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44
“네?!”
유석이 유명을 데려온 곳은 비버리힐즈의 어느 저택이었다.
‘힐즈’
말그대로 언덕에 위치한 저택은, 보안이 철저한 큰 대문과 우거진 나무들이 저택 내부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었다.
새하얀 1층 건물은 전면이 창으로 둘러 있었고, 그 앞엔 작은 분수와 이어진 수영장, 거기서 이어진 작은 해자가 집을 둘러싸고 찰랑찰랑 물을 채우고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인다.
그리고 완전히 개방이 가능한 거실에서는, 수영장을 눈 아래 두고 시원하게 펼쳐진 LA의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집이 아주 넓은 건 아니지만, 디자인이 단정하고 세련돼서 나름 경쟁이 심했어요. 또 하나 장점이 전주인도 배우였어서 지하에 작은 영화관도 있고, 2층엔 개인 연습실도 있어요. 괜찮죠?”
“대표님, 이건 너무 과한데요···”
“안 과해요. 앞으로는 더욱 안 과해질 거고.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그 격에 맞게 살아야 주변 사람들도 더 대우해 주는 법이에요.”
“그래도 제가 아직 이런 데 살만큼 회사에 벌어다 준 돈이 많지 않을텐데···”
그건 사실이었다.
데뷔한지 몇 년 되지 않기도 했고, 유석이 유명에게 작품활동 외에는 돈 될만한 일들을 거의 시킨 적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려말선초로 천만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그 땐 주연 배우가 아니었고, 그 뒤엔 돈 안되는 연극이나 했고 말이다.
하지만 유석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유명씨 존재만으로도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고 있는 셈이지만, 그래도 불안하다면 이걸 말씀드리죠. 가 러닝 개런티 계약입니다.”
“어? 그랬나요?”
계약관련 사항은 유석에게 맡기고, 대본에만 빠져 있었던 유명은 처음 알게된 사실이었다.
“네. 원래 그런 조건이었어요. 캐스팅보트 입장에선 초반에 개런티 책정을 높게 하기가 어려웠던 게, 배우 개런티라는 게 영화 사업부에서 나가는 거잖아요.”
“그렇겠죠.”
“그러니 그 쪽에선 프로그램이 잘 될지도 모르고, 잘 된다 해도 우승자는 이름 없는 신인배우일테니, TV사업부 장단 맞춰주는 일에 개런티를 높게 책정해주긴 싫었겠죠. 그래서 선심쓰는 척 러닝개런티 조건을 걸었던 거죠.”
“흠…그런데 캐스팅보트는 생각 이상으로 히트했잖아요?”
“그래서 이자식들이, 우승 후 정식 계약 때 슬쩍 말을 바꾸더라구요. 신인배우치고 최고의 몸값을 쳐주겠다고. 다행히 맨 처음 보내왔던 출연약관에 ‘폰트 5’로 적혀있는 러닝 개런티 항목을 찾아서 들이밀었습니다.”
“역시···”
유명이 유석을 쳐다보며 감탄한다.
자신이라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유명씨가 꺼려할 것 같아서 일단 월세 계약으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배우 품위 유지비로 부담할 거에요. 그리고 가 흥행한 후엔 봐서 구매할 생각입니다.”
“흥행은…뚜껑을 열어봐야···”
“내기할까요?”
유석과 내기에서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졌다. 하지만 이긴 것조차 유석의 의도에서 놀아난 것에 지나지 않았었다.
두 번 당하고도 세 번째 또 응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내기는 됐고요…그래도 이 집은 너무 과한데···”
{수영장이다!! 나 물 좋앙!!}
유명이 흠칫했다.
미호가 전에 없이 즐거운 말투로 수영장 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
여우가 수영을 하던가···?
{수영장에 맥주 넣어놨다가 먹어야징! 옆집에 배우들도 많이 살겠징? 캬컁!}
신난 미호를 보며, 유명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바로 다음날 이사를 했다.
작품 중엔 환경이 바뀌면 집중이 깨질까봐 촬영이 끝난 후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유석은, 이미 저택의 청소며 필요한 집기를 들여놓는 것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단촐한 짐은 차로 한 번이면 충분히 나를 수 있었고, 유명은 4개나 되는 침실 중 무엇을 제 방으로 삼을지 고민했다.
결국 짐을 푼 것은, 2층 연습실 옆에 붙은 방이었다.
딩동-
뭔가 묘한 기분으로 거실에 앉아 LA의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벨이 울렸다.
또 유석인가 싶어 인터폰으로 다가간 유명은,
‘어? 작가님??’
쌍둥이처럼 닮은 두 얼굴이 화면에 뜨자 깜짝 놀라 대문을 열었다.
육작가와 에바는 함께 집 쪽으로 걸어오며 난리 법석을 떨었다.
[와, 여기 정말 좋다. 엄청 영감이 반짝일 것 같은 분위기야.] [작가님들, 어떻게 여길···] [아, 여기 옆 집이 우리 집이에요! ‘언니’는 요즘 저와 공동작업중이라 저희 집에 살다시피하구요. 어제 유명씨 촬영 끝났다는 소식에, 담 작 좀 찔러보려고 전화했다가, 이사 왔다는 곳 듣고 깜짝 놀랐잖아요~]그리고 육작가는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유명에게 건넸다.
[이사떡이에요.] [떡요??]LA 한가운데서 너무 어울리지 않는, 김이 솔솔 올라오는 시루떡 박스를 열어보이며 육작가가 뿌듯하게 웃었다.
떡과 과일을 앞에 놓고, 유석이 꽉꽉 채워놓은 와인셀러에서 샴페인 한 병을 딴 후, 유명은 두 작가와 마주앉았다. 해가 질 무렵, 거실에 노을빛이 새어들어와 환상적인 경관을 자아냈다.
[LA에도 떡집이 있어요?] [어우, 한인타운 가면 없는 게 없어요, 한국 식재료도 다 팔고. 미국와서 밥은 제대로 챙겨먹어요? 반찬 좀 해다 줄까요?] [언니 요리 못하-] [얘가 뭐래, 호호호.]뭔가 수상쩍다.
육작가의 과도하게 친절한 어조와 탐욕스런 눈빛.
뭔가 생각이 날듯말듯···
아, 미국으로 오기 직전에 작품 같이 하자고 할 때의 그 눈빛인데?
[유명씨, 차기작은 정했어요?] [아뇨. 뭐가 들어오기는 했겠죠? 대표님이 따로 언질은 없으셨는데···] [말도 안 꺼냈어요? 이 분이 진짜···]미영이 턱- 하고 대본 한 권을 꺼내자, 유명의 눈에 순식간에 생기가 돈다.
작품을 할 때는 맡은 배역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새 대본, 새 작품에 대한 갈증은 언제나 존재한다.
유석은 작품을 할 때 다른 대본은 잘 보여주지 않는 편이라, 몇 달만에 보는 새로운 시나리오다.
[CRD에서 유명씨한테 눈독들이고 있는 건 알고 있죠?] […전에 거기 니콜라스···?라는 분이 사무실에 한 번 오셔서 인사했었어요.] [맙소사, 니콜라스 판다스가 사무실에 직접 갔어요?]에바가 깜짝 놀라 소리를 왁- 지른다.
[유명한 사람이야, 에바?] [언니, 그 사람 업계에서 별명이 신의 손이야. 손대는 것마다 대박내는 히트제조기라고. 지금 CRD를 움직이는 세 명 중에 한 명이라, 기획사를 부르면 불렀지 본인이 인사다닐 급이 아니라고.]놀란 에바를 진정시키고 육작가가 풀어낸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CRD에서는 유명의 차기작을 노리고 개런티를 계속 올려 불렀다.
하지만 유석의 반응은 한결같이 ‘작품은 신유명씨가 직접 정한다. 촬영이 끝나면 대본을 보여주겠다. 웬만하면 이 쪽으로 밀어보겠지만 강요는 할 수 없다.’였다고 한다.
그래서 CRD는 유명을 낚을만한 퀄리티의 대본을 구하는 것으로 전략 노선을 변경했다. 이왕이면 신유명과 친분이 있는 작가라면 더욱 좋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저희 첫 공저작이에요.]에바는 조금 발그레한, 팬의 눈빛으로.
육미영은 어깨를 자랑스럽게 펴며 대본을 내민다.
유명은 그 대본을 받아 들고, 제목을 천천히 읽었다.
‘뭐??’
그리고 당황했다.
이거, 몇 년 후에나 나올 카이 누넨이 주인공인 미드 아닌가?
왜 이게 벌써…그리고 왜 자신에게···
유명은 놀란 눈빛으로 대본을 한장한장 읽었고, 점점 놀란 기색은 지워지며 대본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같은 작품은 아니야. 다만···’
에바와 육미영이 공저했다는 대본.
이것은 카이 누넨 주연의 보다, 조금 앞선 이야기였다.
222 파일럿 제작
그러고보니 에바 도브란스키의 작품이었다.
카이 누넨이 분했던 주인공 릴은 천재 수학자이다.
그는 어릴 때 한 남자에게 입양되었다. 양부의 집안은 몹시 부유하여, 그는 부족함 없이 자랐고, 뛰어난 머리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최연소 수상한다.
은인.
언제나 그를 믿고 지원해준, 온화하고 자상하며 세련된 그의 양부.
그는 꽤 나이가 들어서야 양부를 만나게 되었고, 의외로 그는 자신과 나이 차가 15세 정도밖에 나보이지 않는 젊은 사람이었다.
릴의 존경과 감사를 듬뿍 받고있는 양부가 어느 날 릴에게 건네 준 한 가지 공식.
이것을 네가 꼭 풀어주길 바란다는 말에, 그는 사명감까지 갖고 그 공식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공식을 풀어갈 수록, 이 공식이 필요한 곳이 일반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아울러 양부의 정체에 대해서도 이상한 실마리들을 얻게 된다.
유명은 원생의 의 내용을 떠올리며, 에바의 설명을 들었다.
[사실 데카르도는 입양된 게 아니라 납치당한 거에요]카이 누넨의 릴.
이 대본의 데카르도.
그들은 모두 ‘납치당한 아이들’이다.
‘양부’는 어릴 때부터 뛰어난 천재성을 발휘한 아이들을 납치하여, 아낌없는 물질적 지원을 하는 동시에 정신적으로 테이밍한다. 에바가 대본에는 다 등장하지 않는 작중 내용을 열심히 설명해 주었고, 유명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복기하듯이 떠올렸다.
[그리고 데카르도는 점점 양부의 정체를 의심하게 되고, 그의 정체를 파헤쳐 나가며 자신의 ‘동생들’, 즉 다른 missing children을 만나 규합하게 되죠.]원래 그것은 릴의 역할이었다.
당시의 대본에서, 릴은 missing children의 둘째였다. 그리고 극중에 릴의 입으로, 그가 각성하기 전에 한 번 반기를 들었다가 사라졌던 첫째가 있었다는 것이 잠깐 언급된 적이 있었는데, 이 대본에선 그 첫째, 데카르도를 주인공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었다.
[저는 원래 로맨스는 잘 못 쓰는데, ‘언니’가 함께 하면서 여주 캐릭터가 근사하게 뽑혔죠. 마일리 필론을 컨택 중이에요.]그러게 말이다.
원래 는 여주가 없는 스토리였다. 그래서 팬들이 우리 주인공은 고자라며 원통해하기도 했었는데, 이번 버전에는 여주가 제대로 뽑혀 있었다.
유명은 시나리오를 다시 한 번 훑었다.
에바 특유의 서스펜스 서사가 돋보이는 사건 전개에, 육작가의 강점인 캐릭터성과 로맨스가 적절히 믹스된 시나리오는 꽤나 감칠맛이 있었다.
드라마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데카르도, 엄청 유명씨가 잘 소화할 것 같은데…어때요?] [제발 하고 싶다고 해줘요!]열망이 가득한 눈으로 초롱초롱 자신을 쳐다보는 두 작가.
최고의 작가들이 멋진 대본을 뽑아와서 자신만을 쳐다보는 상황이 무척 감사했지만, 유명은 답을 뒤로 미뤘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본은 무척 재미있는데…사실 드라마는 생각이 없었거든요.] [왜애, 미드는 한국 드라마와 달라요. 파급력도 무척 크고, 잘만 되면 시즌제로 계속-] [그 시즌제 때문에요···]유명이 조금 난감해하며 웃었다.
*
묘하게 우울한 분위기.
특기가 의심이고 취미는 비판인 남자.
습관적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천재 기후학자, 데카르도 딜런.
그의 앞에 감정기복이 들쭉날쭉한 여기자가 나타난다.
‘하고 싶어.’
어제밤 유명은 꿈을 꾸었다.
시니컬한 어조로 온갖 의심을 툭툭 뱉으면서도 양부에 대한 믿음만큼은 강렬한, 그렇기에 자신이 세뇌당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 데카르도.
그가 손에 쥔 것과, 그것을 쫓는 사람들.
‘재밌을 것…같아.’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
쓴 작가도 만들 제작사도 본인을 강렬히 원하고 있는 이상적인 상황.
그럼에도 유명이 고민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미드가 대부분 시즌제로 이루어진다는 것 때문이다.
미드는 첫 시즌을 내고 반응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시즌 2, 시즌 3…때론 시즌 10을 넘기기도 하여, 배우가 드라마와 함께 늙어간다는 말을 들을 정도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유통기한은 얼마남지 않았다.
휘익-
유명이 주변을 둘러본다. 다행히 미호는 주변 다른 배우의 집에라도 놀러간 모양이다.
미호가 자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가졌을 때임을 알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에 확인한 것이다.
‘미호가 알면 그냥 하라고 할 것 같지만···’
미호의 마음을 알고 난 후, 유명은 더욱 결심을 확고히 했다.
그는 7년을 채운 후 미호에게 몸을 넘기겠다는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미호의 마음을 알아버렸기에 더욱,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은혜를 갚는다기보다는, 미호도 마음껏 연기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이제 2년 반···’
그래서 드라마는 아예 배제하고 있었다.
자신을 믿고 드라마를 제작했다가, 이후 시즌을 못 만들면 무슨 민폐란 말인가.
그런데, 갑자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스토리라면···’
자신이 출연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
“대표님, CRD에서 드라마 의뢰 들어왔었다면서요?”
“육작가님이 결국 얘기하셨나 보네요… 어때요, 마음에 들던가요?”
“네.”
유명의 부연없는 긍정에 유석이 싱긋 웃는다.
마음에 들면 하게 해줘야지.
“그런데, 좀 어려운 조건이 두 가지 있는데요···”
“개런티는 부탁 안해도 내가 최고로 따 올거고, 뭔가요? 감독? 상대역?”
“아뇨. 첫 번째는 제가 맡은 역할을 시즌 종반에 없애 달라고 해 주세요. 죽여도 좋고, 실종도 괜찮구요.”
“네??”
유석이 입을 떠억 벌린다.
주인공을 없애 달라는 걸 조건으로 걸어 달라고?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아니…주인공이 죽으면 그 다음 시즌은요? 아니, 그것보다 그런 조건을 거는 이유가 뭡니까?”
“음…건방진 소리로 들릴 수 있는 건 아는데, 내년 내후년에 작품 선택할 때 드라마 다음 시즌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아요.”
유석이 그 말을 듣고 이해가 갔다.
보통 시즌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그 드라마가 성공해서 일종의 간판 배우가 되는 것은 인지도와 수입 양측면에서 매우 짭잘한 일이겠지만..
유명은 언제나 ‘본인이 하고 싶은 작품’을 중시한다. 마치 살 날이 얼마 남지않은 사람처럼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연기에 쏟아붓는 배우다.
그런 그라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드라마에 묶임으로써, 다른 좋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겠다.
물론, 유명은 유석에게 다 털어놓을 수 없어 핑계를 댄 것이었지만, 다행히 그 핑계는 통했다.
“또 하나는 뭔가요?”
“대본상에서 둘째로 등장하게 될 인물이 있습니다. 릴 딜런이라고.”
“알 것 같습니다. 시놉시스 상에 등장하는 조연 중 한명이죠. 그 배역은 왜요?”
“그거, 카이로 캐스팅해달라고 해 주세요.”
이건 더욱 모를 소리다.
낙하산 캐스팅은 누구보다도 혐오할 것 같은 사람이, 자신과 묶어 카이를 캐스팅해달라는 걸 조건으로 건다고?
“음…유명씨가 회사를 염려해주는 건 고마운데, 그렇게까지 안 해도 카이는 곧 성장할 텐데요···”
“그런 게 아닙니다. 그 배역은 카이 거에요. 누구보다도 잘 소화해 낼 겁니다.”
유명이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를 띄었다.
“곁에 두고 가르치고 싶은 것도 많이 있고요.”
데카르도가 죽는다면 시즌 2부터는 둘째, 릴 딜런이 주인공이 되리라.
그리고 는 과거의 영광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다.
카이가 좀 더 그 영광을 빨리 잡고, 크게 키울 수 있게, 같은 촬영장에서 자신이 아낌없이 가르칠 테니까.
이렇게, 출연, 그리고 그 미래까지도 고려한 유명의 안배가 마무리되었고,
협의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유명은 CRD와 계약했다.
육미영과 에바 도브란스키가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성을 지른 것은 물론이었다.
*
[파일럿 제작을 가는 게 어떨까요?] [파일럿이라니…처음 듣는 얘기입니다만?]신작 파일럿(*pilot). 새로운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를 말한다.
작품의 분위기가 방송국과 어울리는지, 흥행성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첫 번째 에피소드를 미리 제작한다.
이것을 보고 싹수있는 작품을 골라, 5월 중순 경 Upfronts 시즌에 다음 시즌(9월) 편성을 발표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캐스팅이 화려하거나 제작사가 힘이 있을 경우엔, 네임밸류만 믿고 풀 에피소드를 주는 경우도 있다. 유석이 지금 불쾌감을 표하는 것은, CRD에서 주력으로 미는 작품이라면 파일럿 없이도 편성을 못 딸 리 없을텐데, 계약 전과 말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였다.
[TW에서 편성따는 건 문제 없습니다. 그 쪽이야 캐스팅보트를 통해서도 Mimicry를 통해서도 신유명씨의 가치를 파악했으니, 알아서 내주겠죠.] [그런데요?] [그 쪽에 딱히 의리를 지킬 이유가 있습니까?]TW가 유명을 띄워주고 헐리우드 진출을 손쉽게 시켜준 것은 사실이었지만, 유석은 그 이상으로 TW가 많이 뽑아 먹었다고 생각했다. 유명이 나가지 않았으면 캐스팅보트는 저렇게 성공하지 못했겠지만, 캐스팅보트가 아니었다 해도 저 배우는 결국엔 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테니까.
[그건 아니죠.] [그럼 가장 좋은 곳에, 좋은 조건으로 팔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지금 유석은 CRD의 삼두 회의에 초대받은 상태였다. 원래라면 작은 에이전시 대표가 이 거물들과 한 자리에서 대등하게 논의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겠지만, 유석은 유명을 강력한 빽으로 두고 있었다.
방송국 쪽 영업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지오반니가 웃으며 말했다.
[시기가 좋고, 상황도 좋아요. 지금 당장은 루머로 하도 시끄러우니까 TW 말고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송국이 없을 겁니다만, 하필 파일럿 시즌이 1월부터란 말입니다. 의 개봉이 대략 2월쯤이지 않습니까?] [네. 그렇게 예상 중입니다.] [파일럿을 1월쯤 보내죠. 그러면 의 결과를 보고 정하려고 다들 간을 볼 겁니다. 그 핑계로 저희는 여기저기에 파일럿을 뿌릴 수 있습니다. 너희가 바로 안 잡아서 어쩔 수 없이 딴 데도 뿌렸다…라는 거죠. 그리고 가 개봉하면?] […다들 안달이 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