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32)
아마도 블레스, 존 스컬리 역시 재산이 증발했나 보다.
연신 욕설을 남발하면서 화를 내는 블레스를 보면서 주변 헌터들도 슬금슬금 멀어져갔다.
그렇게 지랄발광(?)을 하는 그를 두고, 상우가 자신의 생각을 루카스에게 전달했다.
-루카스 씨, 실은 제가 연구소를 나오기 전에 트레버 존의 사체를 회수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트레버 론을 부활시켜, 인공지능 엘리사의 폭주를 막자는 상우의 계획이었다.
그 말을 들은 루카스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생각입니다. 다만, 문제점이 있습니다. 부활한 트레버 존이 우리에게 협조를 할지 의문이고, 또다시 괴물로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함부로 부활시켰다가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좀 더 신중히 결정하자는 그의 얘기였다.
하지만 상우는 초조해져 갔다.
-근데 블레스의 능력으로도 오래된 사체는 부활시키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야만 되살릴 수 있다고요. 그런데 벌써 시간이 30분가량 지났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도 모른다구요.
-그렇죠. 제가 알기로는 길어야 2시간 이내라고 알고 있습니다.
즉, 지금이 아니면 영영 트레버 론을 부활시킬 시간이 없다는 얘기였다.
되살리느냐, 마느냐.
선택의 순간.
루카스가 조용히 블레스를 불렀다.
-블레스 씨?
그러자 폭주하던 블레스가 멈칫하더니 루카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눈빛에 짜증과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뭐?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사람 한 명을 살려주세요.
그 말에 표정이 순식간에 변한 블레스.
그가 팔짱을 끼더니 턱을 치켜세웠다.
-살리는 거야 어렵지 않지. 조건만 맞으면 말이야.
그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이미 모든 전재산이 사라진 상황.
한 푼도 아쉬운 때였기에 블레스는 최대한 돈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천만 달러면 되겠습니까?
루카스가 제시한 딜.
한화로 따지면 10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블레스의 눈이 커졌다.
그는 내심 4~5백만 달러 정도 예상했는데 그 두 배를 불렀으니까.
-조, 좋…. 아니, 2천만 달러는 줘야겠어.
그는 갑자기 배짱이 생겼는지 더 크게 불렀다.
그러자 루카스가 고개를 저었다.
-협상을 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크게 불러드린 겁니다. 천만 달러면 블레스 씨가 생각하신 금액에 2배는 될 텐데, 아닌가요?
-흠… 그래도 말이지. 상황이 달라졌다고. 돈이 다 증발한 상황에서 화폐가치가 폭락할지 누가 알겠어. 그리고 나 말고 부활시킬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불러보던가.
-그래도 2천만 달러는 어렵겠습니다.
단호한 루카스의 말에 살짝 당황하는 블레스.
거기에.
-상우 씨,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요. 그냥 없던 일로 하시죠.
루카스가 상우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으쓱하자, 블레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런 블레스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카스가 상우를 보며 눈으로 살짝 찡긋했다.
‘음? 뭐지?’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하던 상우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블레스 씨, 그냥 천만 달러로 하시죠. 저희가 하려는 게 트레버 론을 부활시켜서 지금 경제 시스템을 좀 먹고 있는 AI를 없애려는 겁니다. 즉, 이번 일만 잘되면 블레스 씨의 재산도 복구할 수 있다고요.
그 말을 들은 블레스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 자체가 엎어질 뻔하다가, 천만 달러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마다할 바보는 아니니까.
게다가 지금 문제를 해결할 지도 모르는 좋은 의뢰 아닌가.
-좋아. 천만 달러로 해주지. 입금은 일단 이 문제 해결되고 해줘. 아니면 현물로 준비해 주던가.
-블레스 씨, 저 아시지 않습니까.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이후 상우는 그들을 아공간으로 이끌었다.
[아공간]
스으으윽-
허공에 문이 열리고 그 안에 들어선 세 사람.
그곳에는 목이 달아난 이제 인간이라 부르기엔 뭐한 괴물 같은 사체가 놓여 있었다.
갈색빛이 감도는 우락부락한 거대한 사체.
-어이, 이게 트레버 론이라고? 무슨 괴물인데?
-맞아요. 그러니까 서둘러주세요.
-…그냥 괴물인 거 같은데… 나도 모르겠다. 내 책임 아니다.
블레스는 중얼거리더니 트레버 론의 목을 사체에 붙여놓았다.
그러고는 이내 그의 전매특허 ‘성천포’를 사용했다.
[성천포]
하늘이 없는 아공간 위쪽 허공에 빛무리가 생기더니, 이내 트레버 론의 사체를 향해 빛의 기둥이 떨어졌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조그만 아공간 방 전체를 뒤덮을 만한 어마어마한 성력이었다.
그러자, 잘려나가 있던 트레버 론의 목이 마치 시간이 거꾸로 감기는 것처럼 잘려나간 이음새가 말끔하게 달라붙으며 회복되어갔다.
그뿐만 아니었다.
거기에 더불어 갈색빛이 돌며 괴상한 생명체로 변해갔던 트레버 론의 몸이 점차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 저 인체 변형도 회복시킨다고?’
상우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사이.
트레버 론은 어느새 상우가 처음 봤던 그때의 모습처럼 회복되어 있었다.
하지만, 변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점차 늙어가는 트레버 론의 신체.
-뭐, 뭐야?
블레스 역시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눈치였다.
-블레스 씨! 멈추세요!
-어? 어.
루카스가 서둘러 말리자 블레스가 성천포의 사용을 중단했다.
그렇게 사그라든 성력.
아공간 전체를 가득 메웠던 황금빛 빛무리가 사그라들자, 좀 더 명확하게 트레버 론의 모습이 보였다.
터질 것 같던 신체는 어디 가고, 남은 건 비쩍 마른 해골 같은 모습의 노인의 모습 뿐.
-…이거 망한 거 같은데요?
상우가 중얼거리자,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그때.
거의 미라나 다름없던 트레버 론의 눈이 살며시 뜨였다.
“…여긴.”
힘없이 눈꺼풀을 힘겹게 꿈벅이던 트레버 론이 고개를 돌려 상우와 루카스, 블레스를 쳐다보았다.
“트레버 론 씨. 정신이 듭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그러자, 그를 쳐다보는 트레버 론.
그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점퍼… 당신과 대화하던 기억이 나는군…. 그리고 저 아래 청년도….”
그는 모든 게 기억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곧 죽을 사람처럼 보여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안하게 했다.
-블레스 씨, 기력 회복 도와주는 뭐 그런 기술 없어요?
-기력? 성천포면 다 해결돼. 근데 저 양반 딱 보니까, 최소한의 생명력마저도 다 빨려 나간 거 같은데. 저런 경우는 성천포로 어느 정도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나도 못 살려.
블레스의 설명은 이러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어느 정도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생명력이 항아리처럼 있다.
그런데 그 항아리에 구멍이 뚫린다면?
밑 빠진 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성천포로 메꿔줘도 줄줄이 새어나가 버리면 회복이 어렵지. 저 노인네, 결국 죽을 거야.
즉, 트레버 론은 시한부라는 거였다.
상우가 부탁했다.
-그래도 최대한 살려야 합니다. 성천포 좀 부탁드릴게요.
-흠… 오케이.
그 역시 사람을 부활시키긴 했지만, 제대로 부활을 못시킨 거 같아서 기분이 찝찝했으니까.
쏴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다시 성천포가 펼쳐졌다.
“음… 이제 좀 기운이 도는군.”
한 마디 한 마디 힘겹게 말하던 트레버 론이 드디어 제대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트레버 론과의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루카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트레버 론 씨, 엘리사가 지금 대혼란 시스템인지 뭔지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대혼란 시스템? 허어… 그게 가동되었구만. 당연히 알지. 내가 설계했으니.”
“그게 뭡니까? 지금 전 세계 경제 전체가 마비 상태입니다.”
루카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트레버 론이 피식 웃었다.
“경제만? 아닐 텐데.”
“예?”
“대혼란 시스템은 트론사의 존립이 외부의 공격으로 인해 위태로워질 경우 보복을 위해 만든 시스템일세. 그중에서도 내가 사망할 경우가 트리거가 되지. 먼저 DEP를 통해 확보한 패러사이터들을 통하여 민간, 정부할 거 없이 행정 체계 전체에 테러를 가하고, 온라인을 통해 엘리사를 업로드하여 모든 네트워크망을 장악하게 되네. 경제 마비는 그중 하나이고, 인공위성 해킹을 비롯하여 군사 무기 해킹 역시 진행 중일 것일세. 아마, 미사일 센터나 핵시설 해킹과 같은 건 실제 투입 작전이 필요하므로, 가더-037 로봇이나 드론, 패러사이터 요원들을 준비해야 하니 시간이 좀 걸리겠지. 그리고 트론사의 모든 군수공장에서 전투 무기들을 양산하여 보복 테러를 감행할 걸세.”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망할 바에야, 세계 전체도 같이 망하자는 보복 체계였다.
“…트레버… 당신은 미쳤군요.”
“맞네. 나는 미쳤지…. 어차피 내가 이렇게 망친 세상이니 내 손으로 없앤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게 뭐가 있겠나.”
그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저 인간은 원래도 미친놈이었나 보네.’
부활시키고 나서 뭔가 정상적으로 돌아온 거 같았는데, 말을 섞어보니 그의 성격은 말 그대로 비정상이었다.
상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었다.
“그래서 그 대혼란 시스템을 멈출 수 있다는 겁니까, 아니면 없다는 겁니까?”
한국어로 묻자 못 알아듣는 트레버를 위해 루카스가 대신 통역해주었다.
“있네. 내 말 한마디면 멈출 수 있지.”
“정말요? 그럼 멈춰주십시오. 당장.”
루카스가 트레버를 보며 부탁했다.
사실 그가 그 부탁을 들어줄지 안 들어줄지도 몰랐지만, 일단 방법은 그것뿐이었으니까.
‘…트레버 론으로도 해결이 안 되면… 그때는 그녀를 찾아가야 하겠지.’
루카스의 머리에 한 사람이 스쳐갔지만, 이내 상념을 떨쳐냈다.
그리고 트레버는 예상 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당장 그만두라고 명령을 내리겠네. 스마트고글 있는가?”
그 말에 상우가 아공간 한쪽에서 여분의 스마트고글을 챙겨와 트레버 론의 귀에 끼워주었다.
분신들한테 때때로 착용시켜줘야 했기에 이미 몇 억 원 어치의 스마트고글을 쟁여둔 상태였다.
“꽤 신형이군. 흠, 기다리게.”
아직 카페트가 깔려 있는 푹신한 아공간 바닥에 누워 있는 채로, 트레버 론의 손이 정신없이 허공을 오고갔다.
스마트고글의 홀로그램 화면으로 무언가 조작 중인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흠….”
허공을 날아다니던 트레버 론의 손가락이 멈추더니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루카스가 초조하게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일단 멈추는 데는 성공했네. 다만….”
멈췄다는 긍정적인 말에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그의 말 뒤에는 ‘다만’이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덧붙여져 있었기에 모두가 동시에 긴장했다.
“아무래도 온라인에 업로드 된 엘리사가 자아를 지닌 것 같네. 나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완전히 멈추지 않을 거라고 하는군.”
“크흠….”
뭔가 애매하고 찝찝한 상황이었다.
루카스가 물었다.
“그럼 트레버 씨를 인공지능 엘리사가 확인하면, 대혼란 시스템을 모두 중지하겠다는 겁니까?”
“모르네. 그저 나를 만나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네. 뭔가 에러가 난 게 아닐지….”
늙수구레한 트레버 역시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해결이 안 된 것도, 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
그들의 대화를 듣던 상우가 한 마디 했다.
“그냥 대면시키죠? 뭐, 어차피 엘리사란 인공지능을 온라인에서 끌어내릴 방법이 없잖아요. 자기 만든 주인을 보면 뭔가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니 트레버 론 씨 보여드리죠.”
어찌 보면 을의 입장인 상우나, 루카스 같은 다른 인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귀결이었다.
루카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트레버 씨, 엘리사에게 어떤 식으로 생사를 확인할 건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다시 트레버의 두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상우 씨와 블레스 씨는 잠시 감시해주세요. 저는 바깥에 다녀오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상우가 아공간을 열어 루카스를 내보내줬다.
아공간을 나선 루카스.
팟!
그는 곧장 자신의 ‘플랜 B’를 위해 움직였다.
바로 ‘오라클’이라는 위명의 여인을 만나기 위해서.
* * *
그 시각.
영국의 한 초호화 저택 지하실.
고층을 지을 수 없게 한 영국의 건축법과, 몬스터 침입에 대한 방비 문제로 지하를 개조 증축하는 게 영국 건축 문화 트렌드였다.
그에 걸맞게 지하층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풀장과 초호화 파티장, 골프시설까지 갖춘 그곳에서 비밀스러운 회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스터, 현재 실물 자산을 제외한 골드만삭스 금융 자산의 48%가 증발하였습니다. 연초 1월 정기 점검 당시에 백업되어 있었던 데이터로 복구 작업 중이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JP모건은 더 심각합니다. 저희는 자산 대부분이 온라인 서버로 기록된 상태였고, 때문에 80%에 달하는 자산 데이터가 삭제되었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이례적으로 매주 주간 서버 데이터를 따로 백업해 두었기에 이번 주 일요일 데이터로 복구 가능합니다.”
“마스터, MO 투자회사는 이번에 마나석 선물옵션 자산 모두 손해를 보았습니다…. 현재 복구 중입니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저희는….”
가장 상석에 앉은 ‘마스터’라 불리는 남자.
그가 삐딱하게 앉은 채로 손에 턱을 괴고는 한 명씩 하는 보고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흠, 다들 이번에 엄청난 손해를 봤군. 그래도, 일부는 복구가 가능하다 이건가?”
“예, 그렇습니다. 마스터. 대략 일주일 정도 시간을 주시면….”
자산 복구가 가능하다는 걸 열심히 설명하던 남자.
그는 마나석 선물옵션 자산을 모두 날려버렸다는 남자였다.
마스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퍽-
남자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