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13)
“예? 아아, 예!”
여직원은 살짝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게, 처음 가격표를 보며 놀라던 상우의 모습 때문에 상우가 돈이 그렇게 많을 거 같지는 않았으니까.
물론 이런 명품매장을 온 걸 보면 확실히 어느 정도 재력은 있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상우가 걸친 바지와 셔츠의 가격은 합쳐서 무려 천만 원을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프로 정신을 잊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는 응대했다.
“네, 그럼 택 제거하고 결제 도와드릴게요.”
결제 택을 스캔하여 결제를 먼저하고 택을 제거해야 일 처리가 수월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이런 명품매장을 찾는 고객들 중에서는 그런 사소한 불편도 감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때문에 업무 방침도 택 제거 후 결제였고, 문제가 없었다.
물론 구매를 안 하면 골치 아파지기는 했지만, 택은 제거하고 다시 달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상우가 걸친 옷에서 택을 떼고는 가격을 스캔했다.
[₩11,008,000]
무려 천백만 원.
명품매장에서 일하는 만큼 아주 놀랄 판매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큰 금액인 건 확실했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일시불로 해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예.”
상우가 왼쪽 팔목을 내밀었다.
신분 팔찌를 스캔하여 결제를 진행하는 여직원.
팔찌에 내장된 카드 어플리케이션의 정보가 결제기기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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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명: Enlighten Gold Card. VIP Edition.
카드번호: 5837-29**-****-****
이름: 정*우
결제금액: ₩11,00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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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카드 이름을 보고 놀랐다.
‘인라이튼 골드 카드?’
그 유명한 골드 카드였다.
인라이튼 그룹에서 발급하는 카드로, 대격변 이전부터 슈퍼리치들을 위한 카드로 유명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의 블랙 카드와 쌍벽을 이뤘다.
그래서일까.
해당 카드는 무제한 한도와 전 가맹점 포인트 적립, 제휴 매장 1인 대관, 인라이튼 그룹 직속 항공권 제공 등 어마어마한 혜택이 제공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을 갈아서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여 인골 카드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만큼 카드 가입 및 발급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건 당연지사.
때문에 소문만 무성할 뿐 실물을 본 사람이 매우 드물었는데, 그녀도 소문으로만 듣던 걸 드디어 오늘 처음 보게 된 것이다.
‘도대체 누구길래. 정 씨에다가 이렇게 부자라니… 아!’
그제야 그녀는 요즘 가끔 뉴스에 사진이 올라오는 한 남자를 떠올렸다.
요새 가장 핫하다는 A급 헌터, 정상우를 말이다.
“혹시… 정상우 헌터님이세요?”
그제야 상우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묻는 여직원.
상우가 멋쩍게 웃었다.
“하하, 예. 맞습니다.”
“그러셨구나. 어쩐지 엄청 잘생기셨다고 생각했어요. 호호.”
“아, 감사합니다.”
“사진으로만 봤는데, 실물이 더 잘생기셨네요.”
“에이, 아닙니다.”
“진짜예요. 호호. 아, 됐다. 결제 완료되었습니다! 이 옷은 포장해드릴까요?”
여직원은 좀 더 쾌활해진 목소리로 웃으며 물었다.
그녀가 가리킨 옷은 상우가 원래 입고 왔던 옷들이었다.
좀 낡아서 후줄근해진 청바지와 티.
상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버려주세요. 슬슬 옷 좀 사야 돼서.”
“네, 알겠습니다. 아차, 옷 인증서 드려야 하는데, 잠시만요!”
명품이라 각각의 옷마다 고유한 인증서도 있는 모양.
그녀는 후다닥 아래에 마련된 사물함을 뒤지더니, 쇼핑백 하나를 건넸다.
쇼핑백에는 상자 두 개가 들어 있었고 그 옆에는 왠지 모를 포스트잇 하나가 붙어 있었다.
상우는 대충 보고는 쇼핑백을 아공간에 던져넣었다.
스으으윽-
아공간이 열리고 쇼핑백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본 여직원은 더욱 놀랐다.
“어머, 신기하네요.”
“스킬입니다. 하하. 아무튼 잘 사고 갑니다. 많이 파세요~”
그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상우는 매장을 나왔다.
“네! 또 방문해 주세요!”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대하는 여직원.
그녀는 상우가 떠나자 한숨을 쉬었다.
‘과연 연락 올까?’
그녀는 인증서 상자를 주면서 상자 옆에 포스트잇 하나를 붙였다.
거기엔.
[이현진, 010-2333-XXXX]
자신의 연락처가 들어 있었다.
‘연락이 오면 진짜 좋겠다. 그럼 완전 인생 역전인데.’
안 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녀의 머릿속에는 상우와 맺어지는 즐겁고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 여자가 망상하는 사이.
상우는 여동생과 우현이가 있을 매장을 찾았다.
그녀들은 아직도 옷을 보고 있었다.
상우가 다가갔다.
“진짜 한세월이네. 언제 옷 사려고?”
“깜짝이야. 언제 왔어. 어? 옷 샀네?”
“응, 어때? 잘 어울려? 우현아, 나 어떠냐.”
“응? 뭐… 좀 잘 어울리네. 괜찮은 듯.”
“엉, 대박. 이쁘다. 어디서 샀어?”
“저기 옆에 남성 의류매장.”
“거기 괜찮네. 오빠, 앞으로 거기서 옷 사야겠다.”
“야, 옷이 괜찮은 게 아니라 내가 잘났으니까 옷이 잘 어울리는 거야.”
“어휴, 자뻑은.”
“자뻑이라니. 암튼 빨리 옷 좀 사. 배 안 고프냐. 뭐 하느라 이렇게 오래 걸려.”
“아니, 우현이 언니가 내가 추천해준 옷 다 별로라 그래서….”
그 말에 상우가 우현이를 쳐다보았다.
“아니, 예쁘긴 한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그랬어. 흠흠, 여기 조명이 좀 밝네.”
변명하며 갑자기 딴청 부리는 우현.
상우는 왠지 그 마음을 알 거 같았다.
‘하긴 무난한 것만 입던 애가 은갈치 바지 같은 걸 소화할 수 있겠냐고. 아니, 소화하더라도 취향이 안 맞겠지.’
상황을 알아챈 상우가 해결을 위해 나섰다.
“저기요.”
“네, 고객님.”
“저, 여기 얘한테 어울리는 옷 추천 가능할까요?”
바로 매장 직원을 소환한 것.
직원이 웃었다.
“어머, 예쁘시네요. 예. 어떤 컨셉 원하세요?”
“좀 무난한 스타일로요. 올여름 유행할 옷이라든지.”
“아하, 그런 옷들도 있죠. 따라오세요.”
이후 직원은 튀지 않게 무난한 스타일로 코디해주기 시작했다.
‘진즉에 이렇게 할걸.’
그렇게 직원이 코디해준 스타일로 옷을 갈아입은 우현.
핫팬츠에 살짝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상우가 알던 우현이가 아닌 거 같았다.
그녀는 그런 옷을 입는 게 처음이라 어색하고 민망한지 자꾸 드러난 살을 가리려 했다.
그 이유는 팔다리에 자잘하게 난 흉터들 때문이었다.
아마도 실버문 길드 밑에서 짐꾼으로 구르던 시절에 얻은 상처들 같았다.
“음… 이상한 거 같은데….”
우현이가 자신 없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상우가 일부러 큰 소리로 칭찬했다.
“괜찮은데 뭘. 딱이네.”
“맞아. 언니 엄청 이뻐요.”
하지만 상우와 지우가 칭찬하자 금세 기분이 업된 듯 얼굴이 상기됐다.
“진짜로?”
“응. 그렇다니까. 그냥 그 옷 입고 가.”
“그래요. 언니. 다른 옷도 보자.”
“넌 가만히 있고. 여기 직원 분이 스타일 좀 아시네. 계속 추천 좀 부탁드려요.”
“예, 고객님.”
이후 우현이에게 이 옷 저 옷 입혀보면서 쇼핑을 시작한 세 사람.
우현이는 정작 본인은 흉터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긴 팔 긴바지를 선호하는 듯했지만, 피부가 하얘서인지 그런지 시원시원하게 드러낸 스타일이 잘 어울렸다.
때마침 여름이라 노출이 심한 옷들이 많기도 했고.
‘생각보다 몸매가 좋네. 키는 한 168정도 되는 건가. 저 정도면 남자치고는 작지만 여자치고는 큰 편이지. 그래서 스타일이 사는구나.’
무엇보다, 하늘하늘한 원피스 스타일도 잘 어울렸다.
때문에 쇼핑을 하면서 예쁘게 차려입은 우현이를 보는 맛이 있었다.
‘근데 쇼핑 이거 언제 끝나는 거야. 끝도 없겠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다 보니 그에 맞는 다른 옷도 필요해져서 또 그것도 알아보고 사야 했고, 또 거기와 어울리는 다른 옷이나 아이템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졸졸 따라다니다가 슬슬 쇼핑이 지루해진 상우.
앞으로도 한참 걸릴 듯했다.
게다가 우현이도 자신과 잘 어울리는 옷들을 입어보자 슬슬 신이 나는지 쇼핑에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상우는,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온다. 옷 잘 보고 있어.”
“응.”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다.
그러고는.
[아공간]
아공간을 열어 들어갔다.
거기에는 이미 분신 한 기가 대기 중이었다.
그는 재빨리 분신과 옷을 교환하여 갈아입었다.
아까 상우가 산 새 옷을 입은 분신.
아공간에서 여분의 결제용 신분 팔찌도 분신에게 채워주자 분신은 완벽히 상우처럼 보였다.
‘나 대신해서 애들 쇼핑 잘 챙겨줘라.’
상우는 분신에게 쇼핑을 맡겨버릴 셈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분신은 상우를 대신하여 백화점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분신을 굴려 여유를 갖게 된 상우.
그는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몸을 다이빙했다.
출렁-
쇼핑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는 않았지만, 왠지 정신적으로는 피곤했는데 이렇게 눕자 세상 편했다.
“아따 편하다.”
소파에 누워 생각했다.
쇼핑은 1시간이 적당하다고.
앞으로도 쇼핑 지옥은 분신에게 맡겨야겠다고 말이다.
* * *
강준영이 사는 화려한 오피스텔.
그는 기대에 차 있었다.
바로 신진욱을 통해 DEP-001을 손에 얻었기 때문이다.
앰플이 담긴 조그만 철제 박스를 열자, 10개의 앰플과 전용 주사기가 보였다.
앰플 1개당 백만 달러의 그것을 신진욱이 10개에 칠백만 달러로 협상하여 들고 왔다.
강준영은 한화로만 거의 80억 원이 깨졌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그깟 돈 1~2년만 고생하면 또 벌 수 있으니까.
‘이것이 DEP군.’
강준영은 조심스레 앰플을 들어 빛에 비춰보았다.
조그만 유리병에 담긴 에메랄드 빛깔에 액체가 빛에 산란되어 그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 빛의 움직임 때문에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 생겼어.’
잠깐 살피던 그는 사용방법대로 건 형태의 전용 주사기에 앰플을 장착했다.
딸깍-
그러곤 주사기를 서서히 팔에 갖다 대었다.
꿀꺽-
아무리 B급 헌터인 그일지라도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신진욱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준영아. 이거 트론사에서는 식약청 인체 유해 확인 절차를 생략해서 일부러 비공개로 판매하고 있다는데, 아무래도 찝찝하단 말이지. 일단 사용하지는 말고 갖고 있어 봐. 내가 실사용자들 정보 좀 구해서 알아볼게. 만약 그래도 바로 사용하고 싶다면… 그땐 내 책임 아니다.’
자신은 책임 못 진다는 신진욱의 그 말.
강준영은 오기가 생겼다.
‘내가 세 살짜리 어린 애도 아니고.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고.’
그것이 위험일지라도 말이다.
그래도 걱정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DNA를 조작하여 강해진다는 것.
만약 트론 기업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달리 부작용이 있다면 인간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죽게 될 수도 있었다.
‘…혹은 강해지거나.’
그러나 그 위험성이 강준영의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을 억제하지 못했다.
그는 주사기의 바늘을 팔에 찔러 넣었다.
푸욱-
그리고 버튼을 누르자 주사기를 통해 앰플의 액체가 강준영의 팔로 밀려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온몸에 무언가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주사를 맞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
몸의 감각 전체가 깨어나는 느낌.
이윽고.
두근-
자신의 심장 소리가 강준영의 귓가에 크게 울려 퍼졌다.
“흡!”
강준영은 손에 든 주사기를 떨어뜨렸다.
주사기를 쥔 손이 딱딱하게 굳어 말을 듣질 않았다.
‘무, 무슨….’
말하려고 해도 입과 성대도 굳었는지 말이 나오질 않았다.
두근- 두근-
그리고 그 심장 소리는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몸 전체가 굳어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그리고 고통이 시작되었다.
온몸의 세포하나하나가 깨져나가는 듯한 극열의 고통.
전신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번져갔다.
그리고.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몸을 움직이질 못해 육성으로 비명을 내지르지 못하고,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는 강준영.
안압이 높아진 듯 그의 부릅뜬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충혈되어갔다.
마치 두 눈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던 그때.
결국 강준영은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끄억.’
부릅떠진 두 눈이 감기고.
그와 동시에, 강준영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구릿빛 피부의 조직이 나노단위로 견고해졌고, 근섬유 역시 베베 꼬이며 더 굵고 단단해져 갔다.
그리고 뼈 역시 골밀도가 증가하며 단단해졌고, 키와 덩치가 조금씩 커져갔다.
뚜둑- 뚜두둑-
빠가가각-
뼈와 관절의 위치가 재배열되며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몸에서 퍼져 나왔다.
내장기관 역시 강화되며 모든 신진대사가 빠르게 활성화되었다.
그렇게 강준영은 자신이 원하던 강함을 손에 넣고 있었다.
그것도 급속도로.
하지만, DEP를 맞기 전 강준영이 품었던 일말의 불안감이 일부 맞았던 걸까.
강준영의 몸 내부 깊숙한 곳.
그곳에는 강준영의 전신을 바꾸고 있었던 DEP-001에 들어 있던 액체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신체 한 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마치 생명을 가진 바이러스, 초미세 미생물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알갱이들은 혈액을 타고 움직이더니, 강준영의 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