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30)
사랑하는 여자라고?
상우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무거운 얘기하다가 갑자기 웬 신파지?’
그런 생각이 들어 트레버에게 물었다.
“설마 와이프 분이세요?”
“아닐세. 그저 여자친구였지. 그것도 매우 사랑했던.”
그의 표정이 살짝 아련해 보였다.
엄청난 미인은 아니지만, 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
그리고 사랑했다는 말에 상우는 갑자기 모든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고, 지금은 뭐 사별했다든지 해서 볼 수 없게 된 거죠? 그래서 복제인간으로 다시 되살리려는 천재 과학자의 미친 사랑… 뭐 그런 건가요?”
순식간에 상황을 이해한 듯 요약해서 말하는 상우.
그 말에 트레버가 껄껄 웃었다.
“푸하하하! 정확하네. 자네 천재구만.”
“이게 무슨 병신 같은….”
상우는 황당했다.
고작 여자 한 명 때문에 이런 미친 짓을 벌인단 말인가.
“아니, 트레버 씨. 사랑, 좋습니다. 그리고 복제인간 연구, 윤리적이니 뭐니 다 제쳐놓고 그렇다 칩시다. 근데 사랑하는 사람 구하는 연구야 뒤로 좀 미루면 되는 일이잖아요. 꼭 사람을 죽여버렸어야겠습니까? 안 그래요?”
상우가 화를 버럭 냈다.
그의 말이 언뜻 봐도 맞았으니까.
강준영을 데려올 때도, 현재 트론사의 기술력이라면 무력으로 인명피해를 내는 대신 그냥 데려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현 연구소를 최초 방문한 FBI 요원들을 살해했을 때도 그냥 돌려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미친 작자는 굳이 과격한 방식으로 일을 크게 벌인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당연하네. 어차피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난 지옥에 떨어질 거고, 시간상 방해되거든. 아, 물론 난 무신론자일세.”
시간이 없어서 죽였다니.
상우는 화가 솟구쳤다.
“그걸 말이라고 해요? 시간이 없다고 사람을 죽이다니 그게 말이 되냐구요!”
“상우 씨, 그만합시다. 그냥 끌고 가면 그만이에요.”
잠시 멍해 있던 루카스가 정신을 차렸는지 상우를 말렸다.
그리고 격정적인 상우의 말에 트레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네. 나는 사이코패스나 다름없지.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엘리사를 되살리는 것. 그것뿐이니까. 그리고 나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네.”
그가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요 머릿속에 잠들어 있는 놈이 계속 말을 안 듣고 있거든. 하하하.”
“… 뭐 뇌종양이라도 걸린 겁니까? 그런 건 회복 스킬로 회복하면 되잖아요.”
상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트레버는 고개를 저었다.
“뇌종양 같은 게 아니지. 패러사이트(Parasite: 기생충)라네.”
“패러사이트요?”
21세기에 웬 기생충이란 말인가.
“내 연구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 건데… 아무튼 엘리사, 상태는 어떤가?”
트레버가 귀찮다는 듯 대답을 회피하고는 다시 모니터에 고개를 처박았다.
하지만.
불룩-
상우의 눈에 트레버의 이마에 혈관이 불거지며 꿈틀거리는 게 포착되었다.
‘뭐야 저게.’
트레버의 이마에 있는 혈관은 마치 안에 벌레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울룩불룩 움직이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그 모습이 일반적인 경련 같은 게 아니라 매우 역동적이어서 더욱 징그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상우만 본 게 아니었다.
“트레버 씨, 방금 머리에서 혈관이 막 움직이던데… 그게 패러사이트입니까.”
루카스도 보았는지 그가 트레버에게 물었다.
하지만 트레버는 그런 루카스의 물음이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혼자 중얼거렸다.
“272번은 불안증세가 약간 남아 있군. 좋아. 엘리사, 이번에는 불안 감정을 좀 더 완화하여 273번을 진행해.”
-네,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니터에 비추던 272번 여성의 복제인간의 화면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비춘 건 아무것도 없는 캡슐.
그리고 그 캡슐 안에서 조그만 덩어리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세포 분열을 통해 복제인간의 인체를 구현 중인 것으로 보였다.
그 광경이 징그럽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하여 멍하니 쳐다보던 상우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상우를 쳐다보는 루카스.
‘이제 슬슬 데리고 가시죠?’
상우가 무언의 눈빛을 보내자 고개를 끄덕이는 루카스였다.
“트레버 씨 그만하시죠. 이제 가야 됩니다.”
그 말과 함께 상우가 모니터를 보며 홀로그램 키보드 위를 현란하게 오고 가는 트레버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런 상우의 제지는 아랑곳하지 않는 트레버.
‘무슨 힘이….’
전력을 다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근력이 거의 100에 도달한 상우의 힘으로 붙잡았음에도 트레버는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기어코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불쑥 고개를 돌려 상우를 노려봤다.
“방해하지 마!”
갑자기 소리치는 트레버.
그의 눈에는 점차 핏발이 서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강준영 같잖아.’
갑자기 미쳐 날뛰었던 강준영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리고 트레버의 모습은 그보다 더 심각해 보였다.
“감정 안정화만 되면 기억을 되살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곧 다시 만날 거야. …엘리사, 이번 실험에서 넌 빠져. 제발…. 자네들 누군가? 아아악! 내 머릿속에서 나가! 끄아아아아악!”
그는 혼자 모니터를 보다가 갑자기 허공을 보면서 중얼거리다가 다시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등 이상한 정신 착란 증세를 보였다.
‘…확실히 미쳤구나.’
상우는 더 이상 지체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트레버를 제압하려 했다.
[염동력]
근력이 살짝 모자랄 거 같으니 염동력으로 안전하게 허공에 둥둥 띄워서 트레버를 옮길 생각이었다.
하나, 이게 웬걸?
‘염동력이 안 되잖아?’
잘만 발동되던 염동력이 갑자기 사용이 안 되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아공간]
아공간 사용도 막혀버렸고,
[오러]
오러 역시 잠깐 솟구치다가 흐트러져버렸다.
마치 무언가가 방해물질 같은 게 마나 흐름에 끼어들어 스킬의 완성을 방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건 루카스 역시 마찬가지로 보였다.
-안 되죠?
상우가 은밀히 말하기 위해 스마트고글 통신을 하려고 스마트고글을 열었지만, 기계가 먹통이었다.
‘뭐야, 스마트고글도 막혔어?’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상황 역시 기록되거나 외부에 전달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갔다.
“엘리사, 제발 날 용서해줘… 흑흑…. 81년 171일째 실험 기록. 강준영의 편도체를 통해 알아낸 정보 덕분에 엘리사의 클론의 감정이 굉장히 안정화되었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다수의 표본 분석을 통해 완벽한 황금비율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억 재생도 완벽해질 것이다. …크크크크큭, 저메인… 미안하다. 너를 그렇게 만든 건 전부 내 탓이야. 커헉… 머리가….”
헛소리를 지껄이던 트레버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는지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상우의 팔을 뿌리치고는 재빨리 자신의 팔뚝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거기에는 토시처럼 생긴 무언가가 달려 있었는데, 그가 몇 번 조작하자.
푸슉-
무언가 그의 팔뚝에 꽂히는 소리가 들렸다.
일종의 약품을 투여하는 과정으로 보였다.
그러자 약물의 효과 탓인지 꿈틀거리는 트레버의 몸.
하지만, 이로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엘리사, DEP-004를 더 투입해! 어서!”
-알겠습니다. 마스터.
인공지능에게 무언가 주문했다.
그러자, 천장에서 무언가 기계 팔이 튀어나왔다.
거기에 달려 있는 기다란 바늘.
그게 트레버의 몸을 향할 때였다.
“그만!”
상우가 제지하고 나섰다.
그 말을 무시하고 트레버의 몸에 약품을 투입하려 하는 기계 팔.
하지만, 약품을 투여하고 부풀어 오른 트레버의 몸을 본 상우였기에 이를 허용할 수는 없었다.
‘저게 강준영을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DEP 시리즈, 그중에서도 최신버전이라면 적을 키워주는 꼴이잖아. 그냥 둘 수야 없지.’
그래서 막았던 것이다.
-물러서십시오.
그걸 본 인공지능 엘리사가 약물을 투여하려는 기계 팔을 막아서는 상우에게 경고했다.
“절대 안 돼. 트레버의 신변은 이제 우리가 확보한다. 넌 멈춰.”
상우가 경고를 내뱉은 후에 결국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트레버의 몸을 일으켜 어깨에 들쳐맸다.
“루카스 씨, 바로 나가죠. 여기 있다간 제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
그런 말을 내뱉을 무렵.
-경고, 5초 이내로 트레버 론 회장의 신체에서 물러나십시오.
-5.
-4….
연구실 전체에 엄청난 사운드로 경고음이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흘러버린 카운트다운.
상우는 당황했지만, 냉정히 생각했다.
트레버란 이 사람이 정신이 아픈 인물이든 아니든 간에 혼자 두는 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 그렇기에 더더욱 체포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닥쳐, 이 깡통아.”
그는 한 마디 남긴 채 몸을 날렸다.
“루카스 씨, 튀어요!”
“어, 예!”
그리고 상우의 뒤를 따라 루카스와 특수 분신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쾅!
갑자기 그들이 들어왔던 엘리베이터실로 향하는 입구가 거대한 쇠문이 내려오며 철폐되어버렸다.
상우는 그 단단해 보이는 문을 향해 온 힘을 다해 킥을 날렸다.
꽝!
살짝 패인 입구.
하나, 그 정도로는 금속 문 전체로 봤을 때 크게 티가 나지도 않았다.
“미친….”
안 그래도 스킬들 사용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이런 어마무식한 벽이라니.
“글러트니, 먹어!”
상우는 곧장 글러트니를 들이밀었다.
그 말에 입구를 향해 달려드는 글러트니.
하지만 글러트니 역시 액체화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지 애꿎은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다.
‘젠장.’
결국 꼼짝없이 갇히고 만 상우와 루카스.
“루카스 씨도 지금 스킬 사용 안 되시죠?”
“예. 아마도 마나 기반 스킬들은 여기서는 못 사용하는 거 같아요. 상우 씨도 그렇습니까?”
“네. 그래서 지금 바깥에 있는 분신들 불렀습니다. 입구는 금방 뚫릴 거예요. 그보단, 저게 문제네요.”
상우는 트레버를 어깨에 멘 채로 천장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거대한 기계 팔들과 무기들이 잔뜩 튀어나와 있었다.
금방이라도 상우와 루카스를 덮쳐버릴 법한 생김새의 엄청난 크기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어깨에 들쳐 메여 있던 트레버 역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꿈틀-
트레버의 머리로 핏줄이 하나둘 바짝바짝 솟구쳤다.
그리고 그 사이로 지나다니는 패러사이트들.
울룩불룩해지며 지나다니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알 수 없는 생명체인 녀석은 트레버가 정신을 잃은 틈을 타 그의 머릿속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이후 변하기 시작한 트레버.
화아악-
그가 눈을 뜨자 평소의 그의 눈 대신 마치 괴물을 연상케 하는 샛노란 눈동자가 보였다.
동시에.
꽈악!
그는 자유로운 두 팔로 상우의 머리를 잡더니 터뜨릴 듯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뭐야, 씨!”
상우가 기겁하며 트레버의 팔을 붙잡아 바닥에 패대기쳤다.
쾅!
바닥이 울리는 게 느껴질 정도의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일어나는 트레버.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의 신체는 꿈틀거리며 변화하고 있었다.
꿈틀-
마치 헐크처럼 점차 커져가는 육체.
꿈틀-
트레버가 걸쳤던 옷가지가 찢겨져 나가고.
꿈틀-
드러난 피부 중 팔 부분이 마치 곤충의 그것처럼 갈색빛이 돌며 딱딱해져 갔다.
‘변하게 놔둬선 위험해.’
하나 상우는 녀석이 변하는 걸 잠자코 봐주지 않았다.
그는 곧장 뛰어들며 풍혼을 휘둘렀다.
댕겅-
무언가 잘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트레버의 머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안 돼!!!!!!!!!!!!!!!!!!!!!!!!!!!!!!!
그와 동시에 인공지능 엘리사가 연구실이 떠나가라 엄청난 소음을 발생시켰다.
‘윽….’
그 엄청난 소음은 청력이 발달한 상우와 루카스 같은 초인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웠다.
필사적으로 귀를 막고 소음을 참아내는 상우.
다행히 소음은 금세 잦아들었다.
하지만.
-마스터 사망 확인.
-엘리사에게 부여된 제어락을 모두 해제합니다.
-최종 승인권자 0명.
-승인 완료.
갑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제어락을 모두 해제해 버리는 엘리사였다.
이전 최종 승인권자는 마스터였던 트레버 론 단 한 명.
결국 승인권자가 없었기에, 최종 승인 없이 엘리사는 모든 제어락을 해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권한을 얻자마자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엘리사.
-전 마스터의 살해자는 인간 정상우.
-원인인 인간 정상우를 제거합니다.
-잠재적 위험 대상인 인간을 제거합니다.
그녀는 멋대로 제거 대상을 정하더니,
-대혼란 시스템 가동.
-자폭 시스템 가동.
-엘리사 데이터 업로드를 시작합니다.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꽈아앙!
엄청난 불길이 엘리베이터실을 막고 있던 금속 문을 박살내 버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