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43)
“어, 단장님. 오랜만입니다.”
상우를 부른 이는 바로 케이너스 길드의 단장 박원태였다.
사실 북한지역 수복작전에는 상우뿐만 아니라 다른 길드들도 모두 합류했던 것.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얽혀 있는 이권들 때문이었다.
북한 수복에 성공한다면 던전 최초공략과 알짜배기 던전 확보 등등 추후 던전 사업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만한 거대한 시장이었으니까.
‘하긴 겸사겸사 레이드나 사냥해서 몬스터 부산물도 챙기고 일석이조지.’
그렇기에 국내 상위권 길드 대부분은 헌터 협회 요청을 수락하고 수복작전에 나선 상황이었다.
때문에 상우가 박원태를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이어서일까.
못 보던 사이 박원태의 신수는 훤해져 있었다.
만면에 피어 있는 여유 있는 미소와 밝은 안색.
여동생도 시집 보내고, 곤두박질쳤던 길드 주가도 다시 원상복구 되고 있기에 심신의 안정을 찾은 듯했다.
“오랜만인가요? 한 달도 안 된 거 같은데.”
“그런가요? 크크큭. 근데 단장님. 신수가 훤해지셨네요. 이거 이거 좋은 일이라도 생기셨나 봐요?”
상우의 너스레에 피식 웃는 박원태.
“뭘요. 그냥 요새 속 썩일 일이 별로 없어서 그렇죠. 하하.”
“아, 그러시구나. 저는 요새 복학해가지고 다시 대학교 다니는데, 요번에 집 관련해서….”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해후하는 가운데.
옆에는 혜성 길드의 단장 신혜성과 태양 길드의 단장 김일곤, 그리고 국내 10위권 길드의 단장들이 자신의 공략대를 데리고 모여 있었다.
‘정상우….’
‘전보다 뭔가 달라진 느낌인데?’
그리고 그들 모두는 상우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상우야말로 비공식적으로 한국 내에서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추세였으니까.
그 이유는 바로,
‘얼마 전 트론사 사건 때도 정상우만 합류했었지.’
S급 헌터들만 합류하였던 트레버 론 생포 작전에도 국내 헌터들 중 유일하게 상우만 합류했던 이유가 컸다.
이에 대해서 자세한 작전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고 그저 참여 인원들 정도만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그중에 상우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자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이제 확실해졌네. 정상우가 국내 원탑이라는 거지
-국내 1위 원래 신혜성이었는데 루키한테 1년 만에 자리 뺏기는구만 ㅋㅋㅋㅋㅋ 인생무상 오질 듯
-그래도 정상우가 따로 길드도 없고, 에이전시 하나만 있어서 실질적인 힘은 혜성 길드가 최고일걸?
└그건 누구나 아는 거고 멍청아
└└그건 모름. 정상우 인맥 보면 점퍼, 블레스랑 겁나 친하드만. 거기에 이번에 S급 헌터들 인맥 쫙 텄을 거고. 혜성 길드도 이제 정상우 함부로 못 건드림.
이를 두고 상우가 명실공히 국내 원탑이 되었다는 얘기들이었는데, 개인으로는 몰라도 아직 세력 면에서는 혜성 길드가 압도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의견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댓글이 있었으니.
-정상우 개인만 해도 S급 헌터 찜쩌먹는데, 걘 그런 능력을 지닌 분신들이 있잖음? 지금 분신들 돌아다니는 거 제보된 것만 해도 15기는 되던데, 솔까 어떤 길드가 S급 헌터 10명씩 보유하고 있음? 인라이튼? 영국 왕실 길드? 그 정도는 되어야 이제 정상우한테 비빌 수 있음.
바로 상우에게 분신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댓글이었다.
이 댓글에 대한 공감은 다른 댓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상우와 분신들의 위력에 대해 높이 사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 자리에 모인 타 길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신혜성이 말이다.
그는 예전이라면 눈엣가시처럼 여겨 절대 쳐다보지도 않았을 박원태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상우와 그의 대화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다 타이밍이 오자, 슬쩍 끼어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헌터 협회랑 행정처랑 합의해가지고 북한 수복 작전 참가하게 되었거든요.”
“안녕하세요. 상우 씨, 무슨 얘기를 그렇게 나누고 계십니까? 하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인상 좋게 싱글싱글 웃는 신혜성.
그런 그를 보며 상우도 내색치 않고 마주 인사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신혜성 단장님. 그냥 뭐 잡담이었죠.”
“그렇군요. 아, 그리고 박원태 단장님도 오셨네요?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네요. 근데 무슨 일로…?”
서로 날선 채로 인사하는 두 사람.
박원태는 원래 혜성 길드 식구였다.
하지만 서로 이해관계와 뜻이 달랐기에, 혜성 길드를 나와서 케이너스 길드를 차렸다.
그렇기에 신혜성 입장에서는 박원태를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었다.
‘능구렁이 같은 녀석이…. 평소에는 반말하다가 오늘은 왜 이러지. 정상우 때문인가.’
그리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박원태는 신혜성에 대해 명백히 경계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물론 자리가 불편한 건 신혜성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정상우만 아니었으면 여기 끼어들지도 않았다. 배은망덕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냥 박원태를 보는 것도 싫은 신혜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웃으며 얘기했다.
“아, 제가 이번에 여기 있는 상우 씨와 북한지역 수복작전과 관련해서 계약을 한 게 있어서 말이죠. 이번 작전에서는 아마도 같이 움직여야 할 거 같거든요.”
신혜성이 주변에 잘 들리도록 유난히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자 모두의 귀가 쫑긋해졌고,
박원태 역시 의문이 가득 차올랐다.
‘신혜성이 정상우와 함께한다고?’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음흉한 인간과 정상우가 함께 한다니.
그가 믿을 수 없어서 상우를 쳐다보자, 상우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 사실 이번 건만 하나 계약한 게 있긴 해요. 근데 신혜성 단장님, 그건 끝나고 나서 확인하는 거 아니었나요?”
“아,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떤 던전인지는 저희도 확인을 해봐야 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따라다니는 게 나을 것 같거든요. 하하.”
즉, 상우가 공략하는 던전들을 모두 따라다니면서 확인하겠다는 의미였다.
그 사실을 제대로 몰랐던 상우.
그가 메시지를 통해 옆에 있던 강준모에게 물었다.
-대표님, 진짜 계약할 때 그런 내용이 있었나요?
-흠… 없었습니다. 아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명시하여 계약하지 않았네요. 그저 ‘추후 혜성 길드에서는 던전의 정보를 확인하고 선택권을 가진다’ 정도였던 터라….
-음… 애매하네요.
계약 당시에는 그저 혜성 길드 측에서 상우가 공략한 던전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공략 영상 녹화 파일을 넘기는 형태로 혜성 길드 측에 넘기려 했다.
즉, 직접 따라다니지 못하게 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못했던 것.
그 애매한 조항을 신혜성이 매섭게 파고든 것이었다.
좀 짜증 나는 상황.
‘흠… 이 아저씨도 양반은 아니네.’
상우는 어차피 자신이 직접하지는 않고, 분신들을 풀어 순식간에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누가 따라다닌다고 해서 크게 거슬릴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누군가 쳐다보는 게 기분이 더러울 뿐.
상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흠, 뭐 그러세요.”
“하하, 미리 말씀을 못 드렸었는데 흔쾌히 승낙해 주시네요. 역시 국내 ‘제일’이라는 상우 씨답습니다.”
유난히 크게 웃으며 상우를 띄워주는 신혜성.
입에 침이 발린 아부이기는 하지만, 그의 지위가 있는지라 그런 모습마저도 주변인들에게는 호쾌하게 비추었다.
그렇게 서로의 이해득실이 얽힌 신경전이 오고가는 가운데.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판문점에 세워진 거대한 방벽 옆에 설치된 구형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입구 주변 몬스터 소각 완료.
-헌터분들은 모두 대비하여 주십시오.
-아직 입구 앞에 소규모 거대쥐 무리가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입장은 미리 알려드린 대로 혜성 길드부터 입장하겠습니다.
-입구 개방합니다.
드디어 판문점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이익-
거대한 철문이 옆으로 스르르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열렸다.
그와 동시에 하수구 지린내 같은 게 확 뿜어져 나오더니, 1m 50㎝는 가뿐히 넘을 듯한 거대한 쥐떼들이 달려들었다.
찍찍-! 찌이익-!
게다가 거대쥐들은 쥐들이 찍찍거리는 소리에서 약간 맹수의 으르렁거림이 섞인 듯한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어서 매우 징그러웠다.
‘으… 드러워.’
그리고 그런 거대쥐들을 최전방에서 마주하고 있던 건 혜성 길드 공략대와 함께 서 있던 상우였다.
그는 이제 이런 쪼그만 쥐들을 보면서 무섭다기보다는 징그럽다, 더럽다라는 느낌을 먼저 받았다.
그렇기에 손이 먼저 뻗어나갔다.
[파이어]
그저 불꽃을 생성시키는 매우 기초적인 마법이 그의 손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그 위력은 단순하지 않았다.
화아아아아아악-
손에서 마치 용의 브레스 같은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전방을 집어삼켰다.
이미 100레벨을 달성한 스킬 레벨과, 100이 넘어선 마력 수치, 그리고 아리아가 분신을 통해 알려줬었던 스킬 시전 방법을 이제 상우의 자력으로 시스템의 의존 없이 자유자재로 파이어 스킬을 펼칠 수 있게 되어 벌어진 위력이었다.
‘좀 과했나?’
기존 시스템에 의존했을 때 들어가는 마나 소모량에 비해, 자력으로 펼치게 되면 마나 소모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율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상우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마나를 퍼부었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크게 나타났던 것.
“…흠흠.”
이윽고 불길이 멈추고.
화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거대쥐의 사체로 추정되는 뼛조각들과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
“저게 뭐야? 파이어 브레스 뭐 그런 스킬인가.”
“와… 손에 화염방사기 달린 줄 알았어.”
웅성거리는 헌터들.
그리고,
“저… 상우 씨, 무슨 스킬이죠?”
옆에 서 있던 신혜성도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냥 ‘파이어’ 스킬이에요.”
“예? 무슨 말도 안 되는….”
“하하. 근데 100레벨 찍어서 그런지 좀 쎄죠? 하하….”
“100레벨이요?”
그 말에 다시 웅성거리는 사람들.
“무슨 스킬을 100레벨을 찍었대.”
“나도 최고 스킬 레벨이 기초검술 51레벨인데.”
“나는 매직 에로우 83 레벨인데.”
“미쳤다….”
그만큼 스킬 100레벨을 달성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주 쓰지도 않는, 야외에서 담뱃불이나 붙이는 용도로나 쓰는 파이어 스킬을 100레벨을 달성했기에 사람들이 그만큼 놀랐던 것.
“와씨… 그럼 파이어 스킬만 마스터해도 존나 쎄지는 거잖아.”
“그치. 아, 나도 이제 한 스킬만 판다.”
“나도. 나 이거 녹화해 놨는데, 공략 영상으로 팔아야겠다.”
그렇게 기초 스킬의 중요성을 모두 새삼 느끼고 있는 가운데.
상우가 주의를 환기했다.
“흠흠, 일단 입구는 문제없는 거 같으니, 바로 가시죠. 저 먼저 갑니다.”
왠지 너무 나선 것 같은 부끄러움에 재빨리 상우는 몸을 날렸다.
탓!
바닥이 움푹 패이며 날아가는 상우의 신형.
그를 따라 뒤에서 후다닥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상우는 전방을 주시했다.
몬스터들이 침범하는 휴전선 벽 주변은 주기적으로 소각을 펼쳐서인지 수풀 하나 없이 잿더미와 흙바닥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겨우 10m 남짓 이동하자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상우가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몬스터들.
키야아아아아악-!
제일 먼저 날아가는 상우를 반긴 건 손 대신 낫처럼 생긴 기괴한 팔과 다리를 지닌 칼날 원숭이였다.
녀석은 어찌나 민첩한지 순발력 100을 넘겼고, 윈드워크 스킬을 통해 튀어나가는 상우의 몸을 캐치하고 공격을 시도한 것.
물론, 고작 B~C급 정도일 녀석들로는 상우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아공간]
달리는 와중에 상우의 전방에서 아공간이 열렸다.
그와 함께 아공간에서 튀어나오는 한 자루의 검.
바로 ‘풍혼’이었다.
풍혼은 원래 자체의 내장 기능으로 몸에 유체화 상태로 머물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본체밖에 사용하지 못하기에 아공간에 넣어놓고 분신들이 돌려가면서 사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풍혼은 사냥을 통해 피를 머금으면 머금을수록 더더욱 강해지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풍혼에 피를 잔뜩 머금게 할 기회였다.
풍혼을 쥔 상우의 손목이 까딱 회전하며 휘둘러졌다.
[속검]
팡-!
그와 함께 공기가 찢겨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한 마리의 칼날원숭이의 몸도 찢겨져나갔다.
꽝-!
그리고 검이 지나간 자리로부터 마치 제트기가 추진할 때처럼 엄청난 굉음이 발생하더니, 자연스럽게 진공참도 펼쳐졌다.
그 진공참의 충격에 의해 몸을 날려오던 칼날 원숭이들 무리가 휘말려 튕겨져 나갔다.
끼에에에에에에엑-!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는 괴로워하는 칼날원숭이들.
그런 녀석들을 보면서 상우는 자연스럽게 나뭇가지 한쪽에 내려섰다.
‘정리 좀 하고 가야겠네.’
버려진지 오래라, 몬스터브레이크가 많이 발생하여 아직 포탈을 통해 던전에 들어선 것도 아닌데, 몬스터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즉, 북한 전체가 필드화된 상태.
앞으로 제대로 던전 사업을 하려면 몬스터 천지인 필드를 축소시키거나 완전히 없애서 쓸만한 포탈들만 남겨둬야만 했다.
스스스스슥-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 나뭇가지에 서 있는 상우를 노리고 숲 속 전체의 몬스터들이 달려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우는 더 이상 그런 접근들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자… 시작해볼까.”
그리고 이제야 슬슬 본격적으로 해볼 마음이 드는 상우.
앞으로 있을 몬스터들과의 전투가 기대되었다.
그 어떤 게임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스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성장의 재미.
그건 바로 여기, 몬스터 사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으니까.
“나와라.”
그리고 상우는 그 몬스터 사냥마저 남들과는 다르게 마치 치트키를 쓰듯이 사냥 중이었다.
바로 ‘분신’을 통해서 말이다.
[아공간]
상우의 옆에 아공간이 열리며 분신들이 후두두둑 쏟아져 나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