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18)
짧지만 노랗게 탈색한 머리에 피어싱한 귀.
강준영이 분명했다.
그리고 강준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멀찌감치 떨어진 상우를 쳐다봤다.
“피했네.”
상우를 보며 중얼거리는 강준영.
“그래, 피했다. 피하지 그럼 맞아주리?”
“…말 되게 띠껍게 하는구나. 정상우.”
“내 말투 원래 이런데 어쩌라고. 그리고 우리가 반말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닌 거 같은데. 안 그래? 범죄자 새끼야.”
범죄자라는 말에 강준영의 눈에 살기가 번들거렸다.
“…뭐라고?”
“범죄자라고 인마. 너 사고 내고 도망친 걸 모를 줄 알았냐. 왜 하필 여기로 와가지고 사람 귀찮게 하고 있어.”
“이 새끼가….”
얼굴이 시뻘개진 강준영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 몸을 날렸다.
탓!
순식간에 상우의 앞으로 쇄도해오는 강준영의 모습.
그가 움켜쥔 주먹이 크게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빠악!
상우가 후려갈긴 싸대기에 강준영은 원래의 진로에서 빗겨나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러곤 나무에 부딪쳐 바닥에 쓰러졌다.
“커헉….”
입에서 시뻘건 핏물을 게워내는 강준영.
그는 몇차례 쿨럭거리더니 거칠게 침을 뱉었다.
“?!”
입에서 침과 핏물에 섞여 치아 몇 개가 섞여 나오더니 바닥에 나뒹굴었다.
흙더미와 핏물에 뒤섞인 새하얀 치아를 보며 강준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씨발!”
그의 눈에 핏발이 섰다.
상우를 죽이고 싶다는 맹렬한 살의가 그의 마음 전체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동시에 그의 몸에도 전기가 튀어오르며 몸 전체에 번져나갔다.
파악!
직후 번개처럼 다시 상우에게 돌진한 강준영.
전기에 휩싸인 채,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 그의 모습이 매우 위험해보였다.
‘전보다 빨라 보이네. 저 전기 피어오르는 능력 때문인가. 하지만….’
상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둘렀다.
퍼억!
다시 튕겨져 나가 바닥을 뒹구는 강준영.
바닥에 널브러진 그를 보며 상우가 한 마디 했다.
“나한테는 안 된다.”
20기의 분신을 가진 상우의 성장은 어마어마했다.
그래서일까.
이미 상우 본체 능력의 70%에 달하는 힘을 발휘하는 분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준영과 같은 B급 헌터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강준영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순간의 분노에 온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너한테… 안 된다고?”
다시 비척비척 일어선 강준영.
상우가 내갈긴 싸대기에 퉁퉁 부어 있던 그의 얼굴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상우의 눈에 이체가 떠올랐다.
‘오, 벌써 회복했어?’
그는 속으로 강준영의 능력에 약간이나마 감탄했다.
전기를 피워올리며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 그리고 꽤나 준수한 회복 능력까지.
물론 이는 DEP로 인해 개조된 신체 자체에서 발휘되는 회복능력이었지만, 상우가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강준영의 저 전기 능력 자체에서 오는 힘이라고 판단할 뿐.
‘저 능력 한 번 뺏어볼까.’
상우는 지금도 충분히 강했다.
하지만, B급 헌터이지만 강한 힘을 발휘하는 강준영이 가진 능력도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강준영의 능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강준영은 어느새 회복을 다 하고 다시 싸울 자세를 잡은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며 상우는 아공간을 열었다.
스으윽-
거기서 튀어나온 분신, 엔비.
강준영의 능력을 얻으려면, 엔비의 능력인 질투의 낙인을 사용해야 했으니까.
‘쟤가 범죄자여도 야마토 때처럼 또 먹어치울 순 없지.’
그래서 글러트니 대신 엔비를 부른 거였다.
그렇게 강준영의 앞에 선 두 기의 분신.
강준영은 둘이 되어버린 상우를 보고는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고 경계어린 눈빛으로 둘을 노려보았다.
[질투의 낙인]
튀어나온 엔비는 곧장 손을 뻗어 강준영에게 질투의 낙인을 심었다.
그러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강준영은 뛰었다.
분신들이 있는 곳이 아닌 반대편으로.
팟!
총알처럼 쏘아져가는 강준영을 보며 상우는 질 수 없다는 듯 몸을 날렸다.
‘어딜!’
상우의 순발력과 근력, 그리고 윈드워크와 염동력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자 강준영의 뒤를 곧장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곤.
[염동력]
강준영의 몸을 염동력으로 붙들었다.
하지만 현재 수백 킬로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상우의 염동력으로도, 그저 그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게 다였다.
그러나 그걸로도 충분했다.
‘잡았다 요놈.’
강준영의 뒤를 따라잡은 상우는 곧장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빠악!
정타로 제대로 들어간 상우의 공격.
그 통렬한 강타의 충격 탓인지 강준영은 이내 눈을 새하얗게 까뒤집으며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 걸까.
강준영의 능력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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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파워(Lv.7)/시전형]: 신체에 전기를 뿜어낼 수 있습니다.
-전기로 신체를 자극하여 강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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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꽤나 단순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자연의 순수한 힘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리고 ‘전기’라는 강력한 힘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일렉트릭 파워의 힘은 결코 가볍지 않을 터였다.
‘전기를 다루는 힘이구나. 근데 회복 관련 능력은 따로 없네. 쟤한테 따로 능력이 있는 건가.’
상우는 뒤통수를 맞고 기절한 상태로 공중에 둥실둥실 떠있는 강준영을 보며 생각했다.
회복 능력을 얻기 위해 좀 더 그를 만져(?)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말이다.
‘흠, 어차피 기절한 거 좀 더 두드려(?)볼까.’
이내 결정을 내린 상우.
그는 사악하게 웃으며 공중에 뜬 강준영에게 다가갔다.
‘미안. 날 원망하지 말라고.’
강준영은 그렇게 산속에서 상우의 깊은 몸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 * *
“고생하셨습니다. 곧, 헌터 범죄 전담반에서 와서 인솔해 갈 겁니다.”
“뭘요.”
상우는 떡이 된 강준영의 신변을 경비대에 인계하였다.
꽤나 거칠게 다루긴 했지만, 자체 회복능력이 뛰어나서 부상의 정도는 미미했고, 게다가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라 신변 인도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안에 시체가 있더라고요. 수습이 필요할 거 같은데.”
상우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확인해보니 던전에 있었던 5명의 혜성길드원들 모두 시체로 발견되었다.
모두 강준영이 벌인 짓.
녀석은 고의 교통사고 한 번으로 고삐가 풀린 건지 무차별적으로 살육을 저지르고 다닌 거였다.
스마트고글에 뜬 기사를 보니, 녀석은 남산 공원 쪽으로 숨어들기 전에 마주친 사람들 몇 명 역시 살해했다고 소식이 있었다.
‘이거 완전 미친 새끼였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만져줄걸.’
상우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도 그럴 게, 꽤나 거칠게 다뤄(?)줬지만, 상우가 원하던 회복 능력에 관한 건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나머지는 법의 심판에 맡겨야지 뭐. 난 할 만큼 했다.’
그리고 상우의 얘기에 시체 수습을 위해 경비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이.
헌터 범죄 전담반에서 사람들이 와서 기절한 강준영을 인솔해갔다.
그들은 마나 억제 구속구로 강준영을 꽁꽁 구속하고는 상우에게 고맙다면서 후에 참고인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명함 하나 주고는 떠나버렸다.
남겨진 상우.
‘하, 살인 사건 벌어져서 던전 파괴는 좀 미뤄지겠네.’
상우는 전부터 개학 전에 자질구레한(?) 일들을 모두 끝내길 바랐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집 주변의 던전을 청소하는 일.
하나 목표 달성을 앞둔 상황에서 난데없이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던전 파괴가 미뤄진 것이다.
‘증거 찾고, 현장 수사하고 하면 또 시간 꽤나 걸리겠지. 이거 참… 운이 너무 없었다.’
상우는 남산공원 육식삼 던전 앞에 있는 분신과의 접속을 해제했다.
그러곤 멍하니 침대에 누워 방의 천장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했다.
‘이제 내일 모레면 개강이구나.’
분신이 전역을 마친 건 8월 후순경.
그 뒤로 일주일이 지나서 벌써 9월 2학기 개강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복학신청을 해뒀기 때문에 이제 다시 학교를 다녀야 되는 상우.
다행히 이미 전과와 수강신청 문제는 말끔히 해결한 상태였다.
이를 위해 얼마 전에 상우는 자신이 전공한 컴퓨터공학부 학과장과 면담을 했었다.
“교수님, 제가 경국대 졸업장은 꼭 따고 싶은데요. 아시다시피 헌터 활동이 완전히 자리 잡혀서 컴퓨터공학 쪽 공부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거 같아요. 혹시 전과 가능할까요?”
그는 학과장에게 전과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 제안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정상우 헌터, 아니 정상우 군은 꼭 우리 학교에 잡아둬야만 해.’
온화한 얼굴과 달리 학과장은 냉철히 생각하여 이득을 따졌다.
사실 냉철히 분석할 필요도 없었다.
A급 헌터이자, 최근 가장 핫이슈인 헌터계의 아이콘으로 급부상 중인 상우.
만약 상우가 경국대를 다니거나 졸업한다면 경국대학교 입장에서도 큰 경사가 될 것이다.
지금도 상우가 경국대 컴공과 휴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경국대를 찾는 사람들과, 검색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니까.
즉, 그만큼 홍보가 된다는 의미다.
그런 학교 입장에서 복학해서 졸업장을 따려는 상우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봐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전과 가능하네. 생각해둔 과라도 있는가?”
학과장을 맡고 있는 양재철 교수가 부드럽게 물었다.
“예. 경제학과 쪽으로 가고 싶습니다.”
사실 상우의 전과를 할 학과 후보는 세무, 경영, 경제 세 군데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상우가 경제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상우가 따로 운영 중인 회사가 없다는 점에서 경영학과는 탈락.
세금 문제는 JM에이전시를 통해서 세무팀을 운용 중이니 탈락.
남은 건 세상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공부할 수 있는 경제학과였다.
그래야 상우가 헌터생활로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거나 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테니까.
“음, 아예 인문계열로 옮기는구만.”
“사회생활 하다 보니 사실 컴퓨터 만질 일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보다는 돈 관리하는 게 더 도움이 돼서.”
“A급이라더니 많이 벌었나보군. 그럼 당연히 그쪽 계열을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되겠지. 물론 어딜 가든 마찬가지겠지만, 실무를 자네가 직접 하려면 대학교 공부만으론 어림도 없네.”
“하하, 알고 있습니다. 저야 뭐 최우선은 졸업장을 따는 거니까요.”
“알겠네. 그럼 사인해주지.”
양재철 교수는 상우가 내민 전과 신청서에 사인해주었다.
이제 상우는 경제학과에 가서 사인만 받으면 전과가 완료되는 것이다.
경국대가 다른 대학교와는 다르게 시험 없이 단순한 면접 후 결재만 받으면 전과가 완료되기에 이런 점이 다른 학교에 비해 유연하고 좋았다.
“감사합니다.”
“아닐세. 가끔 상담이 필요하거나 얘기할 게 있으면 언제든 오게. 내 사무실은 열려 있으니.”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전과 문제를 마무리 지은 상우.
그는 이제 경국대 경제학과 재학생이 되었다.
이제 분신을 보내서 공부를 시키면 될 상황이 되었다.
‘오버마인드로 통합된 분신 강화술 스킬의 레벨이 올라서인지 요새는 기억이 점차 공유되고 있으니까.’
때문에 상우는 가끔씩 사냥한 적 없는 몬스터를 자신이 때려잡는 광경이라든지, 괴상한 몬스터들을 먹는 끔찍한 맛을 느낀다든지 하는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곤 했다.
‘아마도 글러트니겠지. 으, 근데 슬라임은 너무 맛없었어. 구정물 먹는 줄. 요새야 액체화로 안 먹고 흡수해서 다행이지.’
어쨌든 이런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분신을 굴려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상우였다.
따라서 이제 분신을 통해 지겨운 수업을 받게 하고, 대학생활을 즐기면 될 터.
그리고 대학생활에 있어서 상우는 두 가지 기대감이 있었다.
하나는,
‘분신으로 공부를 시키면 얼마나 성적이 잘 나올까?’
분신의 암기력과 이해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과,
‘뭐니 뭐니 해도 대학교는 CC(캠퍼스 커플)지.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자신의 분홍빛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고 있었다.
다만, 상우는 그때까지 몰랐다.
그동안 연락하지 않고 잊혀졌던 하연.
그녀가 경국대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루카스.
그는 최근 한국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그 이유는,
‘최대 변수인 정상우가 한국에 사니까.’
그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나이, 상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방금 한국에 터진 대형 속보를 접하고 있었다.
‘강준영? 살인마? 얘는 또 누구야.’
루카스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가 모르는 인물이 등장했기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