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3
유석이 제의했던 ‘성공의 기준’.
고작 한 달만에 는 그 기준을 넘겼다.
철저한 여론몰이, 파격적인 트레일러,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뱃지, 마지막 카운터였던 사후 티저까지 모든 것이 착착 맞물려 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이루어 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좋은 시나리오’와 ‘진짜 연기’가 있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대표님의 능력은 차고 넘치게 증명하셨습니다만, 궁금한 것을 몇 가지 여쭈어 봐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무엇이 궁금하신가요?] [일단, 신유명씨는 Agency W와 앞으로도 계약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확실합니까?]의외로 룬드가 예리한 질문을 했다.
현재 Agency W의 승승장구엔 대표 문유석의 안목과 수완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가장 직관적인 성공요인은 역시 ‘신유명’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갑자기 다른 에이전시로 이적해 버리기라도 하면, 가장 큰 강점이 사라진다.
[저희의 계약관계는 신의에 묶여 있습니다.] [신의라…참 허망한 말이지요.] [그 신의가 생성된 과정을 보아야지요. 신유명이라는 배우가…참 욕심이 없는 배우입니다. 그런데 그 욕심이 없다는 게, 기획사 입장에선 맞추기가 쉽지가 않아요.] […?]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원하는 배역을 자유롭게 연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무명일 때부터 그것을 보장해 왔죠. 조사해 보시면 알 겁니다. 신유명씨는 작품 활동 외에, 기타 수익 창출 활동을 거의 한 적이 없습니다.]룬드가 조금 놀랐다.
누구보다 손익에 빠를 것 같은 남자이다. 그런 그가 저 금광같은 배우를 돈벌이에 이용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렇다면 더욱 대단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르지 않고, 배우가 원하는 방식으로 신의를 쌓아왔다는 것이 그의 안목을 한 번 더 증명한다.
[그렇군요. 이건 그냥 팬으로서의 관심인데, 신유명씨의 다음 활동은 무엇이 예정되어 있습니까?] [티비 시리즈 하나가 9월부터 NBC에서 프라임타임에 방영될 예정인 건 알고 계시겠죠.] [아, 미싱 차일드. 벌써부터 대단한 화제라죠.] [네. 그건 올 사전제작이라 칸에 가기 전에 촬영이 끝난 상태입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존 클로드 감독과 계약서를 주고 받았습니다. 물론 주인공입니다.] [조…존 클로드 감독요!]룬드가 이번에는 깜짝 놀랐다.
기가 막힌 커리어 패스다.
헐리우드의 커리어를 무려 칸 황금종려상으로 시작하더니, 다음 작은 NBC의 프라임타임 티비시리즈 주인공, 그 다음 작은 그 존 클로드의 신작이라.
이 정도면, 밸론토를 운영하며 배우들의 능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던 자신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 아닌가.
룬드의 어깨에 살짝 힘이 빠진 틈을 타, 유석이 밀어붙였다.
[밸론토의 배우들 중에도 그런 인재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인재를 가려내어 전문적으로 육성하고, 조금 재능이 부족한 배우들도 연기로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체계적인 단역 배우 양성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입니다. 결코 밸론토의 이름을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룬드가 결심한 듯, 품 안에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꼭 그렇게 해 주십시오. 거래가는 이 정도면 어떻겠습니까.]거기에는 유석이 생각했던 적정가보다 한참 낮은 금액이 적혀 있었다.
룬드가 찡긋 한 쪽 눈을 감으며 말했다.
[내기에 크게 졌으니, 크게 할인해 드려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그렇게, 밸론토가 문유석의 손에 들어왔다.
*
이후 7개월은 영광의 나날들이었다.
– 15주간 박스오피스 1위, 에 이어 박스오피스 역사상 최고기록 달성.
–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개봉. 프랑스에선 역대 작품 중 가장 많은 상영관 수 획득해.
미믹크리의 반향은 사그라들지 않고 점점 거세졌다.
한국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찍었음은 물론, 미국에서도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기록적인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두었다.
영화의 반향이란 역시 예능의 반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서, 이제 유명의 이름은 완전히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미믹크리가 세계 각국에서 연이어 개봉되면서, 유명의 이름은 미국에 머물지 않고 세계로 날아올랐다.
-신유명, 존 클로드의 신작 촬영 크랭크인.
-존 클로드 인터뷰. ‘유명과 함께 하는 시간은 영감 그 자체'(*a mass of inspiration).
-본격 판타지 블록버스터. 역대급의 제작비와 제작 환경
유명은 새로운 작품의 촬영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같은 서스펜스와 SF가 섞인 깊이있는 영화가 아니라, 정말로 본격적인 판타지 블록버스터였다.
촬영기간도 7개월로 상당 기간이 소요되었고, 검술과 마상술까지 배워야 했다.
유명은 판타지 세계를 시각화한 환상적인 세트들 속에서, 정말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날아 다니며 연기했다.
‘새로운 타입의 연기’는 언제나 유명에게 커다란 자극이었다.
– TW 채널에서 상영 시작.
-미국 티비시리즈와는 다른 신선한 전개에 화제. ‘Bohyung’의 매력에 빠진 미국.
-리걸 시네마, 수입. 주요 도시에서 신유명 특별상영 개시해.
-’위대한 배우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작들에서도 대단한 연기로 화제.
연예학개론, 려말선초, 발레리나 하이.
유명의 전작들이 수입되어 소개되었다.
이 작품들은 캐스팅보트나 미믹크리 정도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유명의 연기력을 증명하며 잔잔히 퍼져 나갔다.
특히 ‘보형’이라는 캐릭터는 상당수의 매니아층을 형성했고, 미국판 갓네임드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거대하게 증식해갔다.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던 드디어 스타트.
-초반부터 놀라운 흡입력. 데카르도 딜런, 아스처럼 뛰어나지도 멋지지도 않지만, 이 비극적인 젊은이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다.
-마일리 필론과 신유명, 하이텐션과 로우텐션의 기막힌 어울림. 최고의 파트너.
-밝혀지는 Missing Children의 진실. NBC 프라임타임대 완벽한 왕좌획득. 역대급 시청률.
가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을 때, 그 기세를 입고 스타트한 는, ‘최고의 연기’에 대한 대중의 갈증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초반부터 피크를 찍었다.
그리고 그 피크는 내려가지 않고, 올라가기만 했다.
그 해, 어느 신문에서 ‘2008년은 신유명의 해’ 라고 말했다.
연초의 루머들에서부터 칸 영화제, 개봉, 합류, 의 화려한 성적까지, 신문과 방송에서 그의 이름을 보지 않은 날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명은 그 해, 데렉의 소개로 참석하게 되었던 ‘탑배우들의 모임’에서, 의장의 직함을 받았다.
명예직이라고는 하지만, 영광스런 일이었다.
처음 데렉을 따라 그 모임에 참석했을 때, 아직 ‘등급 외 신인’으로 평가하던 시선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들은 지극한 경외, 혹은 질투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234 기가 막히는 그림
2009년 1월.
[Agency W 다시 연락해 봤어?] [신유명씨는 광고 계획이 없답니다.] [아니 왜, 일반 광고주도 아니잖아. 이미지 안 깎이게 명품 광고주들로만 줄지워 놨다는데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든대?! 돈도 부르는대로 준다는데 도대체 왜!!] [글쎄요, 신비주의인지 뭔지…작품에만 전념하고 싶다는데 어쩝니까.] [아니 누가 작품에 전념하지 말래? 광고는 하루면 되잖아…하루면 되는데···]미국 광고가에 신유명이 블루칩으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한 번도 소모된 적이 없는 이미지, 칸 영화제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탄 배우라는 엄청난 타이틀, 캐스팅보트와 각종 인터뷰에서 보여진 성실하고 단정한 캐릭터.
광고주 입장에선 탐이 안 날수가 없는 모델이었지만, Agency W의 홍보부장이라는 여자는 능구렁이 같았다. 도저히 그녀를 뚫을 수 없어 다른 루트로 직접 만나본 대표라는 남자는 대왕 능구렁이 같았고.
처음 광고 에이전시들은, 몸값을 올려치기 위한 전형적인 밀당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5개월이 지나도,
7개월이 지나, 2009년의 새해가 떠오를 때까지도 그들의 노선은 변하지 않았다.
[처음엔 뭐라고 그랬지? 존 클로드 감독과 영화 촬영 중?] [네. 그 말을 듣고 광고주들이 더 몸이 달았죠.] [휴우…그리고 미싱차일드가 빵 터졌지.] [말은 바로 해야죠. 지금도 빵빵 터지는 중입니다.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미싱차일드를 즐겨 본다는 얘기가 나오는 마당인데요.]22개의 에피로 구성된 는 현재 시즌 종반을 달리고 있었다.
9월 첫째 주, 시작부터 모든 화제를 석권하기 시작하여 이번 주가 17번째 에피.
지금 투덜거리는 이 AE(*광고 기획자)도 미싱차일드 중독에 걸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니 진짜 지금이 피크잖아! 지금이 기회라고, 응?! 영화도 12월 말일자로 크랭크업 되었다면서? 그럼 지금 휴식기일텐데…도대체 언제까지 튕길 셈이지?] […저 팀장님, 이 정도면 튕기는 게 아니라 그냥 진심일지도···] [안 돼! 그래서는 안 돼! 그냥 튕기는 것이어야 한다. 유명아. 유명아···어흐.]결국 그녀의 입에서 본심이 튀어나왔다.
광고 촬영도 물론 중요하지만, 계약을 하게 되면 몇 번이고 코 앞에서 그를 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녀가 저렇게 몸이 달아 할 정도로, 지금 신유명이라는 이름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RRR-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머리를 쥐어뜯다가 스마트폰의 액정을 내려다 본 팀장(*AE)은, 갑자기 헙- 하고 숨을 들이켰다.
[여보세요. 네, 박팀장님. 기억하다마다요.](박? Agency W의 그 박 팀장?)
(쉬잇!)
고대하던 상대에게서 드디어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목소리에 겨우 평정을 유지하며 전화를 이어나갔다.
[네, 박팀장님. 혹시 신유명씨가-] [네. 신유명씨 광고 모델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네?!!]순간, 팀장의 목소리에 삑사리가 났다.
[어우, 신유명씨요, 네~ 좋죠.]그녀가 손으로 마구 얼굴을 부채질하고, 옆에서 부하직원은 바짝 당겨앉아 그녀에게 함께 손바람을 부쳐준다. 물론 귀는 쫑긋 세운 채였다.
[미팅. 네네, 언제라도. 저희 회사로 먼저 연락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혹시 마음에 둔 광고주라도 있으신지···]팀장은 한참 전화기에 귀를 기울이더니,
[네? 그게 무슨···]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 밖에.
박진희가 제안한 컨셉은, 기존 광고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이었다.
아니, 누구도 감히 제안할 수 없었던 방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내가 왔다, 헐리우드!!!’
LA 공항에 턱 하니 두 발을 짚고 선 한 남자.
그는 KBK 다큐국의 기자, 반순호였다.
다큐멘터리 를 찍은 후 국장에게 큰 소리를 쳤던 것처럼, 순호는 다큐국 최초로 남미도 아니고 북극도 아닌 문명지 헐리우드에 출장을 오는 것에 성공했다.
“길었다, 길었어!”
유명이 미국으로 건너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KBK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큐멘터리 의 2부는 언제 나오냐는 문의가 왔다.
물론 자신도 헐리우드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신유명 측에서 쉽게 허락해 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제 유명의 입장에선 한국은 굳이 홍보가 필요없는 시장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뭐랬어요, 형. 한참 캐스팅보트 초반에 가십 떠돌 때 취재요청 넣자니까.
-공적인 자리에서는 국장님! 이 자식아!! 그리고 그 때는 다큐국 예산도 안 되는데, 미국까지 취재보낼 상황이 아니었잖아.
-상황 다 봐가면서 일하다간, 이 꼴 날지어다···
그는 국장에게 등짝을 퍽퍽 얻어맞고, Agency W에 취재요청을 넣었다.
물론 거절당했고,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서른마흔다섯 번을 넣고 거절당하길 반복하던 어느 날, 결국 긍정적인 연락이 왔던 것이다.
[마침 의 촬영이 끝나서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촬영 협조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감사합니다! 아…그런데 이왕이면 촬영 중일 때가 좋았을 텐데…”
[……]“아, 아닙니다. 저희가 따질 계제가 아니긴 한데 다큐란 것이 현장감있는 화면이 중요하다 보니···”
[작품 촬영은 좀 어렵겠지만, 나름 사용하실만한 화면은 있을 겁니다.]“…??”
그렇게 다큐팀이 급하게 꾸려졌다.
반순호와 오래도록 팀을 이뤄온 카메라감독 박유선, 그리고 조감독과 FD까지 총 4명의 단촐한 구성. 하지만 다큐국의 입장에선, 나름 최대한의 지원을 해준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따스한 캘리포니아의 햇살 아래 멍하게 넋을 놓고 있던 4인에게, 30대 후반 즈음으로 보이는 깔끔한 정장에 차가운 인상의 여성이 다가왔다.
“어? 혹시 연락 나눴던 박진희 부장님?”
“네, 제가 박진희입니다. 반갑습니다, 반순호 피디님이시죠?”
“맞습니다. 어후, 여기까지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혹시 숙소 주소가 있으신가요?”
박진희는 반순호가 내민 쪽지를 보더니,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왜 이 동네에···”
“어…그냥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거기가 저렴하고 방도 넓어 보이던데요.”
“이쪽은 동네가 안 좋아요. 어차피 차는 렌트하셔야겠지만, 평소에 숙소 주변을 맘놓고 돌아다닐만한 동네가 아닌데···”
“헉, 그래요?!”
반순호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박진희가 말한다.
“차라리 잘 됐네요. 유명씨가 피디님께 신세진 게 많다고, 집에 방이 많으니 본인 집에 머무르시게 하면 어떻겠냐고 묻더라구요. 말도 안 된다고 서로 불편할 거라고 말렸는데, 어차피 지금 이런 상황이니…괜찮으시면 유명씨 집에서 지내시겠어요?”
“신유명 배우…집에요?”
도리가 없어 감사한 마음으로 응낙하면서도, 반순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집이라…우리가 모두 자기엔 좁지 않을까?
우리야 다큐를 취재하다보면 험한 데서도 자고 노숙까지 하는 판이니 상관없지만, 유명씨가 불편할텐데라는 걱정.
그 걱정은 곧 기우로 밝혀졌다.
*
“이게…집?!”
“와…말로만 듣던 비버리힐즈…신유명씨 돈 많이 버셨나 보네요···”
“미쳤다. 집안에 수영장! 영화관! 연습실!”
기껏해야 서울의 펜트하우스 규모를 생각하던 반순호는, LA의 전경이 그림같이 내려다보이는 저택에 도착해 입을 떠억 벌렸다.
물론 유명이 대단한 걸 안다.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수백 억을 호가하는 비버리 힐즈의 저택에 사는 헐리우드의 셀럽이라는 것이 이제야 실감난 것이다.
“우와, 피디님. 오랜만이에요!”
“유명씨, 아…안녕하세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접을 뻔 하던 반순호는, 겨우 유명과 눈을 맞추며 살짝 고개만 숙였다.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유명은, 고작 3년만인데도 완연히 다른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다.
“촬영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집까지 초대도 해 주시고···”
“아니에요. 어차피 혼자 쓰기엔 과하게 넓은 집이라서요. 방학 피디님도 잘 계시죠?”
“그 놈이야 어디 던져놔도 뺀질뺀질하게 잘 지낼 놈인데요, 뭐.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황금 종려상 축하드립니다. 연일 대박 중인 미싱차일드도 축하드리고요.”
“감사합니다, 하하···”
간단히 인사를 마친 후, 그들은 거실의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반순호, 신유명, 그리고 Agency W의 박진희 홍보부장이 회의의 세 주축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컨셉인가요?”
“네. ‘진정한 배우의 길’이라는 주제는 1부와 동일합니다만, 세계 속의 신유명씨의 모습을 다루는 버전이 될 겁니다.”
“어차피 여기서 지내실테니 인터뷰는 유명씨와 시간 조율하시면 되겠구요. 촬영장 비하인드는, 요청주시면 최대한 자료를 구해볼게요. 메이킹 필름이라든가···”
“오오! 감사합니다. 혹시 주변에 인터뷰 딸 수 있는 분들이 몇 분 계실까요? 꼭 유명인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유명씨 매니저 분이나, 여기 홍보부장님, 아 문대표님도 무척 좋구요.”
“흠…대표님은 여쭤봐야 할 듯 하고…아, 혹시 카이는 어떠세요? 저희 배우니까 섭외가 쉬운데요.”
“우왓! 카이 누넨 말씀이시죠? 좋습니다. 한국에도 팬이 무척 많아요.”
그 말에 유명이 살짝 끼어든다.
“데렉은 어떨까요?”
“데렉…맥커디요?”
“네.”
“데렉 맥커디가…우리 다큐에 인터뷰를 해준다구요?”
“물어는 봐야겠지만, 거절하진 않을 거 같은데요. 어차피 이따 놀러오기로 했거든요.”
“놀러와요?! 여길요?!”
반순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두 작품이나 같이 했고, 친하다는 기사를 여러 번 보기도 했지만, 역시 실제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것은 충격이 다르다.
“어…인터뷰는 좋습니다, 좋구요. 자료 화면이 있다고는 해도 현장 그림이 부족한 게 좀 아쉽네요. 1부에선 피터팬의 연습장면들이 무척 반응이 좋았거든요. 혹시 뭔가 현장감이 나올만한 상황은 없을지···”
그 말에 박진희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띄었다.
“기가 막히는 그림이 있죠.”
“기가 막히는…그림요?”
반순호는 박진희의 설명을 듣더니, 이번에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쳤다. 이건 미친 거였다.
*
이야기는 약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옴니컴, 코스, 그레이글로벌, TMP.
모두 뉴욕에서 난다긴다하는 광고 에이전시들. 그 곳의 AE(*광고기획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무슨 일이야, 이게.] [모아놓고 모델료 경쟁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런다고 해도 해야 할 판이긴 하지만···]광고 업계는 무척 좁다.
실제로 좁다기보다는, 그만큼 소문이 금방 퍼지는 판이라는 것이다.
여기 있는 인물들은 서로의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실제로 안면이 있는 사이들도 있었지만, 업무를 같이 할 일은 당연히 없다.
그렇기에 같은 테이블에 마주앉은 네 명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딸깍-
드디어 박진희가 등장했다.
오늘 그들을 불러모은 장본인이자, 신유명을 손에 꽉 쥐고 광고업계에 한 입도 내어주지 않고 있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