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12)
혜성 길드 공략 1팀장 신진욱.
그는 강준영의 연락을 받고 룸살롱에 도착했다.
일하다 왔는지, 정장을 입은 그는 잘 정돈되어 멀끔한 차림새였다.
하지만, 룸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도 없이 은은한 조명만 비추는 룸의 테이블은 고급 양주들로 가득했다.
술값만 수천만 원은 될 듯 보였다.
“뭐하냐.”
“어, 형님. 오셨어요?”
이제 좀 취했는지 강준영이 살짝 풀린 눈으로 신진욱을 반겼다.
하지만 그는 강준영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소파에 몸을 푹 묻었다.
그러곤 목이 답답한지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한 병 드릴까요?”
“어.”
신진욱은 강준영이 건네는 양주를 받아 잔에 따랐다.
꿀꺽-
단숨에 들이킨 신진욱.
그의 표정이 좀 풀어졌다.
“후, 이제야 좀 낫네. 그래, 무슨 일인데? 부탁할 거란 게.”
“음, 형님. 혹시….”
뜸들이는 강준영.
신진욱이 짜증을 냈다.
“뭔데. 빨리 말해.”
그 말에 강준영이 입을 열었다.
“저, 그때 형님이 말씀하신 트론사 신제품… 그것 좀 구할 수 있을까요?”
“트론사 신제품? 아… DEP?”
신진욱은 그제야 자신이 강준영에게 ‘그 약’에 대해 언급한 것을 깨달았다.
“그건 왜?”
“그냥… 쓸 데가 있어서요.”
그 말에 신진욱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이면 안 돼. 내가 얘기했잖아. 그 약, 엄청 위험해 보인다고.”
예전에 강준영에게 자신의 아버지 신혜성과 함께 트론사 신제품 ‘DEP’의 VIP 런칭 자리에 초대되어 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D.E.P(DNA Evolution Project).
트론사에서 개발한 신제품의 명칭이었다.
말 그대로 유전자를 조작하여 인간의 신체 한계를 뛰어넘는 프로젝트이자, 그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의약품들을 통칭했다.
대격변 직후부터 트론 기업에서는 몬스터들의 DNA를 연구하여 왜 몬스터들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지 그 근원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 프로젝트명이 DEP였던 것.
그리고 그 연구에서 성과를 얻어 처음 나온 게 DEP-001이었다.
DEP-001 제품은 앰플 형태였는데, 인체에 직접 주사를 통해 사용할 수 있었다.
그 효과는 놀라웠다.
비각성자의 경우 대부분 신체 능력이 10배에 가까운 향상을 보였고, 각성자인 경우에도 그 효과가 나타났던 것.
시스템 유저인 각성자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앰플을 사용할 시 거의 10에 가까운 신체 능력치가 상승한다고 했다.
즉, DEP-001만 있으면 이제 지루하고 위험한 사냥을 할 필요 없이 능력치를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한계가 명확했다.
DEP-001을 처음 투약하면 극적인 성장을 이루지만, 반복 투여할 경우 그 효과가 미미해진다는 점.
그리고, 임상 실험을 거쳐 안전하다고 홍보하기는 했지만 해도 DNA 변형을 일으킨다는 찜찜함이 위험해 보였다.
무엇보다 아직 민간에게 공개되지 않고, 극비리에 대형 길드 소속들만 불러서 런칭을 했다는 점이다.
“그때 우리 아버지가 런칭 자리가 끝나고 집에 오면서 말씀하셨어. 인체를 영구히 변형시키는 게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만약 그렇게 좋은 거면 왜 민간에 공개하지 왜 안 하냐고. 뭔가 위험성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말이야. 뭐, 트론사에서는 제작공정이 복잡해서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VIP들에게만 제공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말야.”
신진욱은 자신의 아버지 신혜성을 어려워하지만, 그만큼 믿고 있었다.
깐깐하고 까다로운 만큼, 그만큼 통찰력이 대단했으니까.
그리고 이 얘기는 지난번에도 강준영에게 아는 지식을 자랑하듯이 말해준 적이 있었다.
“예. 들었죠.”
“그만큼 뒤가 구리다는 얘기야. 그리고 너 트론사 소문 못 들었냐? 그 기술력… 외계인 납치해서 기술이랑 지식 빼내고 있다는 얘기 말야. 내 생각도 그래. 대격변 이후 겨우 20년도 안 흘렀어. 그런데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를 봐. 물론 트론사와 비견할만한 헤리티지 같은 곳도 있지만, 난 트론사의 기술력이 더 뛰어나다고 본다. 그만큼, 비밀이 많은 업체라는 거지. 그니까 웬만하면 DEP라는 거 안 쓰는 거 추천한다.”
신진욱이 진심을 담아 조언했다.
강준영은 자기가 혜성 길드에 적응하던 무렵부터 알고 지낸 몇 안 되는 친한 헌터 중 하나였으니까.
그래서 아끼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준영의 고집을 꺾기는 어려워 보였다.
“형님. 말씀해주신 것들 저도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DEP라는 거 얘기 들었을 때 그런 약물에 의존하기는 싫었고요. 그런데 이번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 번쯤은… 사용해 봐도 ?┑珦?거 같거든요.”
“야, 준영아. 난 안 썼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그거 약값도 비싸. 개당 백만 달러는 넘을걸. 그리고 나도 아버지 따라간 거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신진욱이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형님.”
강준영의 나직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진심이 담겨 있어서 신진욱은 잠자코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저나 형님이나 이대로 가면 A급 헌터는 따놓은 당상일 거예요. 그쵸?”
“그렇지.”
“하지만, 정점은 못 찍겠죠.”
“….”
“이대로만 가면 형님은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 눌려 계속 압박받으실 거고, 전 고만고만한 A급 헌터 중 하나가 될 겁니다. 형님이나 저나 성장 둔화된 지 오래잖아요. 진짜 그 위에 있는 헌터 중의 헌터라는 S급이 되려면 가능한 뭐든지 다 시도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
신진욱이 신음을 흘렸다.
“변했구나, 너.”
“예. 변했죠. 누구 때문에요.”
강준영은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괴롭게 한 정상우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신진욱이 물었다.
“그게 누군데.”
“형님도 아실 거예요. 정상우라고.”
그가 정상우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신진욱의 안색도 굳어져 갔다.
그 얼굴을 보며 강준영이 당황해했다.
“아, 제가 말실수했나요. 혹시 형님 지인이세요?”
“…아니. 그냥, 나도 걔가 별로 마음에 안 들거든.”
“아하, 다행이네요. 전 제가 실수한 줄 알았어요. 그나저나 저나 형님이나 걔 싫어하는 거 보면 걔가 문제긴 문제네요. 재수 없어서.”
“그치. 재수 없지. 재수 없을 정도로 강하지. 고작 각성 한 번 잘했다고 말이야.”
“예. 저희 같은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니까요. 형님, 그래서 제가 DEP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흠….”
강준영의 부탁.
갖고 싶다는 절실함과 욕망이 그의 눈빛에 감돌고 있었다.
그런 강준영의 얼굴을 보면서 잠시 고민하던 신진욱.
그는 결정을 내렸다.
“좋아. 한번 구해볼게.”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형님.”
“근데 구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른다. 그니까 너무 기대하지 마라.”
“에이, 제가 형님을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천하의 차기 혜성 길드 단장이 못 구하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말이나 못 하면….”
“그리고 저 기대 잘하는 거 아시잖아요? 기대 하겠습니다? 하하.”
“에휴, 미친 새끼. 아무튼 잘못 되도 내 책임 아니란 거 명심해라. 너가 원해서 구해주는 거니까.”
“하하, 예예. 형님, 그럼 건배하시죠. 자, 치얼스.”
그렇게 두 사람은 건배를 했다.
강준영이 내민 술병.
그리고 신진욱의 술잔.
챙-
두 잔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어두운 룸에 울려 퍼졌다.
* * *
헌터마켓 의류 매장.
그곳에는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지우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뛰어다녔다.
“와! 오빠 저 바지 봐. 실버팽 털로 짠 섬유 소재래. 윤기 장난 아니다.”
“야, 넌 무슨 감탄을 PPL 광고처럼 하냐.”
“내가 뭘. 오빠 나 저것 좀 입어볼게.”
“우현이는? 너 약속 안 잊었지?”
“당근이지. 저게 예뻐서 그러는 거야. 언니, 저랑 저거 입어보러 가요.”
“응? 응….”
지우가 옆에 있던 우현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렇게 끌려간 우현.
그 두 사람은 신나게 옷을 대어보고 고르면서 쇼핑을 즐겼다.
아니 정확히는 지우만 즐기고 있고, 우현은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저 바지 은갈치 같은데… 괜히 지우한테 부탁했나.’
사실 우현의 옷을 사주기 위해 상우는 지난번에 지우한테 부탁을 했던 것이다.
옷을 잘 본다는 지우의 말을 믿고 말이다.
‘뭐 자기가 인싸라고? 인싸는 개뿔. 이상한 옷들만 사네.’
초보자들은 소화하기 어려운 옷을 희귀 아이템이라면서 이것저것 집어드는 통에 골치가 아팠다.
상우나 지우나 바지에 티 정도나 입는 무난한 스타일이었으니까.
물론 평소에 지우가 입고 다니는 게 교복 정도라 그녀의 패션감각을 믿은 상우의 잘못이기도 했다.
지우가 아는 패션이라곤 인스타에 뜨는 소위 패션리더들의 옷밖에 없었으니.
즉, 지우는 패션을 ‘글’로 배운 것이다.
‘후, 앞으로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가족 경영이 이래서 무서워.’
왜 갑자기 가족경영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또 하나의 교훈을 얻은 채 상우.
그는 여자 둘이 쇼핑에 매달리는 사이 주변 매장을 두리번거렸다.
돈은 이 매장 전체를 다 살 정도로 충분해졌기 때문일까.
이제는 명품 매장을 들어가는 데도 거리낌이 없이 당당했다.
그렇게 살피다보니 괜찮아 보이는 옷들이 눈에 띄었다.
‘어, 저 여름 가디건 괜찮아 보이는데. 시원해 보이고. 저 오버핏 티셔츠도 괜찮네.’
상우는 마음에 드는 옷을 집어 들었다.
그러곤 예전에 자취시절 알뜰살뜰 쓰던 기억 때문인지, 가격표부터 먼저 봤다.
[₩2,599,000]
상우는 가격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250만원?’
1,000원을 덧붙이면 260만 원이었다.
티셔츠 하나에 260만원이라니.
물론 명품 매장이기는 하지만 상우가 이름만 몇 번 들어봤을 뿐 잘 모르는 브랜드였는데도 말이다.
그때 매장에 있던 여직원이 상우에게 다가와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고객님, 이쪽 제품은 가격이 좀 나가는 편인데요. 부담되신다면 요기 반대편 보시면 좀 더 저렴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제가 옷 좀 추천해드릴까요?”
왠지 볼이 발그레한 여직원이 상냥하게 말했다.
그녀의 두 눈에는 상우에 대한 호감이 가득해 보였다.
상우는 가격이 부담되는 건 아니었지만, 사실 비싼 옷이나 저렴한 옷이나 외관상 그리 차이가 나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좋아요. 추천해 주세요.”
“네, 따라오세요.”
이후 여직원은 상우의 몸을 유심히 보더니, 옷을 하나하나 꺼내서 대어보기 시작했다.
“고객님이 워낙 체격이랑 몸매가 좋으셔서 오버핏 사이즈로 박시하게 입으시는 것보다는 살짝 몸매가 드러나게 이런 셔츠를 입으셔도 좋을 거 같아요. 셔츠의 소매를 접어서 걷어 올리시면 팔뚝을 드러내서 남성미를 더 어필할 수도 있구요. 그리고, 여름인데 깔끔한 스타일을 챙기고 싶으시면 여기 모시 소재의 슬랙스 바지와 매칭하시면 될 거 같아요.”
이것저것 옷을 골라주는 여직원.
확실히 그녀가 추천해준 대로 옷을 대어보고 거울을 보니 스타일이 괜찮았다.
“오, 마음에 드는데요? 근데 이 바지 소재가 좀 까끌까끌하네요.”
“예. 원래 모시 소재가 좀 그래요. 그래도 얇고 통풍이 잘돼서 여름에 입기 좋거든요. 이런 모시소재의 장점을 살리고 부드러움을 가미한 게 저쪽에 진열된 상품이구요. 근데 몬스터에서 채취한 특수소재라 그건 좀 가격이 배로 뛰어서, 옷 모양이랑 패션만 놓고 보면 이 제품을 선택하셔도 무방하셔요.”
제품의 장단점을 비교해주는 상세한 안내.
그제야 상우는 비싼 옷의 장점을 깨달았다.
‘아,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구나.’
여직원 덕분에 패션에 대해 얻은 깨달음.
그러자,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옷 마감이 살짝 어설프네. 요거는 주머니가 위쪽으로 나 있어서 실제로는 쓰기 불편해보이고. 그러고 보니 저기 진열된 비싼 옷들은 확실히 실용성도 살리고 디자인도 이쁘구나. 소재도 좋고, 마감도 잘 되어 있고.’
가격이 나가는 의류의 경우 그런 사소한 차이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고가를 형성한 거였다.
물론 아닌 것들도 몇 보였지만, 대부분 그러했다.
그걸 안 이상, 상우는 더 이상 저렴한 옷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좀 더 비싸더라도 좋은 옷을 갖고 싶어졌다.
“확실히 저쪽 옷이 더 좋아보이네요. 그냥 저기 옷들로 추천해주실 수 있으세요?”
“저기요? 예, 당연히 해드려야죠.”
그녀는 상우의 부탁에 친절히 응하며 다시 옷들을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차이를 알고 옷을 대하자, 확실히 다른 옷들과 다르고 좋다는 게 가슴 깊이 다가왔다.
직원이 추천해준 옷을 피팅룸(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온 상우.
거울 앞에 서자, 확실히 자기가 봐도 멋있어 보였다.
“오, 괜찮은데.”
“아….”
여직원 역시 상우의 모습에 탄성을 흘렸다.
조각 같은 미남이 새 옷을 입고 이리저리 거울 앞에서 자신을 비춰보는 모습이 마치 그림 같았다.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저기요?”
상우가 말을 걸어오자, 그녀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아, 예. 고객님. 잘 어울리시네요. 옷은 마음에 드세요?”
“예.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지금 바로 입고 가고 싶은데, 택 제거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금 입은 옷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상우.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옷을 입고가기로 결정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