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1)
내 성장 속도 2배 (1)
상우가 강준모를 따라간 곳은 헌터협회였다.
헌터 협회는 여의도 헌터센터 건물 안에 있었는데, 왠지 시청 느낌이 강했다.
공무원들이 헌터들과 에이전트, 매니저들로부터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공간에서 강준모는 이리저리 서류를 발급받고 민원 신청 하고 옮겨다녔다.
“167번 헌터님, E-1 창구로 오세요.”
이윽고 상우의 차례가 되었다.
창구에 가서 간단히 본인확인과 신분팔찌 스캔을 마친 상우.
중복출입권한 신청에 대한 민원이 별로 없었는지 담당 공무원도 좀 쩔쩔 매는 기색이었다.
“일단 신청 완료되셨구요. 임시 승인도 완료되었습니다. 앞으로 중복출입을 하게 되시면 지문 인식이나 홍채 스캔으로 포탈에 입장하시면 되겠습니다.”
“정식은 얼마나 걸리나요?”
“정식 중복출입권한 같은 경우에는 스킬 확인이 필요합니다. 스킬 시연장으로 이동해서 확인서 떼어서 갖다주시면 되겠습니다.”
이제 끝나는 줄 알았더니 한 번 더 남았단다.
상우는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하, 신청 절차가 너무 복잡하네요.”
“그러게요. 근데 이게 출입이 중복이 허용되면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있어서 철저히 하려는 거 같습니다.”
“하긴 그렇겠네요. 근데 저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걸려서 오늘은 시연도 못하는데.”
“음··· 그럼 헌터님 오늘은 확인이 어렵겠네요. 일단 돌아가실까요?”
결국 중복출입권한 신청은 그날 처리 마무리하지 못하였고, 다음에 다시 와서 마무리짓기로 하였다.
강준모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
라디오에서 속보 뉴스가 흘러나왔다.
「··· 도봉산 슬라임 던전에 거대 슬라임이 출현했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학계에 보고된 바가 있는 종류로, 동족과 합체하는 성질이 있는 슬라임이 여럿 합쳐지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굴을 가득 메운 거대 슬라임의 크기는 현재 전혀 측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해당 던전은 봉쇄된 상태이며, 일반인들 및 하급 헌터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 중입니다. 아직까지 거대 슬라임 레이드를 하기 위한 헌터들의 사냥 일정은 나와 있지 않은데요. 일반적인 슬라임과 달리 거대 슬라임은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고 마력에 어느 정도 저항력이 있는데요. 그에 반해 사냥 이후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의 가치가 떨어지기에 사냥 기대 수익이 낮은 몬스터라서 헌터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헌터 이기주의 속성이 만연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계속 몬스터를 방치하면 자칫 몬스터브레이크라도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하는 주변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어? 도봉산 슬라임 던전이라면··· 헌터님이 사냥하시던 덴데요?”
“네? 네. 뭐 그렇죠. 정확히 말하자면 분신한테 사냥시키고 있었지만요.”
“아··· 그래서 분신 다시 사냥 보내시려다가 연락주신 거였구나.”
“네, 맞아요. 사실 제가 직접 가서 소환하긴 좀 귀찮아서···.”
상우는 자신의 게으름이 들켜서 좀 쪽팔렸지만 어쩌랴.
이런 귀찮음을 해결하기 위해 에이전트가 있는 거였다.
“연락 잘 주셨습니다. 이런 걸 처리해드리는 게 제 일이니까요. 근데 슬라임 던전은 문제네요. 가끔씩 던전에서 생성되는 보스급 몬스터는 파티 단위가 아니면 상대가 불가능하니까요. 근데 이제 당분간은 도봉산으로 사냥을 돌기 어렵겠는데요.”
“그러게요. 혹시 다른 던전이나 필드 사냥터 없을까요? 수익은 좀 적어도 되는데 안 위험하고 사람들 적고, 단순한 곳이요.”
“음, 위험하지 않고 사람들이 적고 단순한 곳이라···. 보통 F급 헌터들이 사냥을 많이 가는 곳이 슬라임이나 괴물쥐, 뿔토끼 정도인데···.”
상우는 뿔토끼는 본적이 없지만 괴물쥐라면 고등학교 때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아 괴물쥐! 저도 괴물쥐는 길 가다가 몇 번 본 적 있어요. 그 커다란 개만한 쥐 말하는 거죠?”
“네 맞습니다. 괴물쥐나 슬라임 같은 몬스터들은 하수구 지하 같이 습하고 어두운 곳에 서식하다가 자주 야외로 올라오곤 하죠. 그걸 보셨었나보네요. 근데 괴물쥐는 좀 위험하셨을텐데 다행입니다. 사실 서식지에서 야외로 혼자 나와 있는 괴물쥐는 조심성이 많아서 쉽게 사람들에게 달려들지 않지만, 무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몇 마리만 더 있었어도 공격 당하셨을 거예요. 그리고 움직임도 빨라서 매우 위험합니다. 괜히 대격변 이후에 나타난 몬스터가 아니죠.”
“아···. 그럼 되게 위험하네요. 제가 운동신경이 없어서 싸우는 법을 잘 모르거든요. 태어나서 운동 배워본 적도 없구요.”
“그런신가요? 근데 헌터님. 운동신경 없으셔도 사냥 자주 하시다보면 능력치 성장해서 잘하게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요새 헌터들에게 인기 있는 종합 실전 무술 체육관이 있거든요. 거기 꾸준히 다니시면 금방금방 느실 겁니다.”
“네. 그럼 좋은 곳으로 추천 좀 해주세요.”
“이따 서울 도착하면 바로 가보시죠. 강서구 쪽에 괜찮은 체육관 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신체 훈련은 그렇게 하시면 되실 거고··· 그러고 보니 헌터님은 마력 훈련은 하고 계신가요?”
“마력 훈련이요? 아니요. 그거 스킬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내고 있거든요.”
그러자 강준모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그때 계약할 때 스킬 없으신 거 보고 짐작은 했는데 못하고 계셨군요. 그래도 성장을 위해서라면 마력훈련은 꼭 해야 합니다. 가장 베스트는 마나 수련쪽 스킬을 익히시는 건데 그건 가격이 천문학적이라··· 아시죠? 하하.”
“네. 무슨 몇십 몇백억이더라구요.”
“그건 되게 상위급 헌터들을 위한 용도이니 저희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요새 단전호흡쪽에서 발전한 마나호흡 학원들이 좀 있거든요. 거기서 마나호흡을 배우시면 될 겁니다. 마나호흡도 꾸준히 하면 스킬도 생기고 하니까요. 제가 괜찮은 학원 알려드릴 테니 거기도 꾸준히 다녀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상우는 강준모에게 뭔가 강매당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강준모를 통해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바로바로 얻을 수 있고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 길이 정해지니 그를 믿기로 했다.
사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가 등대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러면 그렇게 하시고···. 근데 사냥은 어떻게 할까요? 아예 쉬시면 감 또 떨어지실 거라 훈련하시면서도 사냥은 꾸준히 하시는 게 좋은데. 수입이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거든요.”
“사냥도 당연히 할 겁니다. 근데 거대쥐는 안될 거 같아요.”
“네, 그럼 거대쥐는 위험하니까 다른 슬라임 던전으로 알아봐드릴까요? 아니면 뿔토끼 던전도 있는데. 뿔토끼가 좀 소규모로 생활하기 때문에 사냥하기 좀 괜찮습니다.”
“음··· 슬라임과 뿔토끼라. 에이전트님은 어디가 좋아보이세요?”
“발전을 위해서라면 뿔토끼 추천드립니다. 근데 수익은 많이 떨어질 거예요. 부산물 가격이 슬라임보다 괜찮은 편이긴 한데 아무래도 움직임이 재빨라서 잡기 매우 어렵거든요. 뿔토끼가 공격성도 있어서 슬라임 사냥보다 위험하기도 하구요.”
강준모의 말에 상우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사냥은 분신이 할 거니까. 뿔토끼 사냥이 어떤지 한번 경험해보자.’
“뿔토끼 사냥 한 번 해보고 결정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뿔토끼 사냥터로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아, 그전에 장비도 좀 맞춰야겠네요. 뿔토끼는 아무래도 총으로 사냥해야 하고, 공격성 때문에 보호 장비도 필요하니까요.”
“네. 제가 아직 장비가 없네요.”
“예. 헌터님. 그럼 일단 장비 맞추러 남대문으로 가시죠.”
그렇게 남대문으로 향한 두 사람.
강준모는 총기부터 구매하기 위해 총포상을 돌아다녔다.
“에이전트님, 근데 몬스터들을 총으로 죽일 수 있으면, 폭탄이나 로켓, 미사일 같은 걸로 쓸어버리면 되지 않나요?”
“제가 알기로도 F~D급 몬스터 대부분은 군대로 쓸어버리는 게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대격변이 종료된 이후에 세계헌터협회에서 헌터의 육성과 몬스터 사체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거 때문에 몬스터들한테 피해 입은 가족들이 시위를 하기도 하죠.”
“저도 시위하는 거 몇 번 봤습니다. 볼 때마다 답답하던데.”
“그쵸. 근데 세계헌터협회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게, 상급 몬스터의 경우에는 외피가 단단하거나 자체적으로 마나를 발산하여 웬만한 물리공격에는 피해를 입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사일을 날려서 도시를 날려도 몬스터는 살아남을 정도니까요. 물리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는 마법생물도 있으니 말 다했죠.”
“아···.”
“그래서 마나를 활용한 공격만 유효하니 헌터들을 적극 육성 중인 거구요. 지금 남아있는 F~D급 몬스터들은 하급 헌터들의 성장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은 총이면 충분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날 상우는 강준모를 따라 남대문 시장에서 구형 소총인 K2 소총 두 자루와 글록 권총 네 자루, 5.56mm 소총탄 1000발, 9mm 권총탄 1000발, 대검 한 자루, 방탄방검복과 손목 발목 보호대를 구입했고, 종합실전무술 체육관과 마나호흡명상학원까지 등록을 마쳤다.
장비 가격 400만원(탄알 가격만 75만원 어치였다), 체육관 3개월치 55만원, 마나호흡명상학원 1달 50만원을 합하여 총 500만원의 지출이 발생하여 상우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 * *
다음날.
강의를 듣는 상우의 정신은 온통 다른 곳에 팔려 있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 37분 11초.]
[재사용 대기 시간 37분 9초.]
분신 재사용 대기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 끝나면 바로 집에 가서 두 번째 분신, 2호를 소환할 예정이었다.
‘하 수업 언제 끝나냐.’
그렇게 상우는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죽였다.
결국 시간이 흘러, 개강 첫 주라 모두의 원성 속에 진행된 수업이 모두 끝났다.
상우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옆에서 계속 졸고 있던 경도가 그제야 일어나서 그를 불렀다.
“으-함. 잘잤다. 야, 어디 가냐. 밥이나 먹자.”
“안돼. 나 약속 있다. 다른 애들이랑 먹어.”
“약속? 나 말고 친구 없는 왕따 정상우가 야악속?”
큰소리로 떠벌리는 경도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상우 쪽으로 집중됐다.
“그래. 바쁘니까 저리 꺼져.”
“이야- 정상우 인기남 다 됐네. 그래, 제수씨는 언제 소개시켜줄 거야.”
“아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오.”
실랑이를 벌이며 강의실을 벗어나려하는데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남자애들이 소리를 질렀다.
“경축! 정상우 여친 생겼단다!”
“뭐! 이 배신자!”
“이욜~ 상우 남자 다됐구만.”
“호오오우~ 상어 축하해~”
여기저기서 환호의 소리가 들려왔다.
“닥쳐, 새끼들아! 아오, 쪽팔려.”
상우는 동기들의 환호성을 무시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나 간다. 내일 보자.”
“야, 아직 오후에 수업 남았거든?”
“안들어!”
“매정한 새끼. 그래, 가라. 가버려! 훠이훠이!”
그렇게 상우가 떠나고 난 뒤.
멍하니 남아있던 경도는 잠시 있다가 문득 한 가지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근데··· 나 밥 누구랑 먹지?”
* * *
자취방에 돌아온 상우.
집에는 1호가 운동을 하고 있었다. 분신을 모아놓고 싶은 마음에 미리 집으로 불러들여놨던 것.
상우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분신을 소환했다.
1호를 소환할 때처럼 몸에서 기운이 쑥 빠져나간다.
이윽고 눈앞에 상우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분신이 생성되었다.
다만 1호를 처음 소환할 때와 다른 점은 2호는 군살이 거의 없어진 단단한 근육질 몸이었다.
왜냐면 지금 상우의 몸이 그러했으니까.
상우는 2호에게 옷을 건네며 말했다.
“반갑다. 넌 이제부터 2호다.”
“예. 마스터.”
옷을 입는 2호.
상우는 1호의 운동을 멈추게 하고 2호와 나란히 세웠다.
똑같이 생긴 세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으니 매우 신기했다.
‘이거 기념사진이라도 찍어야 하나.’
상우는 두 분신 사이에 서서 셀카를 찍었다.
“이야- 누가 보면 세 쌍둥이인 줄 알겠네. 크크큭.”
사진을 보면서 만족한 상우는 이윽고 흠흠 헛기침과 함께 분위기를 잡더니 분신들을 향해 말했다.
“드디어 우리 식구가 늘었다. 1호야 고생 많았어.”
“예.”
“근데, 앞으로 더 고생해야 돼. 아직 우리가 갈 길이 멀거든. 그래서 앞으로 1호와 2호는 계속 사냥을 로테이션 돌리면서 보낼 거야. 재생력 노가다도 번갈아가면서 할 거고. 일단 오늘 저녁은 뿔토끼 사냥이 예정되어 있어서 내가 먼저 가볼 건데, 내일 내가 하연이 과외 가면 너희 중에 1명 보낼 거야. 그러니까···.”
멀뚱멀뚱 상우의 얘기를 듣고 있는 두 분신들.
그냥 명령하면 그대로 따를 분신들이지만 상우는 왠지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 그럼 잘해보자. 1호는 헬스로 가고. 오늘 루틴이 등 운동 할 차례인가? 내가 스마트폰에 넣어준 운동 동영상 있지? 그거 보면서 똑같이 운동하고. 2호는 오늘 처음이니까 집에서 운동하다가 택배 알바 갔다 와라. 알바하러 갈 때 모자랑 마스크 꼭 쓰고 가고. 난 실전무술 체육관이랑 마나호흡학원 갔다 올게. 그럼 시작하자!”
신분팔찌를 찬 두 분신이 각자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러 움직였다.
그런 그들을 보며 상우는 씨익 웃었다.
‘성장속도 2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