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49
228 그렇게도 가능한 건가요?
‘신유명···’
불과 2년이 되지 않았다.
자신에게 진한 패배감을 안겨주었던 프레디 머큐리.
에서, 처음으로 호적수를 만나 불타올랐던 기분과, 마지막에 느낀 충격.
거의 1년여를 틀어박혀, ‘그가 해냈는데 자신은 할 수 없던 것’을 연습하던 인고의 시간.
그 시간이 아무 의미 없었던 것처럼 좌절하게 했던, 발레리나 하이의 기막힌 팬텀.
와 함께 걸렸던 . 패배라고 말하기도 염치없을 정도로 차이가 컸던 결과.
그리고, 그의 대단함을 받아들이고, 처음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를 즐길 수 있었던 .
그것을 보고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위고 비아드.
그리고 신유명이 자신에게 보낸 도효준. 그가 맺어준 인연들.
‘너는 또 한 단계를 넘어섰구나···’
미친놈같지만, 가끔은 미친듯한 천재성을 발휘하는 위고.
처음엔 한심하고 나약해 보였지만, 그걸 고쳐 보겠다며, 찡얼대면서도 매일매일 구르기를 마다하지 않는 효준.
무엇에게나 양면성은 있다. 자신과 유명의 관계에도.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가끔 짙은 패배감에 휩싸인다.
평생을 노력해도 유명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공포로 가위에 눌린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은 그저그런 배우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모든 배역에 최선을 다하는 정도가 아닌, 내가 하고 있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를 의심하며 발악하는 배우로.
한국에서 어느정도 잘 나가는 배우가 아닌, 세계의 명사에게 러브콜을 받는 배우로.
다시 너와 한 무대에 서기를 꿈꿀 자격이라도 있는 배우로.
그런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너와 만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언젠가 너와 최소한 대등하게 겨뤄보리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내일의 자신의 몫으로 남겨두고,
오늘의 그에겐 박수를.
짝짝짝짝짝짝–
최고의 작품을 빚어내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그에게,
질투도, 부러움도, 패배감도 아닌,
그저 최고의 배우를 향한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류신은 누구보다도 먼저 객석에서 일어서서, 누구보다도 큰 박수를, 아주 오랫동안 보냈다.
*
‘정말…많이 컸구나.’
오늘 이 작품을 본 것은 장내를 가득 메운 셀럽들 뿐만이 아니었다.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귀鬼는 팝콘과 맥주를 준비해서 스크린 앞에 자리잡았지만, 곧 그것을 치워버렸다.
아스의 다면(多面)
아스의 무(無)
그리고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
‘…결국 인간이 도달 가능한 연기 수준을 넘어섰군.’
뿌듯했다.
불과 스물여덟에 저만한 연기의 격格.
자신이 도와줬다 한들, 결코 아무나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근데 조금 낯 간지럽네···’
를 제대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카일러의 대본을 조사하느라 두달 가까이 촬영장에 따라다니지 못했고, 어머니의 짓임을 알고 나서 복귀했을 땐 이미 촬영의 2/3정도가 진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티브가 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유명의 모습은, 꽤 대단하다는 감상 외에도 조금 쑥쓰럽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식으로 생색내려고 베푼 호의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쑥쑥 커라. 아직 멀었어.’
인간계에서 최고점을 찍는다 한들, 연귀가 보기에는 아직도 성장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대견한 건 사실이었다.
*
상영이 이루어진 직후부터, 급보들이 인터넷을 뒤덮기 시작했다.
을 본 관객들의 격한 반응을 전 세계의 뉴스들이 보도했고, 카일러 감독에게도 유명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뤼미에르 극장 내부의 한 공간.
이 곳은 칸 영화제의 필름 마켓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영화제가 열리기 2~3일전부터 폐막 직전까지의 짧은 기간동안, 1만 2천여 명의 세일즈 에이전트와 바이어, 영화제 관계자, 제작 관계자들이 이 곳에 모인다.
올해의 이 행사에는, 유독 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프랑스의 뒤폰 수입사입니다.] [죄송합니다. 프랑스는 선계약되어 있습니다.] [하아…언제···] [모로코의 베자프 수입사입니다.] [여기 입찰가를 적어 내시면 됩니다.]TW 영화사업부의 명찰을 단 직원들은, 손님 응대에 정신이 없다.
이미 몇몇 국가들은 의 판권을 프리 바잉(*선구매)해서 TO가 없는 상태.
다른 국가의 수입사들은 금액을 적어낸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 자기네 나라에서 다른 ‘손님’이 오지 않는지 초조하게 확인 중인 모양이었다.
잠시 숨을 돌린 틈에,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와…역대급 아닌가요? 이만큼 수입사들이 불을 켜는 건 본 적이 없는데.] [‘팔릴만한’ 영화니까. 게다가 영화제에서 뭐라도 수상하게 되면 지금 못 산 걸 땅을 치고 후회할 걸? 미국에서 흥행 대박이라도 나면 더할 거고.] [대박이 안 날 수가 없는 영화던데···]철저하게 결과물이 보안 유지되고 있던 였지만, 영화제에 따라온 스탭들이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 잘 팔기 위한’ 모티베이션으로, 어제 밤 호텔방에서는 특별히 시사회가 마련되었다.
그것을 보고 난 직원들은 현재, 전투력 게이지 120% 상승 상태였다.
[그러니까. 제 값 받아 가야지. 멍청하게 서빙하지 말고, 다른 쪽 정보들을 슬쩍슬쩍 흘려. 0 하나씩 더 쓰게 만들라고.] [넵, 팀장님!]회사에서는 입찰의 폭주로, 의 화제성을 실감하고 있었지만,
이 곳 호텔방에서는 초대장의 폭주가 그것을 실감케 하고 있었다.
-에 깊은 감명을 받은 사람들끼리, 감독님과 배우님들을 모셔 작은 파티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부디 왕림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Madame Vubont
-소규모로 진행되는 모임에 신유명 배우님을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참석자 명단은 아래와 같으며, 많은 분들이 배우님과 좋은 자리를 갖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회신 기다리겠습니다. -Sharon babel
호텔 객실로 밀려 들어오는 수많은 초청장을 보며, 데렉이 놀려댔다.
신기했다.
데렉의 말에 따르면, 파티들도 주최자와 참석자에 따라 급이 나누어진다고 한다.
칸에 오는 것은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서도 있지만, 이런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인맥이 무시못한다는 것, 파티의 급이 올라갈 수록 등장하는 사람들이 더 대단해진다는 것, 그리고 지금 유명에게 오는 초청장들은 예전같이 1부, 2부 리그의 초청장이 아닌, 히든 리그의 초청장들이라고 했다.
[그런 거죠. 결국 ‘진짜’는 모두 알아보기 마련이니까. 얼른 미국에 돌아가고 싶군요. 나불대던 가십지들이 뭐라고 입을 털지 궁금하네.]데렉이 장난스럽게 눈을 데굴- 굴렸다.
*
그 시간 미국.
파블의 홍보부장은 사장의 앞에 서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사장실의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리 파편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분에 못 이겨 사장이 내던진 어느 영화제의 유리 트로피가 만든 흔적이었다.
[설명해. 일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뭘 한 거야.] [그…조지 감독님이···] [보고!!! 이 정도 사태면 나한테 보고를 했어야 할 게 아니야!!] […책임 지신다고···] [책임? 하···그래, 내 탓이지, 아들놈을 잘못 키운 내 탓이야.]연예계에선 성과 이름을 바꾸고 활동하는 사람이 흔하다.
조지 하우슬리는 이 남자, 빈센트 하우머의 둘째 아들이었다.
묵묵하게 경영을 배우고 현재 부사장의 자리에서 자신을 보좌하고 있는 큰 아들과 달리, 작은 아들은 어릴 때부터 불만이 많았다.
청소년기에 사고를 치고 다니는 작은 아들에게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아버지는 어차피 형만 좋아하시잖아요.’라는 말을 하곤 했다.
파블을 책임지게 하기 위해, 큰 아들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두 놈을 차별한 적은 없었다. 그냥 둘째는 자유롭게 제 인생을 살도록 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아비의 마음을 늘 몰라주었다.
그나마 자신의 길을 찾은 후엔 정서가 안정되었고, 재능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힘껏 밀어주고 있었는데, 뒤에서 이런 짓을 하고 다녔을 줄이야.
그는 익명의 이메일로 전송되어 온, 조지와 파블의 홍보부장 그리고 가십지들 간의 지저분한 금전 거래 관계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심지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조지가…협박했다고?] […네. 부사장님은 무던하게 경영을 유지할 뿐이지만, 자신은 파블에 매년 돈을 벌어다주고 있지 않냐고, 이제 자신이 실세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파블의 간판인데 파블에서 나간다고 하면 타격이 없을 거 같냐고…일리 없는 말도 아니라서 조지 감독님 라인을 타려는 직원들도 꽤···]어이가 없었다.
자식놈이 자기는 안 아픈 손가락이라고 외쳐대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회사의 얼굴로 내세워 주었더니, 마치 자신이 회사를 먹어 살리는 양 큰소리를 치고 있다.
아마, 어릴 때부터 아들을 지배했던 피해의식과 비교심리는 치료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이젠 형을 무시하게 되었는지, 질투의 대상은 다른 상대에게로 옮겨가 있었다.
[일단 배급부터 중지해.] [네??] [Divert 배급 중지하라고. 이대로 맞붙게 할 순 없잖아.]애달픈 부정.
그는 자식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알고서도, 먼저 자식을 살리려 했다.
이메일을 보내온 상대는 목적이 있겠지. 돈으로 막으면 된다.
그리고 카일러와의 경쟁 구도에서 어서 빼내어, 아들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저…그건 어렵습니다.] [왜!!] [2월 배급을 한 달 전에 미뤄달라고 하셔서, 배급사와 크게 문제가 생길 뻔 한 것을 가까스로 막았습니다. 그런데 2주 전에 다시 미루면…배급사에서 이번엔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쾅-
빈센트는 책상을 한 번 세게 내리치더니 눈을 내리감았다.
비탈을 구르기 시작한 수레는, 이제 멈출 수 없는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
칸 외각의 한 고급 빌라에는 9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네사 녹스를 비롯하여, 여성 4인 남성 4인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은 깊은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오늘부로, 경쟁작 상영이 한 바퀴를 모두 돌았군요.] [네. 유난히 퀄리티 높은 작품들이 많은 해였습니다.] [그래요? 저는 한 작품을 보고 나니, 다른 작품들은 거기 갖다대기가 영···]뚱뚱한 사내, 모레이 할츠가 입을 열었다.
그는 캐나다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가진 감독이었다.
[이게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인지, 신의 손으로 빚어낸 작품인지가 의심될 정도였습니다. 감독으로서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아마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 되겠죠. 이 작품에게 주요상을 주지 않는다면, 칸 영화제가 두고두고 놀림을 받을 겁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걸리는 것은, ‘감독’을 우선으로 줘야 할지, ‘배우’를 우선으로 줘야 할지…]그 말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침묵했다.
2001년에 가 그랑프리,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의 3개 주요 상을 석권하면서, 한 작품에서 여러 개의 주요상을 받는 것을 제한하는 룰이 생겼다.
공동수상은 두 가지 부문에서만 가능하며, 황금종려상은 다른 상들과 함께 수상이 불가능하다.
심사위원 중 프랑스 여배우인 까미유 클랑이, 심사위원장의 눈치를 보며 슬쩍 말한다.
그녀는 바네사 녹스의 까칠함과 보수적인 면모를 잘 알고 있는 후배 여배우였다. 그녀에게 대차게 혼난 적이 여러 번 있어,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비위를 맞춘 것이다.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바네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작품을 ‘그 정도’라고 말한다면, 이 자리에 있을 안목이 없는 거고.] [……]예상과는 다른 그녀의 말에, 까미유가 파랗게 질린다.
[아, 제 얘기예요. 영화를 보지도 않은 채 경솔하게 굴었던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중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군요.]그녀의 폭탄같은 말에, 모든 심사위원들이 침묵에 빠진다.
[그럼…심사위원장께서는 어떤 방향으로···] [최고의 상은, 당연히 최고의 작품에 줘야 하는 거지요. 다른 심사위원들께 같은 뜻을 강요할 순 없겠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럼, 황금종려상을 주자는 겁니까? 남우주연상은 제외하구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바네사가 내 놓은 의견에, 다들 입을 벌렸다.
[어…그렇게도 가능한 건가요??]229 무슨 상일까
마담 뷔봉은 손님들을 한 명 한 명 정성을 다해 맞았다.
‘어머나…아름다워라.’
그녀는 반짝이는 것을 좋아했다.
남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자산가의 딸로 태어나 그녀가 평생 수집해온 것은, 보석과 가만히 있어도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진짜 스타들.
그것으로 뭔가를 취할 욕심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공간 안에서 진짜 별들이 서로 교류하며 멋진 시간을 보내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은, 그녀의 가장 사치스런 취미였다.
친구가 많은 그녀의 귀에, 칸 영화제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 하나는 쉽게 귀에 들어왔고,
그녀는 그 작품을 보고 난 후,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
‘맙소사. 진짜 별이 저기 있었네.’
그녀는 트레일러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보았더라면, Mimicry의 선정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는 말에 우아하게 눈썹을 치켜올렸으리라. 뛰어난 보석 감정사인 그녀로서는, 눈 앞에서 광채를 발하는 보석을 두고 진품 여부를 논하는 사람들이 무척 우둔하게 느껴졌을 테니까.
그녀는 그 날, 그 영화를 본 자신의 친한 친구들과 흥분된 감상평을 나누었고, 그를 초대하여 ‘특별 파티’를 열어야겠다는 구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 자신의 오랜 친구 중 하나인, 데렉에게 연락을 해서 물었다.
-그 배우분을 초대하면, 와 주실까요?
데렉은 마담 뷔봉의 이런 면모를 좋아했다.
진짜 중의 진짜만 모이며, ‘접대를 할 줄 안다’는 평이 자자한, 그래서 누구나 초대장을 얻지 못해 안달인 마담 뷔봉의 파티.
그런 파티의 호스트이면서도 그녀는 결코 거만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효과가 있을만한 방법을 알려 주었다.
-여주 역의 에르히 데버를 함께 초청하시죠. 아마 그럼 올 겁니다.
-아아…헤티 램의 연기에 무척 감명받았어요. 기꺼이 그녀도 초대할게요. 그런데 그녀를 초대하면 올 거라는 건 혹시…두 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좋은 모임들에 매번 그녀가 소외되었던 걸 분명 신경쓰고 있을 사람이니까요.
-…어머, 그런 분이군요…! 정말로 친해지고 싶네요.
에르히 데버 앞으로 중요한 파티의 초청장은 잘 오지 않았다. 이 곳의 사람들은 외견의 화려함, 명함의 반짝임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유명이 그녀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애쓰면서, 자신의 앞으로 초대가 온 곳에 최대한 에르히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데렉은 눈치채고 있었다.
데렉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아,
유명은 에르히가 마담 뷔봉의 초대장을 받았다며 발갛게 웃음짓는 모습을 보고, 정말로 그녀의 파티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마담 뷔봉의 파티는 영화제 폐막식의 전날이었다.
그 곳에서 유명은 깜짝 놀랄 제안을 받는다.
한때 세계를 휩쓸었던 대배우.
지금은 매번 히트작을 내고 있는 대감독.
칸 영화제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그와 안면을 트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이, 유명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팬임을 자처하면서.
[무슨 그런 얘기를…제가 감독님 팬입니다. 작품들 모두 감명깊게 봤습니다. 도, 도, 도, 도, 도…]흥분한 유명의 입에서, 그의 출연작과 감독작이 마구 섞여 나온다.
존 클로드가 양손으로 유명의 손을 덥석 잡으며, 즐겁게 외친다.
[맙소사. 내 스타가 내 팬이라니 이런 영광이 있나!]‘아니…감독님 팬이 아닌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텐데요…’
유명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가 더욱 경쾌하게 유명에게 말했다.
[우리 작품 하나 같이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