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5
릴리가 한쪽 사각지대에 자리를 잡고, 자크에게 손을 흔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카메라 롤! 카메라 타이트샷에서 쭈욱 줌아웃! 오케이. 유명씨 준비되면 바로 일어나세요!]침대에 누운 유명은 잠이 든 것처럼 숨을 색색 내쉰다.
자고 있는데도 단정한 얼굴.
클로즈업하여 잡고 있던 카메라가 쭈욱 뒤로 빠진 후, 유명은 깨어났다.
눈을 나른하게 몇 번 깜빡거리다가 완전히 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리퍼를 신는다.
거실로 나가서 물 한잔을 들고, 테라스에 기대어 선다.
카메라는 유명의 뒷모습을 걸고 저택의 정원과 LA의 그림같은 전경을 함께 내려다보았다.
정적.
실내 장면에서 유명은 대사가 없다. 그래서 촬영장이 굳이 조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최고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직접 본다는 생각에, 보는 사람들은 숨소리까지 죽이고 있었다.
삑- 하고 리모컨을 누르자, LP 플레이어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 소리가 흘러나오고, 그 음악을 배경으로 유명은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깔끔하게 얼굴을 씻는다.
폭신한 수건을 들어 얼굴을 살짝 묻어 물기를 흡수시키고, 스킨과 수분크림을 부드럽게 펴 바른다. 유명의 깨끗한 피부와 크림을 바를 때 고개를 돌리는 턱선이나 목의 라인 등을 보고, 라메르의 광고담당자는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감추고 기뻐했다.
‘이건 대박날 거야···’
머리까지 가볍게 손질한 유명은, 방으로 들어와 옷장 문을 연다.
쫘악 걸려 있는 정장 중 왼쪽에서 세 번째 옷걸이를 꺼내어 들고, 방의 한 쪽에 서 있는 가림막 뒤로 들어간다.
사락- 사락-
옷감이 스치는 소리에 이번에는 제냐의 담당자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유명이 옷을 갈아입고 가림막에서 빠져나오자 그녀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
짙은 곤색에 아주 옅게 패턴이 들어간 투 버튼의 정장. 최고의 원단으로 유명의 몸에 딱 맞게 재단된 정장은, 입는 순간 격을 온전히 살리며 몸에 착 휘감겼다.
유명은 방에 서 있는 전신거울 앞에서 위쪽 단추 하나만을 잠그고 와이셔츠의 소매에 심플한 커프스를 달칵 끼웠다.
그 모습이 너무 바람직해서, 제냐의 담당자는 피가 울컥 머리로 쏠렸다. 그녀는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었다.
‘이거야, 이거!’
목을 살짝 기울인 상태로 넥타이를 매서 착- 하고 목끝까지 당기는 모습까지 연출한 후, 유명은 수납장 앞으로 향한다.
위에 거울이 얹혀 있는 5단 수납장의 첫 번째 칸에는 눈부신 시계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앞에서 살짝 눈을 깔고 내려다보던 유명은, 가운데 놓인 시계 하나를 꺼낸다.
화이트라지만 실제론 눈부시게 빛나 실버처럼 보이는 시계를, 유리면에 지문이 묻지 않는 방향으로 살짝 집어들어 왼쪽 팔목에 채운다.
그 능숙한 동작에 오데마 피게의 담당자가 당황했다.
아까 유명의 질문을 돌이켜 보면 평소 시계에 관심이 없는 듯한데, 지금 그의 모습은 자신보다 시계를 다루는 것이 능숙해 보였기 때문이다.
‘시계 초보자가 아니었나···?’
팔목이 살짝 드러난 상태에서 채워진 팔각형의 로얄오크의 라인이, 곧 소매에 덮혀 살짝만 드러났다.
그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역시 멋진 남자의 완성은 시계지, 암···’
마지막으로 유명은, 딱 하나만 놓여 있던 톰 포드의 향수를 가볍게 공기 중에 뿌렸다.
스며들어오던 햇살에 공기 중에 도포된 액체 분자가 반짝였다가, 유명의 몸으로 내려앉았다.
너무 강한 향기는 원하지 않는다는 듯이, 그는 향기를 살짝만 입은 후,
뚜벅뚜벅-
완벽한 모습이 되어 실내를 빠져나갔다.
‘우와···’
별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분위기가, 조용히 아침을 보내는 일상에도 눈을 떼기 힘든 선명하고 짙은 색깔이, 이 공간에 완전히 녹아든 듯 품격높은 동작 하나하나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일상생활이 저렇게 단정한 사람이 있을까?’
우아하고 고상하다.
지극히 몸에 밴 상류층의 품격. 자세에서도 태도에서도 여유로움과 품위가 묻어난다.
심지어 유명과 자주 보는 박진희도 감탄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움직이는 동작들이 깔끔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그리고 그의 이 완벽한 일상은,
‘다음이 기대되네.’
다음 장면을 위한 포석이었다.
*
“흐음…품위요···”
원래 광고의 컨셉은 dignity(*품위)였다.
최고의 명품 배우, 그가 살아가는 그림같은 일상과 그 생활 속에 자리한 진짜 명품들을 함께 보여주는 것.
하지만 진희가 작업 중이던 광고 시놉을 내밀었을 때, 유명은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지금 이 시놉도 무척 멋지긴 한데, 저는 이런 외적인 자산들이 품위를 만든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아, 물론 그렇죠. 하지만 이건 광고니까-”
“그렇긴 하지만 이건 이미지가 너무 멀지 않아요? 허상 속의 인간 같달까···”
사실 진희는 유명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가 멋진 옷을 입고 시계를 차고 멋진 차를 타는 모습만 상상해도 멋지고 행복했다.
하지만 유명의 그 말에 그녀는 다시 생각해보았다.
유명의 팬이 아닌 사람이 이 광고를 본다면, 그 ‘품위’에 공감할 수 있을까.
“저는 크루드 광고가 참 좋았어요. 박주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꾸어보는 반전된 인생이란 꿈을 건드렸잖아요.
이번 광고는 셀럽에 관한 거죠. 일반적인 사람은 평생 가도 누려보지 못할 인생을 사는 셀럽. 사람들이 그런 셀럽에 대해 상상하는 반전된 꿈을 건드리면 훨씬 공감갈텐데···”
“흐음···”
“예를 들어, 이런 사람의 일상은 훨씬 평범하다든가. 사실 제 일상도 평범하잖아요.”
그 말에 진희는 신유명이라는 사람을 떠올렸다.
몇 년을 보았지만 한결같이 다정하고 따뜻한 성품.
이제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일상은 소박하고 맡은 배역마다 죽을 힘을 다하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남자.
‘아···!’
그 때, 진희는 ‘셀럽’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대중들은 진짜 셀럽이 저런 사람이길 바란다.
유명이 어떤 사람인지만 온전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도, 이 광고는 성공하고도 남으리라.
‘그렇다면…반전을 역으로···’
대중들은 프리티우먼식의 반전에 열광한다.
초라하고 볼품없던 사람이, 상류층의 언어와 습관을 배우고 최고의 것들을 몸에 착용하며, 한 순간에 달라지는 모습.
혹은 평소 헐렁하고 껄렁대던 사람이, 알고 보면 상류층이어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클리셰들.
그걸 역으로 뒤집으면 어떨까.
평소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단정하고 품위 넘치는 일상을 사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는 다정하고 상냥하며,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서 망가지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면?
박진희가 알고있는 신유명이라는 사람의 성격을 극대화해서 캐릭터화하면…
‘그래, 이거야···!’
그 때, 이 연합광고의 마지막 버전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
오후의 로케 장소는 촬영장이었다. 새빨간 포르셰를 몰고, 유명은 촬영장에 등장한다.
그는 이 촬영장의 주인공인 탑스타 역할.
배역과 평소 그의 스테이터스가 같아서 그런지, 무척 자연스러워 보인다.
박진희는 유명의 연기를 지켜보며, 자신이 쓴 카피를 머리 속에 떠올렸다.
[스탠바이- 큐!]유명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다. 물론 그 장면 자체가 연기이다.
그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고, 감독은 단번에 오케이를 외친다.
하지만, 유명은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입술을 살짝 물더니, 감독에게 머리를 숙인다.
[감독님, 다시 하겠습니다.] [왜요, 좋은데~] [생각했던대로 안 나와서요. 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그의 정중한 요청에 다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더욱 전력을 다해서 연기하는 그.
하지만 그는 만족하지 못한 듯 여러 번 스타일을 바꾸어서 연기했고, 마지막에야 모니터된 화면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성실함이 당신의 프라이드를 만들며,
촬영이 끝난 후의 촬영장, 스탭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세트를 옮기고 있다.
그 날 스케줄이 여기서 끝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유명은 정장 상의를 벗어두고 거기에 달려든다.
[저도 도울게요.] [어어, 저희 일인데…배우님은 어서 들어가십시오.]그 말을 못들은 척 미소를 지으며, 유명은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어 세트를 옮기는 것을 돕는다.
완벽하게 각이 잡혀있던 와이셔츠에 주름이 잡히고, 먼지가 묻는다. 집에서 그렇게 깔끔하고 완벽하던 그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흙먼지를 마다하지 않는다.
#겸손함이 당신의 격을 세웁니다.
일을 돕기 위해 잠시 풀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시계.
지나가던 아역 한 명이 반짝반짝 예쁜 것을 지나치지 못하고 기웃거리다가, 결국에 손에 집어든다. 그리고 그것을 우와- 하는 표정으로 조물거리다가 툭- 하고 떨어뜨린다.
으앙-
놀란 아이가 지레 겁에 질려 울고, 아역의 매니저가 달려와 시계의 브랜드를 보더니 깜짝 놀라 사색이 된다.
대본에 있는 일이긴 했지만, 오데마피게의 담당자의 얼굴도 순간 사색이 되었다.
(저거 얼마짜리에요?)
(22만 달러요···) *약 2억 6천만원
(히익. 부숴져도 돼요?)
(안 부숴집니다. 떨어뜨려도 스크래치도 안 나긴 하지만…이로서 중고 확정이죠…흑.)
유명이 우는 아이에게 다가오더니 그 앞에 무릎을 접고 주저 앉았다.
아이는 혼날 것을 지레짐작해, 더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괜찮아요, 괜찮아, 뚝-]그 순간, 모두는 감전된 것처럼 유명의 다정한 얼굴에 시선이 홀렸다.
한 치의 언짢음도 없는 밝고 따뜻한 미소.
정말 귀여운 것을 보는 듯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유명은 아무렇지도 않게 시계를 받아 들어 손목에 다시 채운다.
‘와···’
‘모르던 사람이 봐도 반하겠네···’
‘어떻게 저런 화사한 표정이···’
찰칵-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릴리 창이 사진을 찍었다.
#이 브랜드들은 결코 당신의 격을 결정하진 않지만, 당신의 격을 잘 표현합니다.
그것이 마지막 카피.
평소엔 우아하고 격조높은 삶을 살지만, 바깥에서는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는 인간.
홀로 있을 때는 품위를 지키지만,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버릴 줄 아는 인간.
박진희가 생각한 진짜 ‘품위’의 모습.
아무것도 장식하지 않아도, 그 품위가 바래지 않는다.
오히려 명품들이 그의 품위를 입고 더욱 빛난다.
진희는 자신에게 그것을 알려준 진짜 셀럽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각 브랜드의 담당자들도, 그의 모습을 눈부시게 쳐다보고 있었다.
*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또 한 사람.
반순호. 그는 박진희의 협조로 이 촬영장의 모습을 다큐에 녹여내기 위해, 오늘 함께 스케줄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진짜 대단한 스타가 되었구나···’
어딜가나 따라오는 최고의 대우.
포르쉐, 오데마 피게, 톰 포드…듣기만 해도 귀가 호사스러워질 것 같은 이름의 광고주들이, 유명의 한 마디, 손짓 하나에 몸을 움찔거린다.
CF 감독, 포토그래퍼, 모두 박진희의 설명에 따르면 업계 최고의 인재들이라는데, 모두 유명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커다란 만족을 표하고 있다.
물론 워낙 광고를 안 찍는 배우다 보니 희소성도 있긴 하겠지만,
광고 촬영 이전에도 유명과 며칠 같이 지내며 만났던 사람들의 급이나, 그들이 이야기해주는 유명의 에피소드들이 어마어마했다.
그는 첫 날 저녁, 데렉 맥커디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미믹크리의 비화…요?
237 투자하실래요?
[헐…아, 안녕하세요, 데렉.] [아, 유명의 친구시라구요? 반갑습니다.] [네,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나와 동일한 인간이 맞나…?’
깎아놓은 듯한 외모와 완벽한 몸의 비례. 같은 남자가 봤을 때도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멋진 남자는, 살짝 자라난 수염마저 멋지게 어울렸다.
[아, 인터뷰요…] [역시 무리일까요?] [수염을 안 깎아서…] […안 깎아도 멋지십니다!]유명의 말대로, 그는 인터뷰를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명의 연기를 다룬 ‘다큐’라는 말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호오, 다큐요. 연기가 주제라면 ‘신유명과 데렉 맥커디의 연기 대결’같은 에피소드를 넣는 건 어떨까요?] […!] [에이, 데렉. 왜 그래요 또.]당황한 사이, 유명이 데렉에게 핀잔을 주며 화제를 돌렸다.
반순호는 잠시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사라진 기회에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그 사이에 박진희가 보냈는지 카이 누넨도 집으로 찾아왔고,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옆집의 두 작가도 찾아왔다.
그렇게 순호는 도착 첫 날부터 헐리웃에서 손꼽히는 얼굴들을 카메라에 가득 담게 되었다.
[미믹크리의 비화라면, 역시 그거 아닐까? 촬영 도중에 대본 바뀐 거.] [호오, 중간에 대본이 바뀌었다라…그거 궁금한데요?]데렉이 미믹크리 종반의 촬영장 에피소드를 꺼냈다.
촬영 직전이라면 몰라도 도중이라…어떤 상황이었을까.
[그 때가, 유명이 한참 아스에 완전히 빠져있을 때였죠. 스탭들이 저 정도면 아스에 씐 게 아니냐고 얘기할 정도로, 연기할 때마다 텐션이 굉장했어요.그런데 ‘눈’을 테르카에게 뺏긴 부분을 연기하던 도중에, 유명이 연기를 멈췄죠.
원 대본에서 아스는 헤티의 정보를 한 쪽 눈으로 빼돌리고, 나머지 한 쪽 눈을 제공하는 설정이었거든요. 아스는 헤티 외의 인간은 전혀 의미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유명이 그랬다더라고. ‘아스가, 이건 아스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라고.] [우왓, 소름끼쳐!] [대박…그래서요?]
데렉이 자신의 흉내를 내자, 유명의 얼굴이 붉어졌다.
순호는 ‘됐다’싶은 마음에 코를 벌렁거렸고, 에바와 육미영이 더 흥분해서 다음을 재촉했다. 작가인지라 대본 수정 이야기가 감흥이 남다른 모양이었다.
[헤티가 피아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에, 헤티의 피아노와 그걸 들을 청중까지 지켜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고 했죠. 아스에 완벽히 몰입한 유명의 마음을 듣고, 카일러는 자신이 그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음을 시인했어요. 그러면서 작전이 전면 변경되었죠.] [헤티의 정보만을 건네주어서, 테르카를 속이는 방향으로?] [그렇죠.] […와우.]순호는 다시 한 번, 카메라 감독을 돌아보았다.
카메라 옆에 앉아있는 박영선이, 잘 녹화되고 있다며 오케이 싸인을 날린다.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내보낼 수 없으니, 중간중간 내용을 지워야 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아스가, 이건 아스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저 문장만은 확실히 살릴 수 있겠지.
[미싱차일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어떤···?!]에바가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 미싱차일드의 멤버.
미싱차일드는 한국에서도 대단히 화제였고, 순호 역시 이제 몇 화 남지 않은 미싱차일드의 결말에 버닝하고 있는 중이었다.
[데카르도가 릴 딜런(*카이 누넨분)을 처음 만날 때, 저희는 데카르도가 릴에게 바로 공식을 건네주는 걸로 대본을 썼었거든요. 그런데 유명씨가 이건 데카르도답지 않다고 했어요. 다행히 이건 촬영 도중의 일은 아니고 촬영하기 전에.] [릴이 마치 천사같이 맑고 순수하니까, 데카르도도 릴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설정이었는데, 유명씨가 그러더군요. ‘예외가 반복되면 예외로서의 힘이 없지 않을까요? 데카르도는 거의 병적으로 타인을 의심하는 인물이고, 그래서 셀리도 끊임없이 의심하지만, 어릴 때부터의 세뇌로 양부만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 설정이잖아요. 그런데 릴까지 예외가 되는 건 좀···’이라고.] [아…그래서 5화의 명장면이 탄생했군요.]기후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하기 직전,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던 공식.
양부는 그 공식을 풀 사람으로 릴을 소개했고, 데카르도는 릴을 믿지 않았기에, 공식을 조작하여 릴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릴은 그것을 받자마자 맑은 눈으로 빤히 몇 초 바라보더니, 손 한 번 대지않고 말한다.
-이건 풀 수 없는 식이에요. 수학식을 구성하는 균형이 깨져 있군요. 혹시 당신이 건드렸나요?
‘그게 유명씨가 이의를 제기해서 나온 장면이었다니···!’
이 날 밤, 시차가 바뀌어서 잠도 오지 않았던 그들은, 오래도록 인터뷰를 담았다.
그리고 순호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었다.
[그래서…미싱차일드 결말은 어떻게 나나요? 저만 알고 있을게요, 조금만 힌트를!!]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새벽의 여명을 받으며 수영을 했다.
수영복 위에 가운을 걸치고, 타올로 머리를 닦으며 들어왔다.
주방에 위치한 고급 커피 머신에서 블랙커피 한 잔을 추출한 뒤, 거실에 앉아 LA타임스를 읽었다.
우아하고 멋진 아침!
“으악, 반순호! 옷 좀 입어!!”
“왜, 내가 너무 섹시해? 흐흐.”
“어우, 똥배 좀 가려!”
눈을 비비며 나오던 박유선이, 순호를 보고 기겁한다.
그녀가 질색하며 주는 핀잔에, 순호가 머쓱하게 가운으로 배를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