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0
그리고 다른 몇몇은 어그로 분탕 종자들을 약올리고 있었다.
-광고 못 따는 거 보니까 인기는 없나보다고 하던 놈 나와 봐. 못 나와? 쪽팔려서 못 나오겠냐?
-아오, 나 지금 까스활명수로 위세척한 듯. 고정닉으로 어그로 끌던 놈 갤록 방문했더니 닫아놨더라. 똥을 싼다 진짜.
-증거 확실할 땐 아닥하고 있다가, 몇 주 지나면 또 이상한 논리들고 슬슬 기어나오겠지. 일단 오늘 세스코 출동해서 당분간은 벌레 안 나올 듯.
-근데 미쳤다 진짜…나 좀 소름 돋았어.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야?
몇 시간 후 다른 버전이 온라인에 뜨자, 다시 한 번 떠들썩해졌다.
롱테이크로 유명의 연기가 쭈욱 담긴 무삭제 버전 자체의 반응도 대단했지만, 더욱 핫한 반응은 그 뒤에 붙여놓은 메이킹 컷에서 발생했다.
[감독님, 다시 한 번 갈까요?] [꼬마 아가씨는 이름이 뭐에요?] [로열오크? 그것도 시계 브랜드인가요?]-광고가 컨셉이 아니고 진짜 그런 성격인가 봐요. 말투 정말 상냥하고 스탭들 분위기도 너무 좋네요.
-아…귀엽고 멋지고 혼자 다하네…
-오데마피게가 뭐냐고 물어보는 거 실화냐…T^T 돈도 많이 벌었을텐데 좋은 거 좀 쓰지.
-신유명 성격 좋은 거야 캐스팅보트 때부터 유명했죠. 제가 현업에 있는데 나쁜 말을 한 번도 못들어봤어요.
그리고 미국의 한 곳에서는, 한 사람의 AE가 엄청나게 깨지고 있었다.
[TMP에도 제안이 들어왔었다구요? 그런데 왜 우리 쪽엔 입도 뻥긋 안 한거죠?] […말이 안 되는 제안이었어서…] [말이 안 되게 잘 되고 있는 게 아니구요?] [……] [명품 브랜드를 핸들링하는 광고기획사들을 모아놓고 브리핑을 했는데, 다른 회사들은 다 오케이한 걸 TMP만 거부하고 나왔다? 제대로 기획을 보지도 않고?] [그게…저희는 광고주의 브랜드 가치를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열심히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동안, 포르쉐는 가치를 끌어올렸군요.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합니까?] […죄송하게 됐습니다.] [정식으로 문제 삼고 계약파기 요청하겠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뚝-
[네? 여보세요, 여보세요…!]TMP의 AE가, 이미 사라진 수화기 속의 상대를 애절하게 불렀다.
*
티비 광고의 런칭과 맞물려 잡지 화보가 등장했다.
Dignity품위.
이것을 컨셉으로 한 광고 화보는 상당히 파격적인 컷들을 담고 있었다.
금이 간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
팔 한 쪽이 뜯어진 양복을 입고 있는 모습.
걸친 것들의 어딘가 망가진 외형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온전한 격을 뿜어내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마치 작품 사진같았다.
원래 모델이란, 상품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
상품보다 모델이 튀어서는 안 된다는 공식을 버리고, 강렬한 모델과 망가진 제품을 함께 담은 사진들. 그럼에도 그 망가진 상품들의 아름다움과 멋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사진작가의 힘이었을까 모델의 힘이었을까.
잡지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잡지마다 조금씩 다른 화보를 실었기에, 전체 버전을 수집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잡지를 사 모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광고는 미국 연예계와 브랜드 업계 전반에서 커다란 화제가 되었고, 원래 최고의 브랜드들이 묶여 불리며, 그 가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해당 브랜드의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특히 유명이 착용했던 품번들은 빠르게 매진되었다.
뉴욕, 재계인들의 파티.
[프랭크도 저거 입었네?] [하하, 갤록도 딱 ‘그’가 입었던 디자인이더라고. 그걸 입으면 다 ‘그’같이 될 줄 아나봐.] [그러니까. ‘그’는 정말 근사해, 그치?]젊은 숙녀들은 ‘신유명’을 ‘그’라고 3인칭으로 지칭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최근 그녀들의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핫한 인물이었다.
[‘그’를 직접 만난 사람은 없어?] [샐리가 어떻게 번호를 알아내서 연락했다가, 답변도 못 받고 까였다잖아.] [우하하, 도도한 척은 다 하더니…! 그런데 ‘그’는 뭘 믿고 그렇게 튕긴대? 누가 욱해서 앞길이라도 막으면 어쩌려고?] [하트로이트가 뒤에 있잖아. 대놓고 티는 안 내도, 건들면 가만 안있을걸?] [아…그게 그렇게 되는구나.]프리야 록하트라는 캐스팅보트 출연자가 그 하트로이트의 막내였다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도 꽤나 화제였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를 얼마나 비호할지도 충분히 알 만 했다.
그녀들이 신유명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남자들은 오데마피게 로열오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 너 그 모델 구했구나.] [완판 직전에 겨우 구했다. 친한 매니저한테 꼭 하나 빼놓으라고 신신당부했거든.] [와~ 그걸 들어줬어? 평소에 그렇게 돈을 써 제꼈던 보람이 있네.] [그니까. 흐흐. 지금 매장마다 대기가 어마어마하다네.] [사실 나도 대기 걸어놨어…1년 넘게 기다려야 할 것 같다던데…]그 말에 시계를 구한 남자의 어깨가 더욱 으쓱해졌다.
그 때였다. 파티장에 늦게 나타난 한 남자의 손목에,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쟤 시계가 왜 저래?’
‘왜 표면이 금간 시계를…’
‘어? 저거 로열오크잖아, 그거도 구하기 힘든 화이트다이얼.’
‘잠시만, 저거 설마…’
흠집난 시계를 차고 왔다며 비웃기에는, 그는 이 중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의 자제였고, 시계 자체도 현재 가장 구하기 어려운 시계였다.
한 눈치없는 친구가 불쑥 물었다.
[브래드, 너 왜 그런 시계를 차고 왔냐? 하하, 광고에서 시계 흠나는 거 나왔다고 일부러 흠이라도 낸 거야?]그러자 그의 어깨가 살짝 올라간다.
[이거 신유명이 찼던 시계야.] [뭐?] [진짜?] [이게 어디서 났어?] [오데마피게에서 VIP 몇 명 데려다놓고 자선 경매를 했거든. 그걸 기부해서 또 홍보에 활용하려나 보더라고.]그 말에, 아까 오데마피게의 VIP를 자처했던 남자의 얼굴이 붉어진다.
[브래드, 그거 나한테 안 팔래? 정가의 두 배 줄게.] [내가 얼마 줬는지는 알고 하는 소리냐?]남자들의 부러움에 찬 눈빛이 그에게 집중되었고, 여자들은 그 때부터 세상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 마음 속에 한 가지 목표를 담고.
‘저 시계 나도 차 본다! 신유명의 손목이 닿았던 시계!’
그렇게 유명이 걱정했던 ‘중고시계’의 가치는 몇 배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
광고로 인한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4월 10일 금요일.
다큐멘터리 배우, 2부가 방영이 시작되었다.
243 다큐멘터리 2부
수연은 경건한 자세로 티비 앞에 앉았다.
오늘은 유명 오빠의 다큐멘터리 2부가 방영되는 날이다.
‘1부 찍을 때…그 때가 정말 재미있었는데.’
그녀는 얼마 전, 인터넷을 보다가 ‘리즈시절’이라는 신조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앨런 스미스가 자꾸 삽질을 하자, ‘앨런이 그래도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엔 참 잘했는데’ 라고 사람들이 자꾸 말하는 것에서 유래되어, ‘인생의 전성기’를 의미하게 된 단어.
그 단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던 그녀는, 문득 그런 질문을 떠올렸다.
‘나의 리즈시절은 언제일까?’
대답은 너무 쉽게 나왔다.
어두운 가정사로 점철되었던 어린 날, 마음의 껍질에 갇혀 연기를 하지 못했던 20대 초반, 그 암흑같은 시기를 지나, 처음으로 느꼈던 빛과 온도.
유명이 앞에서 끌고, 류신이 뒤에서 밀어주었던, 시절.
몸이 부수어져라 연습을 거듭하고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대사를 내뱉으면서도, 매일 잠들 때마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내일이 기다려졌던 나날들.
‘지금도 무척 행복하지만…다시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 수연은 떠오르는 신예 배우.
작품이 꾸준히 들어오고, 연기로도 인정받고 있다. 협찬으로 예쁜 옷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어딜가든 부러움과 호의어린 시선들이 따라온다.
그럼에도, 그 때의 그 시간과 비교할 수는 없다. 단언컨대, 그 때가 자신의 리즈시절인 것이다.
당시에 함께 찍었던 다큐멘터리.
3년만에 2부가 나왔고, 2부 속에는 자신과 류신의 자리는 없었다. 유명은 홀로 너무 빨리 질주해,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렸으니까.
그의 성공을 누구보다도 기뻐하지만, 한 편으로 쓸쓸한 마음이 없을 순 없다.
느리지만 꾸준히 따라가다보면 언젠가 다시 한 번 그와 같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또 노력할 뿐.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그녀가 눈을 부릅뜬 가운데, 가장 피크 시간에 다큐가 시작된다.
금요일 저녁, 원래 방송될 예능 프로그램을 밀어내고 다큐가 방영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2부-
1부에서 처럼, 이야기는 Actor이라는 다섯개의 스펠로 이루어진 글자에서 출발한다.
A.c.t.o.r.
-배우, 영어로는 actor라고 한다. or은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이기도 하지만, ‘혹은’이라는 의미를 가진 접속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act 혹은 무엇’. 이 구절의 뒤쪽에는 어떤 단어를 채워볼 수 있을까.
화면의 글자가 분리되더니, 뒤쪽에 물음표가 하나 덩그랗게 생긴다.
Act or ?
-여기 한 배우가 있다. 이름은 신유명, 올해 29세가 된 6년차 탑배우이다. 이 배우는 데뷔 이래,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행보를 이어왔다. 불과 3년만에 국내에서 연기력으로 최정상급이라는 극찬을 받던 신인배우는, 어느 날 갑자기 미국행을 선언했고, 당시 국내의 여론은 무척 비판적이었다.
화면 가득 자료화면이 뜬다.
-신유명, 굳이 미국의 ‘예능 오디션 프로’에 참가선언한 이유는?
-신인배우의 헛바람, ‘헐리우드 뽕’에 커리어 무너지나.
-‘캐스팅보트 1, 2회. 별다른 임팩트 없이 겨우 다음 라운드 진출한 신유명, 곧 탈락?
-보장된 성공에도 불구하고, 바닥부터 새로운 시작을 선택했던 어린 배우. 그는 어떤 마음으로 그것을 택했던 것인가. 그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연극에 ‘막’과 ‘장’이 있듯이, 삶에도 막을 넘어가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다시 떠오른, Act or ?
물음표가 분해되었다가 모이며, 하나의 단어를 만든다.
or 1. Act or Scene(막 혹은 장)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캐스팅보트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그는 이미 국내 유수의 감독과 피디들에게서 차기작 러브콜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캐스팅보트였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미국행을 결심한 것일까.
“‘카일러 언쇼’라는 감독이 궁금했습니다. 그는 시나리오에 배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배우에 시나리오를 맞춘다는 특이한 감독이었고, 저는 그 시도가 제 연기의 지평을 넓혀주리라 기대했어요.”
-의외로 그는 헐리우드를 의식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안이 왔던 ‘시드’를 거절하고, 1차전부터 합류했다. 그는 정말로 우승할 마음으로 캐스팅보트에 참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진행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최고의 심사위원들을 만났죠. 촉박한 시간, 어려운 과제들, 한정된 시간과 자원 하에서 최고의 연기를 해내야 하는 미션들이 저를 성장시켰죠. 그것 또한 하나하나의 장(scene)이었어요.”
연극은 보통 3막, 혹은 4막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한 막 안에는 여러 개의 장이 포함된다. 장이 막을 이루고, 막이 하나의 연극을 이루는 형태.
막은 이야기가 바뀌는 커다란 변곡점에서 닫히고 다시 열린다.
화면이 유명의 곁에 있던 에바에게 돌아가고, 그녀가 호기심어린 말투로 묻는다.
[그렇다면, 헐리우드로 건너온 게 몇 막이 열린 거죠? 한국에서의 1막을 끝내고, 2막?] [아뇨. 3막이겠죠.] [그럼 1막과 2막을 가른 것은 언제였는데요?] [2003년요. 처음 학교에서 ‘메소드 연기학’이라는 수업을 듣고, 연기를 시작했을 때.] [으음…그럼 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삶을 1막, 이후를 2막으로 보는 건가요?]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유명은 슬쩍 웃으며 둘러댔다.
[네. 삶과 연기는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니까요.]인터뷰 화면의 양쪽에서, 붉은 막이 한 번 닫혔다 열린다.
그리고 3막 1장부터,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이어졌다.
캐스팅보트에서 를, 을, 를 연기하는 모습.
미믹크리에서 헤티를 한 쪽 눈으로 애절하게 바라보는 아스의 모습(*자료화면).
영광의 칸 영화제,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내는 한가운데 선 유명의 모습.
미싱차일드, 데카르도와 릴 딜런이 대치 중일 때의 메이킹 영상.
그리고, 의 제작발표회에서 존 클로드 감독과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드는 모습까지.
한 번의 꺾임 없이, 피크에서 피크로 치고 올라가는 그 모습은, 정말로 한 편의 장대한 연극처럼 보였다.
-화려하기 그지없었던 3막. 하지만 그는 말한다. 무대 위에서의 멋진 모습을 만들기 위해, 배우는 무대 뒤에서 90%의 멋지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그는 무대 뒤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Act or ?
두 번째 물음표가 만든 글자는, offstage였다.
or 2. Act or Offstage
연기 중, 혹은 무대 뒤.
무대 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지독한 연습벌레죠. 그런데 무서운 건, 또 지독하게 영리하다는 부분이에요. 무턱대고 연습하는 게 아니라, 머리 속에 정확한 이미지를 그리고, 그걸 구현하는 방식으로 연습해요. 그런데 연기력이 뛰어나다 보니 구현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죠. 그러다보니, 동일한 시간에 평균적인 배우들에 비해 대여섯 배의 효율로 연습할 수 있는 거에요. 그런 사람이 연습 시간은 남들 두 배로 기니까, 어떻게 앞서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데렉이 등장해 유명을 이렇게 평가하자, 수연의 얼굴에 홍조가 어린다.
세계 최고의 연기력(이제 두 번째지만!)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배우가, 유명을 평가할 때의 엄청난 극찬에 왠지 자신이 뿌듯한 기분이었다.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은 수연에게도 익숙한 얼굴, 유명의 매니저 호철이다.
-김호철/ 신유명의 담당매니저
“다들 화려하리라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형의 생활은 거의 수도승과 비슷해요. 캐릭터에 맞는 정확한 몸을 유지하고, 연기할 때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서 운동과 식단 관리를 철저하게 합니다. 작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연기만 생각한다고 보시면 돼요. 휴식기에는요? 시간이 조금 줄죠. 아침 7시에서 저녁 11시 정도로?”
반순호가 집에 설치했던 cctv에서 유명의 움직임이 수백배속으로 재생된다. 동선이 거의 기계같이 일정하다.
그리고 삽입된 언제 어디서나 대본을 붙잡고 있는 유명의 모습과, 찢어질 것처럼 너덜거리는, 메모가 빼곡한 그의 대본들을 찍은 사진.
그런 노력의 조각조각을 이어붙이며, 이야기는 계속 전개된다.
-이렇게 오롯이 ‘연기’에만 빠져든 배우의 연기는, 연기가 아닌 진실로 다가왔다. 우리에게도, 그 자신에게도.
or 3. Act or Real
카일러 언쇼의 인터뷰.
[아아, 저는 연기 중일 때의 신유명씨를 절대 신유명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어요. 그건 정말로 아스였죠. 배우의 본질을 시나리오로 쓴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신유명이라는 사람과 아스 프리데터는 꽤나 다르게 나왔어요. 그럼에도 카메라가 돌 때면 그는 정말로 아스가 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미믹크리의 촬영 도중에, 대본이 바뀌었습니다. 그 때 다들 유명이 아스에 씐 상태라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그런 발상이 나올 수 없다면서.]‘아스가, 이건 아스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연기하는 대상의 마음을 느낄 정도로, 온전히 캐릭터에 몰입한 유명의 연기가 펼쳐졌다.
[미싱차일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미싱차일드의 작가들도 입을 모았다.
작위적인 연기가 아니라, 온전히 그 인간이 되어버리는 유명의 연기.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미믹크리에서의 동화 정도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유명이 아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촬영한 후, 자의로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쏟아내는 자료 화면이 나왔을 땐, 보는 시청자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리고 심리학 전문가인 로건 갤록의 인터뷰가 나왔다.
[신유명 배우의 연기는 감정적 동화도가 너무 강해서, 본인도 그렇지만 보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스스로 겪는듯이 강렬한 가상체험의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솔직히 정말 외계인이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요. 뭐 피아니스트들이 어떻게 저렇게 손가락을 놀리는지를 일반인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에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게 아닐까 하고 납득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정도의 감정 전달은 지금까지의 연기로 불가능했던 영역이라고 봅니다.]-그렇게 그의 ‘막을 넘어가기 위한’ 시도는 성공했고, 우리는 황홀한 3막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4막에 들어선다.
or 4. Act or Die(연기하느냐 죽느냐)
*
-Live or Die. 사느냐 죽느냐.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끌어안고 있는 본질적인 명제이다. 하지만 그에게 살아가는 것은 곧 연기하는 것이다. 연기하지 못하는 삶은 죽음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삶과 연기가 일치하는 것이다.
화면은 유명이 한국에 돌아오던 날, 인파로 가득한 공항의 모습을 비춘다.
-그는 한국에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지금, 여기서밖에 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미국으로 향했을 때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의 이유가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 더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선택을 했을 뿐이에요.”
조금 수줍은 듯 담담하게 얘기하는 유명의 모습.
-그가 지금 또 한 번 종내에 없었던 도전을 하려하고 있다. 발표했을 때 세계가 주목할만한 놀라운 도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구도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이미 몇 번이나 가진 것을 포기하는 도전을 해 왔고, 그것이 스스로의 연기 인생에 ‘막의 전환’이 되었음을 누누이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글자가 마지막으로 흩어졌다 조합된다.
‘Act of God’
-God은 한국어로 신이다. 그는 ‘신’씨이고, 그의 팬클럽의 이름은 ‘갓네임드’이다. 그래서 국내외의 팬들은 그를 God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의 연기력을 가졌다는 의미를 더해서.
신의 연기, 영어로 Act of God.
이 말에는 ‘불가항력’이라는 뜻이 있다. 우리가 이 배우를 만나고, 이 천재적인데도 성실하고 겸손한 진짜 배우에게 빠져든 것은 아마 불가항력이었을 것이다.
그는 연기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막 뒤에 서 있다. 무대 뒤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그리하여 진짜 그 배역이 되어버린 배우가, 새로운 막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그 막이 열리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갈 우리의 커다란 행운일 것이다.
KBK 기획 다큐멘터리 [배우] 2부 END.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 수연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나 자랑스럽다. 그는 대체 얼마나 큰 사람인건지.
‘나도…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그녀가 큰 눈망울에 그렁한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굳은 다짐을 하고 있을 때,
RRR-
갑자기 벨소리가 들려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녀가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신유명]유명의 전화였다.
244 쪼아주시면 감사하죠
“여보세요?”
[수연아. 잘 있었어?]“오빠! 방금 방송 봤어요. 저 진짜 감동-”
[아참, 오늘 방송이지? 대본 작업 중이라 깜빡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