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
류신은 그 의 회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유명의 욕심은 마치 독수리가 병아리의 재롱을 보는 듯 귀여웠다.
게다가 이라면 1학년에겐 배우를 시키지 않는다.
즉, 의욕만 넘치지 저 녀석은 막상 배우 경력도 한 번 없는 놈이란 뜻이다.
반대로 실력만 있으면 1학년 1학기라도 주연이 가능한 에서 류신은 내내 주연만을 지켜왔다.
하지만 그 애송이는 팔짱을 끼고 느긋하게 답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니까요, 리딩 때 보시죠.”
*
“유명아! 왜 이렇게 늦었어. 네 것도 받아놨어.”
“어어 고마워~”
“1800원이야.”
늘 생글생글 웃는 표정과는 달리 딱 부러지는 성격의 보라는 손을 내밀었고, 유명은 바로 지갑에서 셈을 맞춰 꺼내주었다.
깔끔한 거래가 오고가고, 유명은 제 식판을 끌어다놓고 숟가락질을 시작했다.
“너 앞시간 뭐야? 왜 맨날 그 쪽 방향에서 와?”
“아, 연영과 건물이라서.”
“연영과 과목을 들어?”
“응.”
보라와 신희는 호기심어린 눈을 빛냈다.
“연영과면 예쁘고 잘생긴 애들 많아?”
유명이 생각해보았다.
확실히…연영과 애들 비주얼이 멀끔하긴 하지. 나중에 브라운관에서 보일 사람들도 간간히 눈에 띠고.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 때 상진이 돈까스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야, 그럼 연영과 애들은 신유명 이퀄 경영학도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그건 좀 그런데.”
“뭐? 유명이가 어때서.”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보라와 신희가 되려 발끈하자, 상진이 깨갱했다.
“아니 내 말은, 얘가 원래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었잖아. 군대 다녀와서 확 변하긴 했지만 아직 군바리 티도 못벗었고. 괜히 연영과 애들 사이에서 기죽을까봐 걱정돼서 그렇지.”
하나마나한 변명이었다. 유명은 상진을 조용히 쳐다보다가 말없이 밥을 먹었다.
“봐, 유명이는 이해하잖아. 짜식, 남자네. 야 우리 오늘 남자끼리 놀러갈까? 요즘 홍대 물이 엄청 좋다던데 클럽 고고?”
“나 저녁에 일 있어.”
“무슨 일? 마치고 가면 되지.”
“연극팀 공연 첫모임이야. 뒷풀이하면 늦게 끝나.”
“연극? 네가 연극을 한다고?”
상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이 새끼의 머리속에는 아직 1학년 때의 신유명이 가득한 게 분명했다.
“와~ 유명이 너 창천이야?”
“배우? 스텝?”
“공연할 때 얘기해줘. 꼭 보러갈게.”
보라와 신희는 상진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유명에게 인사치레를 건네곤, 더 있다간 뭐라고 나불댈지 불안한 상진을 끌고 슬슬 일어섰다.
“우리 도서관에 책 빌릴 거 있어서 먼저 갈게. 내일 보자!”
“첫모임 잘해. 화이팅!”
셋은 금세 점으로 사라졌고, 유명의 입술이 비틀렸다.
예전의 자신을 알던 사람들에게 자신은 여전히 찌질이었다. 거기에 복수심까진 없지만… 통쾌하게 반전시켜 입을 떡벌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옷이나 사러 가 볼까···’
*
가운대 근처 운명여대 앞 남성복 편집매장.
민희는 텅 빈 매장 안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냥 여성복 매장을 할 걸 그랬나···’
운대 앞은 패션의 메카였다.
옷을 사러오는 고딩, 대딩들과 미용실을 찾는 언니들, 맛집방문객들로 골목골목이 북적였다. 하지만,
‘낮 시간대에 남자 손님은 많이 없단 말이야···’
공강인 여대생들로 낮에도 붐비는 여성복 매장과 달리, 남성복 매장은 저녁타임이나 주말 정도가 되어야 손님이 들었다.
‘남친 옷 골라주는 가게’를 컨셉으로 매장을 열었던 민희는 곧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역시 남자 코디네이션이 재밌는데 말이지.’
그녀는 20대 초중반까지 유명 보이그룹의 코디네이터로 일했고, 상당한 눈썰미와 센스의 소유자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불안정하고 저녁도 주말도 없는 코디네이터의 삶을 더 살다간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아,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이 가게를 오픈한지 3개월째였다.
딸랑~
반가운 종소리에 민희는 먹던 라면마저 끊었다.
문 앞에는 민희 기준 매우 촌스럽지만 호감가는 인상의 한 남학생이 서 있었다.
“어서오세요~~!”
반가움에 하이톤으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명 또한 가게 주인을 반갑게 쳐다보았다.
매스컴에서 많이 본 얼굴의 소유자다.
전민희.
남성복전문샵을 운대 앞에 오픈해 입소문을 타고,
이후 ‘평범한’ 남성들을 ‘훈남’으로 만들어주는 컨셉의 남성전용 인터넷쇼핑몰로 대박을 친 패션계의 여왕이, 고춧가루가 낀 이를 활짝 드러내고 웃으며 자신을 반기고 있었다.
“옷 좀 보려고 왔는데요.”
“어떤 스타일을 찾으세요?”
“누나가 보기엔 제가 어떤 스타일이 어울릴 거 같아요?”
민희는 인상과는 달리 당돌한 남학생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자식이 어디서 끼를 부리고 있어.’’
그녀는 팔짱을 탁 걸치고 남학생을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스캔하더니 바지 두 벌과 셔츠 한 벌, 티 한 벌, 자켓 한 벌을 쭉쭉 뽑아내어 가지고 왔다.
“입어봐요.”
유명은 군말없이 피팅룸으로 향했다.
2018년 기준 ‘전민희의 스타일링 코치’라는 다이닝 강의의 참가료는 2시간에 20만원이다.
50명이 정원이므로 총 매출 1000만원짜리 강의. 그 중 식대와 대관료 등을 뺀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몸값은 시간당 300만원 이상 갈 것이다.
그런 코치를 지금 무료로 받고 있는 것이었다.
덜컥-
민희는 옷을 갈아입고 피팅룸을 나온 유명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고르긴 했지만 예술이잖아?’
남자치고 하얀 피부에 나염이 잘 된 퍼플 색상이 잘 어울렸다.
대학생이 입기엔 가격대가 있는 고급 소재의 티였지만, 그렇기에 색상도 미묘한 간지를 내고 있었고 무엇보다 핏이 차르르 떨어졌다. 펑펌한 옷에 가려서 몰랐지만, 생각보다 운동을 한 몸이었다.
그 위에 입은 것은 체크무늬 자켓이었다.
일반인이 입기에 조금 과감한 문양이었지만, 얼굴이 깔끔한 타입이다보니 과하다기보단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주었다. 어깨가 넓은 편인 것도 한 몫 했다.
그리고, 유행하는 통바지나 부츠컷은 선호하지 않는 민희가 내어준 인디고 진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룩의 방점을 찍었다.
“제가 골랐지만…정말 잘 어울리네요.”
“누나 안목있단 소문듣고 왔는데, 실망시키지 않네요.”
남학생이 건방진 농담을 건네는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민희였다.
뭔가…생각보다 더 미묘한데…
“한 바퀴 돌아봐요.”
민희의 주문에 유명이 한 바퀴를 뱅글 돌았다.
그리고 민희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어쩐지 예상보다 잘 어울린다고 했더니, 이 녀석 태가···’
태.
자태.
움직임에서 나오는 우아한 느낌. 손끝을 어떻게 내려놓는지, 다리를 어떻게 꼬는지에 따라 미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몸짓.
연예계에서 일할 때, 스타들에게서나 보이던 훈련된 몸동작의 느낌이 왜 이런 일반인 꼬마에게서 느껴지는 걸까.
“혹시…무용같은 거 했어요?”
“아니요?”
민희는 당혹감을 감추며, 셔츠도 입어보라고 주문했다.
갈아입은 모양새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와~좋네요.”
“응. 진짜 좋네요. 그런데 걔네 좀 비싼데.”
“얼마에요?”
“그렇게 네 벌 해서 이십.”
당시 십만원을 가지고 쇼핑을 가면 하의는 네댓 벌, 상의는 열 벌 이상도 사올 수 있었던 것이 운대 앞 보세골목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유명은 놀라지 않았다.
“이 티셔츠가 제일 비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