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21
13화가 시작되었다.
319 외전19.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양부와 셀리가 대치하는 그 때, 사람들은 데카르도의 얼굴을 훔쳐보고 있었다.
영혼이 깊숙히 도려져 나간듯한 표정.
셀리는 희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지르듯 말했다.
[당신과 인연이 있던 건 잠깐이었지. 그 때 당신은 나도 세뇌하려고 했고. 그래서 내가 도망쳐 나온 거잖아!] [도망쳐 나오다니, 셀리. 가련한 희생자처럼 말하지 마. 더 커다란 권력에 빌붙어 놓고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신이 놓아줄 리 없으니까!! 그리고 우린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잖아. 이미 당신 호적에서 나왔으니까.] [하지만 그 아이들은 아니지. 그러니 내 아들들은 놓고 이만 꺼져 줬으면 좋겠는데.]양부가 손짓하자, 그의 수하들이 데카르도와 릴을 붙잡았다.
[이…이거 놔!] [아버지, 당신은 도대체…]RRR-
그 때, 전화가 울렸다.
양부의 전화였다.
[네. 아닙니다. 그게 아니- 네. 일단 보내겠습니다.]전화가 끊기고, 양부는 싸늘하게 셀리를 노려보았다. 그녀가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약올리듯 뱅글뱅글 돌렸다.
[역시 ‘아버지’한텐 꼼짝 못하는군.] [아버지라…네가 뭘 팔아서 그의 마음을 샀는지 짐작은 간다만.] [당신 머리 속에 있는 거라면, 실제보다 더 추악할 것은 확실하군요.] [과연?]비수같이 서로를 난자하는 말이 오고간 후, 그들은 납치된 장소에서 풀려났다.
표정없이 셀리와 데카르도를 번갈아 바라보는 릴과, 셀리를 외면하는 데카르도.
셀리가 주춤주춤 한 쪽으로 다가간다.
[데카르도…] […당신이었군요. 리스트에서 삭제된 입양아.]한껏 거리감이 생긴 어조.
공허한 눈빛.
셀리는 그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는다.
[미안해. 나는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말해요. 당신이 숨긴 모든 것. 더 이상 당신을 불신하게 되기 전에.]그 말에서 셀리는 마지막 기회를 읽었다.
마음의 방에서 모든 신뢰를 긁어내어 문 밖으로 내놓았지만, 아직 그는 문을 닫지는 않았다. 그 문틈에 겨우 발을 끼우고, 셀리는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
그날따라 저택 밖에는 안개가 잔뜩 끼어 있었다.
조금 걸어 나오자, 저택의 외관이 안개에 가려 점점 흐려졌고, 서로의 얼굴밖에 확인할 수 없는 공간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좀 예외적인 케이스였어요. 입양된 나이가 많이 늦었죠.]셀리가 그에게 입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18세 때의 일이었다.
그녀는 그 나이 때 이미 대학에서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그 논문이 양부의 눈에 들었다.
셀리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단, 데카르도나 릴이 성장한 곳처럼 낙후된 곳은 아니었다.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졌고, 아주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빨랐으며,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뛰어났다.
또다른 의미에서의 천재.
이미 머리가 큰 아이라는 부담이 있음에도 양부가 그녀에게 손을 내민 것은, 그만큼 그녀가 연구하던 주제가 그에게 흥미로웠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그녀와는 일정기간 같은 집에 살기도 했으니.
-아빠, 라고 불러볼래?
-…아빠.
당시 양부의 나이는 33세.
18세 다 큰 소녀가 아빠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젊었지만, 그에게는 분명 ‘의존할 수 있는 완벽한 어른’의 느낌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가족. 게다가 이토록 자상하고 멋진 아버지. 셀리는 그에게 완전히 빠져 들었다. 그녀가 그렇게 눈치가 빠르지만 않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세뇌당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셀리는 졸업하고 우리 회사 산하의 연구소에 들어오면 좋겠구나.
-산하 연구소요?
-셀리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심리와 행동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지.
-와~! 연구소 이름이 뭐예요?
-따로 이름은 없지만, 다들 최고로 유능한 사람들이지.
그의 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심리학 연구소.
그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어떤 단어들.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집과, 야밤에 가끔씩 들려오는 삐- 하는 낮은 소리.
‘뭔가…이상해.’
그녀는 어느날 밤에 잠에서 깼고, 귀에 박음질하듯이 특정 리듬이 반복되는 소리에 멍하니 넋을 놓다가 소스라쳤다.
그리고 자신이 피곤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물을 마시러 나간다. 물을 마시고 정신을 차린 후, 그녀는 아버지의 방을 찾아갔다. 갑자기 무서운 마음이 들어, 그의 잠든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방에서 통화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그 아이는 그렇게 ‘처리’해.
-아, 여자애?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네. 정 안될 것 같으면 그 쪽으로 보낼게.
-당근이 안될 것 같으면 채찍을 써야지, 개리. 그 쪽에서 꼭 필요한 인재라고 해서 무리해서 데려왔는데, 이제와서 딴소리라니.
흘러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가 말하는 ‘여자애’가 자신이라는 것을 그녀는 똑똑히 느꼈다. 그리고 그 3인칭의 지칭어엔 키우는 가축을 지칭할 때만도 못한 냉담함이 서려 있다는 것도.
그녀는 발끝으로 그 앞을 빠져나와, 자신의 방에 가서 문을 잠궜다. 삐- 하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그녀는 귀를 아플 정도로 틀어막았다.
‘뭔가 잘못됐어. 생각해. 생각하라고.’
‘처리’라는 걸 무엇을 말할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즉, 자신에게 뭔가 기대하는 바가 있고, 그것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자신도 ‘처리’되는것일까.
이미 18살이었던데다 영민하기 짝이 없었던 셀리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양부의 집에 찾아오는 면면만 봐도 그가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네, 아버지.
-아버지 말씀대로 따를게요.
그 후로 셀리는 ‘위장’했다. 전공을 최대한 살려 아버지가 원하는 바를 예민하게 파악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순종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났을 때, 그녀는 ‘개리’를 만나게 된다.
-우리 연구소에 온 것을 환영한단다.
눈동자가 뱀처럼 반들거리는 남자였다. 그녀는 그가 아버지가 통화했던 남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설마 자신도 ‘처리’되는 것일까…
-우리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주제는…
아니, 그녀는 이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녀에게 철저히 핵심 정보가 감추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보고 듣는 것들이 생겼다.
이 연구소는 인간을 ‘세뇌’하는 기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확실히 나이가 든 사람을 세뇌하는 건 리스크가 커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건 현명한 선택-
-쉿-!
개리와 다른 연구원은 뭔가 대화를 하다가, 그녀가 다가오자 말을 멈추었다.
아이들을 세뇌. 자신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 아이’들’이라고 했다.
‘수상해.’
그녀는 이곳에서 점점 거대한 범죄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셀리의 역량과 충성도가 검증되면서, 그녀는 프로젝트의 중추로 들어서게 되었다. 정말로 ‘8세 미만의 아이들’을 더 효과적으로 세뇌하기 위한 연구팀에 들어갔을 때는 구역질이 났다.
‘빠져 나가려면? 어떻게 하지?’
그녀가 방법을 발견한 것은, 연구소가 아닌 집에서였다.
집을 여러 번 찾아왔던 공화당의 거물 의원. 그가 아버지의 윗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
*
[윗사람?] [그래요. 그는 혼자 활동하는 게 아니에요. 세력이 있죠. 심지어 그는 세력의 수장도 아니에요. 2인자의 자리를 다투는 두 명 중의 한 명.] [수장이 따로 있고…그 아래에 두 명…] [게다가 이 나라를 움직이는 가장 큰 세력은 따로 있죠.]정리하자면, 이 나라의 그림자에는 여러 세력이 있었고, 양부의 세력은 두 번째의 힘을 가진 세력이었다. 그 세력의 수장에게는 두 명의 심복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양부였다.
[그는 예전부터 주장했어요. 세력의 판도를 뒤엎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기술’, 그리고 ‘무기’라고. 그래서 그는 학자들을 키웠고, 위험한 주제를 연구하게 만들기 위해 본인의 장기를 활용했죠. 바로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 [세뇌…?] [아니, 그는 원래부터 사람을 교묘하게 잘 조종하는 사람이었어요. 그걸 더 강화시켜 보려는 생각은 아마도, ‘입양’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떠올랐겠죠.]데카르도와 릴이 동시에 흠칫했다.
[어쨌든, 초반에 그는 경쟁자보다 돈도 힘도 부족했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들이 내놓는 성과들로, 이제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걸 수장은 달가워만 할까요?] [한 쪽의 세력이 너무 커졌다…] [맞아요.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 수장을 개인적으로 접촉했어요. 내가 가진 정보를 주고, 보호를 요청하며, 이왕 일할 거면 최고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아부했죠. 양부를 경계하고 있었던 수장은, 그를 견제하기 위해 내 요구를 들어줬어요. 나는 이제 수장의 딸이에요.]긴 이야기가 끝났다.
대략의 상황은 파악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그녀를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당신은, 수장의 명령으로 나에게 접촉한 건가요?] [아니야! 나는 그저…내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양부의 범죄에 대한 정확한 증거를 잡기 위해 수장의 곁에 있을 뿐이야. 양부의 동향을 파악하다 당신을 알게 되고, 당신에게 접근하고, 사랑하게 된 건!!] [……] [모두 내 의지였어요. 믿어줘요, 데카르도.] [그럼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나요.] [당신은!! 사람을 신뢰하지 않았잖아…양부를 빼고는 아무도…]그 말에 굳은 데카르도의 표정.
조심스럽게 릴이 나서서 중재한다.
[어쨌든, 누나가 우릴 속인 건 사실이죠. 지금에 와서 바로 믿으라는 것도 무리라는 건 알죠?] […그래요.]셀리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우린 협력해야 해요. 나는 좀 전에, 더 끔찍한 가설을 세우게 됐거든요.] [그건 무슨 말입니까?] [원래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고아원에서 똑똑한 애들을 데려와서, 나한테 했듯이 세뇌를 시킨 거라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심리학적 기법을 동원해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인형으로…그래서 그들의 연구 결과를 자신이 독식할 수 있도록.] [그게…아니라는 말인가요?] [방금 전 옛날 얘기를 하다가 생각이 났어요. 연구소 시절 다른 팀에서 연구하던 주제. 관련이 없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잊고 있었는데.]그녀의 말끝이 떨린다.
포화치에 다다른 안개가 옷과 머리카락을 파고들어, 그들은 어느새 몸이 폭삭 젖어 있었다.
[기억을 지우는 연구.] […!] [생각해 봐요. 시설이 열악한 고아원. 그 곳에서 처참하게 자란 아이들은 양부를 만나요. 이 곳만이 안식처이고 여기서 버려지면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공포를 주입당하죠.]데카르도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도 잘 아는 종류의 공포.
[고아원에서 지낸 것은 공통적으로 2년. 여태 확인된 케이스들만 볼 때, 입양아들은 모두 그 이전의 기억이 없어요. 만약에 고아원에 오기 전의 기억이 인위적으로 지워진 거라면.] [거라면…?] [그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그 말을 듣고 데카르도는, 정신을 잃었다.
*
‘하아…미치겠네.’
소진이 분통을 터뜨렸다.
아프리카TV의 채팅란에는, 그녀와 같은 종류의 소감들이 읽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다음!
-다단만아ㅏㅏㅏ다다음!!
-작가가 우릴 말려죽인다!
-데카르도 불쌍해ㅠㅠ
-다음!! 악! 악! 다음!!
광분하는 ‘다음’의 연타 사이에서 가끔 물음표가 달린 채팅들이 보였다.
영어 리스닝이 안 되는데 화면이라도 보려고 들어온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내용이에요ㅠㅠ 누가 정리 좀?
-아, 답답해 미치겠네.
아마, 친절한 누군가는 자막을 만들테고, 몇 시간 후면 그게 인터넷에 번질테지.
그러고 나면 이번 주에도 사람들이 몸살을 앓을 것이다.
소진은 슬그머니 메신저에 접속해, 호철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호철아. 14화 내용, 진짜 몰라…?] [몰라요!] [하아…]그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320 외전20.이 쪽의 데이터
14~15화에서는 예전과 달리 사무적이 된, 셀리와 데카르도의 관계가 보여졌다. 데카르도는 점점 더 마르고 퀭해져 갔고, 셀리는 그런 그의 주변을 맴돌기만 하며, 차마 말을 붙이지 못한다.
그리고, 릴의 천재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난다.
-형, 나 그거 풀었어요.
-뭐?
-그 때 그 공식. 형이 비틀어 놓았던 것.
데카르도는 씁쓸히 웃었다.
대단한 녀석.
일부러 오류를 만들어 잘못된 수식을 전달했는데도, 그 오류의 매커니즘까지 깨달아서 공식을 풀어버리다니.
-대단하네. 하지만 잊어. 머리 속에서 지워버려.
-왜요?
-그건 너무 위험하니까.
-사용하기 나름 아닐까요. 세상에 밝혀지는 것이 나쁜 진리는 없어요. 그걸 인간이 나쁘게 활용할 뿐이지.
-나쁜 인간이 너무 많아.
데카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낮게 웃었다. 그 얼굴에는 천진함이 사라져 있었다. 그가 떠올리는 것은 양부일까, 셀리일까, 혹은 그가 믿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일까.
릴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상관 없었다. 릴이 그 수식을 풀었다고 한들, 모든 고리를 연결하여 하나로 꿰어낼 수 있는 건 ‘현재로선’ 자신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자신은 결코 그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그들은 양부의 추적을 피하면서, 양자들을 계속 조사해 나갔다.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는 해도, 셀리가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했다. 그녀는 지난 수년간 양부의 뒷조사를 해 왔으며, 현재 호적상의 아버지인 ‘의원’과의 커넥션도 있었으니까.
-누나, 그런데 기자는 맞아요? 브레이크 타임스에 전화해 봤는데, 셀리 티셔라는 이름의 기자는 없던데.
릴이 망설임없이 그 말을 꺼냈을 때, 등지고 서 있던 데카르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 짧은 떨림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데카르도의 신경이 이 쪽에 쏠려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셀리 버크셔는?
-아…버크셔 의원을 바로 떠올릴까봐 성을 바꿨던 거군요. 그럼 진짜 기자는 맞는 거예요?
-음…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한 때 기자였지. 연구소에서 나온 나는 버크셔 의원과 딜을 했고, 그의 호적에 입적한 후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어. 의원을 보좌하고, 양부에 대한 개인적인 조사도 이어나갈 수 있는 일. 그래서 브레이크 타임스에 들어갔고, 지금은 기자가 아니라 그 곳의 사주야.
-…?!
-브레이크 타임스는 버크셔 의원의 소유거든. 나는 그의 딸이잖아.
그 때, 데카르도의 마음이 다시 한 번 풀렸다.
아예 작정을 하고 신분을 위조한 건 아니었구나. 변명의 여지는 있구나. 하기야 자신이 초반에 그토록 그녀를 경계했으니까, 모든 걸 털어놓기는 쉽지 않았겠지. 그녀가 아무리 경고를 거듭해도 끝까지 아버지를 믿으려고 했던 자신의 잘못도 있지 않을까.
조금씩 회복되어가는 분위기를 최악으로 끌어내린 것은, 어느 날 릴이 제기한 의혹이었다.
-왜 기억을 지워야 했을까요.
-최대한 불안하게 만들어야, 정신적 의존이 커질 것 같아서가 아닐까.
-그럼, 왜 하나같이, 고아원을 옮겨온 아이들일까요.
모든 입양아들은 입양되기 2년 전, 고아원을 옮겨왔다.
그 시점에 기억을 삭제하고, 일부러 최악의 환경에 방치해 안정적인 환경을 갈망하게 했으리라는 것이 그들의 추측이었다. 현재 그들은 아이들이 어디에서 마지막 고아원으로 옮겨왔는지 조사 중이었는데, 데카르도의 훌륭한 해킹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그 자료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게…상상이었으면 좋겠는데요.
-…?
-아이들이 고아원을 옮겨왔던 해의, 국내 영유아 실종 기록을 조사해보면 어떨까요.
-뭐…?
데카르도와 셀리의 경악한 표정이, 15화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
16화가 방영되던 날, 유명이 집에는 데렉이 와 있었다. 최근 꽤나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목요일이면 데렉은 연락을 해서, 별일 없으면 방송을 같이보자는 말을 하곤 했으니까.
그러면서 둘은 날이 갈수록 격의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마일리는 같이 안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