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36
헤티는 어지러운 듯 머리를 짚고 눈을 감는다.
가장 가까운 상대가 공유했던 모든 감정들이 거짓임을 밝혔을 때, 인간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데이터가 없는 부분이다. 그런 인간은 자신밖에 없을 테니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속으로 작은 기대를 한다.
‘설마 헤티 램도 이번에는 보통 인간답게 반응하겠지.
처음부터 없었던 감정. 감정을 흉내내어 온 삶.
그래서인지 머리 속에서 명령하듯이,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래서 몰래 이 곳 저 곳에 다니며, 더 많은 종류의 인간과 그들의 패턴에 대해서 정보를 습득해 왔다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 거라고.
이런 식으로 평생을 살아온 것이, 자신의 삶이었다고.
그 이야기가 끝났을 때,
투둑-
헤티의 눈에서 예고도 없이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혼자 많이…힘들었겠네.] [글쎄. 힘들다는 감정도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서.] [남들과 달라 보이지 않기 위해서,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는 강박까지 들었다며. 그건 이미 너는 몰라도 네 마음은 힘들다는 의미야.] [글쎄…그런 걸까.]몸을 여전히 덜덜 떨면서도, 그녀의 눈빛에 깃든 것은 염려와 사랑.
어째서···?
이런 내가 두렵지 않은가···?
자신은 감정이 결핍된 인간, 그도 모자라 멀쩡한 척 수 년씩이나 그녀를 속여왔다. 자신이 분석한 인간의 패턴대로라면 마땅히 자신이 기분 나쁘고 두려워야 마땅한데.
‘왜 그녀는…저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
대본을 알고 있는데도, 머리 속은 결말을 블러 처리를 한 것처럼 그 부분이 비어, 헤티의 행동이 예측되지 않는다.
생각만 하려고 했던 말이 어느새 혀끝에서 삐죽 고개를 내민다.
[그럼 우린 이제 끝인가···]당연히.
아무리 그녀가 패턴에서 벗어난 인간이라고 해도, 자신처럼 이상한, 어쩌면 위험한 인간은 멀리함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녀가 벌벌 떠는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뺨으로 가져다 댄다.
본능적으로 달아나고 싶어하는 몸을 의지로 제어하여, 아주 천천히 손을 끌어서 그의 뺨에 놓는다.
[괜찮아.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왜 그녀는···
[함께 치료를 받자. 내가 옆에 있을게.]왜···
깊은 상처를 입은 것이 분명한데도, 그녀의 눈은 어떤 거짓도 망설임도 없이 자신에게 똑바로 향하는가.
분석불가.
다시 한 번 아스의 머리 속에서 경고등이 점멸했다.
*
무미건조하다.
유명은 좁은 공간을 지나가다 자신의 어깨에 부딪힌 스탭에게 기계적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웃어보였다.
보통은 미안하거나 당황스런 기분이 들었는데…뭘까.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
라는 연기를 주문 받았을 때, 유명은 고기덩이를 하나 샀었다.
두 팔에 안아야 할 만큼 커다란 고기덩이의 냄새와 촉감, 양감을 머리 속에 각인하며, 사람들을 걸어다니는 고기덩이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각자 다른 체취, 다른 질감, 다른 맛을 가졌지만, 그저 고기덩이.
아스에게 인간을 의태한다는 것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나와는 전혀 다르고, 이해할 수도 없는 무언가를 닮은 척 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찰을 거듭해야 하는.
그 연습은 효과가 있었고, 유명은 아스라는 캐릭터에 점점 젖어가고 있었다.
다만, 배역에 몰입하고 빠져나오는 것이 무척 쉬운 편이었는데,
요즘은 가끔,
인간의 감정을 애써 기억해내야 할 때가 있었다.
*
[생각보다 기가 세.] [누가요?]데렉이 저 멀리서 대본을 중얼거리며 보고 있는 에르히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나탈리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초반에 유명의 연기를 구경하기 위해 촬영장을 찾았었지만, 이후 한참동안 자리를 비웠다. 한참 주가가 높은 배우로서 소화할 다른 스케쥴이 줄줄이 밀려 있었던 까닭이다.
데렉은 오히려 초반엔 코빼기도 비치지 않더니, 며칠 전부터 촬영장을 어슬렁어슬렁 배회한다고 한다. 뭔가 흥미로운 것이 생기면 게임을 하듯 빠져드는 남자이긴 하지만, 지금 그가 눈을 빛내는 상대는 의외다.
[여전히…일반인보다도 평범해 보이는데요?]나탈리 카센.
그녀는 스스로 공정하고 격조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여배우다.
그녀의 높은 자존심에, 아예 등급 외 수준의 무명배우가 여주이고 자신은 조연에 불과하다는 것이 탐탁할 리는 없었다. 따로 에르히에게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만 해도 그녀의 인격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단단해.] […그래요?] [맡은 역을 꽤나 잘 소화하고 있어. 그런데도 촬영장에서 꽤나 눈칫밥을 먹고 있는데, 별로 개의치 않는단 말이야.]그녀는 데렉의 말이 의아한 듯 했다.
[눈칫밥요? 주연 배우를 누가.] [오히려 그래서지. 에르히 데버를 카일러가 꽂은 건 공공연한 사실이고, TW 입장에선 뺄 곳 없이 완벽한 캐스팅에 그녀가 초를 쳤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 여기 스탭들이야 대부분 TW 직원이나 그쪽 외주업자들이고.]나탈리가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든든한 기획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 작 이후로 계속 잘 나갈 걸로 보이지도 않는, 평범하고 존재감이 약한 여배우. 무시당하지 않기가 어렵기도 하겠다.
[그런데 남들의 시선에 동요를 안 해. 마이웨이 타입인건지, 그냥 멘탈이 강한건지, 그게 아니면 이 기회가 그런 시선들을 무시할 정도로 그녀에게 절박한 건지, 보다 보면 꽤나 궁금해진단 말이야.] [……] [정말 헤티 램이 에르히에서 나온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나탈리는 그 말에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헤티 램이다.
헤티는 다른 인간보다 눈에 띄지 않을 뿐,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인간이다. 자신의 판단과 감정을 믿고 그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 내가 받은 사랑이 모조리 거짓이었다해도, 내가 사랑하기에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강인함은, 나탈리가 지향하는 삶과 맞닿아 있었기에, 그녀는 저 배역이 몹시 탐이 났었다.
[설마요.]겉보기에 기가 약해 보인다. 그런데 제법 강단이 있다.
그것만으로 에르히 데버와 헤티 램을 동일시한다고?
카일러 감독이 에르히의 희미한 존재감을 모티브로 헤티를 창조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둘을 동격으로 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불편한 심정이 드러난 나탈리의 얼굴을 보며, 데렉이 피식 웃었다.
[이따 신유명이랑 붙어 봐. 그럼 내 말의 의미를 알게 될 걸.]*
이 영화에서 네 번째 비중의 배역을 맡고 있다고는 하지만, 올리비아 프리데터의 대사 점유율은 그리 크지는 않다.
초반에서 중반까지. 아스라는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 10여 개 정도의 신에 등장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촬영은 오늘부터 약 일주일 간에 거의 몰려 있었다.
[잘 부탁해요, 나탈리.] [저도요.]촬영 첫 날, 씬 1에서 보여준 아스의 ‘전형적인 표정’,
그 기막힌 발상과 실제로 구현해낸 연기력에 후끈 달아오른 채, 나탈리는 씬 2의 촬영은 보지 못하고 자신의 스케쥴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씬 2가 더욱 압도적이라 현장 스탭 모두 기함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탈리는 유명의 아스를 내내 상상해 왔다.
그것과 오늘 대면한다고 생각하니, 손 끝까지 저릿저릿해져 온다.
[자- 씬 5부터 가겠습니다!]첫 날, 모두를 놀라게 했던 씬 2 이후로 이어지는 씬이다.
둑방길을 걸으며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아스.
그는 집 근처의 수도가에서 풍뎅이가 뭉개져 붙은 신발을 씻고 집에 들어선다.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아들을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는 양부모.
아스의 엄마는 바닥이 젖은 운동화를 부리나케 뒤집어 본다.
깨끗하다. 하지만, 맑은 날에 신발 바닥이 젖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설마 또.
-물웅덩이를 밟았어요.
그는 왜 그러느냐는 듯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뭉근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는 엄마에게서 등을 돌린다.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은 후,
여기서부터가 씬 5의 시작이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그리고 방문이 열린다.
아스와 전혀 다르게 생긴 그의 의붓 누나, 올리비아 프리데터가 열린 문 앞에 서 있었다.
212 이 소스는 팩트예요
[응, 누나.]그가 싱긋 웃는 모습을 보고, 나탈리의 가슴이 덜컹 흔들렸다.
신유명은 물론 대단히 매력적이고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였지만, 이런 치명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지금 이 눈 앞의 남자는, 사람의 패턴을 속속들이 분석하여 상대의 눈을 홀리는 존재, 아스 프리데터.
그리고 그를 보며 느껴지는, 심장을 뚫고 나올 듯 버거운 감정은 분명 배우 나탈리가 아닌 올리비아 프리데터의 것이다.
첫 씬인데도, 그에게서 퍼져 나오는 황홀할 정도로 매력적인 향기는 금세 자신을 올리비아란 배역에 취하게 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마음 속에는 다음 대사가 차오른다.
암기한 대사를 외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바닥에서 질척한 욕망이 차오르듯이, 순식간에 그릇에 넘쳐 흘렀다.
[내 앞에선, 그러지 않아도 돼.] [……] [나는 무조건 네 편이잖아, 아스, 내 동생.]그녀는 기대하며, 기다린다.
그에게 걸쳐져 있던 친절하고 상냥한 기운이 순식간에 벗겨진다.
피부가 저릿저릿한다.
위장된 친절함이 사라진 무심한 눈이 자신을 응시하자, 올리비아의 마음에 절망과 환희가 교차한다.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도, 그는 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
-하지만, 아스의 본모습을 아는 것은 나 뿐이야. 그것만은 양보할 수 없어…
달콤한 절망을 혓바닥으로 싹싹 핥으며 그녀는 다시 빌듯이 말한다.
[그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잘 감추고 있어야 해. 누구라도, 부모님 앞에서도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안 돼. 하지만 누나는 괜찮아, 누나가 꼭 네 병을 고쳐줄테니까 그 때까지 조금만 참아, 응?] [누나는…괜찮아?] [그럼. 누나는 믿어도 돼. 내 앞에선 편하게 있어. 무엇이든 다 보여줘.]그 말에 아스가 고개를 5도 정도, 아주 가볍게 기울인다.
옅은 호기심.
그리고···아까의 무표정과는 궤를 달리하는 정체모를 무표정이 서서히 그의 얼굴에 드리웠다.
‘…!’
맹수의 우리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자신을 한낱 고기덩이로 보는 시선이 무감각하게 자신을 훑는다.
그녀의 몸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 이것은 캐스팅보트에서 나탈리가 무대로 나서 연기했던, 마틴에게 묶여 죽음을 기다리던 엘리자베스의 감각일까?
아니…이것은 좀 더 본능적인 공포. 아예 먹이사슬의 윗 단계의 포식자를 만났을 때의···
스슥-
올리비아는 순간 뒷걸음을 치다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짓눌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를 가지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은 본능적인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방긋.
그 모습을 보고 다시 그의 얼굴에 온화한 기운이 들어찬다.
그녀는 그제야 막혀있던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끼며,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긴.]그가 웃으며,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올리비아의 내부에서, 나탈리가 생각한다.
‘이건 신유명이 아니다. 정말 아스야···’
그리고 깨닫는다.
저런 상태의 아스와 마주하는 장면이 헤티에게는 몇 번이나 있다.
함께 있으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저 아스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녀는 온 몸을 떨면서도 대사를 또박또박 읊었다고 했다.
‘에르히 데버…보통이 아니란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나탈리는 아찔해진 눈을 조용히 내리감았다.
*
데렉은 유명의 등을 툭- 쳤다.
돌아본 그는 3초 정도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한 박자 늦게 입에 미소를 머금는다.
잠시였지만, 그 표정이 평소와 달리 서늘했다.
[씌였어요?] [네? 아···] [몰입하는 거야 좋지만, 캐스팅보트에서 연기할 땐 굉장히 전환이 잘 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장편 연기에선 아닌가 봐요?] [아뇨, 이런 적이 없는데…요즘 좀 이상하네요.] [맞춤옷이라 그런가?]요즘 미호가 자주 눈 앞에서 사라진다.
헐리우드다 보니 여기저기 촬영장을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미호가 없으니까 미호의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함께 해 온 오랜 시간, 여러 사건들. 그 때마다 미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러다 보면, 아스의 배역에 더욱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곤 한다.
[…며칠 봤는데, 어떻게든 초반부터 와 있어야 했는데 싶네요.] [바쁘셨잖아요.] [바쁘더라도 이게 더 중요했는데. 뭔가 이번 영화는 내게도 전환점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제부터라도 최대한 촬영장에 나오려고.] [테르카 파트는 중후반에 몰려 있어서, 촬영은 아직 한참 남았을텐데.] [아스를 자주 봐야, 테르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테르카.
아스의 출신성인 아븨칸에서 온 외계인이다.
아스와 동족이면서, 대척점에 있는 인물. 유명은 그의 캐릭터를 보고, 이건 데렉 맥커디가 아니면 소화하기 어려울 역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인간을 압도하는 포식자로서의 위용, 자신의 아스에 눌리지 않는 강한 포스를 뿜어낼 수 있는 배우가 데렉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기대하고 있습니다.]유명이 빙긋 웃었다.
[그나저나, 여론이 심상치 않네요. 이거 파블 쪽이 개입되어 있는 것 같은데.] [파블?] [조지와 오웬이 찍고 있는 영화 제작삽니다. 그 쪽 홍보팀들이 일을 좀 지저분하게 하는데다, 조지가 그 회사 간판이라 입김이 쏠쏠하거든.] [아, 그래요?]데렉의 걱정에도 유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유석은 한동안 유명의 가십기사로 골머리를 앓는 듯 하더니, 요즘 들어서 다시 얼굴에 여유가 돌아왔다. 문 실장 시절로 돌아간 듯 활기가 넘쳤다.
[대표님이 뭔가 생각이 있으신가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흠…그쪽 대표는 뭔가 분위기가 음흉하단 말이지.]데렉은 피비를 힐끔 돌아보며 말했다.
유명이 피비 테일러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 굳이 알려줄 생각은 없다.
자신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지만, 유명의 사생활이 어쨌됐든, ‘연기력을 폄하당하는’ 것만 아니라면 데렉은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눈깔이 있다면, 연기력을 까진 않겠지.
*
12번째 엔지다.
감독도, 주연 배우도 표정이 뭐 씹은 것처럼 일그러져 있다. 아무리 촬영장에선 감독이 왕이라고 하지만, 오웬쯤 되면 감독의 말이라고 무조건 굽실거릴 급이 아니다.
스탭들도 지친 기색으로 감독을 바라본다. 괜찮은데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거기서는 좀 더 고통과 기쁨이 복합된 표정으로···] [감독님, 디렉션을 정확히 주시죠. 저도 이젠 지칩니다.]늘 서글서글한 표정을 짓는 오웬의 얼굴이 바짝 굳어있는 것을 보고 조지가 뜨끔한다.
오웬은 자신이 묵혀둔 제일 자신 있는 시나리오를 꺼내고, 데렉과의 경쟁심을 부추겨서 겨우 꼬셔 온 탑급 배우다.
객관적으로 나쁜 연기는 아니지만···문제는,
‘눈에 아른거려. 신유명의 연기, 혹은 데렉 맥커디의 연기.’
그들이라면 이 시나리오의 주인공 ‘피스’를 기가 막히게 살렸을 거란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다. 오웬 위트필드는 분명히 시선을 휘어잡는 주인공다운 아우라가 넘쳤지만, 그 배역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배역을 자신에게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왜 좋은 것은 카일러에게만 가는가.
그와 처음 개봉 날짜가 붙었을 때, 개봉 첫 날에 그의 영화를 보러 갔다.
그 때 의 마일리 필론을 보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하지만 그 다음 영화는 그저 그랬다.
‘배우에 맞추어’ 영화를 만든다는 개소리를 하는 카일러의 영화는, 대박과 소박을 왔다갔다하는 심한 편차를 보였지만, ‘맞춤 시나리오’를 쓰는 ‘예술적’ 감독이라는 평을 얻으며 그의 명성은 계속 높아져 갔다.
‘다 마케팅이지, 시발것.’
되도 않은 컨셉을 잘 잡은 덕에, 카일러의 영화에 꼭 한 번쯤 출연하고 싶다는 배우들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자신이 여러번 프로포즈하다 거절당한 데렉 맥커디는 카일러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캐스팅보트에 갑자기 신유명이 등장한 운빨은 또 뭐란 말인가.
‘재수없는 새끼.’
조지는 이번에 많은 것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