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95
그들이 다시 칸으로 돌아온 것은, 인격살인의 상영 전날 정오 즈음이었다.
잠시 아를에 다녀오는 여정 동안에도, 유명과 미호는 언제나 연습, 연습을 거듭했다.
그것은 때로 의 연습이기도 했고, 의 연습일 때도 있었으며, 혹은 전혀 관계없는 다른 대본의 연습이기도 했다.
[오케이, 이대로 해 주시면 됩니다!]뤼미에르 극장에서 마지막 세팅을 마친 유명은, 그 날 저녁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형!!] [어, 카이? 데렉? 미싱차일드 촬영 중 아니었어요? 미리 얘기라도 해 주지!] [놀래키려고, 흐흐.]그 옆에는 멋진 여배우도 하나 있다.
[유명씨, 나도 왔어요.] [나탈리!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데렉이 인격살인 공연 같이 한 걸로 얼마나 으스대는지, 얄미워 죽을 뻔 했어요. 이번엔 안 보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아서, 파업하고 왔죠.] [하하. 데렉이 좀…그렇죠.]데렉은 내가 뭘? 이라는 표정으로 삐딱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고, 나탈리와 카이는 유명의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었다.
반가운 얼굴은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유명씨!!”
칸에서 들리는 이 익숙한 한국어는 바로, 육작가의 목소리다.
미싱차일드 시즌1처럼, 시즌2도 에바 도브란스키와 육미영의 공동 저작이었다.
배우들이 일제히 칸 영화제 기간에 휴업을 가지게 되자, 작가들에게도 여유가 생긴 것이었다.
[유명씨!!]이번엔 에바.
여전히 닮은 그들은, 똑같은 어투와 데시벨로 자신의 이름을 꺅꺅- 부른다. 어느 쪽이 어느 쪽의 목소리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작가님들, 잘 계셨어요?] [잘 못 있었어요. 내 시즌 2…내 데카르도···] […죄송합니다, 작가님…] [만나면 코브라 트위스트 시전하려고 했는데, 인격살인 보고 나니 아…이건 내가 양보할 각이지, 어쩔 수 없구나 했어요. 항복!] [하하, 육작가님도···] [그래서, 다음 작품은 뭐죠? 시즌 3에 데카르도 다시 합류도 가능한데?]유명이 미싱차일드 시즌2에 합류하지 못하게 되면서, 육미영과 에바는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혀 서운한 기색없이, 바로 다음 작품을 섭외하려 드는 그녀들의 진취성에, 유명은 웃음을 푸핫 터뜨렸다.
[뭐 어쨌든 일 얘기는 나중에 따로! 시간내서! 꼭 하고, 내일을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그 인격살인의 연극 버전이라니···!] [데렉도 같이하는 버전을 못 보는 건 아쉽지만.]자신의 얘기가 나오자, 데렉이 슬쩍 끼어들어 유명에게 묻는다.
[그러고보니, 각색은 어떻게 했어? 완전히 1인극이야?] [네.] [무대는?] [없이요.] [흐음…상상이 잘 안 되는데. 내면의 집이나 무의식 공간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뭐…잘 해 볼게요.]유명이 싱긋 웃으며 그렇게 얘기하자, 데렉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얘기할 때, 결코 평범한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는 까닭이다.
[놀래킬 거야? 그럼 나 준비 좀 하고 가게.] [준비하고 오세요. 가능하다면요.]얄밉게 씨익 웃는 유명을 보고, 데렉이 바싹 마르는 입술을 혀로 적셨다.
*
다음 날, 뤼미에르 극장.
영화계에서 난다 긴다하는 인물들이 총출동해, 2천 석이 넘는 뤼미에르 극장을 빈틈없이 메꿨다. 덕분에 극장 앞에는 난데없는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영화평론가, 루이 드 뱅 인격살인 상영회 참석
-영화감독, 존 클로드 인격살인 상영회 참석
-헐리우드 배우, 미셸 클라우디아 인격살인 상영회 참석
이 곳에 초대되었다는 것은, 곧 칸에서 중요한 손님으로 인정받았다는 말과 동일하다. 신문과 방송들은 부지런히 참석자와 누락자 명단을 업데이트해댔고, 참석한 사람들은 SNS에 티켓을 인증하며 자신의 입지를 뽐냈다.
유명은 이미 극장 안에 있었다.
[곧 관객 인사 시작할 예정입니다!]오늘의 프로그램 순서는 조금 특이했다.
보통 감독, 배우의 인터뷰 타임은 영화 이후에 배치되기 마련이다. 그래야 작중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도 가능하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관객인사-영화상영-연극공연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이것이 ‘재관람’이기 때문이다.
일반 영화제 작품과는 달리 ‘인격살인’은 이미 세계 각국에 상영되었기에, 모두들 내용을 알고 있는 고로 무리없이 상영 전 관객 타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바로 이 사람 때문이었다.
[위고 씨, 오셨어요?] [잘 지냈습니까? 여기서 또 보네?]위고는 친구인 발롱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해 주었다.
-공연 끝나고 나면, 다들 질문하고 어쩌고 할 정신이 없을걸?
-뭐? 에이 설마···
-다들 약 먹은 것처럼 헤롱헤롱해질 거야. 그 여운을 깨고 싶은 게 아니면 앞쪽에 진행하는 걸 추천해.
와아아아–
유명은 위고와 함께, 뤼미에르 대극장 무대에 섰다.
인격살인의 촬영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그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그의 조국인 프랑스에서 일부러 함께 무대에 선 것이다.
[안녕하세요, 신유명입니다. 칸 영화제에 이렇게 다시 초대해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짝짝짝짝짝–
우렁찬 박수가 쏟아지고, 사회자의 진행 하에 몇 가지의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네, 말씀하신대로 인격살인은 제 자전적 이야기가 맞습니다. 하나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이 삶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문제를, 여기 계신 분들은 특히나 잘 이해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답을 찾아나갈 것이고, 그 답이 제게는 이렇게 내려졌어요. 꼭 필요하지 않은 욕망들은 지우고, 꼭 있어야 할 욕망들은 최선을 다해 공존시키는 것으로요.] [제일 연기하기 힘들었던 배역요…음, 역시 유성일까요. 연기 자체보다는, 제 자신의 이기심을 직시하고, 연기로 드러내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어요. 제게는 일종의 터부같은 부분이라서…] [아, 타이밍 연기요. 그건 제가 계획했던 촬영 기간이 있다 보니까 어떻게 시간을 줄여볼까 하다가 생각하게 된 건데…어쩌다 보니 잘 되었습니다. 도우미로 연기해 준 서류신 배우의 도움도 무척 컸고요. 평소 제 자신이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최대한 의식하며 연습했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2천명의 사람들이, 유명의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칠새라 귀를 기울인다.
저 얼굴이 실제로 연기에 돌입할 때의 놀라운 몰입감을 상상하며.
[인격살인의 촬영에 많은 도움을 주신, 위고 비아드 감독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위고는 유명의 인사를 옆에서 들으며, 속으로 투덜댄다.
‘뭐야, 조롱하는 거냐!’
그렇게 관객인사가 끝나고, 영화 상영이 시작되었다.
*
영화는 다시 봐도, 몰입감이 끝내줬다.
특히나 방금 무대 위에서 사라진 얼굴이 남긴 묘한 집중도 때문에, 관객들은 예전보다 더욱 몰입하여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두 사람이 조용히 비어있던 객석에 들어와 앉았다.
그 주변 좌석의 관객들이 흠칫 놀랐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사악-
한 번 밝아졌던 객석등이 다시 잦아들고, 영사기가 다시 돌아간다.
데렉은 ‘준비하고 오라’던 유명의 말을 기억하며, 조금 긴장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스크린에 등장한 것은 씬 1.
현성이 세미나에서 해리성 정체감장애에 대해 강연하는 장면.
‘연극으로 각색했을 때에는 사라졌던 파트잖아.’
그 사이 또 구성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또다른 안배가 있는 것일까.
화면 속의 남자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에서 ‘주된 인격’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지배적 인격’은 의식을 통제하고, 다른 인격들에게 시간을 배당하기도 하죠.]그런데 입모양과 말소리가 조금씩 맞지 않는다···?
‘게다가 이건 영어…설마···!’
화면이 서서히 느려지다 멈추고, 무대의 한 쪽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발견된 한 사례에서는, 지배적 인격이 훌륭하게 다른 인격들을 컨트롤해, 30년 이상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살아온 케이스가 있기도 했습니다. 치료 중에 진짜 인격이 숨을 경우, 치료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으며···]관객들은 화면 속의 인물과 무대 위의 인물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점점 무대 위의 인물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그는 ‘현성’이 분명한 이지적인 분위기와 유려한 강연으로, 이 공간 속의 ‘청중’을 사로잡는다.
‘영화와…연극.’
순간 데렉은 소름이 쫘악 솟아올랐다.
신유명이, 놀랄 준비를 하고 오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이건, 영상 연기와 무대 연기의 만남이라는 의도로 재구성한···’
유명은 영화와 연극을 동시에 제작해, 같은 시기에 대중에게 오픈한다는 새로운 시도를 이미 감행했다.
영화 기술로 표현된, 네 인물이 한 화면에 합성했을 때의 묘한 느낌과,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둘 다 보여준 의미있는 시도였다.
그리고 여기서 그 의미는 한 번 더 발전한다.
영상의 한 컷이 돌아가고, 거기에서 빠져나오듯이 등장한 인물은, 영상 속의 인물과 전혀 다르지 않으면서도 몰입감을 한 차원 끌어올린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의 장점 속에 연극의 장점을 담았지만,
조금이라도 연결이 어색하거나 텐션이 떨어지면 와장창 집중이 깨질 수 밖에 없는 구성.
그렇지만···빨려 들어간다.
한 장이 끝나고 다음 장이 시작되기 전, ‘내면의 집’이 등장했다.
스크린 속에 누운 유성과, 그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은성, 민성의 모습이 보여지던 가운데,
딩동-
소리가 나고, 왼쪽의 대문 방향에서 등장한 것은,
[다녀왔어.]실물의 현성.
무대의 조명이 밝아지면, 자연스럽게 스크린의 장면들은 흐려진다.
그 흐린 배경을 뒤에 두고, 유명이 현성을 연기한다. 마치 저 집 안에 있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걸 준비했다니···!’
그렇게 생각했다. 유명이 놀랄 것이라고 한 의미는 바로 이것이었다고.
하지만 데렉은 잠시 후, 더 크게 뒤통수를 얻어맞게 된다.
*
영화 속의 장면을 배경삼아 각 장을 구성하기도 하고, 그 사이를 이어가는 장면들은 배경 없이 연기로만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영화와 연극이 합쳐진 무대가 아닌, 그냥 하나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안녕, 나는 은성이라고 해.] […안녕.] [처음이라 혼란스럽겠지만 우리가 많이 도와줄게. 하루에 18시간씩은 함께 지낼 사람들이니까, 사이좋게 잘 지내자. 너는 이름이 뭐야?] […유성.]어떤 장면에선, 대사마다 조명의 각도를 바꾸어 가며 두 명의 캐릭터를 번갈아 연기하기도 했고,
[그럼 나이는 묻지 않기로 하고, 몇 분이죠?] [흐음···’우리’는 많아요.]어떤 장면에선, 음향 처리된 타인의 목소리와 대사를 주고 받기도 했지만,
‘어떻게···’
언젠가부터, 배경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이미지로 그려진다.
음향으로 표현된 상대역마저도, 지금 무대 위에서 유명과 마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착시일까.
어떻게 연기를 하면, 아무것도 없는 빈 무대에서 배경이 느껴진다는 말인가.
이것은 관객들이 모두 인격살인을 보았기에, 자신도 모르게 유명의 연기를 보면서 그에 어울리는 그림들을 조합해 상상하는 것일까?
민성이 죽고,
현성이 소멸되며,
유성과 은성은 무의식 속에서 대치한다.
고오오오-
무한하고 무질서한 무의식의 세계가 객석 전체를 집어삼키고, 사람들은 그 세계 속의 입자가 되어 유성과 은성의 마지막 대치를 주시한다.
[너는 달라, 은성아.] [노력할게. 죽을만큼 노력할거야. 제발, 한 번만 나를 믿어줘.]이번 공연은 옐로 라벨이었다.
유성이 은성을 설득해 내면의 집에 돌아오고,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엔딩이 진행될 동안 관객들은,
‘……’
어느 순간부터, 스크린이 재생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289 Des plus grands acteur
공연이 끝난 후, 거의 10여 분이 넘게 장내는 침묵에 잠겨 있었다.
컨트롤박스의 기사가 넋을 놓고 객석등을 방치하고 있는데도, 관객들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
‘……’
대단하다, 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 정도로 깊은 몰입상태에서, 관객들은 천천히 수면 위로 올라오듯이 깨어났다.
마치 최면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짝-
짝짝-
짝짝짝짝짝-
박수는 한두 명의 소리로 작게 시작되었다.
조금 더 빨리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멍하게 치기 시작한 박수가, 아직 침잠해 있는 사람들을 깨워간다. 관객들은 손바닥에 불이 나게 박수를 치면서도, 한 동안 입은 열지 못했다. 말을 하는 순간 어떤 무의식이 왈칵 밖으로 샐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짝짝짝짝짝짝짝짝–
와아…
우와아-
조금씩 함성이 섞이기 시작하며, 사람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때서야 정신을 차린 데렉은 손발이 모두 이제야 피가 통하는 듯이 저릿저릿했다.
그는 현재, 중간부터 스크린이 꺼졌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분명히 배경이 보였었는데…’
넋을 온통 무대에 빼앗기고도, 데렉의 무의식은 유명의 연기와 주변상황을 파악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무의식마저 더 나은 연기를 갈망하는 배우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녹화된 파일이 공개되고 나서야, 스크린이 도중에 꺼졌고, 유명이 아무 배경없이 저 심플한 무대 위에서 연기했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였다.
-녹화한 것만으로도 그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말들을 떠들겠지만, 화면을 통해 본 사람들은 결코 지금 이 곳의 사람들이 느끼는 말도 안 되는 현장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이 사람들도 하룻밤 자고 나면, 내가 너무 과하게 심취했었나…하고 생각할지도.
지나치게 자극받은 뇌는 현실 보정이 필요할 테니까.
-준비하고 오세요. 가능하다면요.
얄미웠던 유명의 말이 떠오른다.
그건 도발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고작 그 수 개월 동안에 그는 어떻게 또 한 번 격을 뛰어넘은 것일까.
커튼콜은 계속되었고, 유명은 몇 번 더 나와서 무대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셀럽들은, 매번 나올 때마다 새로운 기분으로 박수를 친다. 이 자리에 초대될만큼의 업적을 쌓아온 자신에게 감사하며.
그 날, 칸 영화제의 기립박수 최장 신기록이 깨졌다.
*
유명이 분장을 지우고 의상을 막 갈아입었을 때, 대기실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앗, 발롱씨.] [유명씨…]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였다.
평생을 영화업에 종사해왔고, 지금은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작품 선정을 책임지고 있는 남자는, 방금 전의 무대에 대한 감동과 그것이 자신이 섭외한 것이라는 뿌듯함이 뒤섞여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발롱씨 덕분에 좋은 무대 만들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흐어…무슨 그런 말씀을. 제가 백 번 절해야 하는데… 아참, 감상은 나중에 다시 나누고, 유명씨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분이 있습니다.] [누구…?]오늘 공연 후, 영화제 사무국에서 주최하는 파티가 있다.
거길 오지 않고 발롱을 통해 대기실을 방문할 정도이면, 굉장히 영향력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아…!’
발롱이 몸을 비키자 문 뒤에 나타난 것은, 유명도 가끔 외신을 통해 본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안녕하세요, 신유명씨. 클레망 로베르라고 합니다. 이 쪽은 제 아내 안느 로베르구요.] [대통령…님?] [오늘 공연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대통령은 세미 정장, 영부인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공식 행사에 나왔다기보다는 어느 저녁에 좋은 공연을 함께 보러 나온 것처럼 가벼운 차림새였다.
유명이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고 흔드는 동안, 옆에서 영부인이 경쾌하게 덧붙인다.
[사실 오기 힘든 일정이었는데 제가 무척 졸랐거든요. 한국에라도 보러 갔어야 할 공연인데, 이렇게 프랑스에 와 주셨으니 얼마나 기회가 좋냐고.]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과찬이라뇨. 제 아내와 최고로 멋진 시간을 보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네. 영광입니다.] [부담갖지는 마세요. 프랑스는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이고, 온 프랑스 국민은 예술 그 자체인 신유명 배우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프랑스를 대표해서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이 바뀌어선 안 되니까요. 앞으로도 언제든지 프랑스는 신유명씨를 환영할 겁니다.]소박한데도 품위가 묻어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유명은 그들의 진심어린 축하와 감사에 가슴벅찬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