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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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처음 스타트는 가벼웠다.
상우는 살포시 뛰었다.
폴짝-
허공에 떠올라 체공하며 서서히 내려앉는 상우.
윈드워크의 바람의 기운이 더해져 체공시간이 월등했다.
상우가 공중에 떠올라 내려서는 십여 초의 시간 동안에도 런닝 벨트는 계속 돌아갔다.
그걸 지켜보던 감독관이 제지했다.
“73번 훈련병, 점프는 안됩니다. 발을 붙이고 달려주십시오.”
“아, 예.”
그제야 런닝 벨트로 내려선 상우.
‘흠, 스킬 빼고 순수 신체 능력으로 달려볼까.’
순발력 테스트는 순수 신체 능력만 테스트하는 게 아닌, 그 헌터가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측정하는 게 목표였다.
따라서 어떤 스킬을 사용하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상우는 오히려 스킬을 배제하고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만 달리기로 결심한 것.
흥미가 돋았는지 상우의 입가엔 미소가 떠올랐다.
“이백 킬로.”
나직하게 읊조린 상우.
그는 바로 속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상우의 말을 들은 감독관이 200㎞로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런닝 벨트의 움직임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위에서 달리기 시작하는 상우.
타다다다다다다다다-
상우의 두 팔과 두 다리가 잔상을 일으키며 빠르게 움직였다.
‘에게, 생각보다 느리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순발력이 80을 넘어선 상우에겐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후웁, 후우… 오백 킬로.”
바로 두 배로 높인 상우.
달리느라 억눌려 있는 상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감독관은 두 귀를 의심했다.
“오, 오백 킬로입니까?”
“후우, 후우… 예.”
약간 거친 듯한 상우의 숨소리.
‘안될 거 같은데….’
감독관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안전장비도 착용한 상태였기에 순발력 측정기계의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모터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런닝 벨트.
그리고 상우는 아직도 그 위에서 뛰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팔과 다리.
그의 머리카락은 땀에 점차 젖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부족해.’
하지만, 상우는 아직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불렀다.
“후욱- 후욱- 후욱- 최고 속도로!”
그 말에 질렸다는 듯 감독관이 속도를 더 높였다.
[1,000㎞] 그리고 상우는 측정 기기의 최고 속도인 1,000㎞마저도 완벽히 정복했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박-
상우의 다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엄청나서, 발과 런닝 벨트 사이에서 굉장한 충격과 충격음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퍼져나온 충격음은 모두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박-
그렇게 10여 초 정도 달리고 난 후.
상우가 별도로 요청은 안했지만, 순발력 측정기계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감독관이 더 이상 테스트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여 작동을 중지시킨 것이다.
이윽고 완전히 작동이 중단된 기계.
“후욱… 후욱….”
스킬을 안 써서일까.
상우는 오랜만에 좀 힘들다는 느낌을 받으며 심호흡과 함께 기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높은 체력과 지구력, 그리고 활력과 재생력 때문인지, 그 내려오는 잠깐 동안 상우의 숨소리는 순식간에 안정되어갔다.
그런 상우를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보고 있었다.
“1,000㎞ 찍었어. 대박.”
“봤냐? 와… 1,000㎞ 찍는 사람을 내 눈으로 보다니.”
“씨, 씨발. 이겼다! 야, 내 말이 맞지?”
“어, 진짜네. 미쳤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달리냐.”
“아싸, 한우 쏴라.”
“세상에… 도대체 순발력 수치가 몇이길래.”
모든 헌터들이 혀를 내두르고 상우의 엄청난 피지컬에 감탄할 무렵.
강준영 역시 혼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상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1,000㎞라니… 미친.’
자신도 좀 여유를 두긴 했지만, 저 속도는 도저히 도달하지 못할 듯한 스피드였다.
그는 상우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헌터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그의 시야 가득히 안전장비를 벗어던지는 상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급격한 유산소 운동으로 인해 혈액이 돌며 크게 벌크업된 상우의 육체.
터질 것 같은 상체와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A급…. 강하다. 내가 아는 누구보다 더.’
그가 친하게 지내는 형님, 혜성 길드의 공략 1팀장 신진욱도 저 정도는 아닐 터.
아니, 지금의 상우에게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내가… 저 사람을 넘을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강준영은 두려워졌다.
하지만 애써 부정적인 생각은 떨쳐버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생각과 세상사는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법.
이윽고 이어진 다른 검사에서도 상우는 모두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마나 중력 장치가 가미된 근력 테스트에서도 최고 무게를 들어 올리며 모두를 압도했고,
1,000m 트랙을 최대한 빠르게 많이 뛰는 체력 테스트에서도 압도적인 거리와 시간을 기록하며(사실 상우가 지치질 않아서 1시간 정도 테스트하고 중지시켰다) 당당히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거기에 마력 측정 장치에서도 매직 계열 헌터들을 압도하는 마력 수치를 보였으며,
보유 마나량 역시 S급 헌터에 준한다는 놀라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기록을 보면서 강준영은 점점 자신이 작아지는 걸 느꼈다.
‘이게 A급이라고? 아냐, 이건 S급은 되어야 해.’
자기 자신도 아직 올라가지 못했을 뿐, 실력 면에서는 충분히 A급 헌터라고 생각해왔던 강준영.
그는 동급이라 생각했던 상우가 자기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상우를 A급이 아닌 S급 헌터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감독관들이랑 교관들 수군거리는 말 들어보니까, 정상우가 역대 기록 다 경신했다는데.”
“와씨, 이거 역사적인 순간 아니냐? 나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 거?”
“그럴지도? 한국 최초로 S급 헌터 나올 기세야. 진짜로.”
수군거리면서 상우를 치켜세우는 헌터들.
그리고 적극적인 누군가는 상우에게로 다가갔다.
“와… 저기 상우 씨, 혹시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인이요? 아, 그게 제가 별도로 사인은 없어서.”
“괜찮아요. 이름만 적어주셔도 됩니다.”
“근데 어디다가 적어드려요?”
“제 팔이요!”
그렇게 기본 신체검사를 모두 마친 헌터들, 아니, 훈련병들은 상우에게 한마디씩 말을 걸며 친해지려고 다가왔다.
그렇게 상우가 모두의 주목을 받는 사이.
강준영만 멀리서 침울한 눈으로 상우와 그를 둘러싼 훈련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지금도 상우가 강해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강준영은 필히 절망했을 것이다.
* * *
상우는 오버마인드로 접속한 분신의 몸에 집중했다.
[뉴클리어 바디] 스킬을 사용하자 곧 분신의 몸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며 뜨거운 불길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오, 이번엔 성공인가.’
분신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되면 으레 하는 스킬 테스트였다.
마나 폭발이나, 뉴클리어 바디, 신체 핵반응 같은 스킬들은 실패의 가능성이 존재했고, 실패 시 분신이 폭발하며 역소환되어버렸으니까.
[화염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화염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독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화염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
뜨거운 열기와 함께 방사능이 퍼져 나오자 이를 견디지 못한 몸이 적응하기 위해 능력치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우의 몸에 그 뜨거운 온도가 감각으로 따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온몸이 불덩어리로 변화하면서 통증을 느낄 신경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흠, 방사능 제어는 아직 잘 안 되네.’
그래도 제어되는 몸을 보며, 상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정신체가 되어 불꽃의 몸을 움직이는 기이한 감각이었다.
현장은 몬스터 웨이브의 여파를 막아내고 있는 부산.
모두가 불꽃의 몸이 된 분신을 주목하고 있었다.
“나왔다! 불꽃 폭주 모드!”
“또 저러다 사라져버리는 거 아냐?”
“이번엔 한바탕 하려는 거 같은데?”
사실 부산 재해 현장에서 하도 뉴클리어 바디를 많이 시도해서 헌터들 사이에서 꽤 유명했다.
실패하면 바로 아공간으로 먹어버려(?) 없애버렸고, 성공하면 한바탕 몬스터들을 휘젓고 다녔으니까.
그리고 오늘은 운 좋게 성공한 날이었다.
몇 번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순간이었기에, 뉴클리어 바디로 변화한 분신에게 접속한 상우의 정신력이 집중되었다.
그러자, 정신이 고조되며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힘이 느껴졌다.
‘자, 한 번 놀아볼까.’
상우는 불꽃의 몸을 움직여 바다로 날아올랐다.
슈우우우우웅-
마치 제트기처럼 공기를 뜨겁게 달구며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상우.
사람들이 있는 곳과 어느 정도 멀어지자, 그는 억제하고 있던 열기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날아가는 허공에 불꽃의 길이 생겨나며, 바닷물을 증발시켰다.
수면 가까이에 있던 해양 몬스터들은 그 열기를 피해 깊은 바닷속으로 헤엄쳐 도망치려 했다.
‘어림없지.’
상우는 태양의 몸 그대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치이이이이이익-
그러자, 어마어마한 수증기와 함께 바다가 들끓기 시작했다.
퀘에에에에에에엑-
키야아아아아아악-
쿠아아아아아아악-
…
그리고 불타오르는 바닷속에서 버틸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상우는 뉴클리어 바디 상태로 이리저리 날 듯이 움직이며 마치 글러트니가 지우개처럼 몬스터들을 삭제시킨 것처럼 해양몬스터들을 지워나갔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음, 벌써 불안정하잖아.’
뉴클리어 바디의 핵융합 반응이 몬스터와 바닷물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급속도로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안정화 상태가 불안정해지면, 결국 폭발할 터.
‘이번에도 얼마 못 갔네.’
상우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뉴클리어 바디 상태인 분신을 움직여 적당히 먼 곳으로 향했다.
그러곤.
[마나 폭발] 마나폭발을 이용해 폭발시켰다.
꽈아아아아아아앙-
동시에 분신과 접속을 해제한 상우.
상우, 아니 분신이 품은 마나와 마력의 힘이 강해져서일까.
아니면 뉴클리어 바디가 발동된 상태여서일까.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가히 소형 핵폭탄에 비할 만했다.
그렇게 마나 폭발의 여파는 바다 한가운데에 잠시 거대한 구멍과 파도를 일으키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와-! 죽인다!”
“정상우!”
“존나 화끈하잖아!”
한순간에 소강상태가 일어날 정도의 위력이었기에, 잠시 한숨 돌리게 된 헌터들이 폭발을 구경하며 감탄 섞인 탄성을 연발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어느새 다른 분신에게 접속한 상우가 쳐다보고 있었다.
‘흠, 마나폭발도 확실히 쎄졌어. 하지만 신체 핵반응으로 일으킨 핵폭발이 진짜 쎄지.’
핵폭발은 마나폭발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위력이었다.
일전에 야마토가 머리카락을 이용해 핵폭발을 일으키려 했었는데, 만약 그가 아공간으로 안 막았다면 어마어마한 인명 참사가 생겼을 정도였다.
‘그리고 터지고 나서 방사능 문제도 있고. 신체 핵반응은 진짜 사람 없는 곳에서 써야지.’
지금 재해 현장이라 헌터들이 웅집해 있는 곳에서 썼다간, 아무리 잘 써도 피해를 떠나서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오늘의 숙제처럼 여겨지는 위험 스킬 사용을 마친 상우.
그는 나머지는 분신들에게 맡긴 채 조용히 접속을 종료했다.
* * *
분신 20호의 군 생활 첫날은 신체검사와 장구류를 지급받는 선에서 하루가 끝났다.
이튿날은 본격적인 훈련의 시작이었다.
상우가 속한 4소대 1분대는 조교를 따라 기초 훈련을 받았다.
먼저 오와 열을 맞추고 행동의 각을 잡는 기본 제식을 훈련했고.
총검술을 다루는 병기본 훈련.
부상당한 동료를 구하는 구급법.
생화학 무기를 다룰 때 대처하는 화생방 훈련과 같은 것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사격까지 훈련했는데, 사격은 다들 헌터 출신이라 오히려 못 쏘는 인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라 쉽게 끝났다.
그렇게 이튿날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고, 다음날부터는 이론 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때부터가 헌터 출신 군인들을 위한 본격적인 교육의 시작이었다.
계급 체계, 명령 복종, 군대에 있는 각종 무기들에 대한 교육과 사용법을 익혔고, 전시 상황일 때 헌터출신 군인들은 어느 편제에 속하게 되는 건지, 이후 어떤 식으로 통제에 따라서 작전을 수행할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 훈련병의 신분이라 편제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오후 교육이 끝났으니, 5시부터는 자유시간입니다. 각자 자유롭게 개인정비를 하시고 저녁 식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상대가 초인들이기 때문에 꽤나 듬직해 보이는 조교들 역시 예의를 갖춰 훈련병들을 대했다.
그리고 헌터들이었던 훈련병들은 대부분 똘똘했기에 훈련을 곧잘 따랐다.
그렇게 별일 없이 며칠이 흘렀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이론 교육 역시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었고, 암기하는 게 다였다.
‘사람이 힘들다던데 뭐 그런 것도 없네. 남는 시간에 말뚝 박는다는 것도 헛소문이고.’
말뚝박기 같은 쓸데없는 잡무의 연속이라더니, 헌터들만 있는 이곳 훈련소에서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비슷하게 해본 거라곤 진지구축 당시 트론사의 벙커 설치 아이템을 사용해본 게 다였다.
그리고 훈련소 입소 동기가 못된 놈이어서 고생했다느니 뭐니 하는 얘기도 상우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모두 다 그와 친하게 지내길 원했으니까.
‘강준영인가 뭔가만 빼놓고.’
그는 첫인상부터 좋지 않았는데, 그 뒤로도 상우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우가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결국 상우는 금세 군 생활이 별거 없다는 걸 알게 되어, 분신에게 모든 걸 일임한 채 군 생활에 크게 신경을 안 쓰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신경 쓸 일이 생기고 말았다.
[전 훈련병 지금 바로 연병장으로 집합합니다.] 이론 교육이 한창이던 오후.
교육 중간에 평소와 달리 연병장에 집합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그 특이사항은 바로 분신이 보고했고, 이를 캐치한 상우는 20호에게 접속했다.
‘무슨 일이지?’
끝
상우는 살포시 뛰었다.
폴짝-
허공에 떠올라 체공하며 서서히 내려앉는 상우.
윈드워크의 바람의 기운이 더해져 체공시간이 월등했다.
상우가 공중에 떠올라 내려서는 십여 초의 시간 동안에도 런닝 벨트는 계속 돌아갔다.
그걸 지켜보던 감독관이 제지했다.
“73번 훈련병, 점프는 안됩니다. 발을 붙이고 달려주십시오.”
“아, 예.”
그제야 런닝 벨트로 내려선 상우.
‘흠, 스킬 빼고 순수 신체 능력으로 달려볼까.’
순발력 테스트는 순수 신체 능력만 테스트하는 게 아닌, 그 헌터가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측정하는 게 목표였다.
따라서 어떤 스킬을 사용하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상우는 오히려 스킬을 배제하고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만 달리기로 결심한 것.
흥미가 돋았는지 상우의 입가엔 미소가 떠올랐다.
“이백 킬로.”
나직하게 읊조린 상우.
그는 바로 속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상우의 말을 들은 감독관이 200㎞로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런닝 벨트의 움직임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위에서 달리기 시작하는 상우.
타다다다다다다다다-
상우의 두 팔과 두 다리가 잔상을 일으키며 빠르게 움직였다.
‘에게, 생각보다 느리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순발력이 80을 넘어선 상우에겐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후웁, 후우… 오백 킬로.”
바로 두 배로 높인 상우.
달리느라 억눌려 있는 상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감독관은 두 귀를 의심했다.
“오, 오백 킬로입니까?”
“후우, 후우… 예.”
약간 거친 듯한 상우의 숨소리.
‘안될 거 같은데….’
감독관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안전장비도 착용한 상태였기에 순발력 측정기계의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모터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런닝 벨트.
그리고 상우는 아직도 그 위에서 뛰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팔과 다리.
그의 머리카락은 땀에 점차 젖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부족해.’
하지만, 상우는 아직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불렀다.
“후욱- 후욱- 후욱- 최고 속도로!”
그 말에 질렸다는 듯 감독관이 속도를 더 높였다.
[1,000㎞] 그리고 상우는 측정 기기의 최고 속도인 1,000㎞마저도 완벽히 정복했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박-
상우의 다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엄청나서, 발과 런닝 벨트 사이에서 굉장한 충격과 충격음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퍼져나온 충격음은 모두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박-
그렇게 10여 초 정도 달리고 난 후.
상우가 별도로 요청은 안했지만, 순발력 측정기계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감독관이 더 이상 테스트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여 작동을 중지시킨 것이다.
이윽고 완전히 작동이 중단된 기계.
“후욱… 후욱….”
스킬을 안 써서일까.
상우는 오랜만에 좀 힘들다는 느낌을 받으며 심호흡과 함께 기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높은 체력과 지구력, 그리고 활력과 재생력 때문인지, 그 내려오는 잠깐 동안 상우의 숨소리는 순식간에 안정되어갔다.
그런 상우를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보고 있었다.
“1,000㎞ 찍었어. 대박.”
“봤냐? 와… 1,000㎞ 찍는 사람을 내 눈으로 보다니.”
“씨, 씨발. 이겼다! 야, 내 말이 맞지?”
“어, 진짜네. 미쳤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달리냐.”
“아싸, 한우 쏴라.”
“세상에… 도대체 순발력 수치가 몇이길래.”
모든 헌터들이 혀를 내두르고 상우의 엄청난 피지컬에 감탄할 무렵.
강준영 역시 혼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상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1,000㎞라니… 미친.’
자신도 좀 여유를 두긴 했지만, 저 속도는 도저히 도달하지 못할 듯한 스피드였다.
그는 상우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헌터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그의 시야 가득히 안전장비를 벗어던지는 상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급격한 유산소 운동으로 인해 혈액이 돌며 크게 벌크업된 상우의 육체.
터질 것 같은 상체와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A급…. 강하다. 내가 아는 누구보다 더.’
그가 친하게 지내는 형님, 혜성 길드의 공략 1팀장 신진욱도 저 정도는 아닐 터.
아니, 지금의 상우에게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내가… 저 사람을 넘을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강준영은 두려워졌다.
하지만 애써 부정적인 생각은 떨쳐버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생각과 세상사는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법.
이윽고 이어진 다른 검사에서도 상우는 모두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마나 중력 장치가 가미된 근력 테스트에서도 최고 무게를 들어 올리며 모두를 압도했고,
1,000m 트랙을 최대한 빠르게 많이 뛰는 체력 테스트에서도 압도적인 거리와 시간을 기록하며(사실 상우가 지치질 않아서 1시간 정도 테스트하고 중지시켰다) 당당히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거기에 마력 측정 장치에서도 매직 계열 헌터들을 압도하는 마력 수치를 보였으며,
보유 마나량 역시 S급 헌터에 준한다는 놀라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기록을 보면서 강준영은 점점 자신이 작아지는 걸 느꼈다.
‘이게 A급이라고? 아냐, 이건 S급은 되어야 해.’
자기 자신도 아직 올라가지 못했을 뿐, 실력 면에서는 충분히 A급 헌터라고 생각해왔던 강준영.
그는 동급이라 생각했던 상우가 자기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상우를 A급이 아닌 S급 헌터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감독관들이랑 교관들 수군거리는 말 들어보니까, 정상우가 역대 기록 다 경신했다는데.”
“와씨, 이거 역사적인 순간 아니냐? 나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 거?”
“그럴지도? 한국 최초로 S급 헌터 나올 기세야. 진짜로.”
수군거리면서 상우를 치켜세우는 헌터들.
그리고 적극적인 누군가는 상우에게로 다가갔다.
“와… 저기 상우 씨, 혹시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인이요? 아, 그게 제가 별도로 사인은 없어서.”
“괜찮아요. 이름만 적어주셔도 됩니다.”
“근데 어디다가 적어드려요?”
“제 팔이요!”
그렇게 기본 신체검사를 모두 마친 헌터들, 아니, 훈련병들은 상우에게 한마디씩 말을 걸며 친해지려고 다가왔다.
그렇게 상우가 모두의 주목을 받는 사이.
강준영만 멀리서 침울한 눈으로 상우와 그를 둘러싼 훈련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지금도 상우가 강해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강준영은 필히 절망했을 것이다.
* * *
상우는 오버마인드로 접속한 분신의 몸에 집중했다.
[뉴클리어 바디] 스킬을 사용하자 곧 분신의 몸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며 뜨거운 불길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오, 이번엔 성공인가.’
분신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되면 으레 하는 스킬 테스트였다.
마나 폭발이나, 뉴클리어 바디, 신체 핵반응 같은 스킬들은 실패의 가능성이 존재했고, 실패 시 분신이 폭발하며 역소환되어버렸으니까.
[화염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화염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독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화염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
뜨거운 열기와 함께 방사능이 퍼져 나오자 이를 견디지 못한 몸이 적응하기 위해 능력치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우의 몸에 그 뜨거운 온도가 감각으로 따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온몸이 불덩어리로 변화하면서 통증을 느낄 신경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흠, 방사능 제어는 아직 잘 안 되네.’
그래도 제어되는 몸을 보며, 상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정신체가 되어 불꽃의 몸을 움직이는 기이한 감각이었다.
현장은 몬스터 웨이브의 여파를 막아내고 있는 부산.
모두가 불꽃의 몸이 된 분신을 주목하고 있었다.
“나왔다! 불꽃 폭주 모드!”
“또 저러다 사라져버리는 거 아냐?”
“이번엔 한바탕 하려는 거 같은데?”
사실 부산 재해 현장에서 하도 뉴클리어 바디를 많이 시도해서 헌터들 사이에서 꽤 유명했다.
실패하면 바로 아공간으로 먹어버려(?) 없애버렸고, 성공하면 한바탕 몬스터들을 휘젓고 다녔으니까.
그리고 오늘은 운 좋게 성공한 날이었다.
몇 번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순간이었기에, 뉴클리어 바디로 변화한 분신에게 접속한 상우의 정신력이 집중되었다.
그러자, 정신이 고조되며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힘이 느껴졌다.
‘자, 한 번 놀아볼까.’
상우는 불꽃의 몸을 움직여 바다로 날아올랐다.
슈우우우우웅-
마치 제트기처럼 공기를 뜨겁게 달구며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상우.
사람들이 있는 곳과 어느 정도 멀어지자, 그는 억제하고 있던 열기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날아가는 허공에 불꽃의 길이 생겨나며, 바닷물을 증발시켰다.
수면 가까이에 있던 해양 몬스터들은 그 열기를 피해 깊은 바닷속으로 헤엄쳐 도망치려 했다.
‘어림없지.’
상우는 태양의 몸 그대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치이이이이이익-
그러자, 어마어마한 수증기와 함께 바다가 들끓기 시작했다.
퀘에에에에에에엑-
키야아아아아아악-
쿠아아아아아아악-
…
그리고 불타오르는 바닷속에서 버틸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상우는 뉴클리어 바디 상태로 이리저리 날 듯이 움직이며 마치 글러트니가 지우개처럼 몬스터들을 삭제시킨 것처럼 해양몬스터들을 지워나갔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음, 벌써 불안정하잖아.’
뉴클리어 바디의 핵융합 반응이 몬스터와 바닷물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급속도로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안정화 상태가 불안정해지면, 결국 폭발할 터.
‘이번에도 얼마 못 갔네.’
상우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뉴클리어 바디 상태인 분신을 움직여 적당히 먼 곳으로 향했다.
그러곤.
[마나 폭발] 마나폭발을 이용해 폭발시켰다.
꽈아아아아아아앙-
동시에 분신과 접속을 해제한 상우.
상우, 아니 분신이 품은 마나와 마력의 힘이 강해져서일까.
아니면 뉴클리어 바디가 발동된 상태여서일까.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가히 소형 핵폭탄에 비할 만했다.
그렇게 마나 폭발의 여파는 바다 한가운데에 잠시 거대한 구멍과 파도를 일으키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와-! 죽인다!”
“정상우!”
“존나 화끈하잖아!”
한순간에 소강상태가 일어날 정도의 위력이었기에, 잠시 한숨 돌리게 된 헌터들이 폭발을 구경하며 감탄 섞인 탄성을 연발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어느새 다른 분신에게 접속한 상우가 쳐다보고 있었다.
‘흠, 마나폭발도 확실히 쎄졌어. 하지만 신체 핵반응으로 일으킨 핵폭발이 진짜 쎄지.’
핵폭발은 마나폭발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위력이었다.
일전에 야마토가 머리카락을 이용해 핵폭발을 일으키려 했었는데, 만약 그가 아공간으로 안 막았다면 어마어마한 인명 참사가 생겼을 정도였다.
‘그리고 터지고 나서 방사능 문제도 있고. 신체 핵반응은 진짜 사람 없는 곳에서 써야지.’
지금 재해 현장이라 헌터들이 웅집해 있는 곳에서 썼다간, 아무리 잘 써도 피해를 떠나서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오늘의 숙제처럼 여겨지는 위험 스킬 사용을 마친 상우.
그는 나머지는 분신들에게 맡긴 채 조용히 접속을 종료했다.
* * *
분신 20호의 군 생활 첫날은 신체검사와 장구류를 지급받는 선에서 하루가 끝났다.
이튿날은 본격적인 훈련의 시작이었다.
상우가 속한 4소대 1분대는 조교를 따라 기초 훈련을 받았다.
먼저 오와 열을 맞추고 행동의 각을 잡는 기본 제식을 훈련했고.
총검술을 다루는 병기본 훈련.
부상당한 동료를 구하는 구급법.
생화학 무기를 다룰 때 대처하는 화생방 훈련과 같은 것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사격까지 훈련했는데, 사격은 다들 헌터 출신이라 오히려 못 쏘는 인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라 쉽게 끝났다.
그렇게 이튿날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고, 다음날부터는 이론 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때부터가 헌터 출신 군인들을 위한 본격적인 교육의 시작이었다.
계급 체계, 명령 복종, 군대에 있는 각종 무기들에 대한 교육과 사용법을 익혔고, 전시 상황일 때 헌터출신 군인들은 어느 편제에 속하게 되는 건지, 이후 어떤 식으로 통제에 따라서 작전을 수행할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 훈련병의 신분이라 편제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오후 교육이 끝났으니, 5시부터는 자유시간입니다. 각자 자유롭게 개인정비를 하시고 저녁 식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상대가 초인들이기 때문에 꽤나 듬직해 보이는 조교들 역시 예의를 갖춰 훈련병들을 대했다.
그리고 헌터들이었던 훈련병들은 대부분 똘똘했기에 훈련을 곧잘 따랐다.
그렇게 별일 없이 며칠이 흘렀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이론 교육 역시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었고, 암기하는 게 다였다.
‘사람이 힘들다던데 뭐 그런 것도 없네. 남는 시간에 말뚝 박는다는 것도 헛소문이고.’
말뚝박기 같은 쓸데없는 잡무의 연속이라더니, 헌터들만 있는 이곳 훈련소에서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비슷하게 해본 거라곤 진지구축 당시 트론사의 벙커 설치 아이템을 사용해본 게 다였다.
그리고 훈련소 입소 동기가 못된 놈이어서 고생했다느니 뭐니 하는 얘기도 상우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모두 다 그와 친하게 지내길 원했으니까.
‘강준영인가 뭔가만 빼놓고.’
그는 첫인상부터 좋지 않았는데, 그 뒤로도 상우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우가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결국 상우는 금세 군 생활이 별거 없다는 걸 알게 되어, 분신에게 모든 걸 일임한 채 군 생활에 크게 신경을 안 쓰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신경 쓸 일이 생기고 말았다.
[전 훈련병 지금 바로 연병장으로 집합합니다.] 이론 교육이 한창이던 오후.
교육 중간에 평소와 달리 연병장에 집합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그 특이사항은 바로 분신이 보고했고, 이를 캐치한 상우는 20호에게 접속했다.
‘무슨 일이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