렇다고 화보를 보면서 소리까지 지를 건 뭐냔 말이다.
“뜯어 봐요.”
소진이 비닐 포장지를 커터칼로 조심스럽게 분해한다. ‘팍 뜯어버려요-’ 하고 했더니 ‘안 돼요! 이거도 소장할 거란 말이에요!’ 라고 대답한다. 아니…잡지 비닐이 다 똑같지 뭘 저런 것까지 소장한단 말인가.
비닐을 벗기니 아까도 멋지다고 생각했던 표지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표지는 유명 단독이다. 얼굴의 절반은 ‘밝은 감정’을, 절반은 ‘어두운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합성사진은, 그 양 극단의 표정이 너무 달라서, 무척 기묘한 느낌이 든다.
“패션지보다는…아트 사진 같아요, 그쵸?”
“흐음…그러네요.”
어느새 유석도 잡지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다.
“우와···”
소진은 잡지를 펼친 후 한 장 한 장을 보물같이 넘긴다. 작게 꺅꺅 소리가 난다.
무대도 물론 멋졌지만, 화보는 디자이너의 의상과 촬영 세트가 가미되어 세련된 느낌이 더해졌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무대 연기는 소장할 수 없지만 화보는 소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박…회원님들 다들 기절하겠네요. 오늘 바로 우체국 가야지.”
“흐음…멋지긴…하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로마이드를 펼쳤을 때,
“꺄아아앗–!”
“으허어···!”
유석은 자신도 모르게 함께 소리를 뱉었다.
가로가 긴 브로마이드는, 양 끝에 천사와 악마가 자신 쪽으로 오라는 듯 유혹하고,
정 가운데 공백의 표정인 판도라.
그리고 판도라가 각각의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서, 표정이 더해지는 과정들이 순간 포착처럼 여러 샷으로 아주…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
“대바악···”
유석이 순간 소진의 소매를 잡았다.
“그…스물 일곱 권이나 있으면…한 권은 나한테 팔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