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86
순식간에 차가워진 목소리는 이제 거래를 제시한다. 유석은 코웃음을 쳤다.
[앞으로 널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 좋아, 내가 대신 해주마.]“그걸론 셈이 안 맞죠.”
유석의 냉담한 거절에, 그녀의 언성이 고조된다.
[혹시 태원시네마를 노리는 거야?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만든 거-]“말은 똑바로 하시죠. 제가 만든 상황이 아닙니다. 그리고 태원시네마엔 관심 없고요.”
[설마 그 이상을 바라는 거니?! 하여간 족보없는 애들은 염치도 없어. 내가 뭐 다른 방법이 없어서 연락한 줄 아니? 그래도 키운 정이 있어 오해를 풀어보려고 했더니, 결국 이런 식으로 천한 티를 내는구나.]“다른 방법이 뭐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정말로.”
[한국에서 대기업 척 지고 뭘 할 수 있을 줄 아니? 앞으로 몸조심하렴.]이제 대놓고 협박이다.
글쎄, 당신을 등진 거지 태원을 등진 건 아닌데.
언제나 나긋하게 목을 조르던 목소리가 화를 참지 못하고 뒤집어지는 것은, 꽤나 볼만했다.
‘위선적인 다정함보다는 차라리 이 쪽이 낫군.’
유석은 화를 내는 그녀에게, 다정히 속삭였다.
“키워주신 정이 있어서 알려드리는데,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것과 제가 바라는 것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도 몸조심하시죠.”
탁-
먼저 전화를 끊은 유석이, 실소를 흘렸다.
그렇게 커 보이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두렵지 않았다.
그녀만큼 키가 크고 나서야.
*
“휴…이제 좀 주가가 회복됐습니다.”
“십년감수했네요.”
진고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 망하고 이규성과 관련된 커다란 폭탄이 터지면서, 윤성의 주가는 바닥을 뚫고 내려갔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그가 봤을 때 수라도는 상당히 잘 빠진 영화였다. 그래서 초반의 낮은 별점과 평가가 밍기뉴 측의 작업질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을 보고 다시 한 번 수라도를 보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뭘 모르고 덤볐어.’
그가 알기로 영화는 자본과 인력의 싸움이다. 신유명이 대단하다곤 하지만, 그게 헐리웃 영화가 아니고 국내 영화였다면? 감독이 카일러 언쇼나 존 클로드가 아닌 무명감독이었다면? 저렇게 대박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진고원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한국에 돌아와, 스스로 대본을 쓰고 감독을 해 가며 연기한다는 신유명의 패기를 보고 혀를 찼다.
연기를 잘 한다고, 연출까지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돼야 중박이라고 생각했다. 태원을 등에 업으면 붙어볼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겁이 없는 게 아니고 자신이 있는 거였다.
그걸 왜 몰랐을까.
“5일째 사자가 계속 들어오네요. 오, 또 올랐다.”
“이제 주가는 안심해도 되겠군요.”
“그럼요. 스캔들 이슈는 오래 안 갑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최근 진고원은 안팎으로 무척 시달리고 있었다.
아빠는 큰고모에겐 찍소리도 못하면서 자신만 들들 볶고 있었고, 고종사촌인 문도석은 이 사태의 탓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 때는 좋은 생각이라고 뛸 듯이 기뻐해놓고, 정말 치사한 놈이다.
‘그런 건 버틸만 해. 주가만 안정된다면.’
진고원은 큰 경영상의 과실만 없으면, 내년쯤 윤성 엔터의 대표이사직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수라도의 실적이야 다른 것들을 돌려 어떻게 메꾸면 된다지만, 주가가 심하게 빠지는 것은 대표이사 취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됐다. 여론이야 금세 가라앉을 것이다. 잘 안 가라앉으면 다른 연예인 스캔들같은 떡밥을 좀 뿌리면 된다.
주가가 잡혔으니 이제 되었다, 라고 진고원은 안도했지만…
RRR-
[상무님, 큰일났습니다. 5% 공시가 떴어요!]“뭐?!!”
고원은 전화를 건 상대가 보낸 공시자료를 받아, 황급히 열었다.
보유지분은 현재 7%, 보유목적은 경영참가…?
‘아니 이게 무슨…’
한국 자본시장법상, 상장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대량보유하게 된 사람은,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공시)를 해야 한다.
최근 5일간의 상승세는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가 바닥까지 떨어진 주식을 쓸어담다가, 5%를 넘긴 순간부터는 대 놓고 주가가 껑충 뛸만큼 적극적으로 매집한 것이다.
‘도대체 누가…!’
주식매집 주체를 보고, 진고원은 입을 떠억 벌렸다.
[Good Entertainment]진짜 전쟁이 시작되었다.
*
“뭐?!!”
진종희가 조카의 연락을 받고 바들바들 떨었다. 유석의 회사에서 윤성의 주식을 매집 중이라니.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것과 제가 바라는 것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타겟이 태원이 아니라 윤성이었다는 건가.
그녀는 황급히 윤성의 주식지분을 손에 꼽아 보았다.
일단 태원이 여러 번 투자금을 꽂아주며, 그 대가로 넘겨받은 지분이 38%. 그러다보니 윤성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현재 6%밖에 되지 않는다. 나중에 서서히 태원의 지분을 친정 쪽으로 돌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성파이낸스와, 자신의 여동생 진현희가 시집간 신혁은행에서 각각 4%씩을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것만 해도 50%인데?
“혹시 주식 매각했니?”
“그게…파이낸스에서 지금 전력투구하는 물건이 있어서, 잠시…”
“왜 나한테 말을 안 했니?”
고모의 부드러운 비난에, 피부의 솜털이 바짝 선다.
진고원이 말을 잇지 못하는 동안, 진종희는 계산했다.
설마 모든 설계가 끝난 후 터뜨린 것일까?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윤성에 재직 중인 임원들 중에도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일반 투자자 물량. 그걸 모두 매집을 끝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일단 현희한테 연락 넣어서 신혁은행 보유분량 한 번 더 체크해보라고 하고, 주식 갖고있는 임원들 단도리 잘 해. 다른 데 비싸게 넘길 바에야 차라리 우리한테 넘기라고.”
“저…회사에 자금이…수라도 때문에…”
“하아…”
고원이 우물쭈물하며 현재 회사사정을 털어놓자, 진종희는 짜증섞인 한숨을 쉬었다.
“일단 설득해보고, 안 되면 태원에서 매집해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고모님!!”
“나도 1, 2%씩 가지고 있는 대주주들 만나서 설득해 볼 테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움직여.”
“넵!”
전화를 끊은 진종희는 생각에 잠겼다.
‘그게 네가 말한 수였니…’
그녀의 입가에 피식 비웃음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차라리 유석이 태원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가 더 위협적이었다. 그가 괴팍하고 제멋대로인 시아버지의 눈에 들면, 그래서 도석이 그와 비교당하기라도 하면, 그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기껏 생각한 게 M&A? 하…’
돈질이라면 자신의 전문분야였다.
진종희는 전화기를 들었다.
*
유석모가 언론을 제어하려 발버둥을 쳤지만, 2010년은 옛날같이 언론 통제가 쉬운 시대가 아니었다. 이미 국민의 대다수가 인터넷을 쓰고 있고, 스마트폰도 보급되었다.
발로 뛰는 기자정신을 표방하는 소규모의 매체들부터 기사를 터뜨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점점 다른 매체들로 확산되었다.
해외에서도 이 사건은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M.Scot@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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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 하지만 이것이 연극으로도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은 이번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영화와 연극, 두 가지로 기획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놀라운 연기법과, 그것을 활용한 자연스러운 ‘MultiYoumyoung(다중유명)’ 화면들로 우리를 놀래킨 신유명. 하지만 연극에서는 CG처리가 불가능한만큼, 오직 연기로만 그 한계를 극복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그래서인지, 연극 공연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영화를 본 이후보다 몇 배는 황홀해보였다.
‘모르겠어요.’
메이킹필름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신유명이 스스로가 연기한 다른 캐릭터와 합을 딱딱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가를 물어보자, 관객들은 멍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완전히 몰입해 극중 세계에 빠져들었던 상태.
그들은 연기의 기술을 하나하나 따져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공연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한 관객에게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공연이 매일 바뀌어요.’
초반의 단독 공연에서, 후반의 합동 공연까지, 연극은 단 한 번도 똑같이 구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캐릭터가 바뀌든, 감정이 바뀌든, 결말이 바뀌든 늘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주장한다.
인격살인은 뉴욕에서도 공연되어야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영화보다 몇 배 깊다는 극중의 세계에 우리도 풍덩 빠져보고 싶지 않은가. 신유명과 데렉 맥커디, 그리고 그들에 못지 않다는 다른 배우들이 펼쳐내는 인격살인의 현장에 함께하고 싶지 않은가.
덧붙여, 한국에서는 지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격살인의 상영을, 한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작정하고 보이콧했다고 하는데, 무슨 연유인지 궁금하다.
쓸데없는 태클들이, 이 믿을 수 없는 배우의 발목을 잡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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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까지 쏠린 상황에서, 이규성 사건의 전말을 밝히라는 촉구와 태원 타도의 목소리가 들끓던 어느 날,
최근에 5% 이상을 취득한 대주주가 발의한 긴급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굿 엔터 쪽에서 대표로 참석한 사람은, 물론 문유석이었다.
“어머니, 조심하시라니까요.”
회장에 들어서다 진종희와 마주친 문유석이, 상냥하게 그녀를 걱정했다.
277 세상에 거저는 없지
임시주총 현장.
무대 위에는 발의자를 위한 단상이 있고, 그 좌우로 한 쪽에는 윤성의 경영진들이, 한 쪽에는 대표적인 대주주들이 앉아있다. 그리고 일반투자자들이 회랑에 쭈욱 배치된 의자를 차지하고 있다.
임시주총의 발의자로 선 문유석이, 윤성의 경영 방만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윤성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수년 간 주주들에게 제대로 된 배당을 하지 못했습니다. 투자한 영화들은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했고, 그 부분을 태원의 투자금으로 메꾸어왔지요. 이게 정상적인 경영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원래 엔터 회사라는 게 그렇습니다! 잘 될 때는 투자금의 몇십, 몇백 배를 회수하기도 하고, 잘 안 될 때는 원금도 못 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이쪽 업계의 생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셔서 하시는 말씀으로-”
“그래서 수라도는 안전하게 가려고, 태원시네마와 결탁한 겁니까?”
폐부를 그대로 찌르는 공격에, 진고원의 입이 방어할 말을 찾지 못하고 덜컥 멎었다.
“그…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이규성의 일방적인 오해로-”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고,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죠. 이로 인한 주주들의 손실을 어떻게 책임지실 생각입니까?”
대주주석에는 태원의 미래전략실장과 진종희가 함께 앉아 있었다.
그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고원이 답답한 듯이, 대신 일어서서 까랑한 목소리로 반론한다.
“그 쪽은 사실 손실이 난 것도 없잖아요. 오히려 차액으로 이득을 봤으면 봤지. 제 1 대주주인 태원에서도 현 경영진을 믿고 기다려 주고 있는데, 그 쪽은 뭘 안다고 나서는 건가요?”
“아, 또 결탁인가요.”
“무례하군요!!”
임시주총에 참여한 주주들은, 둘의 대치를 숨죽이고 바라본다.
진종희라면,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재벌가의 며느리이자, 윤성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도대체 저 젊은 남자는 뭘 믿고 저렇게 대놓고 그녀를 조롱하는 것일까.
“현 경영진을 믿고 기다려 주고 있다라…흐음, 태원도 한 발 거들고 있는 입장이니 끼리끼리 옹호하는 게 아니구요?”
으드득-
진종희가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가, 다시 표정을 풀고 미소를 입에 띄웠다.
이런 걸로 기분 나빠해서는 안 된다.
대주주가 주주총회에서 경영방만에 대해 각성을 촉구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뭔가 액션을 취하려면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게 불가능하니 결국 속 빈 강정일 뿐이지. 훗.’
하지만 다음으로 유석이 내놓은 말에, 그녀의 비웃음이 불안하게 일그러졌다.
“따라서 저와 몇몇 주주들은, 현재 윤성의 경영진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며, 이에 경영진 교체를 요구합니다.”
…!
진종희의 가슴이 그제서야 덜컥했다.
뭔가 감이 좋지 않다. 문유석의 저 당당한 표정.
그저 자신을 엿먹이고 망신주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저 아이가?
아니, 아니다. 왜 미리 눈치채지 못했을까.
살가운 정은 없었다 한들 함께 산 세월이 15년이다. 꼬마 때부터 눈치가 귀신같던 녀석,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땐 자신의 앞에서 내내 숨죽이고 있던 녀석이, 아무런 보험도 없이 이런 짓을 벌인다고? 그럴 리가 없다.
‘설마…!’
그녀의 생각이 무언가에 미쳐 눈썹을 치뜨고 옆을 돌아본 순간,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스윽 일어났다.
(강 실장..!)
그의 옷자락을 잡으려던 진종희의 손가락이 미처 닿지 못하고 허공을 잡아챘다.
무표정한 남자는 단상 위로 가 마이크를 잡았다.
“태원 주식회사 미래전략실장 강동훈입니다.”
주주들이 새로운 인물에 주목한다.
“앞서 발의하신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태원에서는 윤성 엔터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였으나, 몇 년 간 회사 실적이 좋지않아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책임에 통감합니다. 저희는 그룹 차원에서 윤성과 태원간에 정말로 어떤 커넥션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힐 계획이며, 현재 윤성의 경영진 교체가 필요함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강 실장!!!”
진종희가 넘어갈 듯이 소리를 빼액 질렀다.
일반 주주들이 휘둥그레 눈을 뜨고 그녀를 지켜보는 가운데, 강동훈 실장은 돌아와 그녀에게 나직히 속삭였다.
(회장님 지시입니다.)
그녀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 벌떡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이후 임시주총의 진행은 순조로웠다.
진고원이 눈물로 주주들에게 호소하긴 했지만, 원래 유석이 취득한 주식과 위임장의 지분합계도 33%에 달했기 때문에, 태원의 38%를 더하자 일반 주주의 투표까지 갈 것도 없이 경영진 교체안이 가결되었다.
“…두고 봅시다.”
“처음 만나서 살벌한 소리를 하시네, 외사촌.”
“내가 왜 그 쪽 외사촌입니까.”
“아, 진종희 여사님이 나보고 아들이라고 부르시던데, 그럼 외사촌 맞지 않나요?”
진고원이 유석을 향해 이를 으득- 갈고 뒤돌아섰다.
‘끝났군.’
처음으로 그녀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았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했다. 윤성을 노린 것은 영화제작과 배급을 동시에 하는 회사라, 굿엔터를 확장하기에 딱 좋아서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선택한 일이, 과거를 청산하는 의미도 가진다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었다.
‘경영 상태도 워낙 안 좋았으니까 그걸 먼저 개선하고…’
그의 타고난 사업머리가 팽팽 굴러가기 시작했다.
*
“아버님! 어떻게 저한테!!”
“경박하게 굴지 말고, 앉아라.”
진종희는 순간 치솟아오른 화를 내리눌렀다.
억울하고 불쾌하다 한들, 시아버지는 아직 태원의 회장이었다.
“도대체 왜 저 쪽 편을…! 그리고 윤성 주식을 사 모은 건 전데, 저한테 한 마디도 없이 강 실장이랑 모의하신 건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아버님.”
“그 돈이 네 돈이냐.”
회장의 안광이 번뜩이며 자신을 쏘아보자, 진종희의 마음이 순간 덜컥한다.
“그럼 거기서 무얼 어떡해! 이미 윤성과 태원이 결탁했다며 언론에선 난리를 쳐 대고 있다. 실적이라도 좋았으면 몰라, 투자금이 계속 손실나고 있는데 경영진 교체 요구가 나왔다. 가장 손실이 큰 최대주주가 거기서 네 조카 편을 들면, 정말 결탁이란 걸 증명하는 꼴밖에 더 되느냐?”
“……”
“그림을 잘 짰어. 그 놈이 제법이더군. 그런 놈을 내 눈에 안 닿게 수십 년을 꽁꽁 감추느라, 애미가 고생이 많았겠구나.”
뼈가 담긴 회장의 말에, 진종희가 무릎을 꾸욱 여몄다.
“그게 아니고…그 땐 저도 상처가 많았구요, 아버님.”
“됐다. 나도 그 건은 잊을테니, 너도 윤성엔터 건은 잊어라.”
“아니, 그건…!”
“지금 그게 중요한 것 같으냐.”
진종희가 회장의 뼈 있는 한 마디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하는 시선이다.
“이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면 검찰이 개입할 것 같지 않으냐.”
이규성-윤성-태원시네마로 이어지는 비리와 기업간 결탁에 대해, 검찰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 진종희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하필 유명인이랑 엮여 국민적 관심이 너무 쏠렸다. 검찰 쪽에선 뭐라도 액션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손을 턴 것도 있다. 지금 최대한 윤성과의 관계를 정리해 놔야, 조금이라도 덜 엮일 테니까. 설마 유석이 그 놈이 이것까지 예상하고 움직인 걸까. 그랬다면…정말 아까운 녀석이구나. 어쨌건 수사가 나온다면, 꼭 이 건이 아니더라도 뭐라도 걸고 넘어질 거다. 미리 준비해서 잘 대처해 보려무나.”
“아버님이…막아주실 수 있잖아요.”
진종희는, 문유석을 높이 평가하는 회장의 말에도 반박하지 못할만큼 당혹해 있었다.
지금 시아버지의 말은, 마치 검찰수사가 시작되어도 막아주지 않겠다는 뜻같지 않은가.
“ 손자를 소홀히 해온 미안함의 대가로 이번 건에 대해선 중립을 지키기로 했다.”
“아버님…”
“네가 유석이를 숨겨온 괘씸함을 윤성엔터로 눈감아 줬지 않니. 그게 내 방식이다. 인간사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이지.”
“……”
“검찰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도석이는 태원건설 쪽으로 넘겨서 미얀마 지사로 보낼 생각이다. 회사 이미지에 이렇게 똥칠을 했으니, 몇 년 자숙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지.”
“아버님!!”
그녀가 넘어갈 듯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고, 회장은 일어섰다.
“애비한테도 같이 책임지라고 해라. 맨날 네 뒤에 숨어있지 말고.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지. 그거 하나는 너한테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녀가 부르는 소리를 떨치며 회장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거실에 홀로 남은 진종희는 한참동안 망연자실한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
2010년 2월 10일.
의 마지막 공연.
와아아아~~~~~!
배우들이 함께 손을 잡고 커튼콜을 하는 장면을, 혜호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