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26
“에이, 형. 두 명으로도 모자라죠. 경호원이며 코디며, ‘신유명 팀’에 앞으로도 계속 인원들이 충원될 거예요. 형이 편하게 뭐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불려 왔네요. 덕분에 미국 물도 먹어보고, 하하.”
“잘 됐네. 다들 잘 지내고?”
“그럼요. 수연이 첫 작품 들어가는 건 들으셨어요?”
“앗, 그래? 잘 됐네. 육 작가님 오실 때 선물이랑 쪽지 전달받았는데, 신경쓰일까봐 본인 이야기는 안 했나보다. 영화? 드라마?”
“영화요. 걔는 마스크가 딱 영화잖아요. 첫 작인데도 기도한 감독님 신작에 근사한 조연 롤 따냈어요.”
로 이름을 알린지 2년.
기도한 감독은 이후 두 편의 영화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내며, 기대주 신예 감독으로 명성을 쌓고있었다. 그의 신작에 수연이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원생에서도 인연이 있었던 두 사람.
이번에도 수연의 ‘정식 데뷔작’이 기도한의 작품이라니, 진짜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있는 모양이었다.
유명은 호철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방송국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사람은 제리 하이.
[헤이, 신유명씨! 잘 쉬었어요? 바깥에 나가니까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스타가 됐는지를 실감했나요?] [하하, 한국에서랑 비슷해요. 소리지르는 관중들의 머리 색깔이 훨씬 다양해지긴 했지만요.]빵-하고 뜬 신인 배우를 놀려보려던 제리는, 유명의 능숙한 대답에 움찔했다.
‘하기야…자기 나라에서 대단한 스타였다고 했지.’
유명은 제리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분장실로 향했다.
방송국 복도를 거닐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많은 인사가 들려 온다. 촬영하면서 안면이 있는 스탭은 물론이고, 잘 모르는 얼굴들이나, TV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 얼굴들까지, ‘그제 잘 봤어요! 우승 축하해요!’라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어온다.
대기실 또한, 이라는 명패가 달린 독실이 배정되었다.
호철은 그런 대우들이 무척 설레고 신나는 모양이었다.
“형, 진짜 대박이네요. 와아…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도 직접 보니까 정신이 멍해지네요. 유명 형이 진짜 세계적인 스타가 됐어!!”
“하하, 뭘 그렇게 오버해.”
“오버가 아니에요! 형 지금 서울 가서 시장 선거 나가면 당선될 지도 몰라요. 그 정도로 다들 눈이 뒤집혀 있다니까요. 저 형 로드로 미국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부럽다고 난리도 아니었는데…와, 사람들한테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흥분을 거듭하던 호철은,
똑똑-
분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유명을 반갑게 끌어안는 사람을 보고 숨을 멈췄다.
[유명! 잘 쉬었어요?]‘나탈리 카센이…우리 형을 직접 찾아왔어…!’
숫제 기절이라도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
[캐스팅보트, 대망의 마지막화입니다!생방이 끝났으니 시들해질 것 같나요? 아니, 절대요. 지금 여기에는 미국을 끓어오르게 한 인물들이 나와 있고, 다들 궁금해하는 뒷이야기들이 마구 터질 예정이거든요! 먼저, 오늘의 주인공부터 만나보시죠. 캐스팅보트의 우승자 유명과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던 마르타입니다!]
와아아아–
방청객들이 커다란 박수로 호응하고, 가장 중앙에 앉아있는 둘을 카메라가 크게 잡는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제리, 말은 바로 해야죠. 접전은 아니었잖아요.]마르타가 특유의 무표정으로, 팩트를 지적한다.
[마르타. 다 아는 얘기를 왜 굳이 수정을 해요. 본인에게 유리한 얘기도 아닌데.] [다 아는 얘기를 왜 굳이 거짓말을 해요?] [윽…마르타는 언제나 저를 할 말 없게 하는군요…유명씨는 어땠어요? 한 발자국만 밖에 나가도 엄청난 관심에 시달렸을 것 같은데?] [종일 잤어요. 안 나가봐서 잘 모르겠네요.] [아오, 두 분 다 저를 맥빠지게 하네요. 하지만 제 통장은 캐스팅보트 덕에 맥이 살아나는 중이니 참아주도록 하죠. 다음으로 우리 심사위원들을 만나볼까요?]제리가 심사위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나탈리와 데렉은 언제나처럼 근사했고, 조지는 카메라에 잡히자 하하 너털웃음을 터뜨렸으며, 에바는 유명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방긋방긋 웃었다.
그리고···
[자, 여러분. 오늘 두 분의 손님을 더 모실 예정입니다.] [??] [먼저, 에바와 함께 캐스팅보트의 파이널 스테이지 대본을 쓰신 작가분입니다. 멀리 한국에서 오신, 육미영 작가님을 소개합니다!]스튜디오로 올라온 여성을 보고,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마이갓…왜…에바가 한 명 더 있는 거죠?!]제리는 파이널 스테이지를 위한 회의를 할 때 육미영을 본 적이 있었지만, 처음보는 척 일부러 호들갑을 떨었다.
어차피 시청자들은 육미영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공연이 2개에서 4개로 늘어난 것은 생방 당일까지 대외비였고, 생방 도중 ‘새로 투입된 작가’가 있음을 고지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비춰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드라마를 쓰고 있는 육미영입니다.] [어우, 어지러워. 진짜 똑같아. 이 두 분의 인연은 조금 있다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자…마지막 초대 손님을 모셔 보겠습니다.]두근- 두근-
유명의 가슴이 뛰었다.
[생방 이후, 대단한 미모로 엄청난 화제가 되셨던 분입니다. 심지어 진짜에게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가짜로 내세운 대역 배우 아니냐, 라는 설까지 나돌고 있어요.]신유명이라는 인간을 모티브로, 다음 작품을 함께 만들어나가게 될,
[카일러 언쇼 감독님, 나와 주세요.]그의 감독과의 첫 대면이었다.
198 ‘알고’, ‘살린’
스튜디오로 걸어들어오는 카일러를 보고 유명은 조금 놀랐다.
생방 당일도 그를 보기는 했지만, 무대와 심사위원석은 거리가 좀 있는데다 무대 위가 가장 밝았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자세히는 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자세히 보는 그의 모습은…
실버블론드가 옅은 금실처럼 반짝였고, 그보다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깊은 호수같이 푸른 눈동자였다.
그와 유명의 시선이 서로에게 한참을 머물렀다.
귓가에서 미호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렸다.
{묘할 정도로 기운이 깨끗한 인간인뎅···}
제리가 주도하는 22회의 녹화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화제들이 연신 몰아쳤다.
[다들 놀라워하는 부분이, 어떻게 두 개의 공연이 4개로 늘어났는가에요. 직전화에서 예고할 때만 해도 2개의 공연이었잖아요?] [맞아요. 원래는 데렉과 유명, 나탈리와 마르타, 이렇게 두 팀의 공연이었어요. 그런데 나탈리가 이의를 제기했죠. 저렇게 좋은 배우들인데, 두 배우와 다 같은 무대에 서 보고 싶다고.]그 말에 방청객들이 감동한 눈빛으로 나탈리를 바라본다.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대본은 어떻게 마련했어요? 갑자기 일정이 바뀐 거라면, 대본을 4개나 준비하기 힘들었을 텐데?]이 질문에는 에바가 대답했다.
[원래 저는 2가지의 대본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2번째 생방 직후, 결선 진출자가 확실해지고 나면 밤새 커스터마이징(*인물에 맞춰서 수정하는 것)을 할 계획이었으니, 2개의 대본을 추가할 여력은 도저히 되지 못했죠. 그런데 나탈리의 제안을 들은 순간, 최근 저와 활발하게 영감을 교류하고 있었던 미영이 떠올랐죠.] [두 분은 어떻게 아시는···?] [아…작가 커뮤니티에서 만났어요.]에바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 커뮤니티가 참가자의 팬클럽이었고, 교류하고 있었던 것은 영감이 아니라 떡밥이었다고는…도저히 밝힐 수 없었다.
[육 작가님은, 유명이 한국에서 활동한 첫 드라마인 의 메인 작가시기도 합니다. 이번에 TW에서 수입한다죠? 무척 매력적인 작품이니, 유명의 팬이라면 꼭 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런데 두 분…정말 닮았어요. 피부톤도 다르고 머리 색도 눈 색도 분명 다른데…뭔가 이미지나 제스처의 느낌이 정말···]에바와 미영이 마주 보고 웃었다.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진짜 잃어버린 자매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맞거든요. 저희는 당분간 공동 집필을 하기로 했어요. 집필 스타일이 비슷한데 주력 분야가 다르니, 서로에게 무척 자극이 되어서요.] [어떤 작품들이 쏟아질지 무척 기대되네요.자 그럼, 대본은 그렇게 준비되었고, 연출진이야 옳타쿠나 환영했을 테고, 우리 참가자들이야 불만이 부글부글 끌어올라도 이의를 제기할 입장은 못 되었을 거라 이해가 가는데, 데렉은…왜 오케이했죠?] [걸어 온 싸움을 거절하는 참한 성격은 못 되어서요.]
데렉이 나탈리를 슬쩍 쳐다보며 던진 말에, 제리가 걸렸다! 하는 눈빛으로 말꼬리를 잡아챈다.
[호오…그게 나탈리의 도전이었다…는 거군요?] [같은 무대에서, 같은 상대역으로 연기하고 싶다는 게 그 뜻 아닙니까.]나탈리는 그 말을 딱히 부정하지 않고 그의 시선을 도도하게 맞받았다.
그리고 유명은 혀를 내둘렀다.
한국 연예프로에선 민감한 부분은 어떻게든 피해가기 마련인데, 이 곳에선 별 개의치 않고 이런 적나라한 이야기들을 해댄다.
아니, 그냥 데렉의 성격인 걸까.
그리고, 제리는 옳타쿠나 더욱 불을 지른다.
[그런데 두 분이 유명과 했던 무대에 대해, 저기 계신 카일러 감독님은 나탈리 쪽에 100점, 데렉 쪽에 99점을 줬거든요. 이걸 두고, 데렉이 나탈리한테 패배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데렉은 어떻게 생각하나요?]그 말에, 데렉의 표정이 슬쩍 구겨졌다.
[저야말로 묻고 싶군요. 1점이 어디서 빠진 거죠, 카일러?]데렉은 다리를 턱하니 꼬며 여유롭게 물었다.
하지만, 보는 사람들에겐 그가 빡친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심사위원에게 점수의 이유를 묻는 공손한 참가자가 아니라, 어디 한 번 변명이나 들어 보자는 높으신 분의 하문으로 느껴지는 말투였다.
하지만 카일러는 익숙한 듯 싱긋 웃으며 경쾌하게 말했다.
[취향입니다.]그 말엔 제리가 되물었다.
[취향요?] [네. 저는 사건을 다루는 극보다는 사람을 다루는 극이 취향이라서요.]사람을 다루는 극.
그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카일러 언쇼는 시나리오에 맞춰 배우를 뽑는 것이 아니라, 배우에 맞춰 시나리오를 쓸 정도로 ‘인간’에 포커싱된 감독이었으니까.
그를 비판하듯 날카롭게 데렉이 되묻는다.
[하지만 카일러 ‘감독님’이 맡은 건 심사위원이지 않습니까? 그럼 심사위원으로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에 비해 부족함이 있었습니까?] [아뇨. 방문판매원도 좋은 극이었습니다. 넘치면 넘쳤지 부족함은 없는 극이었죠. 그래서…99점을 드렸죠.]그 말에 데렉이 멈칫했다.
분명 99점도…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점수는 맞다. 하지만···
[하지만 제 취향을 좀 더 저격한 쪽은 였구요. 1점 정도는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취향은 감동의 정도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니까요.]카일러는 반박할 수 없는 논리를 아주 유순하게 내밀었고,
유명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데렉이…기로 눌리는데?’
겉으로 보여지는 분위기로 본다면 분명 데렉이 카일러를 압도하고도 남음직한데, 카일러에게 영 맥을 못추는 데렉.
카일러가 강단이 있는 건지, 데렉이 카일러에게 약한 건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웠다.
*
마르타의 향후 거취에 관한 물음.
각 심사위원별 가장 좋았던 무대 점찍기.
파이널 4무대에 대한 각 심사위원들의 해석과 토론.
다양한 이야기들이 벌어지는 동안, 유명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머무는 시선을 느꼈다.
특유의 맑은 느낌 때문에 불쾌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녹화 내내 집요할 정도로 자신을 쫓는 시선은 카일러의 것이었다.
‘관찰…인가.’
[자, 카일러 감독님. 다들 기대하고 있는, 유명 주연의 신작 크랭크인은 언제가 될 예정인가요?] [실무적으로는 언제든지 스타트가 가능합니다. TW에서 아주 목을 매달고 있으니까요.]하하하-
방청객들의 웃음이 터진다.
하기야, TW는 대중들의 불붙은 관심이 가시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영화가 개봉하길 바라 마지 않을 것이다.
[그럼 바로 크랭크인이 불가능한 다른 문제가 있나요?] [대본이 안 나왔어요. 첫 줄도 못 쓴 상태죠.]또 그 시선.
[오…’카일러 언쇼는 주연에 맞춰 대본을 쓴다’는 소문이 정말인가 보군요? 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있는 상태에서 배우에게 맞춘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네. 정말입니다. 그리고···]그가 이번엔 유명을 대놓고 쳐다보며, 말한다.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진 않군요.]그렇게 마지막 녹화가 끝났다.
21회 때 마지막 생방과 우승으로 이미 끝을 본 느낌이었지만, 이번엔 진짜 끝이었다.
분장을 지우고 밖으로 나가려던 유명은, 데렉과 마주쳤다.
지난 생방, 을 끝내고 나서, 무대 뒤에서 데렉이 건넸던 말.
-나랑 할 땐 이렇게 양보 없이 연기하면서, 아까는 도대체 왜···
그 이후로 데렉과 따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유명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 가지로 감사했어요.] [이제 설명 좀 해 보죠.] […뭘 말인가요?] [나탈리와 연기할 때, 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거지?]유명은 잠시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담담히 대답했다.
[최선을 다해 연기했습니다만.] [그게 최선이라고? 내 눈깔이 삔 줄 아나? 물론 캐릭터와 분위기가 다르니, 방문판매원에서처럼 하이텐션의 연기를 해야 했다는 말은 아니야. 하지만 밀턴 역, 신유명씨 당신이라면 충분히 더 매력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잖아?]그 말에 대답한 것은 유명이 아니라, 갑자기 반대쪽에서 등장한 한 인물이었다.
[나한테 열받은 걸 왜 여기 와서 시비야?]카일러였다.
*
[시비라니. 정당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중인데?] [내가 보기엔 신유명씨, 최고의 연기를 했는데.] [너는 그 날 본 게 처음이잖아.]유명은 둘의 대치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격이 없는 것은 소꿉친구라 그렇다고 하지만, 데렉이 카일러를 대하는 태도는 약간 날이 서 있었다.
그리고 생긋 웃으며 반론하는 카일러의 말투는…왠지 일부러 데렉을 열받게 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친구는 2주간 내 클래스에 있었어. 그리고 2달 넘게 오디션 과제들을 수행하는 걸 봐 왔다고. 그의 역량을 내가 모를 거 같아? 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데 소홀히 한 게 분명해.] [그게 ‘소홀’이라는 건 순전히 네 생각이지.] [그건 무슨 소리야.] [신유명씨는 연출적인 시야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야.]유명은 자신 앞에서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조금 민망해 하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유명이 보이지 않게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신유명씨는 철저하게 소피아에게 호흡을 밀어줬어.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관객이 밀턴의 대사보다, 그걸 듣는 소피아의 표정에 시선이 쏠리도록 의도적으로 움직였지. 참…감탄이 나올 정도였어.그래서 다들 끝나고 나서 소피아의 감정 연기가 좋았다고 해. 아까 나도 소피아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고 했고. 그런데, 그런 인상을 갖게 만든 건 누구였을까···?]
데렉이 입술을 지그시 물다 반박했다.
[내가 그걸 무시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 경계에서 조금은 더-] [아니, 원래 그걸 무시하는 게 맞아. 배우는 자신의 배역에 최선을 다해 맥스를 연기하는 것이 옳고, 자신이 가장 튀고 싶어하는 배우들을 조율해서, 관객이 보기에 가장 좋은 장면을 뽑아내는 건 연출의 몫이지.]카일러는 생긋 웃으며, 그 웃음에 어울리지 않게 오싹한 말을 덧붙인다.
[나도 평소 같았으면, 건방진 짓 하지 말라고 했을 거야. 자기 한계를 낮추는 건 배우가 하면 안 되는 일이니까.]유명은 그 때 알 수 있었다.
카일러가 강단이 있는 건지, 데렉이 카일러에게 약한 건지의 결론.
저 기이할 정도로 맑고 청초한 느낌을 주는 감독은, 보이는 것처럼 유한 사람은 결코 아니며, 그것은 유명의 기준에서 흡족한 일이기도 했다.
그가 데렉에게서 시선을 떼고, 유명을 바라본다.
[하지만…기가 막히게 맞췄어요. 가장 정확한 절제의 정도를. 그쵸, 신유명씨?]유명은 조용히 그를 바라본다.
[천생 배우인 데렉 입장에서 보면, 조금 부족한 듯 싶었을 거에요. 하지만 연출인 내 기준에서는…소름끼칠 정도로 적절했죠.마치 자신의 연기를 외부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조금도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딱 그 극을 가장 맛있게 살릴 정도만…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카일러가 다시 데렉을 돌아본다.
[데렉, 평소라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로 ‘알고’, ‘살린’ 사람에겐 그런 말은 의미가 없는 거야.]데렉은 결국 카일러의 말에 납득한 듯, 입을 다물었다.
아직 다 펴지지 않은 미간의 주름은, 조금 심통이 난 개구쟁이처럼 보인다.
그리고 카일러가 갑자기 유명에게 물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무척 궁금했는데,] […?] [진짜 사람 맞아요?]어이없는 질문에 유명이 피식 웃으려다, 다음 말에 덜컥 굳어버렸다.
[굉장히 느낌이 이질적인데…마치 여러 가지 기운이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굳은 것은 미호도 함께였다.
199 우아하게 계시죠
놀란 유명과 미호는 마음 속으로 빠르게 대화를 나눴다.
{저 인간 도대체 뭐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