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02
그리고, 이상한 말을 했다.
“그런데…같이 연기했던 배우는 누구야?”
쨍강-
유명이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
3일 전.
살로메 무대 직후.
막이 닫히고 한참이 지나서야, 첫 관객이 정신을 차렸다.
허업···
잠시 호흡이 멈췄던 폐에 산소가 쏟아져 들어오자, 그는 미친듯이 숨을 마구 몰아쉬었다.
바로 옆자리의 사람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양 손을 번갈아가며 주무르기 시작한다. 피가 통하지 않고 감각이 사라진 육체를 일깨우기라도 하듯이.
허억-
허어억-
객석의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가 터졌다.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
을 지은 소설가 스탕달은 평소 미술작품을 좋아했는데, 어느날 한 미술작품을 보고 흥분 상태에 빠져 호흡곤란을 겪게 되었다.
그 증상은 한 달이나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뛰어난 예술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지거나 호흡곤란, 현기증, 전신마비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을 스탕달 증후군이라고 명칭하게 되었다.
보통은 감수성이 아주 예민한 사람에게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몽땅 빠져들게 할 정도로 환상적인 작품이 존재한다면?
지금 수전당의 객석에서는 집단 스탕달 증후군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잉-
김성진이 객석등을 서서히 올렸다.
담백한 성격에 의지가 강한 김성진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이번 공연 내내 정신을 놓지 않고 큐를 맞추는데 성공했다.
사실 그는 초반 이후부터 최대한 무대를 보지 않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무대를 보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할 수 없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컨트롤박스와 무대 사이에 유리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람···’
김성진이 무전을 쳐, 수전당 밖에 선 직원들에게 문을 열도록 했다.
바깥공기가 들어오고도 어떤 사람들은 멍한 상태에서 한참을 깨어나지 못했다.
직원들은 당황해서 여러 번 장내 방송을 했고, 결국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린 손님이 자리를 뜬 것은, 공연이 끝나고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이…공연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건…도대체 뭐였지?’
‘분명 나도 그 세계에 함께···’
‘신유명의 국왕 레오도…흡입력 완전···’
멍하게 걷고있던 한 젊은 남자가, 뭔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휙 돌려 친구에게 물었다.
“그런데 살로메, 혹시 넌 아는 배우야?!”
“아니. 너도 몰라? 와…숨막혀 죽을 뻔 했네.”
“뭐야 대체. 갑작스런 공연에, 처음 보는 미친 미모에 미친 연기력의 배우라니!”
“진짜 누구지? 그 재상 역할 배우랑 살로메는 1인 2역 맞지?”
웅성웅성-
관객들은 모두 같은 패턴을 겪고 있었다.
공연장에서 나와서, 혜전당 숲길을 따라 도로까지 나올 동안에는 약속한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차도주변까지 와서는 번뜩 생각난 듯이 주위 사람과 ‘그 배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누구지, 그 배우는···’
윤진성도,
‘생긴 걸 보니, 유러피안계인 것 같은데…내가 모르는 그 정도의 배우가 있었다니···’
아처 켈러도,
‘유명씨, 나한테까지도 비밀로 하고 조용히 공연을 준비한 이유가…혹시 그 배우입니까?’
문유석도,
모두가 미친듯이 그 배우를 궁금해했다.
[실시간검색어: 살로메여배우]그리고 ‘그 배우’에 대한 호기심은 군중들의 입을 타고 점점 퍼져나갔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나를 잊을 거당.
미호의 예언은 완전히 빗나갔고, 사람들은 미호를 잊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297 그의 이름은 혜호
유명은 죽을 한 술도 채 뜨지 못하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엄마, 잠깐만요.”
[살][로][메]검색어를 치니, 수많은 기사들, 관객반응들이 주르르 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검색된 것은 영국 잡지 에 실린 아처 켈러의 기사번역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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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유명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이었다.
그런데 5월 29일, 갑작스럽게 소식이 터졌다.
살로메. 신유명의 특별 공연이라고 알려진 이 공연은, 출연진도, 공연 일정도 무엇하나 미리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소속사도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여, 공연을 정말 하는 것이 맞는지, 끝까지 감춘 이유가 무엇인지, 많은 소문들이 난무했었다.
하지만 공연은 진행되었다.
당일, 공지가 뜬지 1시간만에 혜전당 수전당(*한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공연장의 가장 대표적인 무대)의 3500객석은 완전히 매진되었다.
본인도 3500개의 기회 중 하나를 운 좋게 잡아낸 사람이었다.
나는 신유명이 이 갑작스런 공연을 준비한 이유를 궁금해하며, 그리고 기대하며 수전당에 입장했다.
첫 장면부터 전율이 흘렀다.
공연은 신유명의 1인극이 아니었다.
‘살로메’
극의 제목과도 같은 이름의 무희는, 신유명이 연기한 레플란 제국의 왕 ‘레오도’의 연인이었다.
필자는 안타깝게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매혹과 추악함을 넘나드는 그 신들린 연기를 도저히 글로 옮길 필력이 없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실로 ‘기적같은 배우’였다고.
그 신유명에 버금갈 정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뛰어날 지도 모른다.
현시대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배우와, 무명의 기적같은 배우. 두 명의 기막힌 호흡은 단숨에 관객들을 사로잡고, 영혼까지 뒤흔들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날 공연을 본 대부분의 관객들이 스탕달 증후군에 시달렸다. 본인도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살로메를 맡은 배우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녀는(혹은 그는) 살로메와, 살로메와 남매 관계인 재상 아덴의 1인 2역을 맡았고, 그 두 역할을 모두 소름끼치도록 훌륭히 해냈다.
이 아처 켈러(자만하는 것이 아니다. Premier의 편집장이라면 자부할 만 하지 않은가)의 레이더가, 저 정도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여태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혹여 그녀는 보름달이 찬란했던 어느 밤에 나타나, 인세 최고의 배우와 한바탕 놀고 사라진 연기의 신은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도 한국에 머물며, 살로메를 추적하고 있다.
하루빨리 신유명이 그녀의 정체를 밝혀주길 간절히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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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 켈러 뿐만 아니었다.
그 날 공연장에 왔었는지 의 윤진성 기사도 많은 기사를 쏟아냈고, 사람들은 ‘왜 신유명이 그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지’를 토론하며 몸이 달아 있었다.
-악!! 도대체 뭘까요. 그 날 어떻게든 공연 봤어야 하는데.
-재상연 추진위원회 모집합니다. 관람한 사람들 반응이 ㅎㄷㄷ하네요. 도대체 어땠길래…
-늘 공연 영상 공유해주기로 유명한 우리 유명인데, 이번에는 영상 안나올까요?
-그나저나 유명이는 어딜 간 거지. 전혀 소식이 안 보이는데 설마 기맥힌 공연하고 승천해버린 건 아니겠죠?
유명은 내용들을 확인하며, 3일만에 핸드폰 전원을 켰다.
부재중전화와 메세지가 와르르 쏟아졌다.
*
전화를 켠지 3초만에 국제전화가 왔다.
유명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가며, 그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뭐야, 너 괜찮아?] [데렉. 웬일이에요?] [하도 연락이 안 돼서 소속사에 물어봤는데, 아프다며. 뭘 얼마나 아팠길래 며칠동안 연락이 안 된 거야?] […이제 괜찮아요.]참 좋은 형이다.
공연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텐데도, 유명의 몸을 먼저 걱정해 준다. 유명은 일부러 그에게 말을 꺼낼 여지를 주었다. 자신이 아프다는 소식에, 공연에 대해서 물어보는 걸 주저하지 않도록.
[공연한다고 좀 무리했나 봐요.] […그러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궁금해서 미치는 줄 알았네.] [그냥 공연이었어요. 좀 비밀이 많은 사람과의 공연.] [그 살로메 역을 맡았다는 배우 말하는거지? 도대체 누구야?] [누구인게 중요한가요. 저보다 훨씬 굉장한 배우라는 거, 데렉한텐 그게 중요할 것 같은데.] [너보다…굉장한 배우라고?]데렉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네. 모든 세상을 통틀어 최고의 배우죠.] [그런 사람이 왜 그렇게 비밀이 많아. 아, 미치겠네. 나도 좀 보여줄 수 없어? 같이 공연하…아니, 일단 그거까진 바라지도 않고, 한 번 보기라도.] [지금은 안 돼요.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데렉과 이야기 하면서 유명은 머리 속을 차근차근 정리해 간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럼 언제 되는데!!] […데려와야죠.] [어디서?] [그건 저도 모르지만…꼭 데려올 거에요.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야, 유명-]유명은 전화를 끊고 문자를 확인했다.
많은 연락이 와 있었다. 연락의 내용은 세 가지로 압축되었다.
자신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괜찮냐는 걱정.
살로메 공연을 왜 그렇게 급하게 진행했냐는 의문.
그리고…가장 많은 질문은, 도대체 살로메 역의 배우가 누구냐는 말.
유명은 문유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RRR-
[앗, 유명씨. 몸은 좀 괜찮-] [저는 괜찮아요. 걱정 많이 하셨죠.] [그럼요, 걱정했죠. 간판 배우가 대형 사고를 치더니, 그것도 모자라서 끙끙 앓아 누웠는데.] [죄송합니다. 이제 다 나았어요.] [다행이에요. 푹 좀 더 쉬고, 근데 도대체 그 배우는 누구…]유석도 그 날 공연을 보았지.
아마 미호가 눈에 아른아른거리고 있을 거다.
자신의 배우로 만들고 싶어서 얼마나 속이 탔을까.
[그건 나중에요. 대표님, 드릴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부탁? 뭐에요?] [최대한 빨리 인터뷰 하나 잡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최대한 영향력이 큰 매체일수록 좋습니다. 이왕이면 방송으로요.] [흐음. 유명씨가 인터뷰해주기만을 목 빼고 기다리는 곳이 널려있긴 하지만, 좀 더 낫고 나서-] [아뇨. 최대한 빨리 부탁드려요.]유명의 눈빛에 다시 총기가 서렸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알 것 같다.
*
다음날.
유명의 집 근처로 KBK의 기자가 방문했다.
유명이 기자와 카메라맨을 데려간 곳은 바로, 미호와 함께 공연을 준비했던 연습실이었다.
“와…집 근처에도 연습실이 있으셨군요.”
“살로메를 준비한 곳입니다.”
그 대답에, 기자의 눈이 번뜩인다.
지금 살로메는 세계적인 핫이슈.
인터뷰에 자발적으로 응해오고, 살로메를 준비했다는 연습실까지 보여주는 것을 보니, 오늘 신유명은 살로메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 줄 작정인가 보다.
조명과 카메라를 적절히 세팅한 후, 유명과 기자는 연습실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살로메를 여기서 준비하셨다구요.”
“네.”
“대본은, 직접 쓰신 건가요?”
“네. 살로메를 연기했던 배우와 함께 썼죠.”
처음부터 나오는 ‘그 배우’ 이야기.
기자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일부러 핵심을 남겨두고 이야기를 겉돌아간다.
“깜짝 공연이었는데, 언제부터 준비하신 건가요?”
“…7년 전부터요.”
유명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실질적인 준비는 세 달 전부터였지만, 사실 미호와 자신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우리는 이 공연을 준비해 온 것이 아닐까.
부족한 나를 네가 키우고, 경계하던 우리 사이에 신뢰를 쌓으며,
언젠가는 함께하게 될 단 한 번의 무대를 향해, 우리는 7년 동안 함께 달려온 것이 아닐까.
“지금 공연을 봤던 관객들 사이에 괴담이 돌고 있는데요.”
“무슨 괴담요?”
“혜전당의 직원이, 그 날 신유명씨에게 공연장을 대관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무대 장치는 전혀 없었다는 발언을 했거든요. 그런데 공연을 봤던 관객들이 무슨 소리냐고, 장엄하고 퀄리티 극상의 무대장치들을 분명히 보았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무대 장치는 없었던 게 맞습니다.”
“…그래요?”
“네. 살로메 역할을 맡은 배우가 연기력이 엄청나서, 아마 배경의 이미지까지 관객에게 전달한 것 같아요.”
“…!”
기자는 유명의 인상적인 대답을 빠르게 메모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유명이 겸손하고 착하다는 거야 기자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한 얘기지만, 연기에 있어서만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고 들었다.
그런데 오늘 그는, 모든 공을 ‘그 배우’에게 돌리고, 모든 화제를 ‘그 배우’에게 몰아가고 있다.
어떤 의도가 있는 것처럼.
“그래서…그 배우는 도대체 누군가요?”
“그의 이름은 혜호. 정확한 이력은 저도 모릅니다. 오래 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사정이 있어서 앞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정말 대단한 배우고 저도 많은 걸 배웠죠.”
“혜호라…신유명씨도 자세히는 모른다고요?”
“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습니다.”
“한 가지…”
“천상연, 들어보셨죠? 2003년 전국연극제에서 엄청난 연기를 하고 홀연히 사라졌던, 아무도 정체를 모르는데도 최우수연기상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배우.”
“네. 그럼 설마…”
그 때 유명이 내뱉은 말에, 기자는 특종을 예감했다.
“맞아요. 바로 그 배우가, 천상연입니다.”
*
선계 정원당.
선계가 관리 하에 있는 귀계, 인계가 순리에 맞게 돌아가는지 감시하고 처벌할 권한이 있는, 일종의 집행국이다.
그 곳이 지금 시끌벅적하게 돌아가고 있다.
{뭐라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아무리 숫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어째서-}
{이러다 일이 커지면-}
색색의 빛들이 정신없이 깜빡거리고, 휘하 도깨비들이 서류를 머리 높이까지 쌓아 뛰어다니고 있다. 지금 정원당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멘붕이었다.
그 한 가운데에 앉아있던, 얼굴이 대추같이 붉은 노인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안 되겠소. 무기명을 해제하고, 실명으로 회의를 하는 게 좋겠소이다.}
그 말에 아홉 개의 빛이 각각 형체로 화한다.
9명의 형선들이었다.
{도대체 왜, 기억이 삭제되지 않는 겁니까?!}
{귀鬼 혜호가 그 미친 짓을 벌인 것부터 문제 아닙니까!}
{이미 벌어진 일로 왈가왈부하지 말지요. 혜호는 이미 역리의 대가로 생기를 모두 잃고 산화했고, 수습은 우리가 해야 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인간들의 기억을 삭제한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아니, 만 명 단위의 기억을 지운 적도 있는데 왜 유독 이번 건만-}
심지어, 일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제는 3500명의 관객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다른 인간들에게 소문을 전파해서 이제 수십, 수백 만의 사람들이 그의 정체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심지어 혜호와 계약 중이던 ‘인간 신유명’이 직접 나서서 그의 귀명을 언급했으니,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의 귀명을 떠들기 시작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인간이 선계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커다란 역리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인간들이 인식할수록 역리의 값은 더 커진다.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가.
{이대로 일이 수습되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