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29)
“…루카스 씨, 이제 어쩌죠?”
“…동료들을 구하고 복제인간들은 모두 없애야죠.”
당연한 말이었다.
결국 싸워야 하는 셈.
상우는 한숨을 쉬며 아공간을 열었다.
[아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튀어나온 분신들.
액체처럼 흐물거리는 글러트니와 멀쩡하게 생긴 엔비, 그리고 엔비의 손에 잡혀 나오자마자 바닥에 누워 있는 슬로스까지.
칠죄종을 먹은 상우의 특수분신들이었다.
거기에, 아공간을 지나 튀어나온 또 하나의 분신.
“흠….”
잠깐 내쉰 한숨 이후 아무 말 없이 주변을 살펴보는 그 분신은 바로 색욕의 분신, 러스트였다.
집에 있던 상우가 현재 상황을 보고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 있었던 분신술을 이용해 러스트를 불러낸 거였다.
‘아랫도리 잘못 놀리고 다니면 골치 아파지지만, 분신들 부족할 때는 써먹어 줘야지.’
그리고, 분신들이 뛰어듦과 동시에 복제인간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박!!!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상우 일행 주변에 나타난 복제인간들.
상우는 곧장 대응했다.
[이그저스트 필드]
바닥에 누워 있던 슬로스의 몸으로부터 모두를 탈력시키는 이그저스트 필드의 기운이 뿜어져 나갔다.
털썩- 털썩-
하지만, 쓰러진 건 S급 헌터들.
무표정한 복제인간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공격해왔다.
꽈과과과광!
상우와 분신들이 배리어를 전개하여 이그저스트 필드 때문에 쓰러지려 하는 루카스 주변을 보호하고 나섰다.
‘이그저스트 필드가 통하지 않다니….’
아마도 분신이나 기계처럼 자아가 거의 없기에 통하지 않는 듯했다.
상우는 곧장 이그저스트 필드를 해제했다.
그러고는 슬로스를 염동력을 이용하여 복제인간들 한 가운데에 집어 던졌다.
퍼억!
강하게 날아간 슬로스가 몇몇의 복제인간들과 부딪쳐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덕분에 복제인간들의 이목이 슬로스에게 쏠렸다.
꽈과과과광!
복제인간들은 아무것도 없는 맨손에서 붉은 레이저를 뿜어내 슬로스를 공격했다.
하지만, 슬로스의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카운터 어택’.
그 공격은 슬로스에게 피해를 입혔지만 곧장 튕겨 나가 자신을 공격한 복제인간들을 꿰뚫었다.
그 카운터 어택 한 번으로 수십 명의 복제인간들이 목숨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옳지, 잘한다.’
상우는 슬로스에게 스킬을 사용을 명령했다.
[뱀파이어릭 오라]
[블러드 드레인]
[리커버리]
[그레이트 힐링]
[오러 실드]
[일렉트릭 파워]
워낙 게으른 슬로스인 탓에 어떤 스킬은 사용했지만 어떤 스킬은 명령을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이번 명령은 잘 따라주었다.
화아아악-
빛에 휘감기며 순식간에 회복된 슬로스.
녀석의 몸 주변에 뱀파이어릭 오러가 서린 오러 쉴드와 함께 번갯불이 튀었다.
‘이제 공격당하면 데미지 반사도 하고, 회복도 하겠지? 흐흐.’
그렇게 슬로스의 세팅을 마친 상우는 엔비에게는 질투의 낙인 사용을 명령했다.
[질투의 낙인]
그리고 직후에는 질투의 낙인이 찍힌 복제인간에게 글러트니를 보냈다.
‘없애버려.’
그러자 글러트니가 배리어를 지나 복제인간을 향해 뛰어들었다.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며 액체처럼 변한 글러트니.
순간적으로 복제인간 하나를 집어삼켜 버렸다.
탐식의 핵에 휘말려 순식간에 삭제되어버린 복제인간.
동시에 탐식의 속도가 빨라졌는지, 아니면 질투의 낙인 효과 때문인지,
[금속화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블링크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근력이 0.001 올랐습니다.]
[체력이 0.001 올랐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는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고렇지.’
상우는 복제인간의 능력을 빼앗자 기분이 좋아졌다.
복제인간 역시 시스템의 범주 안에 들어가 능력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콰광! 콰과과광!
상우는 이그저스트 필드의 후유증으로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루카스와 자신, 그리고 엔비와 러스트를 감싸고 있는 배리어를 아직도 신나게 두드리고 있는 복제인간들을 예쁘다는 듯 바라보았다.
민망한 아랫도리를 훤히 드러낸 채 배리어에 올라타 사정없이 공격 중인 녀석들.
‘강준영, 아니, 복제인간들아. 니들도 생명인데 어쩌겠냐. 미안하지만 그저 나를 적으로 만난 걸 원망하렴.’
잠시 복제인간들의 명복을 빌어준 상우.
이후 본격적인 흡수타임이 시작되었다.
[염동력]
염동력으로 자신의 몸으로 복제인간들을 끌어당기는 글러트니.
녀석들의 힘이 굉장히 강했지만, 지지할 곳을 찾지 못한 일부가 염동력에 의해 끌려 나와 글러트니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블링크]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글러트니는 다수의 복제인간들이 뭉친 곳을 향하여 블링크 스킬로 이동하여 흡수하였고,
[플라이]
블링크 스킬의 쿨타임 동안에는 비행스킬을 이용하여 마구잡이로 복제인간들을 지워나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린 루카스가 다른 헌터들 역시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사이, 상우는 모든 복제인간들을 다 지워버렸다.
팟!
그리고 도착한 루카스.
이미 상황은 종료된 상태였다.
“끝났습니다.”
잠시 복제인간 배양시설들을 둘러보고 있던 상우.
그가 루카스를 보며 담담히 말했다.
“역시, 엄청나군요. 정말 강합니다. 상우 씨는요.”
루카스가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칠죄종의 능력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거예요. 그나저나, 여기도 그 회장이란 인간은 안 보이는 거 같은데요?”
그의 물음에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밑으로 더 내려가야 하는 거 같습니다.”
“흠… 그럼 바로 가시죠.”
이미 다른 조들은 위에서 고전 중이고 각자 찾고 있을 터.
루카스는 상우만으로도 충분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시죠.”
상우와 루카스는 복제인간 생산공장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다시 엘리베이터 통로를 따라 아래로 더 내려갔다.
쾅!
그렇게 도착한 지하 11층.
엘리베이터실을 나서자, 그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복도가 없었다.
대신 모니터들과 거대한 기계들이 가득한 시설이 있었다.
그 시설들 한가운데.
“어? 찾았다.”
“…트레버 론.”
그곳에 상우와 루카스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남자, 트레버 론이 앉아 있었다.
그는 뒤에서 폭음소리가 들리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있는 무언가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실험번호 271도 실팬가. 엘리사, 272도 실행해.”
-테스트 넘버 272. 실행합니다.
저벅저벅-
상우와 루카스가 소리를 내며 걸어와 그런 트레버 론의 양옆에 섰다.
“트레버 론 회장.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루카스가 트레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제야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며 루카스를 쳐다보는 트레버.
삼십 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그의 얼굴에 짜증이 서렸다.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게. 바쁘니까.”
그러고는 루카스의 손을 뿌리치고는 다시 모니터를 보는 트레버였다.
옆에 있던 상우가 어이없어서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루카스 역시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론 씨, 당신은 지금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살인 및 내란 획책 혐의로 즉시 체포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루카스가 트레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순간이동을 사용하여 트레버와 함께 바로 네바다 주 군사기지에 마련된 트론사 태스크 포스팀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하나.
핏….
빛이 일어나며 순간이동이 발동하려는 징조가 발생하려다가,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텔레포트가 안 먹힌다고?’
루카스가 당황한 순간.
트레버가 다시 루카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텔레포트라… 그런 건 엘리사가 있는 여기선 안 통하네. 그러니 방해하지 말고 가게. 아니면 내 연구를 구경하든가.”
루카스와 상우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그 모습에 좀 어이가 없었던 상우가 나섰다.
“그냥 제가 힘으로 끌고 갈까요?”
상우가 루카스에게 한국어로 물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흠, 일단 무슨 일인지 들어보죠.”
그 말에 상우는 움직이려다가 말았다.
루카스가 트레버가 보고 있는 작은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론 씨… 당신의 연구가 무엇입니까. 그게 뭐길래,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겁니까?”
그 물음에 트레버가 답했다.
“내 연구는 DNA 한 조각만을 가지고 그 사람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거라네. DNA에 기록된 그 사람의 기억, 습관, 경험, 감정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말이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트레버.
하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니?
“…그래서 복제인간을 만들어낸 겁니까? 그, 강준영 씨를 가지고요?”
루카스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상우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 말에 트레버는 피식 웃었다.
“강준영이라… 확실히 그렇네. 실험체 K102의 편도체 제거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원래 구현한 복제인간들은 감정적으로 매우 불안정하여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자살하는 등 극단적인 결과가 많았거든. 결과적으로 나의 복제인간 기술의 실용성을 극도로 높일 수 있었고 실용화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지. 최초의 실용화 클론 모델 CLONE-003 시리즈를 말이야. 아, 그건 방금 자네들이 상대한 그 모델은 아닐세. 그건 좀 더 개량된 버전이지.”
어느새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는 신이 난 듯 떠들어대는 트레버였다.
결국 강준영을 이용하여 복제인간을 만들어낸 것에 동의한 거였다.
그것도 복제인간들을 마치 기계장치처럼 부르며 말이다.
상우는 그 말투에 빈정이 상했다.
“인간을 무슨 물건처럼 얘기하네. 트레버, 도대체 당신은 제정신인 겁니까?”
그가 묻자, 트레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당연히 아닐세. 자네라면 내가 제정신일 거 같겠나? 모두가 저주하는 대격변… 그걸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나인데 말이야.”
“예?”
갑자기 대격변이라니.
놀란 상우가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모든 걸 알고 있을 것만 같았던 정보통 루카스마저도 처음 알았다는 듯 놀란 표정이었다.
루카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격변을 당신이 일으켰다고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자세히…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그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매우 격정어린 표정.
상우는 루카스가 그렇게 동요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 모습에 자조 섞인 미소로 빙글빙글 웃고 있던 트레버의 얼굴이 무표정해져 갔다.
“모르고 있었나? 아마도 자네는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프로젝트 레인보우… 그게 불러일으킨 사건을 말일세.”
프로젝트 레인보우, 혹은 레인보우 프로젝트.
필라델피아 실험으로 더욱 익숙한 그 이름.
온갖 루머의 온상지였던 그 실험이 트레버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상우의 머리에 순간적으로 예전에 보았던 루머가 스쳐 지나갔다.
‘최초로 공간이동이 실현됐다고 하는 그 실험이 설마 진짜였다는 건가?’
그리고 트레버와 루카스 사이에서 선문답 같은 얘기가 오고 갔다.
“설마, 프로젝트 레인보우 때문에 포탈이 열렸다는 겁니까?”
“정확하네. 내가 알기로는 최초의 포탈에 대해서는 현재 자네가 관리 중이라고 들었네만.”
루카스에게 완벽히 하대를 하며 늙수구레한 말투를 사용하는 트레버.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대화의 내용이었으니까.
“…역시 타이베른 포탈이 최초의 포탈이었군요.”
“그렇지. 이미 알 사람은 알만한 이야기지. 미국에서도 알고 있었을 텐데 얘기를 전혀 못들은 모양이구만. 아, 시간이 너무 오래 되어서 비밀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다 죽었으려나?”
트레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때 상우가 의문을 제기했다.
“근데 트레버 씨, 말이 좀 이상하네요. 대격변을 일으키셨다고 했는데, 대격변이 일어난 건 2000년입니다. 그리고, 레인보우 프로젝트인가 뭔가는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때 진행되었구요. 그때 트레버 씨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상태지 않습니까?”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 부분 때문에 상우는 트레버가 미친놈이 분명하다고 확신 중이었다.
나이가 말도 안 되었으니까.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젊은 양반이… 에휴.’
그렇게 약간 한심하다는 표정을 담아 물었는데,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 그거 말인가? 사실 초대 트레버 론 회장, 주니어 1세, 그리고 지금 주니어 2세 다 나일세.”
“예? 다 같은 사람이라고요?”
충격적이었다.
다 같은 사람이라니.
“아니, 생긴 게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렇게 반박하다가 상우가 문득 입을 다물었다.
평균 수명 200살은 무조건 넘을 거라는 현대를 사는 초인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법한 얘기였으니까.
“간단하네. 내 육체를 개조한 거지. 더 젊게 말일세.”
트레버가 자신의 볼살을 잡아당기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엘리사 클론 272번 안정화 완료되었습니다. 각성시킬까요?
아까 들어올 때부터 들렸던 인조적인 여성의 음성이 기계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트레버가 반색하며 대답했다.
“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 각성시키게.”
그가 다시 모니터에 고개를 처박았다.
옆에 있는 루카스와 상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우는 지금 너무 당당하고 어이없는 범죄자를 마주한 터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루카스 씨는 완전히 혼이 나갔네.’
허공을 쳐다보며 멍한 것이 완전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상우는 한숨을 쉬면서 트레버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가 보는 게 궁금해졌다.
‘근데 그렇게 똑똑한 양반이 무슨 실험을 한다고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는 거야.’
전 세계를 상대로 적으로 돌리면서 말이다.
그래서 상우는 트레버 옆에 바짝 붙어 어깨너머로 그가 바라보는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한 알몸의 백인 여성이 이제 막 깨어난 듯 몸에 진액을 가득 묻힌 채 자신의 캡슐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누구예요? 이 여자는?”
상우가 트레버에게 물었다.
그러자 트레버 론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답했다.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