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5
249 상대역, 제가 하겠습니다
문유석이 돌아왔다.
“유명씨~”
“대표님! 오셨어요.”
Agency W의 일과 밸론토의 안정화 때문에, 유석은 미국에 남아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작정하고 이번 영화를 방해하기로 한 것을 안 이상, 유석이 돌아와야 했다.
그는 미국의 일을 최대한 봉합해 둔 후, 즉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그는 촬영이 끝나는 시간을 기다려 유명부터 만났다.
“미국 일이 바빠서 촬영 중엔 못 들어오실 거라더니…”
“한국 쪽에 더 급한 일이 생겨서요.”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윤성 엔터라고 들어봤습니까?”
유명은 유석이 먼저 그 이름을 꺼내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미안해할까봐 마음 속에 담고 있었는데, 담담하고 강단있는 표정을 보니 뭔가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정보를 줘야할 것이다.
유명이 최루한이 알려준 이야기와, 유석모가 자신을 불러 따로 만났던 일을 전달하자, 유석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이런저런 방해공작 중인 건 알고 있었지만, 유명씨에게 직접 접촉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더러운 얘기를 직접 듣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건 괜찮아요. 오히려 열은 그 쪽이 받았을 걸요. 그런데 그 쪽 입장에서도 지금 이 쪽을 건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닐텐데,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이유가 뭐죠?”
“…형보다 내 능력이 뛰어난 걸, 어머니가 발작적으로 경계하기 때문이죠.”
태원 회장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첫째 아들이 더 크고 많은 계열사를 관리중이고, 그것은 자신의 사촌형에게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도 문유석의 아버지가 둘째 아들. 그는 큰 아들만은 못하지만 몇 개의 계열사를 담당중이다.
유석부는, 윤성 그룹의 장녀이던 ‘어머니’, 진종희와 결혼해서 문도석을 낳았고, 바깥에서 문유석을 낳아왔다.
윤성은 태원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차남인 유석부에게는 든든한 백과 같았다. 게다가 바람피워 밖에서 유석을 낳아왔다는 약점이 있어, 진종희에게 약할 수밖에 없었다.
진종희의 교활한 점은, 티가 나게 유석을 구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의 친아들보다 문유석의 능력이 막강함을 어릴 때부터 간파하고, 그에게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경고를 함께 내리는 방식으로 유석을 컨트롤해왔다.
똑똑한 유석이 제 아들의 자리를 탐낼까봐, 끊임없이 경고하고 짓눌러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표님은 태원그룹쪽에 욕심이 없으신 거 아닌가요?”
“예전엔 아예 욕심이 없진 않았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돈과 권력을 원하지 않는 인간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는 회장님이 건재하시다는 겁니다.”
유석은 제 할아버지를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유명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우수함을 미덕으로 아는 분이라, 사실 내 아버지도 내 형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분이죠. 혹시 핏줄 중에 우수한 놈이 있다면 자신들보다 중용할 수 있으니,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나라는 존재를 회장님에게서 가리고 싶은 겁니다.”
“회장님이 대표님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요?”
“존재는 알지만, 내 능력은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숨겨왔으니까요. 사촌형은 대충 압니다만, 거기도 내가 부각되면 크게 이득은 없는 상황이라.”
그제서야 유석모의 무리수가 이해가 갔다.
유석이 스스로의 힘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 회장의 눈에 들지도 모른다. 그러면 겨우 붙잡고 있는 자신의 입지가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떻게든 실패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상황이 쉽지 않다. 아무리 그녀가 재벌이라 해도 ‘신유명’이라는 네임밸류는 이미 선명하게 세계에 각인되어 있으므로.
사실 그녀는, 유명이 아까워서 회유했다기보다는, 유명이 문유석을 버려주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기에 유명에게 접근했던 것이 아닐까.
자신에게는 엄청난 가치를 가진 ‘족보’를 무기로.
“참…얕은 사람이군요.”
“그러게요. 하지만 그 얕은 사람들이 실제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흐음…”
“걱정은 말아요. 나한테는 최고의 무기가 있고, 승산이 5:5, 아니 열에 둘만 있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유석이 그의 무기에게 장담했다.
*
영화촬영으로 분주한 와중에도, 다른 할 일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출중한 연극 스탭을 구하는 것.
유명은 조금 촬영이 일찍 끝난 날 저녁, 혜전당 조명기사인 김성진을 만났다.
“형!”
“와…세계적인 배우와 단둘이 만나니 좀 황송한데.”
“하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까만 모자에 마스크. 마치 강도같은 룩으로 들어온 유명이, 작은 룸에 들어선 후 동여맨 것들을 푼다. 성진은 순간 후광이 비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못보던 사이, 아주 많이 달라졌다.
“혜전당 지원 넣었다며, 어떻게 됐어?”
“아…한 해 스케쥴을 연초에 대부분 잡아서, 갑자기 두 달씩이나 장기임대는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와, 혜전당이 워낙 빡빡하긴 하지만, 너라면 어떻게 될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죠. 그쪽도 아쉬워하길래, 혹시 해서 연기콘서트는 안 될까 물어봤더니, 우전당 일정은 하루 조율해주셨어요.”
“연기콘서트?”
유명이 새로운 시도인 연기콘서트에 대해 설명했고, 성진은 그것을 경청하며 맥주를 꿀꺽꿀꺽 마셨다.
수전당에 주연으로 설만한 배우가 되겠다던 배포 큰 대학생은, 불과 몇 년만에 그 치기어린 목표를 현실로 일구어냈다.
스케줄만 맞았다면 당연히 혜전당에서도 수전당을 내주었으리라.
“영화에 연극에 바쁘다더니 그건 또 언제 하게?”
“영화 촬영 끝나고 연극 준비 들어가기 직전에 잠시 시간 내려구요.”
“참…너도 대단하다.”
“그래서 말인데, 혜전당은 장기휴가 못쓰나요?”
“휴가?”
“네. 제 연극 조명, 형이 맡아주면 좋을 것 같은데.”
실력과 경력도 뛰어나지만, 성진의 조명디자인은 감각이 있었다. 유명은 그를 조명감독으로 꼭 섭외하고 싶었다.
“연기콘서트 말고, 지금 찍는 영화를 연극으로 만든다는 그거 말하는 거지?”
“콘서트도 맡아주시면 좋죠.”
“그건 어차피 혜전당에서 할 거니까 내가 맡겠다고 하면 되는데, 외부 공연이라…일정이 얼마나 돼?”
“주 4회. 순수 공연만 두 달 보고 있어요. 앞에 준비기간까지 하면 조금 더 늘어나겠죠.”
“음…나도 하고는 싶은데, 직장에 얘기해볼게. 혹시 안 돼도 디자인은 나한테 맡겨줄 수 있을까?”
“저야 땡큐죠.”
그렇게 또 한 명의 스탭이 섭외되었다.
*
한 달 전, 대본 회의.
유명이 이런 말을 했다.
“누가 먼저 죽는지의 순서도 조정해야 할 것 같아.”
“아, 그래?”
“응. 그 부분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네 가지 인격.
현성은 인정과 성공의 욕구를 가진, 똑똑한(賢:현자 현) 인격이다. 직업은 교수.
은성은 관계와 애정의 욕구를 가진, 온화한(誾:온화할 은) 인격이다. 직업은 없다.
민성은 쾌락과 충동의 욕구를 가진, 거칠고 본능적인(悶:번민할 민) 인격이다. 직업은 클럽DJ.
그리고 마지막은 유성. 유명의 본질을 가장 많이 닮은, 연기에 대한 강렬한 충동을 가지고 태어난 인격.
죽음의 순서라.
“셋 중 누가 처음이고, 누가 마지막인데?”
준호가 물었고, 유명이 대답하기 전에 류신이 묻는다.
“가장 강한 욕망이 움텄을 때, 어떤 욕망이 가장 먼저 도태될 것인가, 를 얘기하는 건가요?”
“네. 맞아요.”
“그렇다면 현성-은성-민성 순이 아닐까요? 이성적인 욕망이 가장 먼저 도태되고, 가장 본능적인 욕망이 마지막에 남지 않을까 싶은데.”
“어? 저는 인정과 성공의 욕구야말로 가장 질척하고 본능적인 욕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안 그래, 유명아?”
류신과 준호의 생각이 갈렸고, 이제 유명이 대답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쾌락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도, 주변의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게 중요한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만약에 저라면…”
‘유명이라면’ 결국 이것이 정답이 될 것이다.
이번 극은 신유명을 기준으로 만들기로 합의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쾌락과 충동이 가장 먼저 도태될 것 같아요. 아니 ‘연기가 주는 만족감’이 너무 커서, 다른 쾌락은 쉽게 포기가 될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흐음…”
그러고 보면 유명의 생활은 너무나 단조롭다.
남들은 세계적인 스타라고 부러워하겠지만, 물욕도 없고 딱히 취미생활도 없다. 오로지 연기. 하나의 작품이 끝나고 나면 다음 작품.
쾌락과 충동을 모두 연기에만 발현하는 삶의 표본이 아닐 수 없었다.
류신과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은 뭐가 죽습니까?”
“현성이요. 인정과 성공욕.”
“인정과 성공…배우에게 정말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한데요. 아무리 연기를 좋아한들 관객이 없다면 아무도 봐주지 않잖아요. 누가 봐주지 않는다 해도, 연기를 지속할 수 있을까요?”
“…네. 저는 그럴 것 같아요.”
그는 현재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배우.
하지만 인지도 없는 배우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몰라서 하는 얘기라기엔, 그의 눈빛이 살짝 아파보인다.
류신은 의아해한다. 유명은 왜 가끔 저렇게, 밑바닥을 잘 아는 눈빛을 하는 것일까.
“인정과 성공은 동기가 아니라 결과라고 생각해요. 인정받게 된다면 더욱 보람차고 즐겁긴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연기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흐음…그럼 마지막까지 남는 건, 은성이군요.”
“네. 이건 뭐랄까…죄책감에 가깝습니다.”
“죄책감…”
“저 혼자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온전히 연기를 추구하다보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홀해 질 수밖에 없는 게 늘 미안해요. 그나마 제가 성공해서 망정이지, 실패했는데 꿈만 부여잡고 있었다면 가족과 멀어지지 않았을까요.”
류신은 이번 얘기만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유명의 가족들을 여러번 보았지만, 다들 순박하고 좋은 분들이었다.
이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해도, 충분히 아들이 원하는 길을 응원하고 지지해주지 않았을까.
유명이 그의 그런 표정을 읽고 생각한다.
‘…이 부분만은 형은 이해할 수 없겠죠.’
“…알겠습니다. 그럼 죽는 순서는, 민성-현성-은성의 순이 되겠군요. 죽음의 형태도 있을까요?”
“있죠. 민성이 거실에 목이 매달린 채 죽어있는 것을, 현성 은성 유성이 함께 발견합니다.”
“…?!” “자살이야?”
“글쎄? 현성은 당연히 유성이 죽였다고 생각해서 그의 멱살을 잡아요. 누가 죽였는지, 혹은 스스로 죽었는지 알 수 없다는 부분이 서스펜스를 만들 겁니다. 민성을 죽인 것은 누구인 것 같아요?”
유명이 수수께끼를 내며, 빙긋 웃었었다.
*
모두가 숨을 죽였다.
거실 가운데 유명이 매달려 있다.
물론 진짜 목을 맨 것은 아니다.
목 부위가 상하지 않게, 초록색으로 만들어진 보호밴드가 감싸여 있다. 그리고 매달린 몸을 보조하기 위해 하중을 분산하는 지지끈들이 뒤쪽으로 가닥가닥 달려있다.
하지만 역시 끔찍한 광경이다.
특히 매달려 있는 유명의 안색이 진짜 죽은 듯이 창백하여, 정말 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지 걱정될 정도였다.
‘어떻게 저렇게 창백한 안색이, 연기로 가능한 거지?’
분장을 했다 해도, 감추어지지 않는 인간의 생기가 있을텐데, 유명의 얼굴이 지나치게 희다.
그것을 보며 위고는 근질근질한 등을 벅벅 긁었다.
[오케이- 컷.]첫 번째 인격이 살해당했다.
아니, 목을 맨 것을 보면 타살일지도.
당연히 현성과 은성은, 새로운 인격인 유성을 의심한다. 셋이 살 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으니, 당연한 의심일 것이다.
[다음 신이 문제에요, 그죠?] [제가 어떻게 잘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후보정하면 돼죠.] [아니아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멱살잡고 나뒹굴고 이런 건 동적인 장면들인데…혼자 연기한 걸 합성한 걸로 자연스럽게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나올 리가 없는데…]처음부터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대사의 타이밍이나, 시선 처리 같은 것은 유명의 연기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지만, 배역들끼리 몸으로 얽히는 부분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상대역을 쓰자니, 반대쪽의 합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그 때 위고와 유명의 옆으로 한 인물이 끼어들었다.
류신이 조용히 불타오르는 눈으로, 대역에 지원했다.
250 수준에 맞는 요구
류신은 유명의 연기를 보며, 마치 판화같다고 생각했다.
빨간 색, 파란 색, 노란 색, 검은 색.
각각의 판을 찍어낸 후, 합치면 하나의 온전한 그림이 된다.
어떻게 저런 식의 연기가 가능한 것일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만 류신은 유명의 연기를 머리 속에 세세히 입력해 두었다.
지금 현재 자신의 수준으로 따라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Take 1 가겠습니다.
-Take 2 가겠습니다.
-Take 3 가겠습니다.
류신은 이번 영화에서 유명의 ‘상대역’을 자처했다.
유명이 은성의 연기를 할 때, 그를 마주보고 현성의 대역을 해 줄 사람. 유명이 유성의 연기를 할 때, 그를 쳐다보는 민성이 되어 줄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하리라 생각했지만, 유명은 상대역이 없이도 완벽히 몰입하여 각 판화들을 정교하게 찍어내고 있었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저런 신기를 흉내낼 순 없더라도, 한 개의 판만을 정교하게 카피하는 건 가능할 수도 있다. 아니 가능하게 만들 테다.’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었다. 특히, 각 인물이 몸으로 엮일 때.
아무리 유명이 신들린 연기를 한다고 해도, 물리 법칙을 바꿀 순 없다. 때리면 맞을 사람이 필요하고, 붙잡으면 붙잡힐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의상은 초록색으로 하면 되겠죠.] [흐음…]위고의 의심스런 눈길에 자존심이 상했다.
훨씬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유명의 연기는 의심하지 않는다. 아니, 유명이 의심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난이도가 낮은 연기를 하겠다는데, ‘네 한계를 넘는 거 같은데?’라고 의아해하는 듯한 눈빛이 류신의 승부욕을 부추긴다.
다만 신유명만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현성이 유성의 멱살을 잡아챌 거고, 그 무게를 못 이겨 뒤로 우당탕 넘어질 겁니다. 현성이 유성 위에 올라탄 상황에서, 유성이 힘으로 제압할 거구요. 한 번 합을 맞춰보는 게 빠르겠군요.”
“그러죠.”
타이밍 조율을 마친 후, 의상팀이 류신에게 붙었다.
초록색 의상으로 온 몸을 감쌌다. 머리에도 초록색 두건을 두르고 초록색 장갑을 꼈다. 나중에 합성을 쉽게 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 모습이 못내 우스꽝스러웠음에도, 아무도 웃는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얼마나 쉽지않은 도전이 될 지 누구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신이 준비되기를 기다리며, 유명은 집음을 위한 마이크를 달았다.
류신의 목소리를 나중에 제거하려면, 자신의 목소리가 최대한 선명하게 녹음될 필요가 있었다.
“시작할까요?”
“준비됐습니다.”
둘의 마주친 시선이 파직 빛났다.
*
첫 테이크에서는 유명이 현성, 류신이 유성 역할을 맡았다.
물론 은성도 옆에 서 있다. 은성은 이 장면에서 다른 캐릭터와 몸이 닿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유명이 혼자 연기하면 될 것이다.
[레디- 액션.]위고의 신호가 떨어지고, 카메라는 거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매달려 있는 민성의 시체를, 현성은 경악한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그리고 유성이 방에서 걸어나오다가 흠칫 놀란다.
유명이 류신을 돌아본다.
현성이 유성을 돌아본다.
그리고 화가 치미는 얼굴로 그의 멱살을 잡아챈다.
쿠당탕-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둘은 맞붙은 채로 뒤로 넘어간다. 현성이 유성의 위에 올라타 멱살을 잡고 있는 자세.
“네 놈이지!! 이 미친 살인자 새끼!”
유성이 자신의 멱살을 잡은 현성의 손목을 잡고 힘을 준다.
“아니야. 나는 모르는 일이야.”
“거짓말 하지 마. 네가 오기 전엔 우리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 네가 나타난 직후에 민성이가 죽었는데 그럼 누구란 말이야!”
“혼자 죽었나 보지. 아니면 혹시 너 아냐?”
유성이 괴력을 발휘해, 자신의 목에 걸린 현성의 손을 천천히 떼어낸다.
“내가 왜!”
“그야 나도 모르지. 쌓인 게 많았을지도. 너 저 놈이랑 사이 그닥 좋지 않았잖아. 아, 혹시 쟤일수도 있지. 생글생글 친절하게 굴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겠어.”
‘와…’
유명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