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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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일주일간, 데렉과 나탈리는 액터스 하우스에 거의 들어와 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네 배우는 각각 두 작품씩을 하는 중이었다.
일주일 만에 두 작품의 대사를 외우고, 상대역과 합을 맞추며, 무대, 조명, 음향 등도 담당자들과 상의해야 했다.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심지어는 액션도 준비해야 했다.
-액션요?
-‘격투’ 장면이 짧게라도 들어가니까, 합을 맞추면 좋겠죠. 스트로브(*플래시처럼 섬광이 번쩍거리는 효과를 쓸 때 주는 조명의 종류)로 처리하기로 했으니까 고난도의 액션이 필요하진 않겠지만, 어두운 곳에서 움직이는 걸 상정하고 연습해야 하니까.
함께 연습해 보니, 데렉과 나탈리는 스타일이 무척 달랐다.
나탈리는 느꼈던 대로, 진중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연기에 집중력이 무척 좋았으며, 성실 그 자체인 배우로, 꾸준히 발전하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녀와 연습에서는 다툴 일이 거의 없었으며, 합리적인 토론과 적절한 최선으로 함께 좋은 극을 만들어 나갔다.
데렉은 상당히 독선적인 과였는데, 그게 대부분 옳은 소리인 것이 문제였다.
헐리우드에서 십년 이상 정상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배우의 경험치는 엄청나서, 유명이 해 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그의 조언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유명도 그의 말을 온전히 따르는 것은 아니어서, 꽤나 자주 큰 소리가 났다. 하지만 유명이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버티며 그것을 연기로 증명해내 보일 때, 데렉은 군말없이 납득해 주었다.
{파티당, 파티!}
미호는 신이 난 얼굴로 액터스 하우스를 휘저었다.
하루 종일 연습하는 네 팀의 연기(*연기의 기운)는 네 가지의 다양한 맛이 나서, 매일 고급 코스요리를 먹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마르타네도 잘 하고 있나 보네.’
{아직은 덜 컸다는 느낌이지만, 워낙 소재가 좋은 배우니깡. 그리고 옆에 붙은 파트너들도 다 최고다 보니 잘 이끌어가고 있당.}
‘다행이네.’
{빨리 공연이 시작됐으면 좋겠당.}
미호가 꼬리를 뱅글뱅글 돌렸다.
{지금도 이렇게 맛있는데…관객의 열기가 뿌려지면 얼마나 맛있겠냥!}
그게 무슨 맛인지 모르는 유명으로서는 어깨를 으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공연 당일, 마지막 리허설이 끝났을 때,
스타일이 그렇게 다르던 두 배우는 유명에게 손을 내밀며 꼭 같은 소리를 했다.
[아쉬운 건, 너무 짧았다는 것 뿐이군요. 다음에는 좀 더 길게…같이 연기하면 좋겠어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군.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납시다.]유명에게도 만족스럽기 그지 없는 파트너들.
그는 그 손들을 단단히 맞잡으며, 한국식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 무대 위에서 뵐게요.]4월 13일.
캐스팅보트의 21회차 방송, 파이널 스테이지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193 점수를 받는 입장
“엄마.”
[유명아! 잘 있어? 아픈 데 없고? 밥은 잘 챙겨 먹니? 어떻게 전화했어. 생방 직전일텐데 바쁘지 않아?]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와다다다 쏟아지는 질문들.
그 안에 배어있는 염려와 애정.
순식간에 발끝까지 온기가 돈다.
“생방 시작 전의 여유 시간이에요. 저는 잘 있어요. 연락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해요.”
[아니야. 얼마나 바쁠텐데··· 그렇게 힘들게 연기를 하고··· 유명아, 엄마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우리 아들 정말 대단해. 그렇긴 한데…좀 덜 대단해도 괜찮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쉬어 가면서…응?]몇 마디 되지 않는 말에 순식간에 염려가 차올랐다가, 벅참이 넘쳐 흐르고, 다시 애잔함이 가득 깔린다.
그 모든 마음이 진심.
유명은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 해도, 부모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을 그대로 옮길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뭘 그런 소리를 해. 본인 일에 그만큼 빠질 수 있는 게 얼마나 멋있는 건데.
-아빠 가만 있어 봐. 엄마한테 또 혼날라구. 어이, 신유명! 신유명 잘 사냐!
저 멀리서 아버지와 지연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국 시간으론 토요일 점심 무렵.
생방을 보기 위해 다 같이 모여있는 모양이다.
“아버지 좀 바꿔 주세요.”
[그래. 유명아 쉬엄쉬엄해, 알았지?!] [흠흠, 아빠다.]조금 쑥쓰러워 하는 무뚝뚝한 목소리.
[어…유명아. 우리 가게가 요즘 잘 된다. 말한 적은 없는데 신유명 부모가 하는 가게라고 소문이 난 모양이야.] [저는 아버지 빼닮았으니까요, 하하.]유명의 부모님은 작은 피자집을 하고 계셨다.
지연이는 자신이 치킨에 집착하는 게, 허구헌날 피자만 먹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명과 지연은 어릴 때부터 짬날 때 부모님 가게를 도왔었는데, 유명이 그 집 아들이라는 게 이제야 소문이 난 걸 보면…진짜 존재감이 어마어마하게 없었던 것이다.
[잘 됐네요. 오늘 가게는요?] [아들이 우승할 날인데 장사가 대수냐. 알바생들도 다 쉬라고 했다. 네가 우승하고 나면 내일은 돈 안 받고 피자 줄 거다.] [하하, 아버지도···]-왜 애한테 부담을 주고 그래!
이번에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아버지는 꿋꿋하게 어머니에게 맞선다.
[부담이 아니라, 누가 봐도 당연히 우승이니까 그렇지!]어머니의 걱정.
아버지의 신뢰.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유명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15년을 돌아오지 않고도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때도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그러면 그 때의 인생이 그렇게 갑갑하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오빠!야!]지연이 달려들어 수화기를 낚아챘나 보다. 오빠보다 ‘야’에 더 강세가 실린 듯한 느낌은 착각일까···?
[잘해라잉? 나 그리고 올 때 나탈리 언니 싸인…아야! 아야!]동생의 지랄.
도 소중하긴 마찬가지.
유명은 동생에게 짐짓 으름장을 놓는다.
“신지연.”
[엉?]“잘 보고 있어. 오빠란 소리가 저절로 나올 거다.”
유명이 씨익 웃었다.
*
[캐스팅 보트, 대망의 파이널 스테이지~~!]와아아아아–!
[진행에 앞서, 자랑 좀 하겠습니다. 아주 난리입니다 난리. 연초부터 ‘올해의 예능’이 나온 거 아니냐, 오디션 프로의 정점을 찍어버렸다, 아주아주 설레발들이 그냥-]제리가 양 손을 들어보이며 어깨를 으쓱 추켜세웠다.
[그럴만도 합니다. 솔직히 저도, 다른 프로랑 캐스팅보트가 함께 섭외 들어왔을 때, 한참 재다가 요걸 선택했는데…정말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여기 오신 방청객 여러분도 그렇죠? 에이 안 될 걸- 생각하면서도 방청 신청 넣어본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우하하하!’ ‘맞아요!’ ‘평생 후회할 뻔 했어요!’
[자, 저도 여러분도 올해 운은 연초부터 다 써버린 것 같군요. 그래도 후회 안하실 겁니다. 오늘 여기 오신 분들은 정말…행운아거든요.]??
[20회에서, 유명-데렉 조와 마르타-나탈리 조의 연기 소식은 다들 보셨죠?]2회차 생방(19회)과 마지막 생방(21회) 사이에 방송된 20회에서, 데렉과 신유명이 함께 서는 무대가 있을 거라는 소식이 등장했고,
다음 날 모든 연예지는 그 소식으로 뒤덮였다.
-데렉 맥커디, 본인의 ‘스포’대로 신유명와 한 무대에 선다!
-천재 기성과 천재 신인의 한 무대. 경쟁 구도는 유명vs마르타가 아니라, 유명vs데렉인가?
-모두가 주목하는 대망의 파이널 무대, 데렉-유명, 나탈리-마르타 남남 여여 구도.
방청신청을 할만큼 캐스팅보트를 좋아하는 팬들이 그 소식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들이 긍정을 표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제리가 선물을 감춘 산타같은 표정으로 쨘- 하고 새 소식을 꺼낸다.
[사실, 오늘 준비된 무대는 네가지입니다!]???
[마르타-나탈리, 유명-나탈리, 마르타-데렉, 유명-데렉! 이 네 가지 조합의 무대가 순차적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우…우와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뒤덮였다.
모두의 눈에 기대가 반짝반짝 내려앉았다. 그것은 브라운관 너머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울 네 명이 교차되는 조합의 연기.
준비하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걱정도 들지만, 그 보다는 우와 재미있겠는데!, 라는 기대가 먼저 들었다. 언제나 멋진 무대에 굶주려 있는 관중의 본능이었다.
제리는 능숙하게 텐션을 바짝 당겨놓은 상태에서 심사위원을 소개했다.
[자아…그러다보니 우리 심사위원진이 꽤 바뀌었어요. 이번 생방 과제에 심사위원들이 너무 깊숙히 개입되어 버려서, 객관성을 잃은 인간들은 심사위원에서 다 탈락시켜 버렸습니다. 심사를 받을 입장에 처한 데렉 아웃, 나탈리 아웃, 작가인 에바도 아웃!]하하하하–
[살아남은 건 조지 하나 뿐이군요. 그래서 다른 한 분을 모셨습니다.]??
[이 기획의 시작점에 계셨던 분입니다. 캐스팅보트 우승자의 차기작을 찍으실 분이자, 저기 앉아있는 조지의 라이벌. 카일러 언쇼 감독님을 파이널 스테이지의 심사위원으로 모셨습니다!]함성이 메아리치는 가운데, 열린 문으로 한 남자가 등장했다.
긴 실버블론드를 단정하게 하나로 묶은 사람은, 남자인데도 청순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는 빈 심사위원석 중 한 자리에 앉자, 조지가 인사를 건넨다.
[여어, 카일러.] [잘 지냈어요, 조지?] [잘 못 지냈죠. 그 쪽 좋은 일 시키자고 캐스팅보트 심사위원을 하면서…아주 부러워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요.] [하하, 조지도 참.]관객들도, 시청자들도 이 특이한 분위기의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신기해 할 만도 했다.
카일러 언쇼는 외부에 자신이 나서는 것을 기피하던 타입으로,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대중 매체에 노출된 것은 영화제 시상식 때 멀리서 잡힌 모습 정도였으니.
이 정도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최초인 것이다.
[안녕하세요, 카일러. 초면에 실례지만 감독인지 배우인지 모를 정도네요.] [하하, 반가워요 제리. 캐스팅보트 재미있게 잘 보고 있었어요.] [엄청 남 얘기처럼 말씀하시네~ 자, 심사위원이 두 분으로 압축된 만큼, 여러분에겐 두 배의 권한이 생깁니다. 조지와 카일러는 네 팀에게 각각 100점씩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이 준 점수를 참가자별로 더해서 총점에 반영할 거구요.] [유명과 마르타에게 주는 점수가 아니라, ‘팀’에 주는 점수인가요?] [그렇습니다.]방금 이 질문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관객 투표와 시청자 투표는 ‘유명’ 혹은 ‘마르타’, 즉 참가자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이번 심사위원 채점만큼은, ‘팀 점수’.
그것의 의미는, 데렉과 나탈리도 점수를 받는 입장이라는 것.
[재미있네요.]카일러가 입술을 살짝 움직여 웃었다. 아름다운 미소였다.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처음 보실 무대는, 마르타-나탈리 조의 무대입니다!]본격적인 경합이 시작되었다.
*
‘와···’
지금 유명이 감탄한 상대는 에바 도브란스키였다.
이번 연습기간에는 상대 팀의 대본은 보지 못했다. 아니 2개의 공연을 준비하느라 너무 바빠서 볼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 처음 보게 된 마르타-나탈리 조의 공연은,
수녀와 킬러.
에서 나탈리가 연기했던 킬러 넬리와, 지난 생방에서 마르타가 연기했던 수녀 줄리아의 캐릭터가 조합되어 있었다.
마르타가 최종 2인에 남을 줄 미리 알지는 못했을 테니, 저 대본은 2차 생방이 끝난 날 밤부터 대본이 주어졌던 다음 날 아침 사이에 완성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킬러와 수녀라는 양 극단에 있는 두 여성의 조합은, 아주 오랫동안 구상해 왔던 그림인 양 멋진 케미를 선보였다.
그들의 공연이 끝나고, 유명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안 쪽으로 뛰어 들어 온 나탈리에게 몇 사람이 달라붙어, 순식간에 의상을 교체하고 분장을 수정한다.
참가자들은 번갈아 무대에 올라가지만, 나탈리와 데렉은 연이어 공연을 해야 해서 무척 바쁘다.
유명은 훌렁 의상을 벗어 던지는 나탈리를 보지 않으려 바깥에 시선을 고정했고, 제리의 만담과 심사위원들의 짧은 감상평이 이어지는 동안 준비는 곧 끝났다.
[자, 이제 다음 무대를 만나보시죠. 방금 멋진 킬러를 보여준 나탈리는 평범한 한 여성이 되고, 오늘 첫 연기를 앞둔 유명은 조금 특별한 남성이 됩니다. , 모두 박수로 맞이해 볼까요?]와아아아아–
관객의 함성 속에 무대의 불빛이 꺼졌다.
유명은 겨우 사람의 실루엣만 분간되는 포켓에서, 옆에 선 나탈리에게 작게 속삭였다.
(멋졌어요. 다음도 잘 부탁해요.)
어둠 속에서도 단단히 마주본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탈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유명을 스쳐 바깥으로 나갔다.
첫 장면의 등장은 그녀 혼자였다.
지잉–
조명이 들어온 무대에는 아주 심플하고 슬림한 디자인의 책상이 하나 놓여있다.
거기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모니터는 투명한 유리 한 장. 그 위에는 파란 색의 글씨와 그래프가 떠올라 있다. 굉장히 하이테크놀로지해 보이는 풍경이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있는 한 여자.
깔끔히 올백으로 넘겨 하나로 묶은 머리. 무테의 안경.
귀에 달랑거리는 커다란 링 귀걸이와 은색이 많이 섞인 느낌의 원피스.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의 여배우.
나탈리 카센이다.
그녀는 팔짱을 가슴 앞에 낀 채로, 의자에 몸을 파묻듯 기대어 있다.
[어, 미카. 아직 가상 오피스야. 방금 최종작업물 디렉토리에 업데이트 했으니까, 중요한 일은 끝났어. 어디서 나이스 가이를 봤다고? 홍채 영상 빨리 전송해 봐.]때는 2020년.
하이 테크놀로지가 일상에 완전히 접목된 미래의 세계라는 설정.
주인공 소피아는 프로그래머로, 그 중에서도 가장 첨단화된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다-
라는 대본의 설정을 처음 보았을 때, 유명은 피식 웃음을 지었었다.
2020년은 아니지만, 2018년까지 살다 온 사람이 보았을 때, 대본이 그리는 세계는 꽤나 허무맹랑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2007년이니까…13년 후의 세상은 뭔가 획기적으로 바뀌었을 거라고 상상할 만도 하지. 하기야 2달 후면 애플사의 아이폰I이 출시되니,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어마어마하게 바뀌긴 하지만, 저 정도까지 변하진 않는데.’
어쨌건 그것은 미래를 살다온 유명만이 아는 사실이었고,
지금 이 무대를 보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은, 2020년의 미래 도시를 상상하며 위화감 없이 그녀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미카, 나 어제 엄청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이상한 사람? 변태?
[아니…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길에 서 있는 나에게 접근해서 이름을 물어봤거든? 그런데…굉장히 특이한 사람이었어···]회상하는 듯한 소피아의 표정과 함께 조명이 어두워진다.
그리고 다시 밝아졌을 때,
쏴아아아-
빗소리가 깔리고, 소피아의 앞에는 우산을 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클래식한 정장에 부드러운 밀빛 곱슬머리가 햇살같이 온화한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194 아날로그 러브
데렉은 어둠 속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포켓 사이로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좀 컸나···?’
함께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같은 공간에서 연기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나이 차이는 겨우 다섯 살이지만, 데렉에게 나탈리는 딸같은 느낌이었다.
데뷔가 늦었던 그녀는, 의 주역을 맡았을 때도 신인에 가까웠다. 그래서 데렉에게 정말 가열차게 깨지곤 했다.
‘그걸 다 따라왔었지···’
자신도 연기에 한해서(?) 자신의 성격이 꽤 지랄맞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성격이 더욱더 지랄맞아질 때는, 자신의 지랄로 빠르게 성장하는 배우가 있을 때이다. 그가 들볶았던 배우 중, 나탈리는 어느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영리하게 그의 조언을 흡수했고, 단시간에 헐리우드 최고의 몸값을 찍는 여배우가 되었다.
그러더니, 이젠 자신에게 덤빈다. 기특하게도.
‘그럼 더더욱 밟아줘야지.’
그는 삐뚜름한 웃음을 지은 채로 무대를 주시했다.
연기를 할 땐 놀랄만큼 아름다워지는 그의 제자는, 자신이 처음 자신과 동급이라고 인정한 배우와 함께 무대에 선다.
어떤 무대일까.
*
-왜왜, 어떤 남자였는데?
-특이한 점 첫 번째. 우산을 쓰고 있었어.
-뭐? 우산?
남자와 여자는, 감전된 듯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들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소피아와 친구 미카의 전화통화가 음향으로 마저 들려온다.
쏴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