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15
이렇게나 너를 걱정했단다. 네가 나라면 그러지 않았겠니.
저미는 듯한 음성이 자신에게 틀어박힌다.
부모의 애정은 원래 그러하다고 했다. 가끔 자식들이 화를 낼 정도로, 부모는 자식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고. 양아버지는 피도 섞이지 않은 아들을 그만큼이나 사랑해주는 것일까.
주륵-
데카르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는 저 말에 저항할 수 없다.
[죄송…죄송해요, 아버지.] [아니야. 내 잘못이지. 이제부터라도 자식을 좀 더 품 안에서 떨어뜨리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구나.] [아니에요,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그는 한 손에 스푼을, 한 손에 포크를 들고 어린아이같이 울었다.
[네가 요즘 너무 예민해진 모양이구나. 당분간 집으로 돌아와서 지내지 않겠니?]그렇게 데카르도는 얼마간 자취를 감추었다.
그를 찾아 헤메던 셀리가, 한참 후 제 발로 돌아온 그를 만났을 때,
[데카르도! 도대체 어딜-] […누구?]그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
그 날 촬영 후, 세 감독은 술자리를 가졌다.
문제는 맥주를 몇 잔씩 마시고 나서도 내기의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오싹한 양부 연기를 봤잖아. 연기를 보면서 나조차도 믿고 싶더라고. 저 자상한 표정이 다 거짓일 게 믿기지 않는 거 있잖아.] [그렇다고 데카르도가 밀렸나? 의심하는 중에도 슬퍼하고, 미안해하면서도 안심하는 그 복합적인 감정선은? 남자인 나도 가서 안아주고 싶던데.] [촬영 직후 데렉 표정이 어땠더라?] [지금 셋 다 그거 볼 정신이 없었다는 게 문제잖아.]분명 카메라가 꺼진 직후에, 데렉 맥커디의 표정을 관찰하자고 합의했었다. 그런데 셋 중 한 명도 그걸 확인한 사람이 없었다.
그 신의 마지막 장면, 후회와 안심에 가득 찬 데카르도의 표정을 클로즈업할 때, 아무도 눈을 떼지 못했기 때문.
[난 1번 카메라로 신유명 잡고 있었으니까, 니들이 봤었어야지!] [난 그 때 부…붐마이크 들고 있었거든?] [반사판은 놀았냐, 놀았어?]결국 맥주값 내기는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근데 방송국 확정은 언제 나는거야? 이제 슬슬 편성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러게. 캐스팅도 황금라인이고, 이번에 신유명 출연작이 칸 영화제 초청까지 받았으니까 러브콜은 많이 들어올텐데.]촬영감독이 씨익 웃으며 떡밥을 던진다.
[아이고, 다들 소식도 느리셔라. 제니브 계획을 아직 모르는구나?] [잉? 뭐 들은 거 있어?] [술 한 잔 더 들어가면 입이 열릴 것 같은데…지갑이 텅 비었네에…] [아니, 이 아저씨가 돈도 없이 내기를 걸었어?] [어차피 내가 이긴 게임이었다니까. 데렉 얼굴만 확인했어도 이긴 게 확실했는데.] [야 이 사기꾼아. 어서 얘기해봐. 술은 내가 살테니까.]오디오감독이 미끼를 덥석 물어불자, 촬감이 입을 열었다.
[5월까지 에피 모두 완성한 후에, 칸 영화제 결과 보고 팔 거래.] [뭐?] [미쳤어? 5월까지 어떻게 촬영완료를…. 아니, 방송국에서 그걸 기다려주기는 한대? 업프런트 시즌은 5월 초중순이잖아. 그 전에 이미 편성이 완료될텐데?] [마음 급한 놈이 기다리라는 거지. 막말로 올해 방영이 안 된다고 찍어놓은 게 어디가나? 우리 다 알잖아. 미싱차일드 대박조짐 보이는 거.] [그건 그렇지만…] [이번 참에, 방송국 콧대도 꺾고 장사도 제대로 할 모양이야. 만에 하나라도 미믹크리가 황금종려상이라도 받아봐. 편성 안 고치고 배기겠어?]그 말에 오디오 감독과 조명 감독이 서로 마주 보았다.
[오우씨. 우리 다 뽀나스 각이야?] [그게 문제가 아니지. 5월까지 22회를 다 찍는다고? 뽀나스 구경도 하기 전에 과로로 뒈질 수도 있어.] [에이, 걱정마. 제니브잖아. 이번엔 배우들도 다 빠릿빠릿하고.]그들이 제니브에게 꼼짝 못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똘똘한 감독은 필요 이상으로 촬영을 지체하거나, 스탭들을 혹사시키는 일이 없다.
깔끔하고 스피디하게 촬영을 쭉쭉 진행한다. 그 뒤에 혼자 편집을 하면서 영혼을 갈아넣지.
[그러니까. 매일 촬영계획표 보고 야근각이구나…하다가 칼같이 예상시간에 마무리돼서 깜짝 놀란다니까.] [난 다음에도 제니브 팀 해야지!] [나도!]그들은 낄낄 웃으며 잔을 마주쳤다.
*
6화.
돌아온 데카르도는, 세뇌당해 있다.
무엇을 어떻게 자극당했는지, 허공에 둥둥 뜬 시선으로 그는 셀리를 외면한다.
[진짜 내가 기억이 안 난다고?] [……] [거짓말이죠? 뭔가 세뇌를 당했다고 해도, 최근의 기억을 그렇게 말끔하게 지우진 못해. 게다가 그가 당신 머리를 건드렸을 리가 없지. 당신 연구에 관심이 아주 많으니까.] [아버지를 모함하지 마!!]외면하고 피하기만 하던 데카르도는, 그녀의 도발에 결국 큰 소리를 내지른다.
셀리는 그가 자신과 엮이면 자꾸 아버지를 의심하게 되니까, 자신이라는 유발요인을 차단하기로 결심한 것을 알았다.
데카르도는 마치 도피하는 것처럼 연구에만 열중한다. 셀리가 아무리 자신의 앞에 나타나도,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데카르도를 따라 다닌다.
[당신은 세뇌당한 거야.] [그 나이에 그렇게 강력한 세뇌가 되긴 힘들죠. 어린 시절부터 당신 양아버지는 복종심과 무조건적인 믿음을 갖도록 길들여왔을 거야, 그렇지?] [똑똑하잖아, 당신. 잘 생각해봐요.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의 본인이 이성적이진 않잖아?]쫑알쫑알-
그녀의 피치가 높은 소리가 자신이 싫어하는 화제를 내뱉을 때마다, 그는 두통으로 이마를 찡그린다.
그리고 그것이 누적되던 어느 날,
핑-
그는 극심한 두통에 머리를 싸쥐고 뒹굴었다.
셀리가 그를 감싸안고, 놀라 앰뷸런스를 불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깨어난 남자.
[당신, 그냥 우울증이 아니지?] […글쎄. 나도 모르겠어.]극심한 발작에 진통제를 한계까지 투여한 데카르도는, 오랜만에 눈빛이 돌아와 있었다. 셀리가 가만히 그 눈빛을 마주본다.
좀 더 쉬게 해주고 싶지만…
진통제의 효과가 떨어져, 두통이 뾰족한 바늘처럼 날을 세우고 그의 무의식을 지배하게 되면, 그는 다시 강박적으로 아버지를 의심하는 걸 거부하겠지.
기회는 지금 뿐이었다.
[데카르도. 나는 당신 아버지를 오랫동안 추적해 왔어요. 그리고 지금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도 알고 있지.] [……] [기후를 컨트롤하는 법. 그걸 무기로 사용하는 법.]‘뭐?!’
데카르도의 낯이 창백하게 질렸다.
자신이 발견한 기후예측방식은, 성공한다면 획기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공식에 관여하는 변수를 조절한다면, 정말로 기후를 컨트롤할 수 있을지도…!’
데카르도의 발견을 알고 양부는 수하의 학자들에게 그 연구를 밝혀내길 종용했다. 그리고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냈다.
하지만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자신들은 이것을 완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그만큼 이 방식은 천재성이 번뜩이며, 자신들의 수준으로는 손을 댈 수 없다고.
아마, 이 방식을 생각해 낸 학자만이, 완성시킬 능력도 있을 거라고.
[데카르도. 당신은 천재예요. 그리고 당신이 존재조차 몰랐다던 동생, 릴 딜런도 천재죠. 두 명을 입양했는데, 그 두 명이 모두 천재일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두 명이 다일까요? 더 있지는 않을까요? 당신의 아버지가 천재 아이들의 수집벽이 있는 미친놈이 아니라면, 그의 자선 사업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처참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데카르도 딜런. 두 눈을 똑바로 떠요.]셀리가 그의 어깨를 잡고, 강제로 눈을 마주한다.
[스스로의 실수를 발견하고 기뻐할 수 없는 자는, 학자라 불릴 자격이 없다.*]흠칫, 이번에는 그의 어깨가 떨린다.
[지금 당신이 눈을 감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당신의 발견이 인류에게 무기로 사용된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세상의 정의에는 관심이 없었다.
양심과 도덕에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짧은 생을 모조리 쏟아 잡초를 베고 길을 내어온 장소. 그 장소가 피로 더럽혀질 수 있다는 말에, 드디어 데카르도의 눈이 뜨였다.
[당신은 알고 있나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데카르도가 눈을 들어 앞을 직시한 날,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서광같은 햇살 한 줄기가 드리웠다.
*Donald Forster (1934 – 1983) 캐나다의 학자.
312 외전12.두 단어와 두 개의 숫자
[마치고 연습?] [네. 연습해야죠.] [우리 집에 가서 연습 같이 할래요?] [아…보통 촬영 끝나면 카이랑 저희 집에서 연습하는데. 그럼 카이도 데려가도 될까요?] [계속 같이 연습했어요? 그럼 나도 부르지…]데렉의 투덜거림에 유명이 쿡쿡 웃었다.
완벽주의자, 연기강박증, 인생 노빠꾸로 사는 마이페이스 형.
그런 데렉에 대한 첫인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뭐야, 나도요! 나도 같이 갈래요.]마일리가 빠꼼 고개를 들이민다. 그렇게 미싱차일드의 주요 멤버들의 합동 연습이 성사되었다.
지잉-
데렉의 차가 접근하자, 자동으로 보안시스템이 해제되고 거대한 대문이 열린다.
처음 눈에 들어온 곳은 3단으로 이루어진 수영장. 그 너머에는 중세의 성같은 외관의 거대한 저택이 위풍당당하게 자리해 있었다.
뭔가 주인을 닮은 느낌의 저택이었다.
차고에 차를 넣고 저택으로 올라가던 중, 데렉이 중앙 계단의 한 부분에서 멈춰선다.
[여기 기억나는 사람?]다들 계단에서 저택을 올려다본다.
몇 초 후에 유명이 아- 하는 탄식을 터뜨리며 얘기했다.
[니어 어웨이! 게티가 안조를 처음 만났던 곳 아니에요?!] [앗, 맞다! 성인지 저택인지 모를 집을 배경으로, 위풍당당한 안조가 게티를 깔아보는 장면, 거기 맞죠!]유명과 마일리가 우와-하는 표정을 지었고, 카이는 보지 못한 영화인지 멀뚱한 표정이다.
[맞아요. 당시 이 집이 매물로 나왔는데, 금액대가 너무 세서 한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지. 전주인이 빈 집을 촬영장소로 내 줬고.] [설마 촬영할 때 보고 집을 사신 거예요?] [보는 순간 내 집이다, 싶더라고요.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영화 속의 장면이 떠오르는 것도 마음에 들고.]Near Away.
데렉 맥커디의 대표작으로 볼 순 없지만, 유명이 가장 좋아하는 데렉의 필모그래피 중 하나다.
영화를 찍던 중에 촬영지가 마음에 든다고 구매해 버리다니, 역시 데렉 맥커디다.
[데렉.] [왜요?] [저 게티 보고 싶어요. 한 번만 보여주면 안 돼요?]유명의 초롱초롱한 눈빛.
데렉이 흠흠 헛기침을 한다. 원래라면 장기자랑 요청에 순순히 응할 자신이 아니지만…나중에 자신도 신유명의 어떤 연기가 보고 싶어질 수도 있지 않나? 서로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 당연한 관계로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요. 한 번 해보지, 뭐.]그 때 마일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안조! 나 안조 할래요!] [뛰어 올라가. 안 기다린다.] [아싸!]마일리가 도도도 뛰어 올라가고, 유명과 카이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다.
스윽-
붉게 타들어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의 시야에선 보이지 않던 머리가, 상반신이, 전신이 드러난다.
아아, 안조 아가씨다.
[벌레 새끼가 누구의 허락을 받고 들어왔지?]게티의 눈에 한 순간, 감탄의 기색이 들끓었다.
안조 디아레.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태어난 여성.
그녀는 자신을 내려다보면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목을 빳빳이 세우고 눈만 내리떠 깔아보는 눈빛.
그의 뱃속에서 치솟아오르는 동경과 정복욕.
[벌레가 어떻게 사람의 허락을 받겠습니까. 원래 벌레는 기어들어오는 거랍니다, 아가씨. 물리기 싫으면 방역을 철저히 하셨어야죠.]빙글빙글, 사람을 놀리는 짓궂은 웃음.
안조의 멸시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기면서도, 스물스물 소유욕이 번지는 것을 표현해내는, 데렉의 기막힌 연기.
위와 아래.
상류층으로 한 발 한 발 오르는 남자와, 미끌어지기 직전에도 턱을 치켜드는 여자.
명작의 한 장면을 실제로 만나니 좌악- 전율이 돋는다.
짝짝짝짝-
유명은 연기를 마치고 돌아보는 데렉과 마일리를 향해 손바닥이 빨게지도록 박수를 보냈다.
옆에서 카이가 멍하게 속삭였다.
[오늘 집에 가서 꼭 봐야지…]*
[와아, 이게 다 뭐예요? 나 이런 요리 처음 봐. 어느나라 음식이에요?] [저 알아요! 형네 집에서 먹어봤어요. 이거 한국식인데.] [헐…데렉 이거 설마 유명오빠 때문에 준비…?]김밥, 만두, 햇반, 3분 카레.
한국 식료품점을 털어온 듯한 음식들이 잔뜩 식탁 위를 차지하고 있다.
데렉이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역 때문에 후반으로 갈 수록 체중 더 감량할 거잖아. 그 전에 맛있는 걸 좀 먹어야, 그 기억으로 다이어트가 쉬워지거든.]유명은 데렉의 말에 감동했다.
역시 헐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남자. 타인의 마음을 훔치는 스킬이 몸에 배어 있다.
훈훈한 분위기가 흐르는 와중에, 마일리가 포장지 앞면을 보더니 묻는다.
[근데 이것들 3분 요리라고 되어 있네. 어떻게 조리해요?] [모르는데?] [데렉이 요리할 거 아니에요?] [유명씨가 하겠지. 잘 알 거 아냐.] [와…엄청 위해주는 줄 알았는데, 결국 일 시켜먹는 거네.] [아니 내가 이 정도 준비해줬는데, 그 정도는 요구해도 되는 거 아냐?]감동은 오래 가지 않았다.
땡-
다행히 전자렌지가 있어서 조리는 간단했다. 세 미국인들은 3분이 지날 때마다, 형태도 색상도 다른 온갖 요리가 완성되는 걸 보고 입을 벌렸다.
배를 채우고 나자 연습이 시작되었다.
데렉의 집에는 아주 커다란 연습실이 있었다.
[8화까지 대본은 다들 읽었죠?]현재 대본은 8화까지 나왔다.
데카르도가 본격적으로 양부를 추적하기 시작하는 7화에서는, 방화벽에 막혀 있는 양부의 회사 내부 공간에 해킹을 위해 침투하는 데카르도와 셀리의 작전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아하하하, 당신 너무 웃겨.
-당신은 늘 뭐가 그렇게 즐거워요?
-농담조차 하지 않으면, 이 지겨운 세상에서 어떻게 사나요?
점점 드러나는, 셀리의 경쾌하지만은 않은 캐릭터.
몇 번의 위기를 넘어서, 드디어 접근한 데이터베이스에서 튀어나온 ‘양자 리스트’.
총 스무 명이나 되는 형제들의 목록에 충격을 받는 데카르도.
그리고 분명 리스트에 존재했으나 삭제되어 있는 한 명의 이름.
-이건 누굴까…
그리고 8화에선 데카르도가 직접 형제들을 찾아가는 신들이 그려진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학자들이다.
화학, 세균학, 원자력학, 전기전자학, 심리학, 약학…그리고 기후학을 전공하는 자신과, 수학을 전공하는 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