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96
유명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많았다.
특히 정치권에선, 유명의 인기에 편승해 모종의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오곤 했다. 다행히 문유석이 적절하게 모두 커트해 주었지만.
하지만 오늘, 정치인으로서 유명에게 이 나라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관객으로서 조용히 떠난 두 사람을 보니 무척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발롱이 그들을 배웅하고 돌아와, 눈을 찡긋한다.
[산뜻한 분들이죠?] [그러게요.] [자, 이제 파티장으로 이동하죠. 모든 사람들이 유명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명이 나타나자, 파티장에 다시 한 번 떠나갈 듯한 박수와 함성 소리가 메아리쳤다.
“Des plus grands acteur!” (*최고의 배우)
“Des plus grands acteur!”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은 듯한 얼굴로, 칵테일을 머리 위로 들며 소리를 지른다.
유명이 답례 인사를 보내자, 휘익- 하며 휘파람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유명의 곁에는, 파티장의 사람들이 한 번 씩은 다 몰려와 감탄을 늘어놓았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죠?] [공연을 보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이런 깊은 일체감은 받아본 적이 없어요.] [오늘 밤을 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에요.] [사진 한 번만 찍어주세요!]자신의 영역에선 팬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발그레한 얼굴로 다가와 팬을 자처한다. 싸인을 부탁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기뻐한다.
그 날 유명과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은 족히 서른 명이 넘었다.
한참 북새통이 지나간 후에야, 유명의 진짜 지인들이 주변으로 다가왔다.
데렉, 나탈리, 카이, 위고, 육작가, 에바.
[…도대체 뭘 한 거야?] [데렉은 안 놀랐죠? 준비 다 하고 왔으니까.] […너.]데렉이 한 대 먹일 것 같은 표정으로 으르렁대자, 유명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나탈리가 유명의 팔짱을 끼며 코웃음을 친다.
[안 놀라긴 뭘 안 놀라. 공연 직후 표정이 아주 볼만했어요.] [하하, 나탈리도 재밌게 봤어요?] [어후, 말을 말아요. 그러고보니 나만 유명씨랑 정식 작품 못 했네? 언제하죠?]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야기가 아카데미로 흐른다.
아카데미에 유감이 많은 사람은, 문유석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칸에서 이렇게 예외를 만들면서까지 인격살인을 불렀고, 또 오늘 공연의 파장이 어마어마할테니, 아카데미에서도 뜨끔하겠군.] [세계 최고의 영화시상식 운운하면서, 왜 비영어권 작품은 오스카상 후보에도 안 올리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역 축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지.]그러자 유명이 싱긋 웃었다.
[언젠가는 바뀔 거예요. 정말 좋은 작품이 자꾸 나온다면요.]저 멀리서 또 반가운 얼굴 하나가 다가온다.
[감독님!!]존 클로드 감독.
유명은 펄쩍 뛰어서 그에게 반가운 얼굴로 달려갔다.
[오셨어요. 혹시 류신 형은… [같이 오겠다고 했는데, 크랭크인까지 남은 시간이 많이 없다고, 본인은 연습하고 있겠다고 했어요. 작품 중에는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유명씨는 서운할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선 고맙지.]아니, 서운하지 않다.
데렉이 하던 촬영도 접어두고 달려온 마음과, 류신이 다음 작품에 집중하는 마음은 결국 뿌리가 같다. 둘 다 ‘더 좋은 연기’를 향한 갈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 날 밤의 막이 내렸다.
*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신에 가까웠다. 보는 내내 손이 떨렸다 / 마틴 브라운
-내가 만난 것이 신유명의 내면이었는지, 나의 내면이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그 날 그 시간에 ‘뤼미에르 극장’이 아닌 ‘어떤 다른 곳’에 있었다 / 필리프 차덴
-순간 착시가 일었다. 영화의 화면 속에서 그가 등장하는 줄 알고, 눈을 몇 번이나 비볐던 것이다 / 엠마 프란체스카
2천 명의 관객들에게 팔로워 수가 백 명씩만 있어도, 20만의 사람이 소식을 듣게 된다.
하물며 그 날의 관객들은, 팔로워 수가 수만 명을 넘어가는 것이 예사인 유명인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써 올린 경악과 환희에 찬 감상평이, 전세계를 크게 뒤흔들었다.
[도대체 어땠으면…] [그러게. 영화도 몰입감이 쩔었는데, 연극은 도대체 어떻길래.] [거 참. 꼭 한 번 보고싶네.]유명의 허락으로,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 당일의 무대 영상이 게재되었다.
영상과 무대가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 연기.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도, 유명이 시도한 연출법만으로도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 영상을 보고 가장 놀란 것은, 그걸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뭐죠? 이거 실무대 영상이 맞나요? / 마틴 브라운
└왜요? 왜? 뭐가 다른 게 있어요?
└분명 제 기억엔, 스크린으로 배경 영상이 계속 보였는데…?
그 날 그 현장에서 무대를 봤던 사람들.
나탈리도 그 영상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데렉.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뒤에 화면이 꺼져 있는데?] [그걸 이제 알았어? 감 떨어졌네?] [뭐라구요?!]나탈리가 발끈하자, 데렉이 피식 웃으면서 알려준다.
[그거 진작에 꺼졌어.] […네? 그게 무슨…] [스크린은 분명히 2D일텐데, 어느 순간부터 신유명과 배경과의 위화감이 없지 않았어?] […그랬죠.] [잘 생각해봐. 당신이 봤다고 생각중인 게, 스크린이었는지, 리얼한 진짜 배경이었는지.]관객들은 유명이 연기 너머에, 자연스럽게 깔려있는 배경을 분명 보았다.
하지만 그 날 설치되어 있는 무대는 없었다.
그러므로, 합리적으로 사고하려는 인간의 뇌는, 이렇게 인지해 버린다.
‘스크린에서 계속 배경을 틀어줬다’고.
이걸 계산하고 서서히 스크린 배경이 사라지도록 세팅한 거라면…정말 소름돋는 연출이다.
[봐. 이 때부터야.]데렉은 무대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동영상 클립의 타임바를 45분 무렵으로 옮긴다.
현성이 소멸되어 가는 씬.
[이 때를 떠올려봐. 네 머리 속에서 신유명이 창살을 쥐고 있어, 안 쥐고 있어?]유성이 현성을 가둬버린 흰색 창살.
나탈리가 머리 속으로 그 부분의 기억을 헤집는다.
분명히…흰색 창살을 쥐고 있었다. 그랬는데…
‘없어!!’
영상에선 유명이 빈 손으로, 창살을 쥐고 흔드는 마임을 하고 있다.
무척 정교하고 세련된 마임이지만…마임일 뿐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 때 본 것은…!
[무섭지 않아? 나는 이제 정말로, 연기에 한계는 없다는 것을 믿게 되어버렸어. 그걸 내가 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말이야.]데렉이 씁쓸하게 웃고, 나탈리가 멍하게 고개를 흔든다.
그들이 발견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발견하고, 그것이 기사화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칸 영화제 폐막식.
유명은 정장에 보타이를 갖추고, 뤼미에르 극장으로 향했다.
은 비경쟁부문이라 상을 받을 일은 없지만, 오늘 유명에게는 중요한 임무가 있다.
와아아아아-
찰칵- 찰칵- 찰칵-
[신유명 씨. 인격살인 공연무대의 여파가 어마어마합니다. 재상연 계획이 있으신가요?!] [다른 나라에서도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던데요!] [공연 중에 벌어진 기현상으로, 일설으론 마술이나 환각제에 대한 의심이 일고 있다던데, 해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palme d’or(*황금종려상)는 어느 작품이 될 거라고 예상하십니까?]수많은 취재진의 취재열기를 뚫고 유명은 폐막식 현장에 들어선다.
황금종려상 후보들로 지명된 감독과 배우들에게보다도, 많은 시선들이 쏟아진다.
폐막식이 시작되었다.
290 형은 못 속이겠네요
{캬항- 일렁일렁하당-}
‘생기가?’
{엉. 그래도 엊그제보단 못하지만.}
미호는 존재감을 뿜어내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폐막식 현장이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귀업이 있어 연기(*연기할 때 나오는 기운) 외의 기운은 흡수할 수는 없지만, 생기가 진한 곳에 있으면 살짝 취하는 것처럼 헤롱헤롱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하기야, 지연이와 함께 있을 때도 기분좋아 했었지.
[63회 칸영화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전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폐막식이 쭈욱 진행되면서, 영광된 상들이 하나하나 호명되어져 간다. 유명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뒤편을 향했다.
오늘 유명이 이 곳에서 맡은 역할은, 바로 ‘어떤 상’의 시상자.
{어떠냥, 기분이?}
‘으음…사실 내가 시상해도 될까 싶긴 한데…’
{황금종려상을 탄 배우가 자격이 안 되면 누가 되냥.}
유명은 그 상을 탄 적이 없다. 칸에서도 아카데미에서도.
물론 그보다 더 영예로운 ‘황금종려상’을 같이 탔기에, 누구도 그가 상복이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타보지 않은 상을 시상하려니 조금 민망하긴 했다.
{쓸데없는 생각! 수상자는 누구보다도 네게 상을 건네받는 걸 좋아할 거당.}
퉁명스럽게 던지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언제나 자신을 편들어주고 있는 미호의 말이다.
{…그나저나, 속셈이 참 훤하당.}
‘훤하게 보이라고 티를 내는 거겠지.’
결과적으로 엄청난 호응을 일으키긴 했지만, 어쨌든 칸으로서는 도박이었던 ‘기상영 영화 초대’를 진행했다.
그리고 굳이 유명에게 이 상을 시상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의도가 참 훤히 보이는데,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그만큼 자신에게 마음을 써 주는 걸 알아서 고마웠다.
[남우주연상을 시상해 주실 분은, 이번 칸 영화제에서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보여주신, ‘감독이자 배우’입니다.]사회자의 멘트에, 객석에서는 이미 박수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인격살인을 칸 영화제에서 선공개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웠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영상 예술과 무대 예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선공개보다 더욱 의미있는 무대를 보여주셨습니다. 남우주연상 시상자, 신유명 배우입니다.]다른 시상자보다 조금 긴 부연설명과 함께, 유명이 무대로 나선다.
박수와 갈채가 쏟아진다.
유명은 좌측 단상에 서서, 상패를 가지런히 쥐고 미소지었다.
그리고 심사위원장이 마이크를 쥐고 수상자를 발표한다.
[남우주연상은, 비우티플란드의 엘리온 카르마노입니다.]와아아아아–
유명과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성큼성큼 무대로 올라온다.
유명이 상패를 전달할 때, 그는 한 팔을 들어 유명의 어깨 한 쪽을 꽉 안았다.
(당신에게 직접 상패를 받다니, 영광입니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속삭임.
괜히 자신이 시상자로 나서 남우주연상에 갈 환호를 나누어가지는 게 아닐지 우려했지만, 미호의 말대로 수상자는 유명의 시상에 감격을 표했다.
유명은 그의 손을 꽉 붙잡으며 말로 다할 수 없는 축하를 표했다.
와아아아아–
[마지막으로 황금종려상은…]그렇게, 칸 영화제가 끝났다.
*
Panorama Shot 8.
“언니!”
“오우, 보형이만 보형. 이제 아스도 보형? 유성이도 보형?”
“큰일났다. 언니가 아재가 되어 버렸다…”
“야! 아재개그 아니고 미국식 개그거든?”
박진희가 한국에 돌아왔다.
유명이 한국에 돌아온 후, 그녀도 계속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했지만, 한창 크고 있는 미국 지사에는 그녀의 능력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았다.
다행히도, 수연의 를 끝낸 후 그 업적을 인정받아. 그녀는 한국 본사로 발령받을 수 있었다.
그녀가 돌아온 날, 갓네임드 (구)골드회원 모임이 3년만에 이루어졌다.
“브갓아!!”
닉네임 ‘네임오브갓’.
3년 전 박진희의 오피스텔에 함께 모여 캐스팅보트를 관람할 당시,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남자가 가는 거 아니라며 오지 않았던 의젓한 꼬맹이 녀석은…
“어? 너희…너희!!”
팬텀팬과 팔짱을 끼고 들어왔다.
4살 연상연하 커플의 탄생이었다.
“너네 언제…”
“헤헤, 좀 됐어요.”
“왜 말을 안 하고…”
“만약에 사귀다 깨져도 서로 갓네임드는 포기 못한다고 우겼거든요.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비밀로 했었어요, 큭큭.”
“그럼 지금은…”
“저희 날 잡았거든요. 다들 와 주실거죠?”
남녀가 모임에서 만나, 사귀다 헤어지면 보통은 한 쪽이 나오지 않게 되기 마련.
하지만 둘 다 신유명 팬클럽은 탈퇴 못한다고 버텼다는 말에, 시삽이 대견하다는 듯이 어깨에 손을 척- 올렸다.
“역시 골드회원답다.”
닉네임 ‘계같은 인생’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졌지만, 벙글벙글 웃으면서 들어왔다.
“계같이는 왜 이렇게 신났어? 오랜만에 우리 만나서 그렇게 좋아?”
“아뇨. 육아에서 해방돼서 좋아요.”
칼같은 대답.
아직 돌 미만의 아기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거의 미친 것처럼 와하하하 웃음을 짓는다.
“제가 얼마만에 외출했는지 아세요? 1월에 인격살인 공연본다고 외출하고, 그리고 지금이에요. 4개월 만이죠. 쑥과 마늘을 먹은 곰보다 무려 20일이나 더 동굴 속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 아기는 아직도 네 발 달린 동물에서 진화하지 못했죠.”
반쯤 실성한 것처럼 자유를 외치는 그녀에게, 박진희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유명이 공연봤네? 남편 빽으로?”
“……”
그녀가 갑자기 합죽이가 되었다.
그 날 그들은 칸에서 유명의 공연했던 영상을 함께 다시 보았다.
최고의 무대와, 수많은 셀럽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 인사를 하는 광경.
눈가가 촉촉해진다.
한참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해가던 캐스팅보트 당시와, 모든 사람에게 갈채를 받고 있는 지금 현재가 그들의 머리 속에서 오버랩된다.
“정말…유명이 팬이 되길 잘 했어.”
“…그치?”
“내가 태어나서 제일 잘 한 일 같아.”
“하하, 그게 뭐야. 그런데 나도 그 맘은 알아.”
갓네임드가 만들어진지 6년차.
그들의 삶 속에, 내내 유명이 있었다.
힘들 때는 유명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고, 슬플 때는 유명이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돌려보며 세상에는 기쁨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유명의 가장 값진 순간들에 함께하며, 아낌없이 그를 응원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럴 시간에 더 가치있는 일을 하라고 참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살아가는 것이 곧, 기쁘고 행복한 시간으로 괴롭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한 투쟁이라면,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삶의 가산점인가.
“우리 매년 이렇게 만나요.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제발 그러하기를 바라며,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환하게 웃었다.
*
어마어마한 환송을 받고, 다시 어마어마한 환영을 받으며 한국에 돌아왔지만, 다음날부터의 일상은 언제나와 같았다.
연습, 연습이다!
{그 날 감 잡은 걸 살로메에 적용해보장.}
‘좋아.’
폐막식까지 참석하고 돌아온 것이 5월 24일.
공연은 5월 29일.
28일부터 셋업과 리허설을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남은 시간은 고작 3일이다.
연기연습은 당연히 하는 거지만,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또 있다.
먼저 음향 체크.
지이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