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5
그것 때문에…눈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스의 주장에 마음이 쏠렸다.
현재의 테르카인에게 감정이란 미지의 영역이다. 미약으로 간접적으로만 체험할 수 있는 것. 그들은 그것을 갈구하면서도 두려워했다. 이성으로 통제되지 않는 영역을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것이다.
[그래서…결과는?] [보다시피.]아스의 아우라가 압도적으로 번졌다.
조금 전까지 테르카가 지배하던 무대의 중심은, 이제 아스 쪽으로 훌쩍 기울었다.
헤티와 함께 있을 때처럼, ‘인간다운 감정’이 아니다. 그는 아븨칸인의 폭발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면서, 새롭게 얻은 감정을 살짝만 실었다.
혼신의 연기.
테르카는 그 새로운 분위기를 취한듯이 바라본다.
[감정을…정말로 각성했군!] [그렇다.] [대단해. 아븨칸으로 돌아간다면, 다들 깜짝 놀랄 연구 성과-] [아니,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그의 선언에 테르카가 흠칫 놀란다.
왜…?
*
[감정을 직접 느낀다는 거, 생각보다 꽤나 미묘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건 나는 만족한다. 눈의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학자인 내게 새로운 영역의 발견은 커다란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돌아가서 더 연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설사 내 연구가 성공한다 한들, 누가 이 짓을 하려고 하겠나.] […!]테르카가 흠칫한다.
아스의 말대로다. 감정을 직접 느낀다는 것에 향수를 느낀다한들, 누가 장님이 되어가면서까지 그러려고 하겠는가.
디지털 세계의 현대인들은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지만,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뺏고 과거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건 무슨 미친놈인가 할 것이다.
그처럼 아븨칸인들은 이미 이성을 고도로 사용하고, 감정은 다른 인종을 착취하여 맛보는 세상에 길들여져 있었다.
하물며 그를 직접 본 자신조차도,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감정을 직접 느낀다는 것은 과연 진화의 영역인가 퇴화의 영역인가. 성과를 내봐야 아무도 원하지 않겠지. 심지어 두 눈을 잃었으니, 나는 아븨칸에서 열등한 입장이 된다. 아, 네가 가져간 하나는 돌려줄건가?]그 말에, 테르카가 자신도 모르게 아스의 안구를 꽉 쥔다.
이렇게 돌려주기엔 너무 아깝다.
[가져라.] […뭐?!] [내가 그걸 다시 끼운다면, 기껏 깨달은 감정의 폭이 다시 줄어들겠지. 학자로서 원하는 바가 아니야. 그걸 가지고 조용히 돌아간다면, 너는 그걸 얻고 나는 새로운 감정이라는 영역을 여기서 계속 탐구할 수 있다.] […!] [그리고 내가 느낀 이 감정이 혹시 궁금하다면, 내 안구를 오래 착용하고 있다가 파괴해봐라. 거기엔 내가 보아온 지구인의 감정적 행태가 스며있으니, 혹시 모르지. 너도 나처럼 감정이 열리게 될지.]아스의 안구는 여분.
이걸 파괴한다해도 자신에게 리스크가 없다.
손에 든 안구를 내려다보는 테르카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탐욕이 서린다.
가지고 싶다. 여러가지 의미로 탐나는 물건이다.
[아, 혹시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을 함대원들이 알고 있나? 그렇다면 어쩔 수 없-] [아니, 모른다.]역시 아스의 짐작대로였다.
욕심이 많은 테르카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상정했고, 만약의 경우 자신이 아스의 안구를 가질 수 있도록 함대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너의 학자로서의 호기심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네 연구를 돕는 방향으로 협조하도록 하겠다.]테르카는 그 말로 자신의 욕심을 정당화했다.
[그럼, 행운을 빈다.]아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테르카는 아스의 안구를 소중히 품고 사라졌다.
그가 떠난 무대 위에서, 아스는 드디어 주저앉는다.
덜덜-
떨리는 손. 이전엔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
헤티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는 그를 그만큼 몰아붙였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연기를 가능케 했다.
[헤티…보고싶어.]그의 얼굴에 안도의 기색이 서리며, 무대가 어두워진다.
긴장해 온 몸의 근육에 힘을 주고 있던 관객들은, 겨우 몸에서 힘을 풀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유명이 여러 번 등장해 커튼콜을 하고 들어가는 동안, 그리고 객석등이 켜지고 나서도 사람들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2시간, 한여름밤의 꿈같은 콘서트였다.
*
“와…아직도 소름이 안 가시네.”
“진짜. 화면으로 봤을 때는 오졌는데 실제로 보니까 지린다.”
“팬텀은 안 나왔네. 아쉽다…히잉.”
유명의 작품 중 대부분이 다루어졌지만, 만은 제외되었다.
발레리나 하이의 원작자는 윤세련이다. 작품 내용을 변경하기 위해선 작가의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지금 막 파리 오페라단에서 중요한 배역을 맡아 날아오르고 있는 그녀의 집중을 깨지 않으려는 유명의 배려였다.
두 팬이 종알거리며 길을 걷는다.
“그런데, 아까 데렉 맥커디가 엊그제 들어왔다고 하지 않았어?”
“어, 자막에 분명히 그렇게 나왔었어.”
“그럼 아까 아스랑 테르카의 IF story, 그거 어제오늘 맞춰서 연기한 거라는 거야?”
“…대박. 그 생각은 못했는데 완전 소름인데?”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팬카페에 접속했다.
오늘 무슨 내용들을 공연했냐며, 제발 알려달라는 아우성이 게시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내용을 스포할 수 없었다. 아까 유명이 직접 부탁했기 때문이다.
-죄송해요ㅠㅠ 내일도 다음주도 공연이 있으니까, 비밀 지켜달라고 유명이가 직접 부탁해서…
-근데 확실한 건, 진짜 최고였어요. 꿈 속에 들어갔다 나온 거 같아요.
-아아, 오늘 봤는데도 내일 보실 분들이 부럽다ㅠㅠ
└다 떨어진 사람은 본 눈이 부러워 죽겠습니다.
└콘서트홀 앞에, 직관자들 안구 훔치러 가실 파티 모집(1/99)
└현실 미믹크리인가 ㄷㄷ
공연 내용은 올리지 못한다지만, 공연장의 분위기와 유명의 인사를 담은 짧은 영상들이 부지런히 올라왔다. 소진의 작품이었다.
특히 다들, ‘저 보고 싶으셨어요?’ 부분에서 발악하듯이 댓글을 달았다.
-보고싶었어!!
-보고싶었다고!!
-견우야~~ 넌 어디 있니! 어딜가야 만날 수 있는 거니!
다음날 콘서트를 볼 사람들의 기대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식사를 겸한 간단한 뒤풀이.
유명의 지인들이 둘러앉은 자리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서류신, 설수연, 차하린, 그리고 데렉.
데렉은 요 꼬맹이들 봐라, 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느긋하게 내려다보고 있었고, 수연과 하린은 그 위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류신만이, 그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앞에 놓인 물을 주욱 들이켰다.
[제 친구들이에요, 데렉.] [흐음…]유명의 그들을 소개하자, 데렉은 건너편의 류신에게 손을 내민다.
[당신이 서류신이군요. 딱 듣던 대로네.]새로운 흥미의 대상을 찾았다는 눈빛.
데렉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262 액자 밖
다음 날 아침.
부산에서 열린 첫 번째 연기콘서트에 대한 기사가 언론 지면을 휩쓸었다.
사상 최초의 연기콘서트, 배우가 팬을 위해 마련한 무료입장 콘서트, 국내 유수의 배우들이 앞다투어 까메오로 출연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화제였다. 특히 데렉 맥커디가 한국에 방문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거품을 물며 그들의 소재를 궁금해했다.
그들은 이미 대전에 도착해 있었다.
투어 콘서트 일정이라는 것은 꽤나 빡빡했다. 의상과 소품 등은 부산 공연이 끝나자마자 화물차에 실려 대전으로 달렸고, 유명도 공연 후 저녁식사 겸 뒤풀이를 마치자마자 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유명은 대전의 콘서트홀에 나와 있었다. 무대 구조나 음향의 반사 정도가 달라서 테크니컬한 조정이 필요했다.
“아- 아-”
“성량이나 울림이 좋아서 마이크 안 달아도 될 것 같긴 한데요.”
“관객들 꽉 차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미세조정만 하더라도 일단 달아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대전 공연의 좌석은 4번의 공연 중 가장 적은 820석.
규모로는 중극장 정도라, 마이크를 달 지 안달 지 미묘한 규모였다.
유명도 공연장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기계를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전달되는 것을 선호하긴 했지만, 내용의 명확한 전달이 더 중요하니 무리수를 두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그가 오전 내내 콘서트홀을 체크하고 새 무대를 익히는 동안, 데렉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차피 밖에 나가봐야 기자들에게 시달릴 뿐이다.
[점심 먹으러 가요.] [그래도 되나?]유명이 그를 데리고 간 곳은, 대전에서 유명하다는 한 한식집. 호철이 급하게 섭외한 곳이었다. 유명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더니, 직원은 살짝 눈이 커지긴 했지만 티내지 않고 조용하게 그들을 내실로 안내했다.
데렉은 좌식 의자에 어색하게 주저앉은 후, 유명을 보고 비죽비죽 웃었다.
[연애라도 해?] […?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촬영이나 무대가 있는 날에 이렇게 여유부리는 타입이 아니었잖아…?] […데렉은 휴가잖아요. 좋은 데 데려가진 못해도 맛있는 거라도 먹어야죠.]이것도 변화라면 변화였다.
원래의 유명이라면 공연 당일, 이미 준비가 끝났더라도 더욱 완벽을 기하기 위해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겠지만, 오늘 그는 점심을 먹기 위해 외부로 나왔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어디 가보지도 못하고 자신의 공연에 참가한 데렉을 위해서였다.
[많이 드세요. 출연료에요.] [감히 나를 밥 한끼로 부려먹겠다고?] [음…이거 무료 공연인데…그래도 출연료 드릴까요?] [못 보던 사이에 능청이 늘었네?]음식이 나왔다. 데렉의 표정이 휘둥그래해진다.
[뭐야. 왜 디쉬가 수십 가지가 나오지? 이게 뭐야?] [이게 바로 Korean table d’hote(*한정식)이라는 거죠.] [뭐? table d’hote(식당에서 파는 정식)라고? 한국인들은 매일 이런 걸 먹는단 말이야?]유명이 쿡쿡 웃었다. 이런 반응을 조금 기대하고 한정식집에 데려온 것이기도 했지만, 데렉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유명은 다음 반응을 기대했다. 바로, 한 상을 다 비운 후, 그릇을 쫘악 걷어내고 다시 한 상을 차릴 때.
[뭐야, 같은 게 왜 또 나와?] [자세히 봐요. 다 달라요.] [다 다르다고? 그럼 아까 스무 가지, 지금 스무 가지, 요리가 총 마흔 가지야? 이거 프랑스보다 더 음식에 미친 나라네?] [아하하하-]결국 유명의 웃음이 빵 터졌다.
데렉은 이게 무슨 2인분이냐며 계속 투덜대더니,
[이거 그냥 밥 한끼가 아닌데? 내 출연료가 될만 해.]평소처럼 거만한 어투로 한정식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들은 그렇게 든든한 점심을 먹고 공연장으로 돌아왔다.
*
[그거 한 번 넣어보지 않을래? 아리자데 왕국 살인사건.] [아, 안 그래도 네 명이 안 돼서 못 넣었는데.]데렉의 제안에 유명이 눈을 반짝였다.
이번 공연의 레파토리는 매 회 조금씩 다르다. 겹치는 레파토리가 있는 반면, 회차마다 추가되거나 빠지는 것도 있는데, 올 수 있는 까메오가 매번 달랐기 때문이다.
까메오들 중 4회를 빠짐없이 참석하는 사람은, 유명과 함께 연기하기 위해 귀국한 서류신과 휴식기에 들어간 설수연, 둘 뿐이었다.
그래서 4명이 필요한 아리자데 왕국 살인사건은 넣지 못했던 것.
[흐음, 그 둘이면 괜찮지. 맞춰보자. 오늘 당장은 무리겠지?] [하하, 류신 형은 몰라도 수연이는 힘들어요. 몰입은 좋지만 순발력으로 승부하는 과는 아니라서. 게다가 나머지 둘은 대사도 아직 모르고요.] [그럼 다음 주?] [좋아요. 다들 재밌어 하겠네요.] [넌 바쁠테니 내가 연습 좀 시킬까?] [어?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류신 형이랑 수연이도 아마 좋아할 거예요. 일단 물어보고 확정하는 걸로 해요.] [좋아.]데렉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걸린다. 낚았다-라는 표정이다.
오후 3시 경에, 류신과 수연이 도착했다.
그들에게 데렉의 제안을 전하자, 두 사람 모두 흥미로워했다.
“좋습니다. 그 대본은 캐스팅보트에서도 특히 재미있게 봤었죠.”
“데렉 맥커디랑 같이 연기한다고요? 으아으아!”
“그럼 두 분 다 찬성하셨으니 확정할게요. 무대구성 추가하고 의상도 공수해야겠네요. 그리고 대사는 아무래도 자막 깔고 영어로 해야 할 것 같아요. 데렉이 한국어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겠네요. 수연이는 영어 잘 하던가?”
“저 기획사에서 해외진출 시킬 거라고 몇 년 전부터 원어민 과외 붙여줬어요! 자…잘 할 수 있어요.”
수연이 절대 자신을 빼놓으면 안 된다는 표정으로, 힘주어 주장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오늘 공연부터 열심히 해 볼까요?”
“넵!” “준비합시다~”
대전 공연장은 가장 작아서, 제일 끝 줄에서도 무대가 그리 멀지 않았다. 덕분에 관객들은 정말 황홀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신유명입니다.”
“우와아아아–”
그 날도 유명은 무대를 날듯이 휘저었다.
빡빡하기 그지 없는 일정인데도 왜 이렇게 피곤하지 않을까.
4개월간 피가 마를 정도로 집중력이 필요했던 의 촬영. 그것이 끝나자마자 연기콘서트를 준비했고, 심지어 오늘은 이틀째 연이은 공연이었다.
그런데도 유명은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에너지를 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저 애정과 신뢰로 가득한 팬들의 눈빛이, 진짜 영양제라도 되는 것처럼..
‘기분 최고다…!’
작지만 뜨거운 열기 속에 또 한 번의 공연이 무사히 끝났다.
그리고···
남은 두 번의 공연을 위해, 유명과 그의 벗들은 새로운 레파토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굿엔터가 이전했다. 이제는 사무실이 아니라 사옥이었다.
굿엔터와 밍기뉴를 한 곳에 두기 위한 결정으로, 사업의 규모를 좀 더 키우겠다는 유석의 의지가 담긴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신사옥의 바깥에서 한 명의 머리가 기웃거리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헙…어…여기가 굿 엔터테인먼트 맞아요? 이사 갔다고 하던데···”
“네. 누구 찾아오셨습니까?”
“아, 아니에요.”
사옥 바깥에서 한참을 얼쩡거리고 있는 수상한 남자. 유석은 외근을 나갔다 돌아오면서 그를 발견하고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저 뒷모습은···
“도효준?”
“헉…아, 안녕, 형?”
어색하게 인사한 그가 유석의 눈을 피한다. 프랑스에 있어야 할 녀석이 왜 여기에···
“너 설마 또 힘들어서 도망친 거야?”
“아…아니야!”
효준이 놀라 두 손을 마구 흔든다.
유명이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하고, 위고와 류신 또한 그를 따라 사라진 후, 효준도 무척 한국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너는 동료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걸 배울 시기’라는 류신의 엄명에, 그는 찍소리도 못하고 브라이즈의 공연에 참여했다.
그 공연이 엊그제 끝났고,
‘허락받는 것보다 혼나는 게 쉽다!’
그는 그런 생각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 버렸다.
사실 공연 하나가 끝나면 한동안은 휴가기간이므로, 누가 효준의 한국행을 말릴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괜히 물어봤다가 만에 하나라도 오지 말라고 하면?
류신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그의 말을 어길 용기는 없었으므로, 효준은 그냥 묻지 않고 한국에 들어와버린 것이었다.
“공연 끝나고 휴가라서…유명 형이랑 류신 형도 보고싶고…형도.”
그가 말끝을 흐리더니, 발끝으로 땅을 툭툭 찬다.
사실 가족이 없는 효준에게, 유석은 진짜 형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애정을 시험하듯이 일부러 말썽을 피우던 지난 시절이 부끄러웠다.
그런 그를 향해, 유석이 오랜만에 웃어주었다.
“잘 왔어. 왜 안 들어오고 거기서 그러고 있었어.”
“어…건물도 낯설고···”
유석이 환영해주지 않을까봐. 이제 자신에게 정나미가 떨어졌을까봐.
그 말을 효준은 꺼내지 않고 꿀꺽 삼켰다.
이제 겨우 자신의 불안함을 이유로 어리광을 부리지 않고, 상대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