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4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기도한이 절대 입에 올리지 않는 발레단이 하나 있었다. 세련이 아니라면 가장 유력했을 후보 중 하나.
세련이 입을 열었다.
“오로라는요?”
“…아…오로라요···”
2년 전까지 그녀가 활동했고, 모든 꿈을 내려두고 나오게 된 발레단.
아무리 기감독의 영화욕심이 크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부르자는 요구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세련이 고개를 반듯이 펴고 정면을 응시했다. 결심한 표정.
“아빠가 오로라 발레단의 오랜 후원자세요. 조금은 말발이 서실 거에요. 감독님이 제안 넣으시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운을 띄워달라고 부탁드릴게요.”
그녀는 결심을 뱉은 후 옆에 앉은 제 ‘파트너’를 바라보았다.
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터널에서, 왠지 그 길을 걸어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사람이,
함께 길을 찾아보자-고 말해주었다.
예전의 동료들이 그녀를 바라보며 지을 안타까운 표정, 그 사이에 더 발전했을 모습들을 상상해 보면 무섭지만, 그녀는 현실을 직시해보기로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가 그녀의 눈을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오로라발레단 섭외 성공했습니다!”
“스토리보드 작업 들어갔어요.”
“조연들 캐스팅 완료됐습니다.”
크랭크인을 한 달 남긴 3월이 되자, 기감독이 알려오는 소식이 점점 빈번해졌다. 조감독과 제작부장을 대동하는 일도 많아졌다.
“조연들은 역시 모두 발레리나인가요?”
“네. CG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주연 세련과 조연 유명이 완전한 발레를 구현할 수 없다. 기감독은 촬영 후 특수효과를 사용해 대역들의 몸과 싱크로시킬 것이라고 했다.
주연들만 효과 처리하기도 상상하기 힘들만큼 일이 많다.
“특수효과팀이…일을 무척 잘해야겠는데요.”
역동적인 동작들에서 얼굴과 몸을 합성하다는 것은 고난도의 작업이다. 유명의 걱정에 기감독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건 괜찮습니다. VFX(*Visual effects) 슈퍼바이저가 제 친한 친구인데, 그쪽 방면 국내 최고 기술자입니다. 그보다는 촬영감독이 문제죠.”
“아직 못 구하셨나요?”
“블루필름에서 추천하는 사람들 중엔 제가 생각하는 영상과 질감이 비슷하게 뽑아내는 촬감이 없네요.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하고 있습니다만···”
RRR-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네. 선배님. 네. 네? 정말입니까! 네, 저희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오늘요? 네, 여기 위치가 어디냐면···”
전화를 받는 그의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다.
끊고 나서 그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최루한 촬영감독입니다!”
“어…그 분은 신학 감독님과 파트너 아닌가요?”
“네. 영상원 선배님이셔서 전에 모임하다가 촬감 추천 부탁드렸더니 요즘 촬영 기간 아니라서 놀고 계시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러프콘티 갖다 들이댔습니다.”
이 양반, 보기보다 무대포일세.
“그랬더니요?”
“넘겨보시더니 웃으시면서, 너무 어려운 걸 시도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구요. 이거 소화할만한 촬감이 한국에 몇 명이나 있겠냐고 하셨었는데, 방금 전 통화에서 주조연들 마스크 한 번 보자고 하시네요. 아직 한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기대하지 말라고는 하시는데···”
“그런데 언제 오신다구요?”
“어…1시간…정도 후일까요? 지금 망원동에서 출발하신다는데···”
“…”
기감독이 눈치를 보며 아직 올라가 있는 입꼬리를 끌어내렸다.
“유명씨랑 세련씨 보면 찍고 싶어질 거라 확신합니다. 저는 자신 있습니다!”
“아니 감독님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어휴. 연습하자 유명아.”
세련이 유명의 팔을 잡아끌었고, 그들은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기감독은 슬그머니 웃음을 띠며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었다.
두달 여의 연습간에, 두 배우는 실력도 케미도 물이 올랐다.
그 선배, 사람좋게 허허거리고 다니지만 촬영 욕심이 엄청난 사람이다. 자신이 고른 배우들을 보면 분명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어 좀이 쑤실 거다.
그는 도저히 앉아서 기다리기 어려워, 연습실 건물 앞에서 자꾸 시계를 보며 서성였다.
*
“신기한 배우들을 구했네.”
최루한이 담배를 한 대 물었고, 도한이 잽싸게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뭐가 신기하신데요?”
“여주는 연기가 아직 어설프긴 한데, 희한하게 시선을 끄네. 원래 발레리나였다고?”
“네 선배님.”
“움직이는 선들이 우아해서 그림이 예술적으로 떨어지겠어. 그리고 그 유령 역할 친구는…뭐하던 친구야?”
“대학교에서 연극하던 아마추어입니다. 이상할 정도로 아마추어같은 구석은 없기는 하지만요.”
“아까 캠코더로 잡아봤잖아.”
“네.”
“가만히 섰을 때는 몰랐거든?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니까···풀샷으로 잡았는데도 타이트로 바짝 당겨잡은 것처럼, 꽈악 들어차.”
루한이 눈을 빛내었고, 도한이 슬쩍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가끔 가만히 있어도 카메라 너머 시선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배우들이 있긴 해. 그런데 이 친구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가 연기를 딱- 시작하니까…흠, 신기하단 말이야.”
“좋은 배우입니다.”
“음…영화제 출품할거야?”
됐다! 그 말에 도한이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네. 여기저기 생각하고 있습니다.”
“페이는 받던 수준으로 맞춰줄거지?”
“물론입니다!”
“촬영장에선 감독님이라고 부를게. 계약서 준비하고 연락해.”
“감사합니다 선배님!!”
“선배라고도 부르지 말고.”
루한이 손을 흔들고 휘적휘적 사라졌다.
그리고 도한은 생각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
4월 1일, 의 크랭크 인.
발레 연습실을 구현한 실내 세트장.
촬영감독이 데일리 슛 리스트를 들고 어시스턴트들에게 바쁘게 지시한다. 조감독이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스탭들을 진두 지휘하고, 각 파트의 막내들은 쉴새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이 영화의 로케이션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장면은 연습실, 무대 뒤, 무대 위에서 촬영된다. 연습실 세트는 이 영화의 약 40%의 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연습실 장면에서 유명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는 당연한 듯 촬영장에 나와 있었다.
아직 세련의 연기가 안정적이지 않고, 유명이 이끌어내는 것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 모두 인사합시다.”
상업영화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많은 스텝이 포진해 있었다.
감독, 조감독, 제작팀, 촬영부, 조명부, 미술부, 의상과 분장팀…그리고 배우들.
주조연의 안무대역들을 위시하여, 화란과 썸을 타는 남자무용수 수빈역과, 화란이 질투하는 후배 여성무용수 연정역까지, 자주 보게 될 사람들은 총 네 명.
그리고 발레 예술감독 역의 단역과 기타 발레리나들까지 총 10여명의 인원들이 ‘배우’로 인사를 했다.
“제가 디렉션을 드릴 테지만, 연기 쪽으로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여기 신유명씨에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기감독은 연기 경험은 일천한 발레 무용수들에게 미리 유명과 합의된 사항을 알려주었고, 사람들이 오- 하며 그에게 시선을 주목했다.
“저도 아직 부족하지만, 제가 아는 범위에선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편하게 대해주세요.”
그렇게 인사가 끝나고, 조감독이 나서서 목청을 높였다.
“의상, 분장 시작하시고, 1시간 후에 씬2 촬영 시작합니다! 스탭들 준비 마무리하시고, 슛 리스트 따라 스탠바이 해주세요!”
“네–”
드디어 촬영이 시작되었다.
발레 무용수들이라 무대 경험은 많다고 하지만, ‘카메라 연기’에는 익숙치 못하다. 아직은 롱테이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짧게 짧게만 따는데도 NG가 계속해서 터졌다.
“NG! 시선 카메라 렌즈 보세요!”
“NG! 전 컷에서는 물병 왼손에 들고 있었잖아요. 지금 오른손으로 옮겨갔어요!”
“마킹(*촬영 중 배우가 서야 할 곳을 표시한 것) 벗어나지 말고요!”
연기 지적이 아닌, 기본적인 사항들의 오류를 지적하는 조감독의 쨍쨍한 목소리가 여러 번 촬영장의 허공을 날았다.
가장 고생하고 있는 것은 윤세련이었다.
“컷. 세련씨 한 번 더요. 방금 다른 발레리나들의 수다를 엿들은 직후에는 좀 더 놀란 표정으로.”
“컷. 좀 더 카메라 정면으로 프레임인 해 주세요.”
“컷. 거기서는-”
“컷-”
전생에 완벽주의자로 유명했던 기감독의 일면은, 초보배우를 만나자 끝도 없이 시간을 늘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