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05)
몬스터들을 상대하면서 심신이 단련될 대로 단련된 상우였지만, 이 상황에서만큼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말이다.
“이, 일어났냐?”
“··· 응. 츄릅. 근데 너 뭐하냐.”
김우현이 침을 흘린 입가를 손으로 닦으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잠결이라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거 같았다.
“아니, 난 너 잘 자라고 토닥여주고 있었지. 이렇게. 하, 하하.”
상우는 김우현의 등에 얹어놓은 손을 가만히 토닥였다.
적당한 강도로 두드리는 손.
거기에 마나를 살짝 섞자, 손에서 비롯된 부드러운 울림이 김우현의 몸에 번져갔다.
그 진동이 기분 좋은 듯 다시 눈이 풀리는 우현이었다.
“흐응···.”
“자. 얼른 자. 너 술 먹어서 피곤하겠다.”
그 말에 따스함에 몸을 맡겨 눈을 감으려던 김우현.
그러다 번뜩 눈을 뜨더니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술? 뭐야. 내가 왜 여
어?”
그제야 자신이 낯선 곳에서 잠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해하는 우현.
그런데 몸을 더듬으며 당황하는 꼴을 보니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없는 거 같았다.
“··· 너 피로연에서 샴페인 먹고 취해서 뻗었잖아. 기억 안 나냐?”
“내가? 누구랑? 아··· 그 김선아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랑 마셨던 거 같은데···.”
“응. 선아 씨. 너 언니라고 했던 거 기억 안나?”
“언니···? 내가 그랬다고? 전혀.”
“크크큭. 너 주량 엄청 약하네. 술 처음 먹어보냐.”
어느새 주량에 대해 얘기하는 두 사람.
다행히 상우가 김우현의 몸을 더듬었던(?) 사실은 안 들켰는지 다른 주제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상우는 자신의 순발력에 안도하면서 웃고 있는데, 김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엥? 진짜로 술을 안 마셔봤다고? 설마.”
그 대답에 상우가 오히려 당황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우현이와 한 번도 술을 안 마셔봤구나. 근데 왜 난 술이 쎌 거라고 생각한 거지? 독성술 때문인가.’
김우현의 능력은 독성술.
독으로 물품을 연성해내는 능력이다.
그런데 술의 알코올도 어찌 보면 화학물질로 독에 가깝다.
따라서 상우에게는 독성술을 다루는 우현이 당연히 주량이 쎌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다.
“진짜거든.”
“이야, 생긴 건 완전 술 좋아하게 생겼는데.”
“내가 어떻게 생겼는데?”
갑자기 정색하면서 진지하게 묻는 우현.
상우는 평소 자신이 즐겨하던 레퍼토리대로 장난스레 ‘못생겼지’라고 대답하려다 문득 말문이 막혔다.
‘··· 근데 진짜 얘가 여자면 내가 너무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걸 수도 있잖아.’
남자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농담이,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애들한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우현의 등에서 만져졌던 브래지어 후크의 존재로부터, 우현이가 여자일 수도 있다는 심증에 무게가 실렸기에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원래 옛날부터 화려하게 생긴 사람들은 술 좋아하게 생겼다고 하잖아. 잘 놀게 생겼으니까. 너도 얼굴이 이쁘장해서 그렇다는 거지, 뭐.” “아하.”
우현은 상우의 말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며 수긍했다.
이쁘장하다는 말이 기분 좋은지 입술을 씰룩이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며 상우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너 여자냐고 물어봐? 지금 이런 말 해도 될 타이밍인가. 아이씨, 모르겠다. 남잔데 여장 취미여서 여자 속옷 입은 걸 수도 있으니까, 확실히 가자.’
너무 궁금했던 상우는 결심을 하고, 아직도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는 우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흠흠, 근데 우현아.”
“음?”
“오해하지 말고 들어.”
“뭔데.”
“그니까··· 너 혹시 여자냐?”
“······.”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은 긍정이라던데.’
상우가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더해갈 무렵.
드디어 김우현이 대답했다.
“··· 맞아.”
“진짜로? 네가 진짜 여자라고? 농담 아니고?”
“그래, 맹꽁아, 이씨!”
갑자기 침대에 있는 베개를 들어 상우의 머리에 날리는 우현이었다.
상우는 가만히 그 베개를 맞아주었다.
팍.
상우의 머리를 맞추고 튕겨나간 베개.
그 이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상우와 김우현은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상우는 이미 굉장히 당황한 상태였다.
“와··· 어··· 음. 진짜 몰랐네. 하하··· 왜 말 안했냐.”
“뭘 말해. 남자라고 먼저 착각한 게 누군데. 그리고 넌 누구 만날 때, ‘안녕하세요, 남자 정상우입니다.’ 이러냐?”
“아니. 그렇지는 않지. 하하···.”
상우는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 모습이 왠지 얄미운지, 김우현은 언성을 높여나갔다.
“그래서 그랬다 왜! 니가 나 완전 남자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말해! 그것 때문에 진짜 내가 너무 남자처럼 생긴 거 같아서, 너무 자존심 상해서 여자라고 말 못했다! 그리고 너 맨날 나 키 작다고, 남자면 170은 넘어야 하는 건 아니냐고 놀리더라? 야, 나도 여자치고는 키
큰 편이거든?”
그제야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따다다닥 쏟아내는 김우현이었다.
“그, 그치? 우현아, 진짜 미안하다. 내가 눈치가 너무 없었어.”
“미안하면 다냐? 척하면 척 아니냐고!”
“우현아, 목소리 좀···. 가족들 다 깨겠다···.”
“싫어! 그리고 근육 너무 없다고 운동 좀 하라고, 헬스 좀 다니라고! 누군 운동 안하냐고!”
“아··· 그럼 헬스 다녀서 그 정도였어?”
“그래! 내가 만든 근육포션도 먹어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내가 진짜 서러워서··· 흑흑.”
감정이 복받쳤는지 우현이 울먹거렸다.
일그러진 그녀의 하얀 얼굴을 타고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야, 울지 마. 내가 진짜진짜 너무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정말로 몰랐거든···.”
상우는 어릴 때를 제외하고는 성인이 되고나서 여자를 울려본 경험이 전무했기에, 우현이 울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물론 아까 밤에도 김선아를 울리긴 했지만.
당황한 상태로 그저 우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려 가만히 다독여주는 게 최선이었다.
“··· 흑흑··· 내가··· 얼마나 얘기하고 싶었는데···. 끅··· 넌··· 말할 기회도 안 주고···. 끅··· 맨날 놀리기만 하고···.” 얼마나 서러웠는지 숨을 헐떡이며 우는 우현이었다.
이미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엉망진창이었다.
다행히 화장은 안했는지, 아니면 화장품을 좋은 제품을 쓴 건지 번지지는 않았다.
“야, 진짜 미안해···. 내가 잘못했다. 그만 울어. 뚝.”
상우는 아공간을 열어 티슈를 꺼내들어 우현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가만히 눈물만 흘리며 끅끅거리던 우현은, 고분고분 상우가 닦아주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코 풀어, 흥.”
“··· 흥!”
그 모습이 마치 몸만 커버린 아이 같았다.
그리곤 상우가 눈물을 다 닦아주자,
와락-
우현은 갑자기 상우의 몸을 끌어안았다.
갑자기 감정이 복받친 탓이다.
그동안 말하지 못해 끙끙 앓았던 속마음, 서러웠던 기억들, 그래도 드디어 얘기했다는 안도감이 뒤엉켜 우현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
그래도 서럽고 슬픈 마음이 컸는데, 그럴 때 상우가 자상하게 토닥여주자 마음이 순간적으로 상우에게 쏠리는 걸 느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안기고 만 것이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상우의 단단한 몸을 끌어안은 우현은 감정이 끓어오르는지 더더욱 서글프게 울기 시작했다.
“··· 흑흑···.”
우현이 상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자, 상우의 티셔츠는 금세 물기로 젖어들어갔다.
축축해진 티셔츠를 느끼며, 상우는 자유롭지만 어디 둬야할지 몰라 어정쩡한 위치에 있던 양팔로 김우현을 슬며시 안아주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흑흑···.”
토닥토닥···
그렇게 잠깐 동안, 상우는 우현이를 안은 채 가만히 달래주었다.
‘··· 아까는 선아 누나가 울더니, 이번엔 우현이가 우네. 오늘 무슨 마가 꼈나.’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게스트룸에 퍼지던 우현의 흐느끼는 소리가 점차 잦아들어갔다.
이내 조용해진 방.
“우현아, 이제 좀 괜찮아?”
상우는 울음은 멈췄지만, 아직도 가만히 상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우현에게 물었다.
그러자 몸을 미세하게 떨고 있던 우현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은 두 눈이 보였다.
그 모습이 웃겨서 상우는 자기도 모르게 풋 웃어버렸다.
“풉!”
“··· 뭐야. 왜 웃어.”
“아, 아냐. 아무것도 아냐.”
“내가 웃기게 생겼냐?”
“아니 전혀. 너 정도면 엄청 예쁘지. 암, 천상 여자고 말고.”
상우는 애써 진정시킨 김우현을 다시 울리지 않기 위해, 입에 발린 칭찬을 퍼부었다.
다시 울면 골치 아파지니까.
근데 그 말을 듣자 김우현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
“지, 진짜로?”
왠지 수줍어하는 우현이었지만, 상우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 그니까 이제 좀 꾸미고 밖에 나가봐. 그럼 남자가 줄을··· 흡.”
상우가 우현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써 칭찬을 하고 있을 때.
그의 얼굴로 김우현의 얼굴이 다가왔다. ‘왜 이래.’
상우는 충분히 우현을 제지할 수 있었지만,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뭘 하려는 건지 혼란스러움에 가만히 우현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그리곤.
그의 입술에 보드라운 우현의 입술이 닿았다.
상우는 놀람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오히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우현의 하얀 얼굴.
가만히 두 눈을 감은 우현은 긴장했는지 속눈썹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상우의 입술과 맞닿은 우현의 입술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렇게 닿아 있을 뿐이었다.
어떤 움직임도 없는, ‘서툰 키스’.
하지만, 우현의 마음이 상우에게 전해지기에는 충분했다.
그제야 상우는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얘가 날 좋아하는구나.’
단번에 우현의 마음을 알았고,
‘··· 좀 귀엽네.’
그저 친구로만 보였던 우현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상우는 저도 모르게 갑자기 장난기가 들었다.
“··· 흡!”
그래서, 가만히 있는 우현을 바짝 끌어안으며 입술과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놀란 듯한 우현의 몸이 굳게 경직되었다.
하지만, 이내 순응하듯 입을 열어 상우를 받아들였다.
엉키는 그와 그녀의 입.
‘진짜 부드러워.’
그러자 처음 장난스러웠던 상우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미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선아를 거절할 때부터, 상우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우현이 다가오자, 상우는 우현이 동료이자 친구였다는 것도 잊은 채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결국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우현의 등을 감싸 안았던 손이 앞으로 향하려던 그때.
상우의 손이 멈칫했다.
스륵- 스륵-
그의 귀에 게스트룸 바깥에서부터 울리는 발소리와 옷이 쓸리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여동생의 방으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지우가 일어났구나.’
상우는 우현에게 집중하며 지우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잠결에 일어난 걸 거라고 바랐다.
하지만, 발자국 소리는 게스트룸 쪽으로 다가왔다.
‘제발 화장실로 가라, 제발. 분위기 깨지 말고···.’
하지만 지우의 발자국 소리는 게스트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곤,
똑똑- 철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