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9
캐스팅디렉터가 빵 터지는 모습에 주위의 사람들이 시선을 힐끔거린다.
‘누구지…알려진 얼굴은 아닌데.’
‘신인인가? 캐스팅 디렉터와 친한가?’
민정은 유명의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가며 말했다.
“유명씨는 막판에 추가돼서 순서가 마지막이에요. 한참 걸릴테니 느긋하게 기다려요.”
“네. 감사합니다.”
그녀가 첫 대상자를 데리고 나간 후에도, 세미나실은 계속해서 웅성거렸다.
기대, 초조, 불안, 희망.
오디션장에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인간의 감정들이 그득하게 눌러담겨있다.
유명이 손에 든 대본으로 조용히 시선을 내릴 때,
“배우시죠?”
한 그림자가 그의 앞에 다가와 섰다.
“네, 그렇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굿엔터에 문유석이라고 합니다. 혹시 소속사 있으신가요?”
“아직 없습니다만···”
문유석?
유명의 귀가 번쩍 뜨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익숙한 얼굴이다. 전생에 연예계에 수많은 괴담을 몰고 다닌 인물.
“아까 듣자하니, 순서가 제일 마지막이라고 하시던데, 잠시 저와 얘기 좀 나누실 수 있을까요?”
“…여기서요?”
말똥말똥-
뭔가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지자, 많은 눈들이 이 곳을 주시하고 있다.
문유석이 웃으며 유명을 손짓했다.
“나가서요. 진행 스텝한테는 제가 양해 구할게요.”
“아…네.”
“실장님, 어디가세요!”
그가 데리고 온 것으로 보이는 배우가 미약하게 항의를 한다.
“네 순서도 한참 남았어. 대본보고 연습하고 있어.”
그 항의를 가볍게 찍어누른 그가 문밖으로 앞장섰다.
*
“문유석입니다.”
하얀 명함이 내밀어진다.
[굿엔터테인먼트 실장 문유석]고급 실크지에 인쇄된 은색 글씨가 번쩍거린다.
실장이라…보통은 실장이 주연급도 아닌 조연 이하급 오디션에 따라올 리가 없다.
매니저들이 줄줄이 문제가 생겨서 도저히 따라붙일 사람이 없었거나 혹은,
직접 왕림해서 원하는 것이 있거나.
“네. 저는 신유명이라고 합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소속사도 없으신데 비공개 오디션은 어떻게 오시게 되셨는지…캐스팅 디렉터에게 직접 캐스팅이라도 받았나요?”
“드라마에 대한 소식을 어디서 알게 되어서, 제가 직접 연락드렸습니다.”
호오···
그의 얼굴에 관심이 서린다.
부드럽게 웨이브진 머리, 몸에 착 붙는, 맞춤일 것이 분명한 수트와 세련된 구두.
본인이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30대 중반의 사내는 명품과 너절한 옷을 요상하게 범벅한 차림의 유명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혹시, 지망하는 역할이 보형 역인가요?”
“그렇습니다.”
과연, 보형의 등장 씬이 저런 의상이었지. 그가 싱글싱글 웃었다.
그리고 단숨에 본론으로 치고 들어온다.
“굿엔터 어떠십니까. 저희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보유한 배우들 퀄리티도 상당하고, 신인에게 맞춰드리는 비율도 좋은 편입니다. 특히 유명씨는 투자비도 들지 않았으니, 그 중에서도 최고 조건으로 맞춰 드리겠습니다.”
굿 엔터테인먼트.
그가 설명한 바대로, 중형 기획사이지만 알짜배기만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배우진이 탄탄하다.
그 핵심에는 이 남자가 있다.
문유석 실장. 타이틀만 실장을 붙여놨을 뿐이지, 기획사를 만들고 키운 실질적인 대표.
실장이라는 직함은 편하게 활동하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호랑이가 고양이 사이에서 고양이인 척 갸릉거리듯이.
“오디션도 안 보고, 심지어 프로필 한 번 안보시구요?”
“하하, 사기꾼은 아닙니다. 저는 제 감을 믿거든요. 소속사 없이도 캐스팅디렉터에게 다이렉트로 들이대는 배짱도 마음에 들고요.”
풍류를 즐기는 한량같은 부분도 있지만, 인정사정없는 수완가로도 이름나 있다.
뿐만 아니라, 기획사 운영은 그저 ‘취미’라는 소문.
“계약기간은 5년이고, 신인이라 따로 계약금 없이 수익분배 형식입니다. 연기가 너무 초짜일 경우는 연습기간을 포함해 계약기간을 조정할 수도 있는데, 왠지 그럴 것 같진 않네요. 저희 조건은 이렇습니다.”
그가 몇 개의 숫자를 명함 뒤에 슥슥 휘갈겼다.
‘조건은 괜찮네, 하지만···’
“오디션에서 제 연기 보시고, 다시 제안주셨으면 합니다.”
유명은 확인할 것이 있었다.
“본다고 바뀔 건 없을 텐데요? 아니 애초에 신유명씨 오디션 볼 때 제가 들어가지를 않는데···”
“들어와서 보시면 되죠. 그 정도 능력은 있으실 것 같은데요.”
느긋하게 그를 시험하는 듯한 어린 배우의 말이 심상치 않다.
‘이 자식 보게···’
문유석은 오랜만에 입맛이 동했다.
*
“신유명씨.”
많던 인원들이 다 빠져나갔다.
아까 본 원래 보형역이었던 배우도 한참 전에 오디션을 보고 사라진 후,
마지막으로 유명이 호명되었다.
달칵-
“저…의상은 뭐야.”
“우하하하하”
문이 열리자, 드라마국 소세미나실 1번 방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몇 시간 내내 오디션과 씨름하느라 지친 방안의 공기가 웃음으로 조금 살아났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앞쪽의 긴 회의실 책상에 앉아있고, 한쪽 구석에는 카메라 한 대가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한 쪽 구석에 보이는 낯익은 얼굴은, 문유석 실장.
역시 오디션장에 끼어드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마지막 참가자 신유명씨, 소속사는 아직 없고 올해 24세입니다. 드라마 쪽 경력은 없고 독립영화에 올해 상반기에 조연급 출연작 있고 현재 메이킹 중입니다. 그 전엔 대학교 극단에서 연극을 했다고 합니다.”
이민정 디렉터가 간단한 프로필을 읊는 동안 앞쪽에 앉은 사람들이 앞에 놓인 서류를 훑었다.
가운데 앉은 금테 안경의 중년 남성이 감독으로 보이고, 그 오른쪽에 난해한 패션과 헤어스타일의 여성이 괴짜로 소문난 육미영 작가임이 분명하다.
그외 인물들은 제작피디와 조연출이려나···
“안녕하세요. 초보연기자 신유명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명이 가운데 서서 허리를 꾸벅 숙였다.
“반가워요. 그 옷은 1화 씬 27 보형 의상인가요?”
들어오자마자 빵 터졌던 작가가 호의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네. 부족하지만 비슷하게 세팅해봤습니다.”
“그대로 갖다써도 될 것 같은데? 흐흣. 시계랑 신발은 진짜 명품이에요 짭이에요?”
“아는 분께 빌렸습니다.”
“오…그런 것 같았어. 진짜 때깔이야.”
전민희가 빌려준 몇 가지 명품들을 의류수거함에 들어있던 옷들과 매치했다.
“튀긴 하는데…연기를 잘하는지 봐야죠. 배고픈데 빨리 진행합시다. 지정연기 준비해왔죠?”
감독의 반응이 유독 까칠하다. 피곤하신가···?
유명은 연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공손히 한 가지를 물었다.
“네. 그런데 지정연기인 ‘보형이 하나에게 접근하는 씬’에서, 진짜 안쓰러운 버전과 불쌍한 ‘척’ 하는 버전 두 가지를 준비해왔습니다. 어느 쪽으로 보여드리면 될까요?”
그 말에 육미영 작가의 눈이 반짝 빛났고,
문유석의 얼굴에 깔린 흥미는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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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못보셨죠?
“저는 불쌍한 척을 의도하고 쓰긴 했어요.”
“흠…나는 진짜로 불쌍해보이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속이는 중이라는 뉘앙스는 의상이나 소품 클로즈업으로 줄 수도 있으니까. ‘척’은 너무 티가 나지 않겠어요?”
작가는 ‘척’을 감독은 ‘진짜’를 주장하는 것을 보고 유명이 슬며시 웃었다.
질문을 했던 것은 대본이 2화까지 뿐이라 보형의 성격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서-
라는 표면적인 이유 한 가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