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82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
“나는 눈을 뜨고 싶은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새로운 인격의 잔상같은 나직한 속삭임이 메아리치며, 조명이 fade-out(*서서히 빛을 줄임)했다.
그리고 관객들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무대 속 세계로 빠져들었다.
*
인격살인은 거의 유명의 1인극이나 다름없었으므로, 장과 장 사이에 의상이나 분장을 제대로 교체할 텀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외부 세계를 연기할 땐 간단히 각 캐릭터의 포인트만 강조하기로 했고, 내면의 집에서는 캐릭터간에 외양의 구분을 두지 않기로 했다.
아무 장식없는 새하얀 상하의에 머리는 자연스럽게 흩트렸다. 온전히 연기만으로 네 캐릭터를 다르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설정이었다.
1막 2장, 현성의 세미나.
그리고 1막 3장에선 처음으로 내면의 집이 등장한다.
혜호조차 궁금했다. 이 장면을 어떻게 소화할지.
지잉-
무대가 밝아졌다.
전환된 세트는, 집의 구조를 띠고 있다. 그리고 한 가운데의 긴 단상에 유명이 잠든 듯이 누워 있다. 옆으로 사람 키만한 스크린이 두 개가 서 있고, 그 곳에는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그림자가 하나씩 투영되어 있다.
‘무무…에서 썼던 방식을 쓰려고 하나보네.’
그림자들은, 유명이 직접 연기한 아웃라인을 따고 내부를 검정으로 채워서 만든 것이 분명하다. 그림자만 봐도 팔다리의 움직임이 유려한 것이, 유명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리고 혜호가 짐작한대로, 음향으로 그들의 대화가 전달되기 시작한다.
-아직 안 깨어났을 때, 콱- 목을 누르면 캑- 하고 죽지 않을까? 하핫.
-안 된다니까, 민성아!
기묘한 광경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눈 감고 입을 닫고 누워있고, 그림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광경. 이 묘한 그림은, 홀로 색을 가지고 있는 진짜 사람에게 더욱 시선이 집중되게 한다.
그런데,
달칵-
…!
대문처럼 생긴 문이 열리고, 유명이 걸어들어오자 관객들이 혼이 달아날 듯 놀랐다.
모두들 눈을 껌뻑이며, 누워 있는 유명과 지금 막 들어온 유명을 번갈아서 쳐다본다.
‘하하하핫- 영리하네. 재밌는 발상을 했어.’
혜호는 당연히, 누워있는 저것이 유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쉽게 속는 인간들은, 저 정교하기 그지없는 인형에 홀랑 속아 넘어간 모양이었다.
한 무대에 같은 얼굴의 사람이 두 명.
그건 한 스크린에 같은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것보다 몇 배는 충격적이었다.
분명 어떤 트릭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눈에 보이는 모순에 무의식이 섬찟하다고 느껴버리는 것이다.
이어지는 유명의 연기.
“아직 안 깨어났어?”
-응. 벌써 며칠째야. 우린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안 깨어나고 그냥 뒈졌으면 좋겠네.
-민성아…!
콘서트홀의 훌륭한 음향은 녹음된 소리도 실제와 유사한 울림으로 전달했고, 그 소리들의 타이밍에 맞추어 완벽하게 대사를 치는 현성의 모습에 관객들의 시선이 못박혔다.
스크린으로 유명이 연기한 영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그림자로 변형해서 보여준 것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현성의 대사가 없을 때조차 현성의 리액션을 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어? 방금 쟤 눈 뜨지 않았어?
“뭐?”
순식간에 유성으로 쏠리는 관객들의 시선. 그 때,
깜빡-
누워있던, 신유명과 똑같은 형체가, 눈꺼풀을 열었다.
처음의 충격이 점차 가시고, 잘 만든 인형이겠지 하며 안정되었던 관객들이 다시 놀란 숨을 들이켰다.
*
‘인형에 장치를 했나 보군.’
혜호는 간단히 결론을 내렸다.
그에게는 놀랄 정도의 장치까진 아니었다.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무대에선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렇게 정교한 밀랍인형에 눈꺼풀을 움직이는 기계장치까지 심은 것을 보니, 얼마나 무대와 소품에 공을 들였는지 알 만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한국에선 이 때까지 볼 수 없었던 규모의 무대 장치는, 그것을 수십 배로 살릴 수 있는 배우의 연기와 함께 매 장면 장관을 이루었다.
인형은 또 한 번 등장했다. 민성이 목매달려 죽은 장면에서.
흐억-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같은 한숨을 토했다가 겨우 삼켰다.
‘아까 그 인형이겠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해도, 좋아하는 배우가 무대 위에 드리운 줄에 목을 매달려 늘어져 있는 광경은 충격이 컸다.
중간중간에 배치된 연기력이 뛰어난 단역배우들도 무대에 다양성을 더했다.
특히 다인이 등장할 때면, 매번 새로운 암시에 호기심이 허덕였다.
“혼자 힘으론 승산이 없어요. 사라진 오빠를 빨리 찾아요.”
1700석이 차지한 공간은 결코 좁지 않다. 그럼에도 옆 사람의 호흡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은 예리하고 촘촘하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의 결은, 오직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
“왜 안 지켜! 네가 뭔데 우리가 기껏 이룩해놓은 질서를 모두 망가뜨리고 뒤집냐고!!”
아우라가 휘몰아친다.
폭풍같은 존재감이 이글이글 타오르다 못해 실처럼 뻗어져나와 공연장의 구석구석까지 뻗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혜호는, 그 폭발할 듯한 생기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워…’
그 생기는 1700명의 관객들을 통째로 묶어, 어디론가 데려가려 하고 있었다.
271 매진입니다
‘왜 이런 기분이…’
무대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데렉의 표정은 넋을 잃은 듯이 변해갔다. 마치 자신이 유성이 되고, 은성이 된 듯이 그가 표현하는 감정들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다른 관객들의 반응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일까, 의지가 몸을 움직이길 거부하는 것일까.
그는 눈도 한 번 깜빡이지 못 하고, 절정을 향해 가는 연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4막.
내면의 집에 홀로 선 유성이 벽의 틈을 주시했다.
그러자 벽이 스르르 밀려나고, 무대를 채운 온갖 구조들이 들어가고 나오고 뒤집어지며 완전히 다른 형태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하아…’
관객들의 몸에 전율이 흐른다.
무대장치란, 한정된 공간 안에 인간의 모든 상상을 구현하는 예술.
기존에 쓰였던 계단이 뱅글 뒤집어져 거꾸로 매달린다. 내면의 집을 구성하던 벽들이 불규칙한 모양으로 갈라져 미로같은 틈새길을 형성한다.
마치 꿈 속처럼 일상의 파편들이 불규칙하게 뒤섞인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외부세계와 내면의 집의 무대 구조를 분해해서 무의식 공간을 구성하자는 유명의 제안에, 무대미술감독 짐 로버는 대단히 흥분했었다.
스윽-
변화하는 무대의 한 쪽에서, 유성은 은성을 찾고 있다.
그의 눈짓 하나, 손짓 한 번에 거대한 구조들이 변화해 길을 여는 모습은, 모세의 기적을 보여주는 듯이 장엄했다.
그리고 조명이 어두워졌다 다시 밝아졌을 때,, 유명은 변형하는 무대에 실려 어느덧 반대편에 서 있었다.
허억- 헉-
은성의 얼굴이 되어.
“가…갑자기 왜 이러지?”
은성은 조용하던 무의식이 날뛰는 것을 보고 무언가를 짐작한 듯 절망적인 얼굴로 변했다. 그는 다시 일어서 뛴다. 하지만 삐죽이 솟아오를 돌기나, 앞을 가로막는 벽들에 그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고, 버겁게 몰아쉬는 숨에 맞춰, 관객들의 호흡도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그가 왔다.
-여기 있었구나, 은성아.
은성의 사선 뒤쪽은 야트막한 벽으로 막혀 있었고, 그 벽 사이로 그림자 하나가 삐져나와 있었다. 아마도 유성이리라.
무대는 쉼 없이 역동하는 무의식 세계를 보여주듯, 아직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은성은 유성을 보고 뒷걸음질 쳤지만, 어느새 다가온 벽이 그의 등 뒤를 막았다.
“결국…나도 죽이려고!”
-아니야. 나와 함께 돌아가자. 나는 네가 필요해.”
“싫어. 네가 다 죽였잖아!”
울부짖는 은성의 얼굴에 이입해, 관객들은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뒤에서 스크린이 내려와, 일말의 사건들의 전말이 밝혀지기 시작했지만, 관객들, 특히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은 스크린의 내용보다는 은성의 얼굴 표정에 시선이 꽂혀 있었다.
진실에 놀라고 당황하고 슬퍼하는, 하나하나 진심이기 그지없는 은성의 감정들이, 밀려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솟아나 차오른다.
“아니, 솔직해지자. 나는, 처음부터 너에게 먹히고 싶었어. 그래서 도망친 거야. 해선 안 될 일을 할 것 같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은 하고싶지 않아. 제발 나를 죽여줘.”
프로젝터가 떨리는 그림자를 투사한다. 유성의 떨고 있다.
은성은 결심을 단단히 한 표정으로 가려진 벽쪽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고, 다시 그 공간에서 튕겨져 나왔을 때는, 배에 칼을 꽂고 있었다.
‘…허억!’
데렉은, 순간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칼에 찔린 듯, 어떤 이물감같은 것이 속을 비집는다. 그 순간 은성이 느꼈을 고통과, 이제 죽을 수 있다는 환희를 자신의 몸이 느끼고 있는 마냥.
그는 그 순간 느껴진 거대한 충격에 소스라쳐, 엄청난 의지를 실어 고개를 돌렸다.
‘이럴수가…!’
왼쪽- 오른쪽-
주변의 관객들은, 모두 은성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은성이 되어버린 것처럼.
*
공연이 끝나고 난 후, 박수는 생각보다 우렁차지 않았다.
신기한 체험을 한 관객들은, 약간 멍한 표정으로 극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
그 중에, 데렉이 섞여 있었다.
매니저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극장을 나설 때까지도 데렉에게 들러붙는 팬들은 없었다. 그만큼 다들 반쯤 넋을 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이건…뭘까.’
공연장의 공기는 마약같은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데렉 또한, 자신이 최상의 컨디션인 날 관객들과의 합까지 딱 맞아 떨어지면, 마치 무대와 객석이 한 몸인 생물이라도 된 마냥 일체감을 주는 경험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정도가 다르다.
‘아까, 진짜 내 배를 무언가가 할퀴고 지나간 듯한 느낌은…’
자신이 예민해서 과도하게 몰입한 것일까.
아니, 아니다.
관객들의 그 살짝 찌푸려진, 그러면서도 체념한 듯한 그 표정은…분명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음이다.
‘모르겠어…’
신유명의 현재 수준을 샅샅히 파헤쳐보려고 결심하고 온 자리에서, 오히려 더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도대체 얼만큼 집중하고, 어떻게 연기를 펼쳐야 저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조금 울고 싶은 마음이 들려고 할 때…
피식-
데렉은 웃어버렸다.
[채드.] [네?] [우리 한국으로 이사와버릴까?] [네?!!] [모르면, 물어봐야지. 달라붙어서 귀찮게 해야하지 않겠어?]영문을 모르고 당황한 채드를 뒤에 두고, 성큼성큼 거리를 벌리며 데렉은 극장 밖의 찬 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다행히, 자신은 그의 벗이 아닌가.
앞서가는 사람의 등이 보이지 않고 발자국이 지워졌다면, 전화해서 어디냐고 물어보면 된다.
알려준 곳으로 쉬지 않고 달려갈 체력과 멘탈은 언제나 충분하니까.
한 인간이 그런 결론을 내렸을 때, 한 귀鬼는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영화를 봤을 때 이상으로 충격적이다.
화면을 통하지 않고 직접 보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와 닿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영화 크랭크업을 하고 연극 준비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또 발전한 건가?’
관객들이 유사 체험을 하듯 생생하게 배역을 느끼게 만든 것도 놀라웠는데, 은성이 느꼈을 감각을 미약하게나마 동조시키다니…
‘무언가를 깨달은 건가…’
옐로라벨의 엔딩에서, 유명의 표정이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보이긴 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돌아왔을 때 유명이 보인 애정표현도 예전보다 훨씬 솔직하고 거침없어진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스스로와 마주본 것이, 그를 저만큼 발전시킨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은…
‘…연기…하고싶다. 그럼 뭔가 보일 것 같은데…’
푸른 빛이 바르르 떨렸다.
유명의 앞에선 내보이지 못할, 그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
개봉일 저녁.
한 개봉영화순위 사이트에는 묘한 후기가 올라왔다.
└앗. 저도 그랬어요. 영화에 빨려 들어갔다가 정신을 차리니 끝나 있었습니다. 뭘 본 건지 멍한 기분이라 다시 보러 갈 생각입니다.
└저도, 저도요! 원래 영화 보면서 플레인 팝콘 한봉지+카라멜 한봉지, 1+1로 먹고 나오는 사람인데, 영화 끝나고 팝콘이 하나도 안 준 걸 보고 내가 드디어 미쳤나 했었는데…!
└콜라 팝콘 사 가지 마세요. 어차피 못 먹어요ㅠㅠ 오늘 블루라벨만 봤는데, 옐로라벨 볼 땐 절대 안 사 갈 겁니다.
└또 인터넷이라고 과장질 시작이네 ㅉㅉ 오늘 밤에 예매해뒀는데 내가 보고 와서 뻥튀기인 거 인증하겠음.
└취소취소. 죄송합니다. 보고 왔는데 뻥튀기 아니었습니다ㅠㅠ 영화 끝나면 3분동안 ‘나는누구 여긴어디’하게 됨.
인터넷 강대국에서 소문은 쉽고 빠르게 퍼졌다.
그 날 저녁 네이버 실검 1위에 이 올랐고,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게시물 48751359] 블루, 옐로라벨 둘 다 보고 온 후기 요약(노스포)1. 연기력 말 그대로 미쳤음. 보고 있으면 엄청 황홀한 한편, 유명이가 이런 갈등을 겪어왔구나 싶어서 눈물남.
2. 알려진대로 블루->옐로 루트가 정석임. 블루를 나중에 봤으면 속상해서 잠 못잤을 듯
3.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블루>옐로임. 51대 49 정도?
4. 엔딩 별도로 개봉한 게 상술이라고요? 2번 보게 했다구요? 어차피 기본 2회 이상 관람각인데…
└동감. 학교다닐 때 노트필기 좀 하신 분인듯. 정리 잘하네.
└블루만 겨우 예매한 사람입니다. 오늘 진짜 잠 못잘 거 같습니다. 빨리 옐로 보고싶네요.
└저 오늘 블루+옐로+연극 초연 보고 왔는데요…셋 중에 제일 압권이 연극입니다. 지금도 눈 앞에서 잔상이 왔다갔다 해요…ㅠㅠ
└헉, 지구를 구했다는 초연티케팅러! 연극 썰 좀 풀어주십셔…ㅠㅠ
3버전을 동시 관람했다는 댓글을 쓴 사람은 바로, 미호와 같은 영화관에서 인격살인의 첫 상영을 관람했던 여대생, 강나연이었다.
그녀는 팬카페의 채팅방 하나를 개설했고, 그 방은 삽시간에 정원이 모두 찼다.
[아슬아스] 안녕하세요! [보형이만보형] 안녕하세요!! 초연 보셨나요!! [아슬아스] 헉, 시삽님;;도 오셨군요. 네, 운좋게 초연 티켓을 구할 수 있었어요ㅠㅠ [보형양제] 빨리, 빨리 얘기해주세요. 현기증…아 영양제 먹어야지… 유명이 보려고 미국으로 취업했는데 다시 한국으로 가버렸네. 확 퇴사해버릴까…ㅠㅠ팬클럽 최고 고인물들의 등장에, 다른 회원들은 깜짝 놀라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들이 등장해 후기를 간청할 정도로 초연 티켓의 예매성공률은 극악에 가까웠던 것이다.
[아슬아스] 영화 보신 분들은 아실텐데, 몰입감이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런데 연극은 그거의 세 배 정도? [보형이만보형] 세 배! 오늘 영화 세 번 봤는데, 그걸 다 합친 것만큼!소진은 첫 날 영화를 세 번이나 예매해서 봤다. 그리고 다음 날도 두 번을 예매해 놓았다. 간절한 팬심이었다.
그런 그녀도 연극 티켓팅은 1월에 단 한 번 성공했을 뿐이다.
[아슬아스] 그리고…진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마치 주인공이 되어 한 몸으로 느끼는 것 같은…? 이건 정말 설명하기 힘들어서 보셔야 알 것 같아요.그녀의 말에 연극 티켓팅을 성공한 사람들의 기대치는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고, 패배한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었다.
나중에 공연 녹화테잎이라도 풀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
다음 날,
국내의 기사보다 해외의 기사들이 더 화려하게 터졌다.
미국에선 으로 개봉한 인격살인은, 최대의 스크린수를 확보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것이 현재 영화계에서 신유명이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클래스였다.
그리고, 그 클래스를 배신하지 않는 압도적인 연기에, 영화관계자들은 호평일색의 리뷰를 쏟아냈다.
국내 매스컴들은 노가 났다.
온라인에 업데이트되는 인격살인에 대한 열띤 반응들만로도 기사감이 넘쳤는데, 해외의 온갖 유명인들이 인격살인의 리뷰를 내놓으니, 그걸 번역해서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기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은 신유명에 대한 대중의 애정에 더욱 불을 붙였다.
“인격살인 표 있어요?”
“매진입니다. 죄송합니다.”
“아, 이게 몇 군데째야. 예매는 안 돼요?”
“온라인에서 매 5일 전 12시마다 예매 오픈되니까 그걸 시도하시는 게 빠르실 거예요. 현장예매는 요즘 새벽부터 줄 서시거든요…”
기현상이었다. 무슨 공연표도 아닌 영화표를 새벽부터 줄 서서 산단 말인가.
이쯤 되니까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표 구하기가 힘들죠? 상영관이 적나?
-시네스타는 상영관의 거의 절반이 인격살인이던데요?
-메가 X도 상영관 자체가 적지는 않았어요. 인격살인이랑 수라도가 투 탑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