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65)
“네, 제가 제자입니다. 하하.”
상우 역시 레이븐이 일평생 진짜 제자를 들인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해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팔란토스 백작이 보이는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보며 이해했다.
‘연예인이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고 발표한 느낌인가? 하긴 나라도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저렇게 얘기하면 충격이긴 하겠다.’
그의 입장에서의 느낌을 지구에 빗대어 대강 추측한 것.
하지만 상우가 추측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역시… 그래서 레이븐 공작님의 제자였기 때문에 그랜드 마스터 수준이라고 보고가 올라왔던 것이군요.
역시 레이븐이라는 듯이 흠모어린 표정으로 레이븐을 바라보는 팔란토스 백작.
겉모습은 이제 레이븐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중년인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자, 퍽이나 귀여웠다(?).
‘근데 사부님 때문에 강해진 것도 맞지만, 진짜 강해진 이유는 내 분신들 때문인데….’
희한하게도 팔란토스 백작은 접객실에 상우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다른 분신들에게는 별 다른 관심이 없어보였다.
‘으으… 자랑하고 싶다….’
‘이게 내 분신인데, 내 분신이 이렇게 뛰어나다!’ 라고 말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상우였다.
그렇게 레이븐에 대한 팔란토스 백작의 덕담(이라 쓰고 숭배라 읽는다)이 오가고 얼마 후.
레이븐이 본론을 꺼냈다.
-그나저나 자네, 지금 유렌시아 제국의 상황이 어떤가. 삼십 년 만이라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모르겠네.
그 말에 다시 진지해진 팔란토스 백작.
-유렌시아 제국의 상황이라면, 전세 측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윗분들? 아, 레이븐 공작가도 궁금하시겠군요.
-전부 다 궁금하네. 말해주게.
레이븐이 재촉하자 팔란토스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다만 얘기가 길어질 거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팔란토스 백작은 접객실 바깥에 대기 중이던 늙은 집사를 불러들였다.
-노벤, 연회와 휴식에 대해서는 아까 논의한 대로 진행하도록 하겠네. 대신 브레만에게 전달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갑자기 연회에 대해 진행해달라는 백작.
‘전쟁 중인데 왠 연회?’
이런 생각에 상우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 표정을 캐치해내고는 백작이 웃으며 답했다.
-왜 갑자기 연회를 여는 지 궁금한 표정이시군요.
“아, 예. 맞아요.”
속내를 들킨 상우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하, 병사들에게 주는 일종의 포상입니다.
일은 상우가 했는데 왜 포상을 병사들에게 주는가.
상우의 의문은 곧장 해결되었다.
-정상우 님 덕분에 몬스터 웨이브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으니, 다음 웨이브가 몰려오기 전까지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는 겁니다. 병사들 역시 사람이니까요.
“아….”
사실 그 동안 몬스터 웨이브가 멈출 날이 없어서 병사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1년 365일, 그것도 수십 년을 계속 싸워왔다.
젊은 병사가 출전하여 결계 너머의 몬스터들을 막아내다가, 그의 아들이 장성하여 다시 그 결계 수비의 임무를 되맡는 형국이었다.
수십 년을 오로지 몬스터들의 붉고 푸른 핏자국과 내장만을 보아오며 자란 사람들.
이런 휴식 기회가 없었다면 진즉에 모두 미쳐버리고 말았을 터였다.
-아무튼 이건 그런 이유였고, 본론으로 들어가시지요.
-바로 말해주게.
레이븐이 재촉했다.
백작이 누가 듣는 이가 있나 신경 쓰이는지 접객실 입구를 힐끔 바라보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지금 전선은 수십 년째 고착상태입니다.
-예상하는 바였네.
-예. 아무래도 결계 밖으로 전선을 넓히려는 시도가 번번이 있었긴 합니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가 거의 무한하다보니 한정된 병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죠.
-맞네. 우리 때도 이미 그렇다고 결론이 나온 사항이지. 그래서 원정대는 따로 꾸리지 않고 결계 안쪽에서 수비에 치중하며 내실을 다지기로 하였던 건데….
왜 원정을 나섰는지 의아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레이븐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 말에 팔란토스 백작이 몸을 좀 더 레이븐에게 가까이 가져가 조용히 말했다.
-그 이유는 정치 싸움 때문입니다.
-뭐?
-현 유렌시아 황제에 반대하는 세력을 원정대를 통해 숙청해낸 것이죠.
그렇다.
승산도 없어 보이는 원정 작전이 진행된 이유.
자신에 뜻에 반하는 세력을 황제가 원정대에 포함시켜 날려버린 것이었다.
-유렌시아 황제라… 설마 내가 아는 ‘그 사람’인가?
레이븐이 조용히 물었다.
-아시는 분이 맞습니다. 공작님이 사라지셨을 때부터 황제로 계셨던 그 분입니다.
-흐음….
팔란토스 백작의 대답에 레이븐이 침음성을 삼켰다.
유렌시아 황제.
본명은 바르테인 유렌시아 7세로, 역대 황제들은 유렌시아 황제로 불렀기에 그 역시 유렌시아 황제로 불렸다.
그는 레이븐이 유렌시아 제국 내에서 제국의 수호검이란 타이틀로 영웅으로 칭송받을 무렵에 즉위했던 어린 황제였다.
당시 십대였던 그였으니, 지금의 나이는 대략 5~60대 정도.
그리고 레이븐의 기억에 있던 그 황제는 언제나 유약하고 심지가 곧지 못한 인물이었다.
-황제는 강녕하신가.
그래도 십 년이면 강산도 바뀌는 마당에 사람이라고 변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레이븐.
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하나 돌아온 건 부정의 대답이었다.
-…예전과 같습니다. 우유부단하고, 정국에 별로 관심이 없으시죠….
-…그럼 아직도 리버가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인가?
레이븐은 자신에 기억에 남은 마지막 정치상황을 떠올리며 물었다.
지구에서 온 천재 리버.
단 몇 년 만에 대마법사의 능력을 손에 넣은 세기의 천재.
이후 그 능력을 이용해 이계인임에도 불구하고 유렌시와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고, 결국 거의 섭정에 가까울 정도의 권력을 행사했었다.
항상 황제의 옆에 붙어다니며 일국의 대소사를 황제의 말을 대신 전달하는 형태로 말이다.
물론 거기에는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을 수족처럼 부리는 리버의 능력도 한몫했다.
결국 그 사실이 불만이었고 위기감을 느끼던 드래곤들과 영웅들이 리버를 견제하고 제거하려 최후의 결사대를 결성하여 나섰다가, 결국 ‘검은 금요일’을 맞아 모두 사그라졌던 것.
‘아마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겠지.’
그 당시 작전은 리버를 타이베른 포탈이 있던 ‘오염된 블루 포레스트’로 조용히 이끌었기에, 소수의 영웅들과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리버가 원흉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터였다.
-그건 아닙니다. 리버 님은 궁정마법사 자리를 은퇴했으니까요.
-은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레이븐이 놀라서 물었다.
권력과 힘 모두를 손에 쥔 그 막강한 인물이 은퇴를?
그가 아는 악인 중 권력을 싫어하는 이가 없었기에 의아할 따름이었다.
-예. 모든 걸 내려놓고 물러난 지 수십 년은 지났습니다. 아마 검은 금요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을 거예요.
-흐음….
-당시에도 화제였습니다. 거의 황제나 다름없던… 흠흠,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이해하네.
-아무튼 그런 인물이 은퇴했으니까요. 그래서 말들이 많았습니다. 검은 금요일로 영웅들이 죽고 나자 삶에 회의감을 느낀 거라느니, 대마법사도 치료하지 못할 죽을 병에 걸렸다느니, 원래 세계였던 지구로 돌아간 것이라느니 말이죠.
-그렇군….
-특히 검은 금요일의 원흉이 리버 님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어서… 아마도 그게 심적인 부담과 책임감을 만들어서 은퇴하신 게 아닌가 하는 게 제가 추측하는 바입니다.
팔란토스 백작 역시 리버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를 부를 때마다 ‘리버 님’이라고 하며 최대한 좋게 말하고 있었다.
“어? 근데 리버 나쁜 새ㄲ….”
그래서 상우가 이상함을 느끼고 지적하려 하자, 옆에 있던 레이븐이 제지했다.
-그만. 거기에는 사정이 있으니 내가 나중에 말해주마.
“흠… 네.”
상우는 의아했지만 이내 ‘사부님에게 뭔가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고는 얘기하기를 멈췄다.
-아무튼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군. 유렌시아 황제가 아직 집권 중이라… 말들이 많겠어.
-예. 아무래도 정치에 관심이 없으시니까… 소문도 안 좋고 말이지요.
예로부터 현왕이 되려면 주색잡기를 멀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 유렌시아 황제는 어릴 때부터 주색잡기에 물든지 오래.
이는 리버가 궁정마법사가 된 이후로, 현 황제와 친하게 지내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때문에 레이븐도 예전부터 현 황제가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창 전시 체제인 상태인데, 따뜻한 황실 안에서만 자라서 전쟁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황제가 맨날 술과 여자만 찾았으니까.
-흠… 그럼 정국이 혼란스럽다는 게 반대 세력 때문인가?
-예. 그것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현 황제의 상태가 좋지 못한 게 문제입니다.
-건강이 안 좋으신 건가?
-예. 최근에는 병상에 계속 누워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 결국 후계 때문에 싸우고 있겠구만.
-그렇습니다.
아마도 차기 황제를 노리기 위해 치열한 정치 공작과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을 터.
-수십 년 째 전시 상황인데, 윗선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으니 필시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팔란토스 백작이 걱정이 된다는 듯 말했다.
-인정하네. 이거 빨리 황궁으로 들어가봐야겠군….
레이븐이 할 일이 생겼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팔란토스 백작은 할 얘기가 더 있다는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근데 공작님. 레이븐 공작가를 먼저 가보셔야 하는 게 아닌지….
-물론 가야 하네. 왜 그런가. 혹시 거기도 문제가 있는가?
그 말에 주저주저 하던 팔란토스 백작은 한숨을 푹 쉬더니 대답했다.
-문제라기보다는 사실 공작님이 사라지신 뒤로 새로운 분이 공작 자리에 오른지 꽤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조심스러운 말에 레이븐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네. 긴 시간이 지났으니까. 모두들 내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을 걸세. 오히려 새로운 공작이 가주가 되었다니 잘된 일이군.
-그래도 공작의 자리는 되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팔란토스 백작이 안타깝다는 말했다.
하지만 고개를 젓는 레이븐.
-괜찮네. 그보다, 지금 레이븐 공작가의 가주는 누구인가?
-나이젤 레이븐 공작입니다.
나이젤 레이븐.
레이븐, 아니 카이젤 레이븐이라는 본명을 지닌 레이븐의 친동생이었다.
-역시 나이젤이 공작이 되었군. 잘 되었어.
초천재인 레이븐에게 항상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던 동생 나이젤.
검으로는 형을 이기지 못하자, 그런 형을 보필하겠다며 행정과 학문으로 눈길을 돌려 가문의 대소사를 책임졌던 유능한 인물이었다.
-그럼 현재 레이븐 공작가에는 별문제가 없겠군?
나이젤이 공작이라는 말에 안심한 레이븐이 되물었다.
하나, 팔란토스 백작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저 그게… 제가 듣기로는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소린가.
-제가 들은 바로는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좋지 못하다고 들었습니다.
-몬스터 웨이브? 레이븐 공작령은 수도라 웨이브에서 자유로울 텐데 그게 무슨 말인가.
그 말에 팔란토스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공작령이 수도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현재는 동쪽 샤르드방 지역이 현 레이븐 공작령입니다.
-샤르드방? 그전쟁터 말인가?
원래는 유렌시아 제국 최대의 곡창지로 이름을 떨쳤던 비옥한 땅 샤르드방.
하나 크라니드와의 전쟁 초창기 당시 드래곤의 결계에 그 넓은 땅이 완전히 포함되지는 못하게 되었다.
결국 몬스터들에 의해 짓밟히고 각종 마법과 포화에 의해 초토화되어 이제는 사막화되어버린 죽음의 대지로 변한지 오래.
즉,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국경선이었다.
레이븐이 지구로 떨어지기 전부터 그 상태였으니, 지금 상황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터.
-예. 저도 왜 밀려났는지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쪽으로 공작령이 밀려난 이후로 지금 계속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으음….
침음성을 삼킨 레이븐.
자신이 알던 고향이 변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나 그는 빠르게 안색을 회복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거 미안하군. 아무래도 레이븐 공작가로 가봐야겠어.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리핀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닐세. 직접 가는 게 빠르니까. 제자야, 가자꾸나.
“예? 예.”
얘기를 듣고 있던 상우가 딱딱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같이 일어나는 분신들.
그들은 접객실을 나서 성 바깥으로 나왔다.
-좋은 얘기 해줘서 고맙네. 팔란토스 백작.
-아닙니다. 저야말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레이븐 공작님.
-레이븐 공작이라… 이제는 아닐세. 내 동생이 공작이지. 아무튼 고맙네. 그럼 가보겠네.
작별 인사를 마친 레이븐.
그는 곧장 땅을 박차 몸을 띄웠다.
팟!
마치 총알처럼 하늘로 치솟는 레이븐.
그의 다리에는 윈드워크의 바람의 기운이 실려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상우와 분신들도 땅을 박찼다.
탓! 탓! 탓! 탓!
레이븐에 뒤질새라 날아오르는 상우와 분신들.
그 모습을 보면서 팔란토스 백작은 입을 떡 벌렸다.
-대체 무슨….
그랜드 마스터, 그 중에서도 검사 계열 중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영웅에 대해서는 듣도 보도 못했으니까.
놀란 나머지 아직도 통역 마법을 실행 중이란 사실도 잊은 듯, 그저 하늘에서 점이 되어버린 그들을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하늘에서 날아가는 상우 일행들.
상우가 레이븐에게 물었다.
-근데 사부님, 샤르드방? 거기 가는 거 맞죠.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이기에 텔레파시 스킬로 대화하는 상우.
이에 레이븐이 심언으로 대답했다.
-맞다. 레이븐 공작가로 가려고 한단다.
-근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세요?
-모른다.
-예? 그럼 어떻게 가시려구요.
-여기가 팔란토스 백작령이니 남쪽 지방이다. 그리고 샤르드방 지역은 동쪽에 위치해 있으니 북동쪽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않느냐.
-흠… 애매한데.
상우가 항상 이동할 때 사용하던 스마트고글의 네비게이션 어플 역시 새로운 지역에다가 위성기지국이 없어서인지 GPS 위치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상우는 길을 헤맬까 싶어 불안해졌다.
하나 기우였을까.
상우와 레이븐의 속도, 그리고 하늘 위에서 지상을 확인하며 이동하였기 때문에 그들은 얼마 안 되어 샤르드방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떻게 샤르드방 지역인지 알았냐고?
키야아아아아아악-!!!
쿠웨에에에에에엑-!!!
왜냐하면 그곳에 결계를 중심으로 무지막지한 몬스터들이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끝