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25
는 미국방송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Emmy상 시상식에서, 올해 9관왕을 차지했다.
드라마시리즈 부문 최우수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최우수 특수시각효과상, 최우수 드라마캐스팅 등 주요 부문을 모조리 휩쓸어, 를 위한 잔치였다는 후문을 남겼다.
유명은 남우주연상을 차지했지만, 의 제작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지금 그에게는 눈 앞의 작품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없었으니까.
[대신 받아줘서 고마워.] [헤헤.]그 때 옆에서 목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
[똑바로 하고 있냐.] [데렉은 언제 오세요?] [난 휴가거든? 몇 장면만 나가면 되니 내년에 합류하기로 했어.] [아…]시즌3에는 데렉의 비중이 적다. 대신 입양아들의 법적인 엄마인 ‘양모’가 사건의 키로 등장한다.
이 배역은 나탈리가 맡았고, 지금 카이는 마일리, 나탈리와 함께 시즌3의 촬영에 막 접어든 시점이었다.
[잘 해라. 나중에 가서 보고 엉망으로 해놨으면 알지?] [하…하하…]유명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카이, 또 한 번 릴로 살아갈 준비는 끝났어?] [네! 오늘 첫 촬영이에요.] [릴은 왜 세뇌당하지 않았지?]이번 시즌에는 릴의 과거가 밝혀진다.
갑자기 테스트처럼 훅 들어온 질문에도, 카이의 입에선 막힘없이 대답이 튀어나온다.
[양부의 세뇌는 아이들의 마음을 지배했지만, 릴의 ‘기준’은 마음 바깥에 있었으니까요.]그것이 릴 딜런의 성격의 핵심인 관조.
세상을 볼 때 자신의 마음을 섞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좋아. 그리고 촬영장에선 항상 어떻게 하라고 했지?]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우고. 당당하지만 거만하지 않게! 겸손하지만 비굴하지 않게!] [훌륭해.]그의 칭찬에, 카이의 몸에 피가 확 돈다.
최고의 배우의 칭찬이다.
[이제 가.] [고마워요. 형 이름에 먹칠하지 않게 잘 할게요.] [이미 잘 하고 있어.]그리운 선배이자 스승의 독려를 받으며 카이는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마일리가 ‘유명 오빠야? 나도 바꿔주지! 하고 입을 삐죽거린다.
[스탠바이! 촬영 시작할게요!]제니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카이와 마일리는 동시에 함께 벌떡 일어섰다.
[네, 지금 가요!]Season3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324 외전24.외박은 안 된다
지연은 그렉이 컴퓨터로 타자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오빠, 독수리구나…”
“어? 응…”
“참 희한해. 뭐든 잘할 거 같은 사람이 왜 이렇게 어설프지?”
“신문물엔 익숙하지가 않아서…”
독수리 타법. 분당 50타.
신문물에 익숙하지 않다니, 저 노인네같은 소리는 뭐란 말인가.
게다가 어이없는 것은, 실시간으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기야 지나가는 사람의 몸동작을 얼핏 보기만 해도 그대로 훔쳐내는 사람이니, 키보드에 적응하기 어렵지는 않겠지.
그럼 왜 이제까지 안 배웠냐고!
‘참 이상한 오빠야…’
그녀는 팔짱을 끼고 어이없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글자에 집중해서 다닥다닥 쳐내던 그는, 지연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를 올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쿵-
그 웃음에 심장이 쿵덕쿵덕 뛴다.
저렇게 생긴 인간이 저렇게 무방비하게 웃는 건 반칙 아닌가.
“고…공연준비 하러 안 나가?”
“유명이 스케줄 갔잖아. 혼자 연습해?”
“아참, 그러네?”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오빠놈이 갑자기 넓은 전원주택을 계약하고 오더니 이사를 가자고 했다. 미국에서 넓은 집에 살다보니 집이 좁게 느껴졌나 보다. 혹은 그렉이 자연스럽게 같이 살게 되어서 그런 걸지도.
오빠가 이웃들의 눈치를 보는 걸 신경쓰셨던 엄마아빠는 이사에 적극 동의하셨고, 그들은 이사를 오게 되었다.
신기한 건, 딸과 함께 사는 집에 외간남자가 들어오는 걸 엄마아빠는 전혀 꺼리시지 않았다는 거다. 마치, 예전부터 같은 집에 살기라도 한 것처럼.
“지연아.”
“…어어?”
“어제 월급받았지? 나 옷 사줘.”
“와…대배우님이 교사 박봉을 탐내네.”
“나 아직 출연료 못 받았는데… 나 옷도 별로 없는데…”
쿨럭-
지연은 코피가 터질 것 같아 엄지검지로 콧등을 잡았다. 이 오빠는 평소엔 말을 툭툭 내뱉는 편인데, 자신에겐 가끔 애교를 부린다. 그럴 때마다 살랑거리는 꼬리가 보이는 것 같다. 개과는 아니고 고양이…혹은 여우?
“가자. 옷 사러.”
“지연이가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 예뻐.”
“그 예쁜 얼굴로 그런 말 하지마. 인생에 회의가 밀려오니까.”
“진짠데…”
지연의 차를 타고, 그들은 시내로 나갔다.
이 오빠는 운전도 할 줄 모른다. 뭐 할 줄 아는 일이 없다.
“와…”
하지만 그 모든 어설픔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얼굴이 지나치게 일을 잘 한다. 새 옷을 입고 걸어나올 때마다 런웨이가 펼쳐지는 듯한 착시가 들었다. 매장 직원들은 거의 넋이 나간 채 자신을 쿡쿡 찌르며 속삭였다.
(저 분 연예인? 아니면 세계적인 모델인가요?)
(기억에 없는 얼굴인데…어떻게 저 얼굴이 아직 안 유명할 수가 있죠?)
(혹시 저 분 성함이…)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주접을 발휘할 정도로 그들은 넋이 빠져 있었다.
그렉이 ‘아직은’ 자신과 누가 더 방바닥에 찰싹 붙어 있나를 겨루는 백수라는 걸 알면 깜짝 놀라겠지.
물론, 오빠놈의 말에 따르면 엄청 대단한 배우라고 하니, 공연이 시작되기만 하면 유명해지는 건 시간 문제겠지만.
지연은 후광에 못 이겨 결국 그렉의 옷을 세 벌이나 사버렸다.
통장이 텅장이 되는 소리가 들린다.
“하아…이번 달 어떻게 살지.”
“유명이가 카드 줬잖아. 필요할 때 쓰라고.”
“그건 오빠놈 돈이지 내 돈 아님.”
그가 자신을 기특하다는듯이 바라보더니, 이상한 질문을 한다.
“남친 돈은?”
“그것도 내 돈 아니지. ‘친’하지만 ‘남’인 사람이 남친이야. 헤어지면 그냥 남이지.”
“남편 돈은?”
“그건 내 돈이지. 몰수닷.”
그 말을 듣고, 그렉이 싱긋 웃었다.
“그렇단 말이지…”
“뭐, 뭐.”
“팍팍 써. 저축 안해도 돼. 내가 많이 벌어올게.”
“오빠가 버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런 게 있어.”
그가 요망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짓자, 지연의 얼굴이 훅- 달아올랐다.
그녀는 휙 돌아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같이 가~~”
*
살로메 재상연 첫 공연이 끝났을 때, 지연은 넋을 놓고 있었다.
객석등이 들어오고도 10여분 후에야 겨우 정신이 들어보니, 부모님도 마찬가지 상태로 멍하니 앉아계셨다.
“엄마, 괜찮아? 아빠?”
“와…이거 기저질환 있으신 분들은 보면 안 되겠다. 심장 떨어지겠어.”
“우리 아들도 아들이지만, 그렉이는 뭐니? 저런 애인 줄 몰랐네.”
박여사가 실감이 나지 않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녀는 그렉을 처음 본 날부터 그가 귀여웠다. ‘그렉이’라고 부르며 아들같이 대했고, 너무 오래 누워 있으면 딸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등짝 스매싱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의 연기를 보고 나니…자신이 그렇게 스스럼없이 대했던 아들 친구가 너무 대단한 사람이라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그러게…개예뻐…”
“응…”
지연이 자신도 모르게 격한 말투를 썼고, 박여사는 평소처럼 그걸 지적할 정신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지연의 아빠도 슬며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날 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유명과 그렉은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너무 공연 잘 봤다고, 멋지다고 박수를 치면서도, 부모님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보이셨다.
“엄마, 왜 그래요?”
“어, 응… 내가 여태 그렉이, 아니 그렉한테 너무 실례를 한 거 같아서.”
약간 더듬으며 말씀하시는 엄마를 보고, 유명이 쿡쿡 웃었다. 처음 볼 때부터 스스럼없이 그를 예뻐하시기에, 은연중에 수 년간 같이 살았던 걸 느끼시는 건가 했었는데, 이런 복병이 있었다니.
“그러지 마세요.”
“으응…?”
“난 엄마가 나 예뻐해 주는 거 같아서 좋은데. 하던대로 해 주세요.”
쿨럭-
그의 필살의 애교에 유명이 기침을 터뜨렸다.
미호가 사라졌을 때, 그의 모친인 화호를 만났을 때 그런 얘기를 들었다. 애가 너무 무뚝뚝해서 재미가 없다고.
‘지금 이 애교를 화호님이 보셨다면, 선계에서 피를 토하고 계시지 않을까…’
“그..그래. 그렉이 밥 줄까? 저녁도 못 먹고 공연했지?”
박여사가 얼굴이 발그레해지더니 세상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도 새로 얻은 아들을 보는 것처럼 훈훈한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은 늦은 식사 준비를 시작하셨고, 지연이 그렉을 끌고 방으로 갔다.
“솔직히 얘기해요.”
“응?”
“오빠 외계인이죠? 내가 신유명이 처음 연기한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어. 오빠가 외계인이고, 신유명도 외계인으로 만든 거죠?”
그렉이 풉- 하고 웃었다.
지연의 상상력이 상당 부분 진실에 닿아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지연을 가만히 쳐다 보았다. 어이없이 귀엽단 말이지.
“그리고, 남자는 맞아요? 살로메 완전 인간의 미모가 아니던데. 알고 보면 남장한 언니 아냐?”
“확인시켜 줄까?”
그의 말에 지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면서도 평소같이 등짝을 때리지는 못했다.
뭐든 좀 어설픈 오빠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연기에 있어서는 프로 중의 프로라는 것을 오늘 알았다. 그리고…그가 연기하는 모습은 아름다울 정도로 눈이 부셨다.
“흐음…나 연기하는 모습보고 반했나?”
“……”
“연기할 때 말고 평소의 나는 매력이 없었나 보네?”
“그…그건 아니고!”
“아니면?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데?”
그가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자, 지연은 숨이 턱턱 막혔다. 이 오빠 평소의 빙구같은 캐릭터가 아니다. 위…위험하다.
벌컥-
그 때 방문이 열렸다. 유명이 예리한 눈으로 그렉을 바라보았다.
“뭐해, 둘이서.”
“어? 어어…그냥 좀 할 얘기가 있어서…”
지연이 당황해서 밖으로 뛰어나갔고, 딴청을 피우는 그렉에게 유명이 경고했다.
“외박은 안 된다.”
“…네.”
*
[후, 드디어… 애가 타서 미치는 줄 알았네.] [그러게요.] [그 덤덤한 표정으로, 그러게요?]2010년 11월.
인천공항에 두 명의 남자가 내렸다. 한 명은 얼굴을 가리고 잽싸게 이동하려고 했지만, 다른 한 명은 거만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고 천천히 걸었다.
[빨리 좀 가시죠.] [싫은데? 언제 봐도 인천공항은 깨끗하고 좋네.]데렉은 류신의 당혹스런 표정을 보고, 일부러 더 속도를 늦췄다. 연기할 때를 빼곤 늘 무심하고 무표정한 얼굴이 구겨지는 걸 보는 쾌감이 여간 아니다.
[빨리 가서 ‘그’를 보고 싶지 않습니까?] [너 때문에 입국도 늦어졌는데, 이제 와서 뭘 서둘러.] [그건 영화 후반 작업 때문에!…하아, 그러니까 그냥 먼저 가시라고 했잖아요.] [싫어. 비행시간 길어서 심심해.]어쩌라는 건지.
류신이 한숨을 푹 쉬었다. 데렉도 적당히 놀렸다 싶고 ‘그’를 실제로 보고싶은 마음도 간절해서 발걸음이 빨라지려고 할 찰나,
“꺄아아악!!”
“데렉 맥커디, 아…아니! 옆에는 서류신이야!”
“뭐야,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
“핸드폰! 카메라!”
카오스가 시작되었다.
류신은 ‘젠장’하고 뇌까렸고, 데렉은 흠흠-하며 시선을 외면하더니, 팬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웃음은 얼마가지 않았다. 한참을 인파 속에서 부대끼다 결국 공항 경비원이 출동하고 나서야, 그들은 머리와 옷이 다 흐트러진 채로 겨우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 성격 진짜…]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왜 모릅니까. 톱스타로 10년 이상을 살아오신 분이.] [한국인들이 참 열정적이네. 왜 서류신과 신유명을 낳았는지 알겠어.]딴청을 부리며 받아넘기는 데렉을 보고, 류신은 한숨을 쉬며 렌트카의 운전석에 앉았다. 매니저도 떼어두고 휑하니 와 버려서, 자신이 보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류신은 데렉을 잠시 쳐다보다가 시동을 걸었다.
데렉과 알게 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자, 데렉 맥커디가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썩 옳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가 최고이고, 최고에 걸맞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초조해 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그 이유는…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도…그러니까.’
원래 무표정한 편이 아니라면, 지금 자신의 얼굴은 데렉보다 훨씬 다급했으리라.
그 정도로 신유명과 ‘그렉 폭스’의 는 전 세계적인 화제였다.
공연을 본 사람마다, 세상에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에 경악하고 눈물을 흘린다는 소문만이 무성하게 들려오는 공연.
‘도대체…어떻길래.’
신유명만을 바라보며, 노력하고 또 노력해 왔다.
그런데 그 위가 또 있단 말인가.
우우웅-
엑셀을 밟는 오른발에 힘이 꾸욱 들어갔고, 렌트카가 나는듯이 고속도로를 달렸다.
325 외전25.미호의 매체데뷔
공연이 끝났다.
‘이건…’
류신이 가슴을 부여잡았다. 숨이…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자신을 돌아보는 데렉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벌겋게 서 있었다.
‘이런 게…연기라고?’
거대한 수전당 객석. 그 곳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관객들.
무대위에 선 오직 두 명의 배우는, 수천 명의 관객들에게 짓눌리기는커녕 그들의 멱살을 잡고 이리저리 휘둘러댄다. 관객들은 자신의 숨통을 그들에게 기꺼이 내어주며, 100분의 시간 동안 살로메와 레오도, 아덴의 세계로 끌려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