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6
“들어가자.”
유석의 사무실에 앉아, 효준은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았던 프랑스 생활의 어려움, 매일 토할 것처럼 연습을 시켰던 서류신의 악랄함, 하지만…이제야 느끼고 있는 ‘연기라는 세계’의 무한한 아름다움.
‘이제 좀 배우같네.’
유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 안듣는 막내동생같이 늘 마음쓰이던 녀석의 성장을 음미했다.
그리고, 효준이 마지막으로 꺼낸 말은···
“형, 나 유명 형이 한다는 콘서트 지인짜 보고 싶은데…컨트롤박스에서 심부름이라도 하면 안 될까?”
*
데렉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저런 독종이 있어?’
재능이 뛰어난 배우들을 굴려서 성장시키는 것은 그의 오랜 취미였다. 캐스팅보트의 액션스쿨 때도 그의 조에 소속된 배우들은 숨쉴 틈도 없이 굴렀다. 데렉의 과제를 가뿐하게 소화해내던 유명을 제외하곤, 다들 그의 훈련에 치를 떨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또 달랐다.
‘시킨 훈련 이상을 자진해서 하는 타입은 또 처음이네···’
유명은 (데렉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가 부과한 훈련을 끝내고 개인 연습을 하는 타입이었다면, 류신은 그가 부과한 훈련의 난이도를 더 높이거나 양을 늘려서 스스로를 더 몰아부치는 타입이었다.
‘내 훈련이 만만해?’
그런 그에게 항복 선언을 받고 싶다는 심술에, 데렉은 연습의 강도를 더 올려갔다. 하지만 류신은 잠을 줄이고 이를 악물지언정 결코 앓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수연 또한 눈물 콧물을 빼면서도 기어코 따라오고 있었다.
‘한국엔 재미있는 배우가 많네.’
데렉은 결국 그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IF concert 3th in 광주.
기존에 있었던 레파토리들이 쭉 이어진 후, 이번 공연의 마지막엔 드디어 ‘아리자데’가 공개되었다.
‘아리자데 왕국 살인사건’은 캐스팅보트에서 가장 좋았던 과제로 손꼽힌다.
조원들 간의 갈등과 화합, 그 사이에서 빛나는 유명의 리더십, 극중 작가가 숨겨놓은 의도들을 유명이 하나하나 간파해나가는 소름돋는 장면들과, 그로 인해 조원 전원이 통과하는 카타르시스까지.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배우들이 겪는 ‘드라마’를 가장 잘 보여준 과제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무대는, ‘아리자데 왕국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무대입니다.’
우와아아~~!!
그것을 이 최고의 배우들이 보여준다는 것에, 팬들은 대단히 흥분했다.
조명이 들어온 무대 위에는, 네 개의 커다란 액자틀 속에 네 사람이 정물처럼 서 있었다.
데렉이 왕.
수연이 귀족.
유명이 상인.
류신이 노예.
캐스팅보트 당시, 유명은 노예 역을 연기했었고, 유명의 연기를 보고 자극받은 데렉도 뛰쳐 올라가 노예를 재해석해 연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배역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팬들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또 어떤 연기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삐그덕삐그덕, 정물들의 자세가 풀려간다.
네 명의 등장인물이 그림 속의 인물이라는 것을 캐치해, 작가인 에바 도브란스키를 놀라게 했던 그 해석대로.
그리고 왕이 처음으로 입을 뗀다.
[경들은 이 홀에서 일어난 왕자시해사건에 대한 의견을 말해보라.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데렉 맥커디의 왕.
머리에 올려져 있는 왕관과, 어깨에 두르고 있는 붉은 망토가 그렇게 어울릴 수 없다.
그가 온 몸으로 펼쳐보이는 고귀한 아우라는, 왕이 사라진 이 시대에도 특별한 혈통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눈을 홀린다.
영어로 이루어지는 무대였기에 콘서트홀의 양 쪽 대화면에 자막이 쏘아지고 있었지만, 골수팬들에겐 큰 의미가 없었다. 이 극의 대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있으니까.
‘다음이 귀족의 대사였지.’
모두들 다음 대사를 예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액자 속에 갇혀 있던 인물들이,
···!
틀을 넘어 액자 밖으로 나왔다.
263 작은 혁명
그림 속 인물.
캐스팅보트에서 의 인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폭 속에만 존재했었다.
상인이 노예를 찔러죽일 때, 상인의 칼이 한 번 노예의 화폭으로 넘어가긴 하지만, 인물들은 화폭에 고정된 것처럼 자신의 공간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액자 밖으로…나왔어?’
예전의 인물들은, 굳어진 관절이 풀리듯이 서서히 동작이 부드러워졌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덜그럭거리던 움직임이 액자를 벗어나는 순간을 기점으로 동작이 바뀐다.
관객들은 한 명 한 명 액자틀을 빠져나올 때마다, 그림이 사람이 된 것처럼 자연스러워지는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동에도 순서가 있다는 듯, 왕이 먼저 거만하게 액자를 빠져나와 상석에 자리했고, 귀족과 상인이 왕의 양 옆에 시립했으며, 노예는 제일 마지막에 나와, 왕을 마주보고 엎드렸다.
사람들은 특히 노예에게 주목했다.
캐스팅보트 당시, 노예의 해석엔 세 가지가 있었다.
유명이 처음 연기했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다 살해당하는 ‘민중’으로서의 노예.
데렉이 보여줬던, 기득권과 똑같이 비열하고 이익만을 탐하는 노예.
그리고, 유명이 액션 스쿨 졸업과제에서 보여주었던, 버려진 왕자이자, 민중의 기수가 된, 품위 넘치는 노예의 모습.
‘서류신의 노예는, 그 중 어떤···?’
위엄 넘치는 데렉의 왕, 아름답기 그지없는 수연의 귀족, 처음 보는 유명의 상인도 궁금했지만, 역시 아리자데의 주연에 가까웠던 ‘노예’의 해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류신의 노예는,
‘저 반듯한 걸음걸이···! 마지막 버전인가?’
팬들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온갖 가설들을 가라앉히며, 무대 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폐하, 나르바가 이미 모든 것을 자백했습니다. 독살에 쓰인 약물과 구입 내역까지도 그의 침실 깊숙한 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까.]설수연의 귀족은 우아하고도 교활했다.
범행의 주체는 알지 못하지만, 귀족들이 가장 의심받을 상황이다. 귀족들은 허수아비 왕을 손아귀에 넣고 실세를 쥐고 있고, 1왕자는 그런 세태에 반발하는 인물이었기 때문.
그래서 그들은 희생양 하나를 내세워 이 사건을 빨리 덮고 넘어가려고 한다.
그리고 유명의 상인.
[폐하, 폐하께서 가지신 왕의 혜안으로 굽어 살펴보아 주시옵소서. 일국의 왕자가 시해당한 사건입니다. 나르바 공이 키신 전하와 어떤 앙금이 있었건, 독단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원래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귀족과 힘의 줄다리기를 하던 상인이었다.
그런데 지금 유명의 상인은 달랐다. 그의 상인은 칼칼한 목소리로 힘 있게, 이 수상한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비장함은, 단순히 권력을 위한 야욕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상인의 캐릭터가 그 때와 완전히 다른데?’
‘해석이 바뀌었나?’
관객들의 표정에 호기심이 어릴 때,
지잉-
갑자기 조명이 꺼지며 배역들이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머리 위로만 스팟이 떨어졌다.
상인의 독백이었다.
*
[이 나라의 유일한 희망이, 죽었다.]머리 위의 내리는 스팟 조명은 얼굴의 돌출부에 닿아 짙은 음영을 드리운다.
상인은 비장한 음색으로 독백을 시작했다.
[이 나라는 썩었다.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매일같이 파티를 여는 귀족들. 위엄을 뽐내지만 아무런 위엄이 없으며, 귀족들의 아첨과 뇌물에 눈이 멀어 백성을 돌보지 않는 군주. 이 상황을 유일하게 안타까워하던 키신 전하만이 이 나라의 마지막 희망이었지만, 그의 정신은 너무나 나약했다.]유명은 이번 if story에서 상인을, 타고난 혈통 없이도 제 힘으로 돈을 벌고 지식을 축적한 실력자로 해석했다. 마치 프랑스 대혁명 시대, 한껏 부패한 왕과 귀족에 개탄하여 민중과 발맞추던 초기 자본가계급같은.
이 현명한 실력자는 이미 상황을 꿰뚫고 있다.
[그를 죽인 것은 귀족이 아니다. 아마 왕자는 이 엉망진창의 나라에 대한 책임감, 그러나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귀족들이 나르바라는 희생양을 내세운 것은, 왕자가 자살한 진짜 이유가 드러나는 것보다, 희생양을 한 명 제공하고 이 사건을 잽싸게 덮기 위해서.]차라리 귀족의 일원을 희생시키는 것을 택한다.
개인적인 은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치가 떨리는 교활함.
[그것을 알면서도, 나는 정말 나르바의 짓이냐고 부르짖을 수밖에 없구나. 그럴 리 없지만, 제발 폐하가 정신을 차리길 바라면서. 정녕 이 나라에 희망은 없는 것인가.]뚝뚝 떨어지는 한숨. 해답을 궁구하는 지성어린 미간.
관객들은 그의 비장함에 함께 젖어든다.
노예를 찌르던 순간을 빼곤 가장 존재감이 낮았던 상인이란 캐릭터가 재조명되고 있다.
다시 불이 들어온다.
귀족과 상인은 무의미한 논쟁을 이어나간다. 귀족은 역력히 귀찮아하는 기색으로 나르바의 짓임을 주장하고, 상인은 어떻게든 말꼬리를 잡아 따지고 들고 있다. 어떻게든 이 문제를 이대로 덮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왕은 귀족과 상인의 논쟁이 귀찮다는 듯 귀나 후비고 있다. 무능한 왕에게 아들의 죽음은, 자신을 위협하던 정적이 사라진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노예의 입이 열렸을 때, 왕이 그의 말을 들어준 것은 상인의 입을 그만 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저…비천한 소인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나이까?] [아리자데의 주인인 짐이 허하니, 그대는 하고싶은 말을 모두 하라.] [저는…왕자 전하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생각합니다.]맑고 공손하게 울려퍼지지만, 의지가 분명한 목소리.
가장 바닥에 있기엔 어울리지 않는, 고상한 분위기의 노예.
‘목격했다고···?!’
그 말을 들은 상인의 눈빛이 홱- 하고 돌변했다.
그가 자살의 이유까지 밝힐 수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왕이 정신을 차릴지도.
*
[어찌하여?]노예는 그가 목격했던 정황을 토로한다.
왕자가 독약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주머니를 입에 털어 넣는 것,
일부러 홀까지 가서 죽은 것,
그리고 방문을 나서며, ‘나는 허수아비로 살지 않겠다.’라는 말을 남긴 것,
상인은 그 어울리지 않게 단아한 음성에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숙인 노예의 얼굴을 흘끔흘끔 관찰한다.
그리고 노예가 맑은 눈빛을 들어 왕을 주시한 순간, 그는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깜빡-
그 때 다시 조명이 전환되었다.
상인의 독백.
[저 태도는 노예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사람이지?] [아니, 멧티아 왕비님과 판박이같이 닮은 얼굴. 설마 저 분은···!]왕의 첫 번째 비.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으며, 그래서 귀족에게 견제를 당했던 멧티아 왕비. 그녀의 아이가 소리소문없이 납치된 후, 그녀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설마…그 왕자가 커서 노예가 된 것일까? 노예가 되어서도 고귀한 피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인가.
상인은, 왕을 바라보며 간절히 속삭인다.
[폐하, 보이지 않으십니까. 당신의 아들 중 하나는 어릴 때 제거당했고, 또 하나는 이 나라의 꼴을 개탄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신다면, 아리자데에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제발···]팟-
다시 들어온 불 아래, 상인은 염원하는 얼굴로 왕의 얼굴을 관찰한다.
하지만 그는···
[미천한 노예 주제에 그게 무슨 근거없는 망발이며, 어찌 감히 내 눈을 똑바로 마주보는가. 경은 저 무엄한 노예의 목을 쳐라!] [알겠습니다, 폐하.]하고싶은 말을 모두 하라고 했던 자신의 발언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왕은 버럭 화를 내며 노예의 참수를 명한다.
귀족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칼을 빼들고, 노예는 달관한 표정으로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 때,
푸슉-
칼이 배가죽을 찢었다.
[무…슨···] [도저히 못 봐주겠군. 네놈부터 죽어라.]상인의 칼이 귀족의 배에 꽂혀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네 이 놈!!] [당신도 마찬가지다.] [당신?! 이 무엄한···] [당신에겐 군주의 자격이 없다. 그대들이 지배하는 이 나라는 희망이 없어. 오늘 이 나라의 왕이 바뀔 것이다.]상인은 칼을 마저 휘둘러 왕까지 베었다. 명백한 반정이었다.
순식간에 두 명의 인간이 쓰러져 뒹굴고, 남은 것은 상인과 노예 둘. 눈 앞에서 죽음을 목도하고 긴장한 노예의 앞으로 다가간 상인은,
털썩-
한 쪽 무릎을 꿇는다.
[…!] [요아힘 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멧티아 왕비님의 납치된 아들. 당신은 요아힘 전하가 틀림없군요.] [무..무슨. 저는 그런 사람 모릅니다.] [분명히 전하입니다. 이 얼굴, 이 분위기. 가장 고귀한 혈통을 타고 나신 분이지요.]그리고 상인은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설사 아니라도, 맞으셔야 합니다.)
그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노예의 눈빛이 변한다. 영민한 인간이다.
그는 상인과 깊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상인은 죽은 왕의 머리에서 왕관을 벗겨 노예에게 씌우고, 피로 얼룩진 망토를 그의 낡은 옷 위에 둘러준다.
순식간에 완성된, 고귀한 왕의 모습.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십시오, 전하. 이 암흑같은 아리자데 왕국을, 우리가 구원하는 겁니다.] […네.]그들은 액자로 다시 돌아간다. 노예는 왕의 자리로. 상인은 귀족의 자리로.
원래 상인과 노예의 자리는 비워진 채로.
이것은 그림 속에서 일어난 작은 혁명.
그림 속 이야기는, 아리자데 왕국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었다.
좀 더 나아질 아리자데의 미래를 기원하며, 그림 속의 If story는 이렇게 끝났다.
지잉-
다시 조명이 꺼졌다 켜지자,
죽어 뒹굴던 왕과 귀족이 노예와 상인의 옆에 함께 섰다.
우와아아아-!!
팬들은 끝없는 갈채를 보냈다.
3회차 공연의 종막이었다.
*
마지막 서울 공연의 장소는 혜전당에서 2번째로 큰 극장, 우優전당이었다.
“반갑습니다, 신유명 배우님, 허허.”
“네,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장님.”
“하필 수전당 스케쥴이 미리 차 있어서 아쉬울 따름이네요. 그 영화랑 연극을 동시에 올린다는 무대도 욕심나는데, 연초에만 스케줄을 미리 잡았어도···”
“그러게요, 저도 아쉽지만 우전당도 정말 멋있습니다.”
관장은 혜전당을 칭찬하는 유명의 말에,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 오늘 마지막 연기콘서트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공연 준비를 모두 끝낸 후, 유명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우씨, 혹시 도착하셨어요?”
“네. 아까부터 뒷문 쪽에 와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연락하시지 그러셨어요. 매니저 보낼테니 잠시만 계세요~!”
잠시 후 무대 뒤로 들어온 사람은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전병우, 원생에서의 유명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팬이었던 사람.
못보던 사이에 그의 눈은 더 나빠졌는지, 유명이 코 앞에 오기까지 그를 인식하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우와, 신유명씨! 반갑습니다!!”
그가 손을 덥석 잡자, 유명의 표정이 애잔해졌다.
팬들을 위한 선물로 준비한 공연.
자신의 첫 번째 팬에게도 이 공연을 꼭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초대석이 무대에서 너무 멀었다. 일반 팬들이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유명은 초대석을 가장 뒷자리로 뺐던 것이다.
‘2천석 공연장의 제일 뒷자리라면, 병우씨는 정말 소리밖에 안 들릴텐데···’
그래서 유명은 포켓에 한 자리를 설치했다.
포켓의 동선 하나를 빼버리고, 그 곳에 의자 하나를 놓은 것이다. 무대가 측면으로 보이는 자리라 보통이라면 불편하겠지만, 감각이 예민한 전병우라면 차라리 거리가 먼 정면보다는 가까운 측면에서 공연을 더 잘 느낄 수 있으리라.
“여기 앉아서 보시면 돼요.”
“왜 제게 이런 호의를 베푸시는지 모르겠지만…정말 감사합니다, 배우님.”
웅성웅성-
“극장 엄청 크다-”
“으아, 너무 뒷자리야. 얼굴 보일까?”
“양쪽에 설치된 화면에서 클로즈업화면 나온대요~”
자리가 하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대전에서, 광주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들으며, 서울 마지막 공연에 초대된 2천 명의 팬들은 2주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두근두근-
객석의 등이 어두워질수록, 자신의 심장소리는 더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