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41)
폭염과 함께 비행선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공중에 떠서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
핑- 핑- 핑- 핑-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사라졌다가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는 그는 바로 루카스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검성이 탄 비행선을 폭파시킨 건 그가 벌인 일이었다.
자신의 텔레프랙 능력을 이용하여 비행선에 폭탄을 순간이동시켜서 터뜨렸던 것.
‘상대는 검성이야. 아직 죽진 않았을 터.’
그러나 그는 비행선이 터져버렸다고 해서 검성이 죽었을 거라고 방심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허공에서 바닥으로 흩어져 떨어지는 잔해들을 유심히 살폈다.
아직 살아 있을 검성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였다.
‘저기다.’
그리고 마침내.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성을 발견해냈다.
검성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고깃덩어리 꼴이 되어 꿈틀거렸다.
게다가 기둥 형태의 파편 중 하나가 가슴을 관통하여 바닥에 꽂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치명적인 모습.
검성은 그 충격 때문인지 정신을 잃은 듯했다.
‘죽여야 한다.’
하지만 루카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이미 검성의 화상 입은 피부가 순식간에 재생되어가고 있었으니까.
즉, 시간이 주어지면 검성이 언제 회복되어 반격할지도 몰랐다.
루카스는 곧장 움직였다.
[아공간]
그의 아공간이 열리더니 그곳에서 조그만 구슬 형태의 폭탄이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텔레포트]
폭탄은 순식간에 검성의 몸에 틀어박혔다.
콰과과과광-
폭음과 함께 거의 수십 미터 반경이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그 조그만 폭탄에 엄청난 폭발력이 숨어 있었던 것.
산속이라 수풀이 우거졌던 숲은 이내 화염에 휩싸였다.
매캐한 연기에 휩싸인 숲속.
시간이 흐르자 잠시 후 화염과 연기가 가라앉고, 일대가 드러났다.
나무와 수풀은 온데간데없이 흉물스러운 크레이터가 뚫린 지면.
그곳에는 채 타지 못한 채 찢겨나간 검성의 육체 파편들이 보였다.
특히 기괴한 형상의 오른팔은 마치 몸마저 회복하려는 듯 조금씩 재생하며 자라나고 있었다.
그마저도 힘을 잃었는지 이내 곧 멈춰버리긴 했지만.
‘…이걸로 귀찮은 놈 하나를 끝냈군.’
최근 들어 타이베른 포탈을 노리고 갖은 공작과 습격을 일삼던 트리니티 그룹.
그 배후에는 검성의 지시가 있었다.
그렇기에 루카스는 검성을 잡기 위해 벼르고 있었던 것.
‘본사 건물에서 도통 나오질 않아서 침입하기가 애매했지. 뭐, 제대로 마음먹었으면 벌써 죽였겠지만.’
수만 명에 달하는 트리니티 그룹 소속의 각성자들.
그중에서도 최정예로만 엄선된 요원들이 본사에 상시 상주하였고, 트론사에서 들여온 각종 최신 보안 설비 때문에 루카스 역시 혼자서 침투하려면 피해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며 무의미한 공방전만 계속하던 가운데.
트론사 사태와 함께 검성이 미쳐 날뛰면서, 그가 칩거하며 철통 보안을 자랑하던 트리니티 그룹 본사 건물에서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를 놓칠 수 없었던 루카스.
그는 곧장 중국 본토로 날아와, 검성을 암살하는 데 성공한 거였다.
이로써 막강한 S급 헌터 하나를 잃게 된 중국.
중국 최고의 헌터들 중 1인이었던 검성의 최후치고는 매우 허무하고 비참했다.
‘…검성. 욕심을 조금만 덜 부렸더라면 너도 최후의 날까지 함께 했을 건데. 이는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잠시 조각난 육편들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겨 있던 루카스.
그는 짧은 감상을 마치고 곧장 현장에서 사라졌다.
팟!
* * *
며칠 후.
세계는 검성의 사망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그리고 그 소식은 한국에도 전해졌다.
“오빠, 이거 봤어요? 검성 죽었대요.”
학교 근처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고 있던 상우와 경도, 그리고 하연이와 우현.
네 사람은 식사를 하면서도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
하연이가 불쑥 그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거? 알아. 이미 봤어.”
상우가 심드렁하게 얘기했다.
“완전 대박이죠? S급 헌터인데 누구한테 암살당했다고 말 엄청 나오던데.”
“그러게 말이야. 무슨 숨은 은거기인이 검성의 만행에 대노해서 은거를 깨고 나왔다는 얘기가 있더라.”
“정말요?”
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 말에 경도가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걸 믿냐. 당연히 사람들이 구라치는 거지. 하연이 넌 애가 참… 좋게 말해서 순진해.”
“아, 믿을 수도 있죠! 사람들이 장풍 쏘고 날아다니는 시대인데 은거기인이라고 없을 게 뭐람.”
그 말이 일리가 있던 탓인지 옆에서 조용히 피자를 오물거리던 우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건 그렇지.”
“언니, 그쵸? 맞죠? 경도 오빤 진짜 사람이 너무 꽉 막혀가지고.”
“내가 뭐 없는 말 한 것도 아닌데. 안 그냐 상우야?”
“뭐 그치. 근데 난 잘 모르겠다.”
상우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모습에 뭔가 있음을 눈치챈 세 사람.
경도가 재촉했다.
“뭔데? 너 뭐 아는 거 있냐?”
“아니. 나도 잘 몰라. 근데, 검성이 뒤질만한 새끼라는 건 내가 잘 알지.”
“뭔데요, 뭔데요? 그 베이징시 대학살 사건 말고도 또 있어요?”
하연의 물음에 상우가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불쑥 끼어드는 우현.
“야, 너 그때 그 진시황릉 포탈 갔을 때 얘기하려는 거 아니야?”
이미 우현이는 상우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예전에 트리니티 그룹과 충돌이 있을 때를 얘기하였다.
그러자 살짝 표정이 굳는 하연.
‘뭐야, 이 여자는. 우리 학교 학생도 아닌데 오빠가 같이 밥 먹자고 부른다고 쪼르르 따라와 놓고, 이제는 나도 모르는 이야기도 알고 있어?’
왠지 기분이 나빠진 하연이었다.
사실 오늘 점심을 사달라고 상우에게 직접 얘기한 하연.
그런데 상우가 경도와 우현이마저도 데리고 온 거였다.
‘단둘이 데이트할 줄 알았는데, 이게 뭐람.’
잔뜩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향이었지만 하연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지난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에도 상우와 연락이 닿질 않았지만, 그래도 꾹 참고 견뎌내며 그에 대한 소식을 들으며 마음을 키워왔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겉으로 티 내지 않았다.
때문에 겉으로는 자기보다 한 살 많은 우현을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 상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치. 검성이 우리 사부님이랑 원수지간이라서 그때 사부님 잡는다고 검성이 자기 쫄따구들 왕창 데리고 왔었거든. 그때 고생 좀 했지.”
물론 고생은 본인이 아닌 분신들이 대부분 했지만 말이다.
상우가 말을 이었다.
“언론에서는 중국의 영웅이니 어쩌니 하고 엄청 찬양했었는데, 알고 보니 완전 냉혈한이더라고. 그리고 사람 목숨을 마치 파리처럼 여기는지 보자마자 칼로 덤벼드는데… 아주 그때 사부님 없었으면 난 골로 갔을 거야.”
“저런… 다치진 않으셨어요?”
“아, 존나 아쉽다. 그때 훅 갔어야 했는데.”
“인정.”
하연이 혼자만 안타까워했고, 경도와 우현이로부터는 ‘그때 뒤지지, 왜 안 뒤졌냐’하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것들이 진짜…. 피자 안 쏜다?”
“아, 형! 제발 그것만은….”
“냅둬. 안 쏘면 내가 쏘고 말지. 치사하게 먹는 거 가지고 그러냐.”
장난스럽게 경도는 매달리고, 우현은 툴툴거렸다.
왠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그녀.
사실 우현 역시도 하연이의 존재 때문에 기분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였다.
‘저 불여시는 뭐지? 화장한 것 봐. 옷은 왜 저래. 쇄골 훤히 드러내놓고. 완전 꼬시려고 작정을 했구만. 했어. 그리고 이 자식은 진짜 왜 자꾸 어딜 흘끔흘끔 쳐다보는 거야. 짜증 나게.’
자연스럽게 경도와 우현, 하연이까지 눈을 맞추며 얘기하는 상우였지만, 알게 모르게 그의 시선이 하연의 푹 파인 상의에 쏠리는 것 같아서 우현은 기분이 나쁜 상태였다.
‘역시 남자들이란….’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있는 남자.
바로 상우였다.
‘흠… 역시 하연이가 날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우현이도 좀 뭔가 있는 거 같고.’
사실 오늘 이 자리는 그가 일부러 마련한 것.
그는 대학교에 복학하자마자 만난 작년의 자신의 과외 학생이었던 하연이를 만나고 무척 반가웠다.
겨우 1년 사이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워진 그녀.
풋풋한 여고생에서, 그 청초함이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보자마자 작년에 잠깐 일었다가 지금은 사그라들었던 그녀에 대한 호감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근데 왜 얘가 눈에 밟히는 거냐고.’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하연이와 잘해봐야지’라는 마음을 먹으려던 상우.
하지만 웬걸.
이상하게도 하연이를 떠올릴 때마다 우현의 모습이 같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왠지 모른 미안한 감정과 아련한 마음이 들어서 상우는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내가 설마 우현이를…?’
아무리 눈치가 없는 상우라지만, 자신의 감정마저도 완전히 모를 정도의 바보는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 좋아하는 마음.
여태껏 친구로서 좋아한다고 여겼던 자신의 마음이 막상, 다른 이성을 선택하려는 순간이 되자 그게 아니었다는 걸 그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상우는 함부로 하연이와 사귈 수가 없었다.
우현이가 자꾸 눈에 밟혔으니까.
‘아… 근데 하연이도 좋은데…. 어쩌지. 누굴 골라야 하는 거야.’
이미 우현이를 알기 전부터 알았고, 과외를 하면서 남몰래 호감을 키워왔던 하연.
목숨을 구해준 인연으로 같이 일하고 작업하면서 너무나 친해져 버린 우현.
‘하… 너무 어려워.’
그렇기에 상우는 그녀 둘을 비교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았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같은 자리에서 보니 더더욱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청초하고 순수한, 청순미를 뿜어내는 얼굴과 모델 포스를 뿜어내는 길쭉길쭉한 몸매의 대학생 하연.
하연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피부와 귀여운 얼굴, 그리고 그에 맞지 않게 펑퍼짐한 옷 속에 감춰진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소유자 우현.
거기에 통통 튀는 성격을 지닌 하연과, 툴툴대지만 은근히 배려심 넘치는 우현의 성격까지.
두 미녀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갖추고 있어서 누굴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냥 둘 다 사귀면 안 되나. 아, 아랍으로 국적 바꾸고 싶다.’
진지하게 이민을 고려하게 될 정도로 선택하는 건 어려웠다.
그리고 그런 상우의 속내를 알고 있는 또 한 사람.
바로 경도였다.
그는 한심하게 상우를 쳐다보다가, 슬쩍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날렸다.
-[kkd]: 야
-[상우]: ㅇㅇ?
-[kkd]: 적당히 간잽이 하고 하나 퍼뜩 고르셈
-[상우]: ㅇㅇ… 그래야지
-[kkd]: 얌마 이거 존나 비매너야
-[kkd]: 니가 누굴 선택하든, 남겨진 애는 이런 기억들 때문에 너 엄청 싫어하게 될 거임
-[상우]: 흠… 니 말이 맞다
-[상우]: 나도 좀 더 알아보고 빨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해야지
그리고 상우는 경도의 조언을 듣고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내가 이제 좀 잘나긴(?) 했지만, 사람을 좋아하는데 외모나 성격 같은 조건 볼 게 어딨어. 그냥 내가 좋으면 그만인 거지. 내 마음, 지금 내가 누가 진짜 좋은지 그것만 보자.’
그렇게 단순화해서일까.
마음 하나만 놓고 보자, 상우는 자신이 누굴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구나.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얘였어.’
그동안 몰랐던 그의 마음.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된 그의 마음.
앞으로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그녀와 함께 공유하고 느끼고 싶었다.
‘그래…. 이제 알겠어.’
이제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된 상우.
그는 드디어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고백은 본체로 해야지. 고백마저도 분신시키면 내가 진짜 게임 아바타 키우는 것 같잖아.’
그렇기에 상우는 고백은 좀 더 미루기로 했다.
사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분신이었으니까.
* * *
그 시각.
상우의 본체는 분신에게 데이트를 맡긴 채 무얼 하고 있었을까.
그는 열심히 분신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왜냐면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두 가지나 있었으니까.
그것은 바로,
‘북한 수복 작전. 그리고….’
던전과 몬스터 소굴이 되어버린 버려진 땅 북한을 수복하는 작전과,
‘오딘의 탑 출입 서비스 시작이군.’
아랍 왕자 모하메드 알라바르와 체결했던 오딘의 탑 출입 서비스.
그 서비스의 시작을 드디어 하게 되었던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